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상대의 건축인문기행] 역사와 현대의 공존, 프랑스 파리 박물관들

전통과 현대 아우르는 걸작 '루브르궁전·피라미드'
젊음·반항·자유로움의 상징 '퐁피두센터'

루브르 피라미드
루브르 피라미드

오늘날의 파리 도시 구도는 나폴레옹 3세가 1853년부터 실행한 파리 개조사업에서 비롯되었다. 행정가 오스망에게 전권을 위임하며 19C 유럽의 가장 위대한 사업이라 일컫는 개선문 중심의 방사형 넓은 도로망 도시가 이때 건설되었다. 철도, 전신, 하수도, 가로등, 7층 높이 제한 등 현대적 도시의 기틀을 이루게 된다.

​미테랑 대통령은 파리의 공공문화 건축사업 '빅 프로젝트(Big projects)'를 1983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실행한다.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등의 건축과 도시계획을 통하여 미래의 문화도시 비전을 제시하여 프랑스 문화 르네상스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과 퐁피두센터를 파리 3대 예술박물관으로 또한, 루브르박물관은 런던 대영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는다. 역사적 궁전 마당에 유리 피라미드로 완성된 루브르박물관과 하이테크 건축의 출발이라는 퐁피두센터를 소개한다.

루브르 피라미드와 루브르 박물관.유서 깊은 루브르궁전과 피라미드의 첨단 유리구조는 건축 양식상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루브르 피라미드와 루브르 박물관.유서 깊은 루브르궁전과 피라미드의 첨단 유리구조는 건축 양식상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건축의 명장면, 루브르 피라미드

유서 깊은 루브르궁전과 피라미드의 첨단 유리구조는 건축 양식상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투명성과 가벼움의 유리 피라미드는 역사적 건축을 훼손시키지 않는 건축적 명답이었다. 나폴레옹 정원의 유리 피라미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건축의 명장면이 되었다.

프랑스인들에게 루브르는 단순히 미술품 소장의 박물관이 아니라 정신적 핵심이라 말하는, 왕조에서 시민혁명, 공화정,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영욕이 숨 쉬고 있는 건축이다.1204년 건설된 최초의 루브르는 지하 감옥이자 군사 요새였으나 14C부터 여러 번의 증축과 변경으로 완성된 궁전건축이다.

루브르 피라미드 스케치
루브르 피라미드 스케치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호화 궁전건설과 시민혁명을 거쳐 공화정 시대(1793년)에 박물관으로 개방되었다. 루브르궁의 미술품들과 나폴레옹시대 전쟁으로 모은 유럽의 예술품들로 지금의 대규모 박물관이 되었다. 궁전 박물관의 공간 부족과 동선 출입구 혼란을 해결하는 '그랑 루브르' 공사 후, 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해 1989년 현재의 박물관으로 완성되었다.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건축가 IM. Pei(이오 밍 페이)가 설계한 워싱턴 국립미술관(동관)에 매혹되어 설계자를 낙점한다. '그랑 루브르'의 처음 제안 때부터 정치적 논쟁적으로 이어졌다. 중국인 2세 건축가 선정부터 프랑스 궁전 안마당에 이집트 파라오 무덤인 피라미드 설치는 국민 분노의 쟁점이 되었고 당시 박물관 관장은 사임에 이른다.

루브르 피라미드와 루브르 박물관 야경
루브르 피라미드와 루브르 박물관 야경

건축가의 제안으로 유리 피라미드의 실물 크기 모형이 현장에 설치하여 여론을 조사했다. 평가 결과 시민들과 언론들은 감탄의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현대 디자인 미학의 이질적 형태가 루브르의 고전 건축과 상충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높이 21m, 폭 34m, 793개 유리구조는 당시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도였다. 이집트 기자 피라미드의 형태는 나폴레옹 정원 동선을 집중시키는 출입구이자 빛의 공간은 지하로 연결된다. 지하 나선계단은 공중에 떠 있는 조형적 첨단건축이다. 3개의 작은 피라미드는 하늘과 땅, 시간 공간, 지상과 지하의 만남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유리 피라미드 아래 지하공간에는 로비 강당 카페 레스토랑 서점과 기존박물관의 동선으로 분산 연결하고 있다.

주 출입 기능의 유리 피라미드와 주변 3개의 작은 피라미드는 지하공간을 확장하는 빛의 우물이다.
주 출입 기능의 유리 피라미드와 주변 3개의 작은 피라미드는 지하공간을 확장하는 빛의 우물이다.

