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준석은 의사가 필요해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의 토크 콘서트장에 찾아온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게 "오늘 이 자리에 의사로 왔나. 진짜 환자(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는 서울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당신은)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우리와 같은 언어로 말해 달라.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과 입장이나 생각이 다른 사람을 '환자'로, 자신의 언어를 민주주의 언어로, 타인의 언어를 비민주적 언어로 규정한 것이다.

토크 콘서트장에서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말했다. 영어로 말한 이유를 "인 위원장은 한국어를 매우 잘하지만, 번역되지 않는 의미를 꼭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번역되지 않는 의미', 즉 인 위원장이 한국어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인 위원장의 '한국어 실력'보다 정교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인 위원장은 1959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4년간 가정의학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했지만 60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이 전 대표는 2003~2007년 미국 하버드대학을 다녔고, 어린 시절 아버지의 해외 근무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1년씩 살았다고 한다. 7년 정도 해외 생활을 한 셈이다. 그런 자신의 '영어'가 한국에서 태어나 거의 줄곧 한국에서 살아온 인 위원장의 '한국어'보다 더 정교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언행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자신이 늘 옳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그는 윤석열 후보에게 '비단 주머니 3개'를 건넸다. 그러면서 '급할 때마다 하나씩 열면 공격을 충분히 받아치고 역효과까지 상대편에게 넘길 수 있는 해법이 있다'고 말했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된다는 식이다. 상대편은 물론이고 국민까지 '물'로 보지 않고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인식 자체가 그렇기에 그의 말은 대화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평가' 또는 '설교'로 흐른다.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자신을 컴퓨터 게이머로, 다른 사람을 게임 속 캐릭터처럼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자신의 조종대로, 자신의 설교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을 '고장 난 캐릭터', 즉 '환자'로 간주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