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대 문화권 관광지] 자세히 보아야 관광지…방치된 길·주민 산책로로 전락

홀로 덩그러니, 인근 관광지와 연계 안돼, 관광지 매력도 떨어져
관광객 없는 관광지들 단순 환경개선에 그쳐

경북 상주 낙단보 인근에 자리한
경북 상주 낙단보 인근에 자리한 '낙동강역사이야기관' 전경.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없는 모습. 김우정 기자
낙동역사이야기관 내부. 낙동강 역사와 관련한 전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텅 빈 모습. 김우정 기자
낙동역사이야기관 내부. 낙동강 역사와 관련한 전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텅 빈 모습. 김우정 기자

3대 문화권 사업장 대구경북 전역에 분포돼 있다. 넓게 흩어진 탓에 외딴곳에 홀로 떨어져 있거나 관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 있다. 특히 계획 당시 둘레길 열풍에 맞춰 수변길과 공원이 조성됐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찾지 않거나 주민 산책로로 전락했다.

◆나 홀로 덩그러니, 저 건물은 뭘까?

벚꽃이 활짝 핀 지난 4월 5일. 상주 낙단보 자전거길에도 봄꽃을 즐기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낙단보를 지나는 국토 종주 자전거길을 이용하는 라이딩족이었다. 이들은 낙단보 인증센터에서 도장을 받고 다시 자전거길에 올랐다. 인증을 위해 멈춰 섰을 때 건너편 낙동강역사이야기관(이하 이야기관) 외관만 잠깐 스치듯 바라볼 뿐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이야기관 주차장 입구에서 30분간 오가는 20여 명을 지켜봤다. 외부의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잠시 들른 2명을 제외하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없었다.

대구에서 온 김윤한(38) 씨는 "자전거를 타고 낙단보 옆을 지날 때 처음엔 큰 건물(이야기관)이 있어 궁금하긴 했지만 지나는 길목이어서 막상 들어가지는 않았다"며 "인근에 편의점도 없고 전시물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업비 526억원을 들여 3층 규모로 지어진 이야기관은 '나 홀로 위용'을 뽐내고 있을 뿐 사람들의 발길은 뜸했다. 1, 2층에 마련된 전시관에 뱃나루, 어린이도서관과 쉼터, 낙동강과 상주의 역사, 과거 낙동강 모습 등을 전시 중이다. 대부분 글과 사진으로 채워졌다.

무료인 이곳을 찾은 사람은 줄어드는 추세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야기관은 지난 2019년 4만7천명이 다녀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만1천명까지 방문객이 줄었다. 이후 2022년 2만4천명까지 회복했지만 지난해는 2만명에 그쳤다.

속리산 자락 상주 화북면 일대에 조성된
속리산 자락 상주 화북면 일대에 조성된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의 어린이체험전시관인 이야기공작소 모습. 김우정 기자
속리산 자락의 상주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의 산책로. 외진 곳이어서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모습. 김우정 기자
속리산 자락의 상주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의 산책로. 외진 곳이어서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모습. 김우정 기자

같은 상주 내 외진 곳에 조성된 또 다른 3대 문화권 사업장이 있다. 바로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이다. 이곳은 속리산 자락 화북면 일대 14만㎡ 부지에 어린이체험전시관인 이야기공작소와 명상숲길, 우복학당 등이 조성됐다. 사업비가 252억원에 달한다.

이곳은 화서나들목에서 북쪽으로 21㎞를 이동해야 한다. 북대구나들목을 기준으로는 약 1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다. 고속도로를 내려선 굴곡이 심한 산길을 지나야 한다. 피서지로 유명한 쌍룡계곡 인근으로, 여름철 한때 사람들이 주로 몰리는 편이다.