주 출입 기능의 유리 피라미드와 주변 3개의 작은 피라미드는 지하공간을 확장하는 빛의 우물이다. 물의 공간은 기하 구성이 조화로운 조경 적 휴식 공간이다. 파란 하늘과 피라미드 기하 형태가 물결 위에 반영되는 드라마틱한 촬영장소이다. 물가에 앉아 보면 무거워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첨단유리구조 꼭대기 로프에 매달려 유리 닦는 모습이 친근하다. 기계장비 설치로 기하형태 미학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배려이다. 지금쯤 청소 로봇으로 대체했는지 궁금하다.

제5회(1983년) 프리츠커상을 일찍이 수상한 설계자 IM. Pei는 103세 일기로 2019년 5월 작고했다. 중국 출신으로 동서양 문화적 융합의 역사적 현대적 감각이 깃든 많은 작품을 남긴 모더니즘의 마지막 건축가였다.

퐁피두센터.고전적 루브르박물관이 명품문화 백화점이라면 퐁피두센터는 청바지 문화 슈퍼마켓으로 비유한다.
퐁피두센터.고전적 루브르박물관이 명품문화 백화점이라면 퐁피두센터는 청바지 문화 슈퍼마켓으로 비유한다.

◆문화 슈퍼마켓 퐁피두센터

에펠탑이 탄생할 때도 그랬듯이 1977년, 퐁피두센터가 개관할 때 언론에서는 또 하나의 괴물이 파리 보부르에 탄생했다고 말했다. 고전적 루브르박물관이 명품문화 백화점이라면 퐁피두센터는 청바지 문화 슈퍼마켓으로 비유한다. 하이테크(High-Tech) 건축이라는 신조어가 처음으로 붙여진 이 건물의 나이가 어언 50여 년이 되어간다.

퐁피두 대통령이 '드골기념관' 건립으로 출발했으나 대통령이 사망하게 되면서 퐁피두를 현창하는 '퐁피두센터'로 명칭이 반전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파리에서도 오래된 골목 깊은 보부르 지역의 재개발프로젝트였다.

퐁피두센터
퐁피두센터

지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길이166m 폭60m 6층의 파격적인 건물을 주민들은 '화학공장' '정유공장'이라 불렀고 건립취소 공사중지 소송으로 6년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개관 후, 루브르와 에펠탑을 능가하는 관람객을 기록하며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젊은 에너지가 모이는 전위적 예술문화 중심이 되었다.

완성된 건물인데도 마치 짓고 있는 공사장이나 가설공사장을 연상시킨다. 설비 전기 덕트, 철 구조물들은 각각 다른 색상으로 건물 밖 노출을 강조하고 있다. 전면에는 노출된 에스컬레이터가 비스듬히 차지하고, 전후좌우 입면에는 감추고 보호해야 할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옷을 벗고 반항하는 독불 불량건축으로 보인다. 내부 천정에도 모두 드러나며 전시 용도에 따라서 공간을 이동하고 예술을 다양하게 받아들이고 자유롭게 수용할 자세이다.

퐁피두 센터 스케치
퐁피두 센터 스케치

680건의 국제 현상공모 작품에서 30대 건축가 렌쪼 피아노(이태리)와 리처드 로저스(영국)의 전무후무한 실험적 건축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심사위원들의 결정이 대단한 것이다. 두 건축가는 공학적 조립기술을 바탕으로 한 구조미학 기계미학을 추구하는 하이테크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안과 밖을 숨기지 않는 정직한 생각을 이념으로 내세우는 건축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라고 불리기도 한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곳에 있으며 정보도서실, 디자인 자료센터, 음향연구소, 퐁피듀센터(4, 5층) 등 다양한 공간들이 어우러져 있다. 도시 전경을 바라보는 도서관은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전면 광장은 여비를 마련하는 무전 여행자들의 거리공연장이다. 2025' 파리 하계올림픽이 끝나면 퐁피두센터는 문을 닫고 5년간 리노베이션을 거쳐서 2030년 재개장할 것이라 한다.

퐁피두 센터 스케치
퐁피두 센터 스케치

퐁피두센터.고전적 루브르박물관이 명품문화 백화점이라면 퐁피두센터는 청바지 문화 슈퍼마켓으로 비유한다.
퐁피두센터.고전적 루브르박물관이 명품문화 백화점이라면 퐁피두센터는 청바지 문화 슈퍼마켓으로 비유한다.

퐁피두센터 서울 분관이 63빌딩 내에서 내년 개관 예정이라 한다. 이왕이면 세계적인 건축 명작이 함께 탄생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루브르 최초의 해외 분관인 장누벨 설계의 아부다비 루브르박물관은 세계적 문화관광의 명소가 되었다. 현대 박물관 미술관은 전시작품과 함께 명작건축을 감상하는 문화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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