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 '거부권 1호' 양곡법 통과시 '쌀 매입·보관비 3조'…수급관리 역행

이달 28일 본회의서 양곡법·농안법 개정안 처리
쌀 매입·보관비 3조원 이상…5대 채소 가격보장만 1조2천억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3일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농가 표심을 노린 더불어민주당의 양곡관리법(이하 양곡법) 개정안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지 관심이 쏠린다. 넘쳐나는 쌀 매입·보관에 수조원을 쏟아부으면 농업 선진화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는 만큼 양곡법의 국회 통과 시 정부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이하 농안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야당은 지난달에도 단독으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열고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두 법안은 '정부의 시장 개입'이 공통점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초과량을 의무적으로 사들이고,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 기준 가격을 정하고 이보다 내려가면 차액을 보전해 주는 것이 골자다. 농안법 개정안은 농산물가격안정심의위원회가 대상 품목을 선정하고 기준 가격을 정하게 돼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 비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쌀 보관비가 연간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매입비까지 합치면 그 비용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농안법 개정안 도입 시 '5대 채소'로만 추산해도 평년 기준으로 가격을 보장할 때 연간 1조2천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심지어 400개가 넘는 농산물 중 매년 심의위원회에서 대상 품목을 정해야 해 재정 추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해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1호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최종 폐기됐다. 야당은 정부 의무 매입 조항을 양곡수급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해 지난달 '제2 양곡법'을 본회의에 부치기로 했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 구조 심화와 재정부담 증가, 특정 품목 재배 쏠림 현상 등을 우려해 반대 입장을 거듭 밝힌다. 수정된 양곡법 개정안 또한 정부 의무 매입은 마찬가지인 데다 심의위원회에서 대상 품목과 가격 결정이 이뤄지므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정치권이 쌀 농가 보호를 명목으로 내세운 포퓰리즘 정책을 관행적으로 추진하면서 예산이 줄줄이 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5년 공공비축제 도입 이후 시장격리 조치가 이뤄지면서 쌀값이 떨어지면 정치권이 정부가 수매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하는데 이 결과 혈세만 낭비되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곡법·농안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 건의를 고려할 정도로 정부는 강경한 입장"이라며 "양곡법과 농안법 모두 정부가 사주고 가격을 보장해 주면 특정 품목에 쏠림현상이 불가피하다. 수입 농작물의 대체 생산을 위해 밀·콩 등의 재배를 장려하고 쌀 초과 생산 자체를 없애려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기존 정책도 역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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