세금으로 교육비를 지원 받고 있는 영재학교 졸업생들이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와 맞지 않게 의·약대로 이탈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2학년도 대입에서 영재학교 학생 218명이 의약학계열에 합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재학교 학생 가운데 의약학계열 합격자 수는 연도별로는 ▷2020학년도(2021년 2월 졸업) 62명 ▷2021학년도 73명(2022년 2월 졸업) ▷2022학년도(2023년 2월 졸업) 83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수시와 정시를 포함한 지원자 수도 같은 기간 106→136→164명으로 늘고 있다.
전국에서 8곳이 운영되고 있는 영재학교는 본래 영재교육을 통한 이공계열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기본적으로 의약학계열로의 진학은 권장되지 않으며, 의약학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지원하지 말 것을 모집요강 및 입학설명회 등에서도 밝히고 있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으로 장학금이 지원되지만, 의약학계열 진학을 노리는 통로로 악용되는 사례가 꾸준히 생기며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영재학교는 지난해 입학생들부터 졸업 후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추가 교육비를 전액 환수하고 있다.
다만, 진학 여부와 상관 없이 지원자까지 환수대상자에 포함한 학교는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등 3곳에 불과해 의·약대 지원을 막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한편, 2022학년도에 전국 8개 영재학교 가운데 의약학계열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학생 147명 중 35명이 대구과고 학생으로, 서울과고(46명)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수시모집에 지원해 실제 진학한 학생은 73명으로, 이 가운데 서울과고 학생이 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전과고 16명 ▷경기과고 12명 ▷대구과고 11명 등이었다.
정시 지원자도 전체 17명 중 대구과고와 서울과고가 각각 8명을 차지하며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 1명은 경기과고 학생이었다. 실제 진학자는 10명으로 5명이 서울과고, 4명이 대구과고, 1명이 경기과고였다.
대구과고 학생 가운데 의·약대 지원자 수도 최근 3년(2020~2022학년도) 새 18→30→43명으로 증가세가 가팔랐다. 진학자 역시 같은 기간 7→10→15명으로 늘고 있다.
강득구 의원은 "과학기술 인재 분야 양성을 위한 영재학교는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영재학교가 본연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영재학교의 의약학계열 지원자와 진학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만큼 모든 영재학교에서는 의약학계열에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교육비·장학금을 환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의원은 "단순 교육비와 장학금 환수라는 제재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교육당국의 실질적인 조치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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