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강아지 똥으로 보는 건강 상태

무르고, 갈색, 냄새 덜 나면 '건강' 신호
수분 섭취 부족하면 단단, 신장 질환 주의…짙은 검은색일 땐 위·소장 출혈까지 의심
냄새 심하면 소화 덜 됐거나 장염 가능성…3일 이상 변비 땐 소량 사료 물에 불려 제공

박순석

반려인구 1500만 시대, 이제는 모두가 반려인 또는 예비 반려인입니다. '반려동물 행동/건강 Q&A'는 동물과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소망합니다.

◆건강한 개똥이란?

먼저 개똥과 관련된 퀴즈를 풀어보자

퀴즈 1 )개의 건강한 똥은 어느 것일까?

1.돌처럼 단단하다. 2.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가 적합하다. 3. 휴지로 똥을 잡으면 들릴 정도다.4. 들어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무르다.

퀴즈 2 )개의 건강한 똥 색깔은 어느 것일까?

1.짜장 처럼 검은색 2. 초콜릿색 3. 갈색 4. 노란색

퀴즈 3 )개의 건강한 똥 냄새는 어느 것일까 ?

1.사람 똥 보다 악취가 심하다 2. 사람 똥보다 냄새가 덜 하다.

건강한 개똥은 건강한 사람의 똥과 다르지 않다. 휴지로 개똥을 집으면 쉽게 뭉게지며 바닥에 개똥의 흔적이 살짝 남을 정도의 무른 똥이 건강한 똥이다. 건강한 개의 똥색은 사람보다는 짙은 편이며 먹는 사료와 음식물에 따라 달라진다. 건강한 개의 똥 냄새는 의외로 악취가 덜하다. 양질의 개사료 일수록 개똥 냄새가 덜 나도록 구성되어 있다. 개똥에서 역하고 악취가 난다면 소화불량 또는 장염 등의 건강 이상을 의심한다.

하지만 많은 반려인들은 개똥이 굴러다닐 정도가 되어야 치우기 편하고, 돌처럼 단단한 똥은 그 만큼 개의 소화력이 건강한 증거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개똥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건강 정보들은?

수분 섭취가 충분한지? 식사량이 적합한지? 칼슘 등의 미네랄 함량이 적정한지? 단백질과 지방 소화가 잘되고 있는지? 등의 개의 뱃속 소화 건강 정보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개는 수분섭취량이 적으면 똥이 단단해지는 경향이 있다. 사료 보다는 육포간식, 뼈간식, 개껌 등을 위주로 먹는 반려견들에게서 자주 관찰된다. 똥 냄새도 덜나고 똥을 치우기도 편하다 보니 반려인들이 우리 개가 건강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신장질환, 방광결석 등의 비뇨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염려한다. 사람이 이 상태라면 본인 스스로 걱정하고 식이섬유와 채소 섭취량을 늘리려 애쓸 것이다. 개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사료 뿐 아니라 음식들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개들은 똥량도 많고 냄새는 고약해지기 마련이다. 소화가 덜 되기 때문이다. 당장 간식들을 제한해야 한다. 여전히 똥량이 많고 냄새가 고약하다면 사료급여량을 10% 씩 줄여나간다. 2살 이상의 소형견은 하루 2번, 황갈색의 형태를 갖춘 부드러운 똥이 관찰된다면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개가 사료를 적게 먹음에도 불구하고 변이 묽거나, 쵸콜릿 또는 검은색의 똥, 냄새가 고약하다면 장염을 의심한다.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한 경우다. 급성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장염이 의심되기도 하며, 췌장염, 담낭염 등의 만성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체중 감소가 현저한 경우라면 IBD(염증성장염) 등의 면역매개성 장염 질환들도 의심되므로 하루 빨리 감별 검사를 받으셔야 한다.

◆개의 똥색을 통해 질병 예측이 가능하다?

갈색– 건강한 똥. 사료를 먹는 반려견은 사람보다는 조금 더 짙고 단단한 똥이 건강한 똥이다.

