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대 양당 입맛대로 된 선거구…지역 소멸·과밀화 대안 담겨야

비례대표 1석 줄여 꼼수 획정…특례지역 5곳 설치 땜질 처방
인구 비례·지역 대표성 충돌…선관위, 양원제 도입 등 거론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투표일을 불과 41일 앞두고 국회에서 지각 처리된 가운데 선거구 획정 방식이 거대 양당에 유리하게 땜질 처방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선거구 획정 시 지역소멸, 수도권 과밀화 우려를 줄이고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그대로 둔 채, 여야가 텃밭인 영·호남 지역구 의석수를 지키고자 비례대표를 1석 줄이는 꼼수를 썼다.

아울러 서울·경기·강원·전남·전북에 '특례지역' 5곳을 설치해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권자가 줄어드는 자치구와 시·군에서 인구수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이른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소수 정당에선 "거대 양당에게 유리한 결과로 조율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현행 제도하에서 선거구 획정 문제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때문에 선거구의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라는 2가지 원칙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선거구 획정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는 평등선거로,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만들려면 선거구당 유권자 수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유권자가 줄어드는 선거구에서는 유권자 한 명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다른 선거구보다 커져 평등선거 원칙에 배치되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인구 비례성을 맞추려면 선거구를 넓히는 수밖에 없지만, 인구 감소 등으로 공룡 선거구 탄생의 가능성은 더 커지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권에선 인구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 충돌하는 선거구 획정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원 설치, 시도별 의석수 배분, 의원정수 확대 등이 거론된다.

선관위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양립시킬 대안으로 양원제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

대표적인 양원제 모델은 미국 의회다. 미 상원은 50개 주에서 동일하게 2명씩 총 100명을 선출하고, 하원은 인구 비례로 총 435명을 뽑는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올해 1월 기준 전국 인구(5천131만여명) 중 18%(938만여명)이 거주하는 서울에 총 의석 55개를 배정하고, 이를 지역구 의석 46개와 비례대표 의석 9개로 나누는 식이다.

지상현 경희대 교수는 "지속 가능한 선거구 획정을 위해선 인구 외에 행정구역, 지리적 요건, 생활권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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