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 경제 뿌리 흔든다

소매시장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헐값의 중국산 재고 상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초저가 소매품 판매 창구인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중국 저가 제품의 공습이 시작됐다. 내수 침체 탓에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중국 세관 당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1~2월 중국 수출액은 약 68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철강 수출은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선박, 기계·장비, 자동차부품뿐만 아니라 의류, 섬유, 가방, 장난감 등 기술력과 노동력이 들어간 거의 모든 제품의 수출이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 시간) 중국의 저가 공세가 세계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지적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등장한 '1차 차이나 쇼크' 때 세계 각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는데, 이번 '2차 차이나 쇼크' 피해는 훨씬 더 클 전망이다. 1990년대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조업의 점유율은 10% 미만, 수출도 5% 미만이었지만 2022년엔 각각 31%, 14%로 급증했다.

세계 각국은 산업 붕괴를 우려하며 규제 검토에 나섰다. 미국은 지난 1월부터 중국산 철강에 12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유럽은 환경보호 등을 내세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부담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친중국 행보를 보여 오던 브라질조차 중국산 철강·석유화학 제품 등에 대해 반(反)덤핑 조사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중국 이커머스 관련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저가만이 무기라면 기업과 정부의 대응이 쉽겠지만 기술력을 갖춘 중국 제품의 파괴력은 30년 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통 분야 규제 철폐도 시급하다. 국내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으로 새벽 배송 불가 등 족쇄에 묶여 있다. 중국 견제가 우리 경제를 망쳤다는 비난은 현 상황을 모르는 정치적 공략일 뿐이다. 한국 제품이 힘을 못 쓸 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올라왔다. 내수마저 무너진 대중국 수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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