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임터뷰] 구미 라면 축제 탄생 비화? “갓 튀긴 신라면에서 아이디어 시작"

10만 라면 축제 주역 '구미시 낭만축제과 공무원들'

지난해 11월 구미시 역전로 일원에서 열린
"농심 라면만 골라 왔어요" 구미시 낭만축제과 직원들이 라면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구미 라면 축제가 명실상부 지역 대표 축제로 떠오른 데에는 지역 기업을 적극 활용. 축제로 탄생시킨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 뭐게요?" 구미시 낭만축제과 신미정 과장의 질문에 기자는 당황했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만들어낸 답변. "구미 라면축제에서 먹는 라면이겠죠?" 기자의 너스레에 신 과장은 웃는다. "정답은 '갓 튀긴 라면'입니다. 시중에 팔리는 라면 대부분은 유탕처리를 하게 되는 데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의 산폐가 진행돼요. 그래서 '갓 튀긴 라면'이 가장 맛있을 수밖에 없는거죠. 구미 라면축제에서 이 '갓 튀긴 라면'을 먹을 수 있으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이네요"

구미시는 3년 전부터 '라면축제'를 열고 있다. 그리고 이 축제는 지난해에만 10만명이 다녀갔다. 산업 도시 구미에 라면축제가 웬말이냐는 말도 많았다. 하지만 구미에는 지역 향토기업이라 불리는 농심이 있다. 농심에서 만들어 낸 '갓 튀긴 라면'이 축제의 히든 카드로 떠올랐고 구미 라면 축제는 명실상부 지역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 하게 됐다. 그리고 축제 성공에는 아이디어를 내고 축제 개최로 끌어내는 데 앞장 선 구미시 낭만축제과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공단 이미지가 강한 구미에 라면 축제라니, 어떻게 탄생하게 된건가.

▶당시 구미에는 내놓을 만한 대표 축제가 없었다. 그래서 산업도시 부서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찾아봤다. 안동이나 영주, 경주등의 문화유산은 우리가 따라갈 수 없겠더라. 그래서 쉽게 한번 생각해봤다. 바닷가 근처에 가면 회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지 않는가. 우리 구미는 라면 생산 공장 농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신선한 라면을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활용해 보자는 거였다.

-농심 생산 공장이 구미에 있다는 것을 활용한건가.

▶전국에 농심 공장이 6곳 있다. 그 중 구미 공장이 32%(라면+스낵 합산)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매우 큰 수치다. 더욱이 농심의 역작 신라면은 구미 공장에서 무려 80%가 생산된다. 그래서 라면 축제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곧장 농심 구미 공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공장은 생산이 주 역할인 만큼 "라면 축제가 우리 생산과 무슨 관계가 있나" 라는 입장이더라. 그러나 거기에 한마디 덧붙이시더라. "문체부에 신청했다는 공모, 그거 뽑히고 나서 봅시다" 본사도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라면 축제를 문체부 공모에 냈던건가.

▶그렇다. 축제 개발을 고민하던 당시 문체부 산업관광육성사업 공모가 떴었고 거기에 라면 축제 사업계획서를 냈었다. 세종까지 가서 문체부 사무관에게 자문도 구했었다. 다행히 라면 축제 컨셉이 괜찮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힘이 나더라. 구미가 산업도시이기도 하니 우리 도시의 특성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축제라는 평도 많았다.

-결국 공모가 됐고, 국비를 확보했다. 그 덕분에 우리 시민들은 라면축제를 즐길 수 있어 기쁘다. 혹시 사업계획서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었나.

▶처음에 기자님께 질문드린 '갓 튀긴 라면'. 그게 핵심이었다. 구미 농심 공장에서 생산한지 2~3일이 채 안 된 '갓 튀긴 라면'을 맛 볼 수 있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라면 마니아층에서는 생산한지 얼마 안 된 라면을 일부러 찾아 먹기도 한다. 그리고 그걸 제공하는 게 바로 지역 향토 기업 '농심'. 산업도시 구미를 굴러가게 하는 원동력은 지역 기업이다. 지역 기업을 활용한 축제라는 점도 강조 됐다.

지난해
"농심 라면만 골라 왔어요" 구미시 낭만축제과 직원들이 라면 봉지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구미 라면 축제가 명실상부 지역 대표 축제로 떠오른 데에는 지역 기업을 적극 활용. 축제로 탄생시킨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구미 라면축제에는 '농심' 제품 밖에 없는가?

