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운석의 전통주 인문학] <7> 전통주 재미있게 제대로 즐기려면?

문경주조에서 열린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술을 들어보이고 있다.
문경주조에서 열린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만든 술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통주가 확 바뀌었다는 건 이젠 누구나 인정하는 말이 되었다. 그동안 주류트렌드를 이끌어왔던 수제맥주와 하이볼을 제치고 가장 핫한 술이 되었고 가장 트렌디한 술이 됐다.그 중심에 젊은층의 유입이 있다. 젊은층이 소규모 양조장 창업에 뛰어들고 이들이 다양한 막걸리를 만들어내면서 소비층 또한 젊어졌고 판매하는 이들도 모두 젊어졌다.

국내 주류시장에서 전통주의 강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국세통계포털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연간 주류 시장(출고금액 기준)은 2017년 9조 2437억 원에서 2020년 8조7995억원, 2021년 8조 8345억 원으로 전반적인 감소 추세지만, 전통주는 2017년 400억 원, 2020년 627억원, 2021년 941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제는 골라서 마시기도 어려울 만큼 출시되고 있는 전통주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술을 어디에서 구입해야 하는지, 또 취향에 맞는 전통주는 어떤 게 있는지는 알기가 어렵다. 전통주를 제대로 알고 재미있게 즐기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까.

문경주조에서 열린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누룩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문경주조에서 열린 찾아가는 양조장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누룩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 더술닷컴에서 내게 맞는 전통주 찾기

먼저 전통주와 관련된 정보는 더술닷컴(https://thesool.com)에서 확인하면 좋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7년 개설한 더술닷컴은 전통주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운영하는 우리술 종합 정보 사이트이다. 각종 전통주를 종류와 지역에 따라 잘 정리해 놓았다. 전통주의 정의, 우리술 구매처와 온라인 판매처, 전통주 전문주점 등을 알려주는 우리술 소개 코너가 눈에 띈다. 우리술 소식 코너에선 우리술 카드뉴스와 인포그래픽, 우리술 이야기 외에 정책지원사업도 소개해준다.

우리술 찾기 코너에선 인공지능 소믈리에가 나에게 잘 맞는 우리술도 소개해준다. 원하는 단맛과 신맛, 청량감, 바디감, 향의 정도를 선택하고 원하는 알콜도수를 선택하면 내 입맛에 딱 맞는 탁주와 과실주, 살균탁주를 골라 준다. 이외에도 전통주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최근 동향, 행사 까지도 상세하게 소개해준다.

더술닷컴에서 눈여겨 볼만한 건 전통주갤러리와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은자골 막걸리 체험
은자골 막걸리 체험

◆ 전통주 갤러리에서 무료 시음

서울에 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한국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5년 개관한 전통주 관련 소통 공간이다. 이곳에선 다양한 전통주를 무료로 시음할 수 있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전통주갤러리는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를 나와 곧바로 직진해서 2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의 전시관 제일 안쪽에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진열해놓은 각종 전통술들을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입상한 우승 작품들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의 전통주와 찾아가는 양조장 제품, 술 품질인증 제품도 진열해두고 있다.

전통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료 시음회'에 꼭 참석해봐야 한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이달의 시음주'를 선정해서 시음을 진행하며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더술닷컴(https://thesool.com)에서 네이버예약시스템을 통해서만 예약을 받고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매달 27일에 그 다음달 시음회 신청하기가 열리는데 무료인데다 워낙 인기가 많아 빨리 예약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를 잡기 어렵다. 요즘은 한 달에 1천 800명 정도가 참여하는데 대부분 20·30대이다.

시음회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시, 4시, 5시마다 전통주 소믈리에가 5가지 술의 맛과 향, 사용된 재료, 제조 방법 외에 술에 얽힌 스토리, 어떤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지 까지도 설명을 해준다. 전통주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고 시음을 하다보면 30분의 시간은 후딱 지나간다. 시음 후엔 마음에 드는 술을 사올 수도 있다. 시음했던 술 뿐 아니라 다른 전통주까지도 구매할 수 있다.

어떤 술을 사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이달의 추천 전통주'를 참고하면 된다.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매달 추천 전통주를 선정한다. 1월의 추천 전통주는 ▷배혜정도가의 부자(살균탁주) ▷백운주가의 대나무술(약주) ▷율와이너리의 율레드스위트13(과실주) ▷미음넷증류소의 소주다움27(증류식소주) ▷부즈앤버즈미더리의 시작(벌꿀술 미드)이다.

고도리와이너리
고도리와이너리

◆ '찾아가는 양조장' 이용하기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전통주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조장 체험관광으로 안성맞춤인 '찾아가는 양조장'이다. 양조장이 단순히 전통주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문화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술빚기 체험과 시음 등을 하는 양조장 투어 상품이다. 운 좋으면 양조장 발효실 등과 작업공간도 돌아볼 수 있다. 사전에 반드시 문의해봐야 한다.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지역의 우수한 양조장을 선정해 전통주 생산과 체험, 관광을 연계한 관광명소로 키우기 위한 사업으로 양조장 환경개선,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사업비를 지원한다. 2013년 2곳을 선정한 이후 매년 5곳 정도를 선정하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경상도 14개, 경기 13개, 강원 3개 등 전국에 총 55곳의 찾아가는 양조장이 선정되어 있다.

경북에는 9개 양조장이 포함되어 있다. 명인 안동소주(안동), 문경주조(문경), 한국애플리즈(의성), 오미나라(문경), 은척양조장(상주), 울진술도가(울진), 한국와인(영천), 고도리와이너리(영천), 수도산 와이너리(김천) 등이다. 경북 외 경상도지역 나머지 5곳은 하미앙(함양), 솔송주(함양), 맑은내일(창원), 복순도가(울산), 금정산성토산주(부산)이다.

찾아가는 양조장을 이용할 땐 방문 전에 예약이 필수이다. 더술닷컴 사이트에서 양조장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고 예약도 가능하다. 하지만 양조장마다 사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술빚기 체험과 시음이 가능한지, 가능한 날짜는 언제인지, 최소인원은 몇 명인지 전화로 꼭 체크해야 한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원데이클래스로 배울 수 있는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체헌자들이 누룩만들기를 하고 있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원데이클래스로 배울 수 있는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체헌자들이 누룩만들기를 하고 있다.

◆ 내손으로 만든다, 원데이클래스

아무래도 사마시는 술보다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서 마시는 술이 더 맛있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맛있는 술을 담을 수 있는지, 내가 빚은 술이 맛있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술빚기가 익숙하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 어머니가 술 빚는 것을 봐와서다. 다만,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것과 맛있는 술을 빚을 수 있다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이 문제도 걱정할 필요 없다. 대구에도 전통주교육기관이 있으니 이곳에서 2개월 정규반 과정을 거쳐도 좋고 시간이 없다면 전통주 빚기 원데이클래스를 활용해도 된다.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에서 원데이클래스로 배울 수 있는 술의 종류는 다양하다. 부의주, 찹쌀막걸리, 탄산막걸리 외에 삼키기 애석할 정도로 맛있다는 석탄주, 세 번 담금을 거치는 삼양주, 쑥을 부재료로 사용하는 애주(艾酒), 약재인 당귀를 넣은 당귀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계절 혹은 절기에 맞춰 빚는 술도 원데이클래스로 가능하다. 설날 2개월 전부터 하는 명절 차례주 빚기 외에 청명주, 송순주, 국화주, 신도주 빚기도 절기에 맞춰 하고 있다.

박운석
박운석

박운석 한국발효술교육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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