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출생 문제, 근본적인 해법은 "소득원·의료 등 패키지형 정책" 필수

경북 '이웃사촌 마을' 사업처럼 저출생 해결 위한 장기 대책 고민을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 씨가 부인 이문영(32) 씨와 자녀 오도경(5) 군, 오연재(2) 양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 씨가 부인 이문영(32) 씨와 자녀 오도경(5) 군, 오연재(2) 양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저출생'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수도권 집중 가속화로 인구소멸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경북 지자체들은 천편일률적인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저출생 문제를 근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기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안정적 소득원에서부터 주거, 의료(산부인과·소아과), 보육, 교육까지 두루 돌보는 '패키지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부모 스스로의 경제적 부담을 덜면서 자녀의 성장부터 독립까지 보장할 '안정적 삶'이 보장되면 자녀와의 삶도 자연스럽게 그린다는 것이다.

◆저출생 해법의 출발은 "안정적 소득원"

지난 6일 의성군 점곡면 딸기 스마트팜에서 만난 오동혁(35) 씨는 아내 이문영(32) 씨와 함께 살며 자녀 오도경(5) 군, 오연재(2) 양을 키우기에 의성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과거 대구에서 대형 운수업체 사무직과 대기업 사내강사로 일했던 오 씨는 첫째 아이 도경 군이 돌을 갓 넘겼던 2019년 경상북도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스마트팜 청년농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금융권 직원이던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이주했다.

정착은 어렵지 않았다. 경북도·의성군이 초기 투자 보조금 1억5천만원과 창농자금 2억원을 저리로 융자해준 데다, 의성군과 농협이 이주 청년농을 위해 농산물 판로를 확보해줬다. 이에 스마트팜도, 30평대 신축 농가주택도 어렵지 않게 가꿀 수 있었다. 삶에 만족했던 부부는 이내 둘째 아이를 갖기로 하고 연재 양을 낳았다.

오 씨는 "지난해 연매출 8천만원을 올렸다. 다음 농사 재투자 비용과 대출금 상환 등을 고려하면 매출과 순수익 모두 부부의 직장인 시절 합산 소득보다 많이 적다"면서도 "전폭적 지원 덕에 자본금 지출은 5천만원 뿐이었다. 안정적 소득과 따뜻한 집, 사랑하는 가족 덕에 삶이 여유롭고 윤택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의성에서의 삶과 양육 여건이 대구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의외였다"고 했다.

오후 4시까지는 집 근처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부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낸다. 하원 시간이면 농사를 마친 뒤 의성 동부권역 아이들행복꿈터에 들러 실내 놀이방과 장난감 대여소를 이용한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모두 이곳에 모여 함께 논다.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 씨가 부인 이문영(32) 씨와 자녀 오도경(5) 군, 오연재(2) 양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 씨가 부인 이문영(32) 씨와 자녀 오도경(5) 군, 오연재(2) 양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주거·출산 '패키지형 정책' 필수

인구 5만명이 조금 넘는 의성에는 이렇다 할 제조업 기반이 없어 저출생 고령화가 유독 심각했다. 초·중·고교 폐교가 줄을 이었고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절반에 이른다. 그나마 있던 청년들도 재빠르게 유출되면서 '지방소멸 위험지수 1위' 오명까지 썼다.

그런 의성에서 최근 수년 새 아이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2014년 419명이던 귀농귀촌 인구가 최근 2030세대 유입 영향에 1천여 명으로 급증한 결과다.

경북도와 의성군이 함께 도입한 일자리·주거·복지 복합 '이웃사촌 시범마을' 사업 덕분이다. 신혼부부 주거비 지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저비용 주거단지 조성, 출산장려금 확대, 스마트팜 창농 지원, 3대 필수 의료체계(외래 산부인과, 응급의료기관, 소아청소년과) 구축, 아동온종일돌봄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 4년 간 합계출산율(15~49세 가임기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전국 지자체 중 상위, 경북도내 1, 2위를 유지했다. 2022년 의성군의 합계출산율은 1.457명으로 전국 평균 0.7명의 2배다. 연간 출생아 수도 100~200명이다.

의성군은 이런 공로로 지난해 7월 '제12회 인구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의성군 관계자는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의료·교육 여건만 개선하면 지금보다 인구 유입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다.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세) 씨가 아들 오도경(5세) 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경북 의성의 한 딸기 농장에서 대표 오동혁(35세) 씨가 아들 오도경(5세) 군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경북 타 시군들도 그간의 일회성 결혼·출산 격려금을 넘어 이 같은 '패키지형 정책'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영천시는 ▷1천원 임산부 아기사랑 택시 ▷신혼부부 가임력 검진비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과 출산 축하용품 제공 및 무료 대여 ▷5천만원 이하 전세대출 이자 일부 3년 보전 ▷공공산후조리원 건립 등 다각도 정책으로 최근 3년 평균 출생아 540여 명을 유지했다.

경주시는 ▷시내권 건물을 경주시가 임차·매입해 공급하는 청년 재임대주택 ▷영유아 ADHD 진단비 ▷24시간 영유아 전문의 응급진료센터 ▷난임·임산부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공한다.

칠곡군도 ▷신혼부부 주택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출산 축하금 ▷영유아 양육비 및 기저귀·분유값 ▷셋째 아이 이상 가족진료비를 제공한다.

올 초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 역시 지난달 26일 저출생극복TF를 출범, 다방면의 출생 유도 지원책을 구상하고 있다. 결혼·출산 포기 주범으로 지목되는 주거비를 덜고자 경북개발공사와 손잡고 자녀 출산 때마다 주택 월 임차료를 인하 및 감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근태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사회정책연구센터장은 "부모는 자신과 자녀의 20여 년 뒤 행복과 혹시 모를 위험부담을 모두 고려해 출산을 결심한다"며 "대도시에선 높은 주거비용, 중소도시에선 부족한 소득원과 의료·교육이 출산 걸림돌이 된다. 이런 삶의 부담을 덜고 다각도에서 행복한 삶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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