▶물론이다. 사실 이 부분이 딜레마이긴 하다. 라면 축제인데 왜 다양한 라면이 없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지역 기업과 연계했고, 그 지역 생산 공장의 갓 튀긴 라면을 활용했다는 본질이 흐려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해외 인스턴트 라면은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안그래도 라면축제의 행사가 꽤나 풍성하더라

▶구미시와 자매도시를 맺은 베트남, 대만, 일본에서 생산되는 라면들을 맛보는 부스가 있었다. 또한 한 명은 눈을 가리고 한명이 라면을 먹여주는 게임이나, 라면 많이 먹기와 빨리 먹기대회, 라면 상식 퀴즈대회 등 방문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지난해 2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라면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과 행사가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구미시 역전로 일원에서 열린 '2023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추위도 잊은 채 라면을 먹고 있다. 2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라면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과 행사가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런 아이디어들을 시민과 함께 의논하고 꾸렸더라.

▶구미라면 축제 기획 위원회에 세대별 시민 대표들을 모집했었다. 아무리 유명한 축제라도 발전이 없으면 망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위원이 돼 축제 아이디어를 같이 내고, 일정이나 다양한 컨셉을 함께 운영하는 게 목표였다. 실제로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내 주셨고, 또 많이 반영됐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 축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풍성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2022년도 첫 축제와, 2023년도 축제의 달라진 점도 많았겠다.

▶우선 방문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장소를 변경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것은 지역 식당의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이다. 지역 업주를 대상으로 갓 튀긴 라면을 가지고 할 수 있는 레시피 개발을 요청했다. 15개 식당이 참여했고, 자신만의 라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다양한 메뉴를 개발했다. 소불고기 짜장라면이라든지, 건강식 라면이라든지. 이를 시민들이 맛볼 수 있게 하면서 더 풍성한 축제가 된 것 같다.

지역 기업을 활용했고, 시민과 함께 아이디어 냈으며, 지역 식당들이 너도나도 참여했다. 그야말로 지역이 합심해 만들어낸 지역 축제다.
지난해 '제2회 구미라면축제'가 열린 구미시 역전로 일대가 축제 참가자들로 가득하다.
지난해 2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는 라면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과 행사가 펼쳐져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역 기업에 이어 지역 업체까지 함께하는 축제. 참 보기 좋다. 이런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기에 방문객이 일년 만에 4배가 늘었던게 아닐까.

▶감사한 일이다. 작년 축제가 끝나고 통신사에 의뢰해 빅데이터를 분석했었는데 세대별 방문객 현황에서 특히 20대 방문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지역 축제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보통 지역축제라고 하면 연령대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면 축제는 달랐다. MZ세대에게도 호응을 불러 일으켰단 것이다. 또한 외지인 비율도 35.9%로 높은 수준이었다. 노력한 것들이 데이터로 나오니 참 기쁘더라. 그리고 이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축제 또한 신선하게 꾸려나갈 것이다.

-앞으로 낭만축제과의 계획이 있나.

▶아이디어는 늘 있어왔다. 라면 생산공장이 구미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라면이라는 게 많이 언급되는 주제이기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느냐가 바로 행정의 골든타임 아닐까. 아이디어가 사업화 되기까지는 많은 과정과 노력들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들을 우리 낭만축제과는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다.

지역 기업을 활용했고, 시민과 함께 아이디어 냈으며, 지역 식당들이 너도나도 참여했다. 그야말로 지역이 합심해 만들어낸 지역 축제다.

면과 스프만 넣었더니 뭔가 아쉽다. 파도 송송 썰어서 넣고, 계란도 탁! 깨서 올린다. 그리고 라면이 보글보글 끓여진다. 모든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지니 라면의 맛이 한층 더 풍성해 졌다.

지역 기업을 활용했고, 시민과 함께 아이디어 냈으며, 지역 식당들이 너도나도 참여했다. 그야말로 지역이 합심해 만들어낸 지역 축제다. 모든 노력들이 어우러진 구미 라면 축제는 올해도 푸짐하게 끓여질 것이다. "우리 낭만축제과는 지역 축제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맛있게 끓여질 2024 구미 라면 축제도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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