검정색, 다크초콜릿– 위나 소장의 출혈을 의심한다. 상부소화기의 광범위한 출혈 후 대장에서 정체되며, 적혈구 내의 철분 성분이 산화되어 짙은 초콜릿색상의 똥이 형성된다. 식중독, 바이러스출혈성장염, 십이지장충감염, IBD(염증성장염) 등이 염려된다.

빨간색– 신선한 혈액이 포함되어있음을 의심한다. 변의 표면에 혈액이 묻혀 있다면 대장이나 결장의 출혈을 의심하며, 과민성 대장 증후군(IBS) 또는 변비가 심하더라도 국소적인 출혈 흔적이 관찰된다.

분홍색, 보라색– 상부 소화관의 광범위한 출혈과 장운동의 항진이 병행되는 경우다. 점액 또는 설사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 출혈성 위장염(HGE)처럼 매우 심각한 상황일 수 있으므로 빠른 시간내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노랑– 담낭이나 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과식으로 음식물이 소화관을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 노란색의 묽은변이 관찰되기도 한다.

녹색– 풀을 먹거나 그리니스 개껌과 같은 색소가 함유된 물질을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 원충, 기생충 또는 세균 감염에 의한 설사변에서도 관찰된다.

회색– 외분비 췌장 기능 부전 (EPI)과 같은 소화 문제를 의심한다.

흰색– 칼슘이나 뼈를 너무 많이 섭취한 경우 흰색의 가루가 포함된 똥이 관찰된다.

흰색의 이물 포함 – 개회충, 십이지장충, 촌충 등의 기생충 감염을 의심한다.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장염과 변비 환자견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각각의 예방과 가정 관리 방법

▶장염 환자 사례 1. 콩이(말티즈,12살,4.5kg )가 검은색 변을 봐요. 최근에는 식욕도 줄고 기운도 없어졌어요. 몸무게는 그대로예요.

콩이는 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염증성장염)로 진단되었다. IBD(염증성장염)는 면역 과잉 반응으로 광범위한 장염이 주증이다. 식욕부진, 구토, 설사, 복통이 빈발한다. 심할 경우 짜장 같은 검은색 혈변(Melena)이 관찰되기도 한다.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광범위한 장출혈과 체액 손실로 인해 현저한 영양결핍과 저알부민혈증에 의해 복수가 차기도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몽이의 경우 복수가 700cc 이상 형성되어 있는 상태였으며, 가족들이 몽이의 체중이 줄지 않았다고 오해하신 이유였다.

몽이는 검사 과정에서 IBD(염증성장염) 진단 외에도 이미 오래 전 부터 담낭질환과 만성 췌장염이 병발해 온 경우로 확인되었다. 몽이는 복수를 제거받고, 수일 간 집중 치료가 이루어 졌다. 알부민 영양수액 치료와 면역억제 치료를 거친 수일 뒤 부터 변의 형태와 색깔도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몽이가 퇴원을 하더라도 수개월 간은 면역억제를 위한 약물 처방과 식이관리가 지속되어야 함을 보호자에게 당부드려야 했다.

몽이 보호자는 몽이 똥색이 어두워지기 시작한 질병의 초기에 동물병원을 찾았더라면 하며 아쉬워하셨다.

◆장염, 담낭염, 췌장염을 앓은 환자견의 회복기 가정 식단

장염에서 호전되어 퇴원하거나, 장염이 의심되는 초기 증상을 보이는 반려견을 위한 식사는 부드러운 쌀죽이 가장 유효했다. 위장 점막을 진정시키는 효과, 당으로 신속히 전환되는 탄수화물 공급, 넉넉한 수분 공급의 목적이 크다. 특히 췌장염처럼 단백질이나 지방 소화가 지연되는 환자견에게 적합하다. 묽은 쌀죽은 소량씩 자주 급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장염으로 인해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이 통과하는 유문부가 협착되면 개가 음식물을 먹더라도 위정체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소화기 환자견에게 음식물을 무리하게 급여하는 것은 '과유불급' 위장염 회복에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음식물의 위내 정체가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은 위장관의 회복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복부 불편함이 사라지고 식욕은 증가한다. 이렇듯 환자견의 회복 경향이 확연히 관찰되면 식사량을 늘려준다. 소고기,닭고기, 계란 등을 섞어주기 시작한다. 서서히 개에게 적합한 단백질과 지방 섭취량을 늘려주기 위함이다. 서둘지 말고 일주일 이상에 걸쳐 서서히 적응시켜 주는 것이 장염의 재발 방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가정식을 마련해주기 힘든 상황이라면, 수의사가 추천하는 소화기 처방용 습식 또는 건식 사료를 이용하면 더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다.

