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텍 의대+바이오특화단지'로 의료 불균형·의사과학자 양성 해결

포항시 '글로벌 바이오 혁신도시' 도전장…R&D 인프라 활용한 미래 먹거리 육성
포스텍 의대·스마트병원 동시 추진…지방의료 붕괴 막을 골든타임

지난 7일 포항시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등 참석자들이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을 기원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지난 7일 포항시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등 참석자들이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을 기원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포항시 제공

철강으로 대한민국을 일으킨 경북 포항이 이번에는 '글로벌 바이오 혁신도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와 더불어 포스텍 의과대학 신설에 사활을 걸면서 이른바 '바이오보국'을 실현한다는 목표다.

과거 '철강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철강보국' 정신에 빗대 대한민국이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헬스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당찬 포부이기도 하다.

포항이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R&D 기관인 방사광가속기. 포스텍에서 운영을 맡으며 지난 2016년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세계 3번째로 설치해 가동 중이다. 포항시 제공
포항이 자랑하는 세계적 수준의 R&D 기관인 방사광가속기. 포스텍에서 운영을 맡으며 지난 2016년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세계 3번째로 설치해 가동 중이다. 포항시 제공

◆'바이오 특화단지' 최적지

바이오헬스·제약산업은 현재 필수불가결한 미래 신산업으로 불린다. 전 세계적 고령화 문제와 팬데믹 장기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 간 눈치싸움이 적지 않다.

한국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백신 대란 등을 경험하며 뒤늦게나마 바이오산업 육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경제 전망치를 보면 바이오산업은 오는 2026년쯤 그 규모가 16조1천919억달러(약 2경1천98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포항시는 이러한 바이오산업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려고 그동안 우수한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과 기업 유치 등 차별화된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지금껏 축적된 기반을 바탕으로 시는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와 함께 세계적 연구 역량을 가진 포스텍에 의과대학을 설립해 지역 의료 혁신과 의사과학자 양성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꾀하는 중이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정부가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초격차 경쟁력 확보와 지속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 사업이다.

이미 시는 도시 차원의 성장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시장을 선점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자신한다.

오랜 철강산업과 최근 부각된 2차전지 산업을 기반으로 탄탄히 쌓아올린 연구 인프라 덕분이다.

바이오 특화단지는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에 따라 올 상반기 지정 예정이다. 여기에 지정되면 인·허가 신속처리 등 규제 특례와 특화단지 입주 기업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 설치, 기술개발·수출 촉진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한 층 활성화되면서 경쟁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기업의 포항 투자가 혁신적으로 촉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는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융합산업기술지구와 지곡R&D밸리 일원을 특화단지로 공모 신청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포항시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조감도. 2029년까지 총 350억원을 투입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조성될 계획이다. 포항시 제공
농식품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포항시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조감도. 2029년까지 총 350억원을 투입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조성될 계획이다. 포항시 제공

◆철강→2차전지→바이오로 이어지는 포항의 미래

포항이 바이오 특화단지 최적지로 평가받는 가장 큰 강점은 R&D 인프라와 융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의 시작은 철강이었다. 그러나 철강이 끝이 아니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를 건립한 직후 곧바로 국내 최고 이공계 전문화 대학인 포항공과대학교(지금의 포스텍)를 설립했다. 1973년 7월 3일 포항제철소가 준공한 지 13년 후인 1986년 12월 3일이 포스텍 설립일이다.

당시 '괴물 대학'이라 불릴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한국 최고의 교수진과 연구설비를 갖추고 인재를 영입했다. 설립 초창기에는 포항공대 입학 점수가 서울대학교보다 10점가량 더 높았을 정도다.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풍부한 인재와 R&D가 필수라는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정신은 현재에 와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지원 아래 포항에는 세계적 연구중심 대학으로 우뚝 선 포스텍과 함께 3·4세대 방사광 가속기,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 등 굴지의 연구시설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더해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지식산업센터,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 등 혁신적인 산업 성장 기반과 벤처·스타트업 지원 공간도 글로벌 시장에서 포항이 가진 무기이다.

최근에는 2차전지 산업이 포항에서 자리 잡으며 관련 대학 전문과정이 신설되는 등 우수 인재가 더욱 육성되고 있다.

한동대학교와 포스텍에서 배출되는 인재를 중심으로 나노, 신소재, 인공지능(AI), 로봇 등 다양한 첨단 산업의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도 기대된다.

철강으로 뿌리내린 지역 R&D 인프라에 2차전지 산업이 물을 주고 가꾸는 모양새이다. 여기에 열매를 맺는 것이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이를 방증하듯 ▷바이오미래기술 혁신연구센터 지원(총사업비 578억원) ▷그린바이오벤처캠퍼스 조성(350억원)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 건립(300억원) 등 'K-바이오'를 선도할 핵심 국비 공모 사업에 연이어 선정된 성과 또한 포항이 바이오 특화단지 최적지임을 입증하고 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위치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전경. 약물이 작용하는 세포 현상 등을 분석해 신약개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포항시 제공
포항시 북구 흥해읍 이인리 융합기술산업지구 내 위치한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전경. 약물이 작용하는 세포 현상 등을 분석해 신약개발을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포항시 제공

◆바이오산업 이끌 포스텍 의대·스마트병원 추진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포항시가 꿈꾸는 또 하나의 축은 바로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이다. 이공계 분야 최고 수준을 갖춘 포스텍에서 의료와 과학을 결합한 새로운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바이오 프린팅을 활용한 유사장기(오가노이드) 제조, 백신 및 혁신 의료장비 개발 등이 모두 '의료+과학'의 융복합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포스텍 의대와 더불어 신기술을 도입하고 의료 현장에서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스마트병원(포스텍 의대 부속병원)도 추진된다.

스마트병원 계획에는 바이오 기술 개발은 물론 심각한 지역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려는 절실함도 크다.

경북 동해안은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도 의료 취약지로 꼽힌다.

상급 종합병원이 전무한 탓에 중증질환·입원환자사망률, 치료가능사망률 등 지역·필수의료 공백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에서 전국 최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당연히 지역민의 의료 여건은 타 도시와 비교해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인구 1천명당 의사 수에서 경북은 전국 평균인 2.23명보다 훨씬 낮은 1.41명으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포스텍 의대와 연계해 추진하는 500병상 규모 스마트병원은 영덕·울릉·울진 등 경북 동해안을 아우르는 초광역권 '의료 혁신 거점'을 수행할 수 있다.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의료 소외 지역인 경북권에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수도권에 집중되는 환자 쏠림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및 첨단의료 혁신을 주도할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을 통해 경북권 필수의료 전달체계를 완성하고 높은 수준의 의료환경을 기반으로 시민이 살기 좋은 건강한 도시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안동 '바이오 특화단지' 의기투합

최근 포항시는 백신 생산 기반을 보유한 안동시와 힘을 합쳐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지역의 혁신 역량을 결집 중이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을 주 무기로 연구 개발부터 생산 및 품질 고도화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주기에 걸쳐 바이오 분야를 선도하고 글로벌 보건안보를 위한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와 포항·안동 등 자치단체가 의기투합한 이유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과 안동은 AI 기술을 활용한 백신 후보 물질 개발을 통한 차세대 백신 개발 등 서로 강점을 극대화하고 상호 보완하는 등 바이오산업 역량을 함께 키워가고 있다"면서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의 모범도시이자 바이오산업 일류도시로 동반 성장하도록 더욱 힘을 모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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