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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대 사기 혐의자 석달째 잠적… 재판 도중 잠적 매년 증가세

자유형 미집행자 6년새 41%, 해외도피 사례 86% 급증
불구속 수사 및 재판 사유 명확히 하고 도주 가능성 고려해야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법원·검찰청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사건번호 2021고합○○○ 피고인 서○○씨?", "불출석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대구지법에서 열린 투자사기 사건에 대한 선고공판은 이날도 피고인 불출석으로 연기됐다. 벤처기업 투자를 빌미로 200억원대 투자금을 모집해 징역 9년을 구형받은 서모 씨는 석 달째 잠적 상태다.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었던 재판부는 다음 달 10일 벌써 다섯 번째 선고기일을 잡았다.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형집행 중이나 집행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수감을 피하고자 잠적한 '자유형미집행자' 및 불출석 피고인이 급증 추세다. 도주우려가 큰 피고인에 대한 신병확보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자유형미집행자'는 2016년 4천193명에서 지난해 5천912명으로 6년 새 40.9% 늘었다. 아예 해외로 도피한 걸로 파악된 자유형 미집행자 숫자도 상당하다. 2016년 498명이던 해외도피 자유형 미집행자는 지난해 928명까지 86.3%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지만 최근 불구속 재판이 확대되는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21년 1월 법원행정처는 인신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개정해 법정 구속에 관한 보다 엄격한 잣대를 마련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내용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고친 것이다.

검찰은 각 지역마다 전담검거팀을 신설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구지검 역시 전담검거팀을 통해 올 1월부터 9월까지 자유형 미집행자 109명과 불출석 피고인 4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관들은 거주지와 직장에 대한 소재 수사, 주변인 탐문, 인터넷 IP 추적,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 추적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검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보다는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불구속 수사나 재판은 사유를 명확히 하는 등 더 조심스럽게 적용하고, 구속집행정지의 경우에도 도주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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