모든 질병 회복기 환자견에게 적절한 산책 운동은 적극 추천한다. 산책 활동은 심리적인 불안감과 통증을 경감시키며 전신 혈액순환과 임파계순환을 활성화 시켜 질병 회복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보호자가 환자견의 기력 상태를 자주 살펴보며 산책량을 조절해 주실 것을 권장한다.

◆변비 의심 환자 사례

▶아롱이(푸들, 6살, 6kg)이가 변비가 의심된다며 내원하였다. 보호자는 아롱이 똥은 굴러다닐 정도로 단단하다고 했다.

아롱이는 건강한 소화력을 가지고 있다. 체형도 조금 살찐 정도로 간강했다. 변비를 염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수분 섭취와 식이섬유의 섭취 부족을 의심할 만 했다. 상담 과정을 통해 아롱이가 물을 잘 마시지 않으며 소변은 짙은 노란색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강 검진 과정에서 신장결석, 방광미세결석, 담낭슬러지가 확인되었다. 당장 수술을 받을 상황은 아니었지만 수분섭취가 증량되지 않으면 심각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음을 당부했다.

개똥이 단단하면 똥 치우기가 쉽다. 이러한 이유로 실제 사료 속에는 똥이 단단하고 냄새가 덜 나도록 건강에 무해한 첨가물을 함유시키기도 한다. 개가 땡끌땡글한 똥을 눠야 반려인은 이 사료가 소화 잘되는 좋은 사료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건강한 개똥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무른변이다. 똥을 휴지로 짚으면 바닥에 살짝 묻힐 정도의 똥이 건강한 개똥이다. 개똥이 바닥에 굴러다닐 정도는 수분 함량이 적음을 의미한다. 수분 섭취를 늘리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처방사료 또는 채소류의 급여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변비 환자견 가정관리 정보

-개 변비 증상은?

반려견이 배변을 보는 시간이 지체된다. 힘을 가하며 소리를 지르기도높인다면 통증을 의심한다. 단단한 개동 표면에 혈흔이 발견되기도 한다.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수분섭취 부족이 가장 주된 원인이다. 디스크질환, 거대결장,전립선비대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외 배변 습관의 제한, 불안 등에 의해 배변을 참는 상황이 변비를 유발시키기도 한다.개껌, 뼈간식, 칼슘 영양제 등의 잦은 급여가 변비를 악화시키기도 한다.비만, 관절염, 노령 등으로 배변 자세의 불편함이 변비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변비를 치료하는 방법은?

개가 3일 이상 배변을 보지 못한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먼저 수분섭취를 최대한 늘려주고 식사량은 줄인다. 소량의 사료를 충분히 불려 유동식으로 제공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개가 순하다면 소량(소형견의 경우 3cc정도)의 미지근하게 데운 생수를 항문에 주입할 수 있다. 하루 6회 이상 반복하는 것이 좋다. 결장 내 딱딱해진 똥의 표면이 부드러지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섭취하는 변비약은 반려견에게 적합하지 않다. 약국에서 시판되는 관장액(글리세린희석액)은 반려견에게 적합하지 않다.이러한 조치에도 변비가 지속되고 개가 불편해 한다면 수의사의 치료 대상이다.

개가 변비 증상으로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경우는 가벼운 변비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의사는 X-ray, 혈액검사를 통해 대장내 이물의 존재여부, 종양, 전립선비대증, 요로결석, 회음부 탈장 등의 질병을 감별 진단 후 필요한 조치들을 취한다.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