상주시 관계자는 "거꾸로 옛이야기나라 숲은 오는 7월부터 민간에 운영을 맡겨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채워 넣을 계획"이라며 "낙동강역사 이야기관은 2016년에 지어졌기 때문에 시설을 개선하는 한편 위탁을 통해 전시 내용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북 영덕군 덕곡천 친수공간. 3대문화권
경북 영덕군 덕곡천 친수공간. 3대문화권 '동해안 연안 녹색길' 사업으로 조성된 곳이지만 실상은 환경개선에 그치지않고 있었다. 김우정 기자
경북 영덕군 덕곡천 친수공간. 3대문화권
경북 영덕군 덕곡천 친수공간. 3대문화권 '동해안 연안 녹색길' 사업으로 조성된 곳이지만 실상은 환경개선에 그치지않고 있었다. 김우정 기자

◆이곳이 관광지?…주민 산책로로 전락

주민들이 풀숲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강아지를 앞세워 도심 하천을 따라 산책을 즐겼다. 초등학생 2명은 하천 징검다리 사이에서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갔다. 지난 4월 16일 오후 1시쯤 찾은 영덕군 영덕읍 중심을 흐르는 덕곡천 풍경이다. 덕곡교를 시작으로 영덕시장 입구로 이어지는 900m 구간을 친수공간으로 정비됐다.

이곳은 3대 문화권 사업 중 '동해안 연안 녹색길'로 조성된 곳이다. 관광지보다는 주민 산책로로 이용된다. 사업 추진 때부터 관광사업이 아닌 도시재생사업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랐지만 크게 개선된 내용은 없다. 산책로와 데크, 쉼터가 있는 하천 공원 수준이다.

영덕군 관계자는 "덕곡천을 단순히 산책로만 두기보다 지난해부터 환경예술제 같은 축제를 여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관광지 취지에 맞춰 축제와 공연 규모를 더 키워 관광객을 유입하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칠곡
경북 칠곡 '낙동강 역사 너울길' 안내판이 낡아있어 길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려웠다. 윤정훈 기자

수변 공간을 관광지로 조성했지만, 방치된 곳들도 있다. 칠곡의 '낙동강 역사 너울길'은 어디서부터 사업 구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부실했다. 칠곡보 오토캠핑장~호국의 다리~칠곡보 등 10㎞ 사업 구간 안내판은 부식이 심해 지도 내용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사업 취지와 동떨어진 중국 제원시와 전북 완주군 등 자매도시를 상징하는 공원과 조형물이 있었다.

경북 의성군 효천지 일대. 이곳은 3대문화권
경북 의성군 효천지 일대. 이곳은 3대문화권 '비봉산 푸른 문화길' 사업으로 수변 산책로 등이 조성됐지만 찾는 사람의 발길은 뜸한 모습이다. 김우정 기자
경북 의성군 효천지 수변 산책데크 모습. 이곳은 3대문화권
경북 의성군 효천지 수변 산책데크 모습. 이곳은 3대문화권 '비봉산 푸른 문화길' 사업으로 수변 산책로 등이 조성됐지만 찾는 사람의 발길은 뜸한 모습이다. 김우정 기자

의성 '비봉산 푸른 문화길' 사업으로 조성된 효천지 수변 산책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 나무 데크는 곳곳에 검은 곰팡이가 폈다. 무료인 캠핑장은 식수대 이외에 캠핑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의성에서도 관광자원이 부족한 북부지역에 있는 데다 인근 관광지인 대곡사와는 6㎞나 떨어져 있어서 관광지로서 매력도가 떨어졌다.

의성군 관계자는 "효천지 탐방로는 방문객 파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활성화와 연계방안에 대한 논의도 없다"고 말했다.

포항 일월문화공원의 반려견 배설물 처리 관련 경고판. 이곳은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시관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지만, 실상은 애견동반 동네 공원에 지나지 않고있다. 윤정훈 기자
포항 일월문화공원의 반려견 배설물 처리 관련 경고판. 이곳은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시관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지만, 실상은 애견동반 동네 공원에 지나지 않고있다. 윤정훈 기자

포항 일월문화공원은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전시관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었지만, 실상은 애견동반 동네 공원에 지나지 않았다. 애견과 산책하는 사람 중 일부는 제대로 배변을 처리하지 않아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한 직원은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이용객들이 많다. 감시카메라도 있고 배설물 안내판도 있지만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배변 봉투 안 가져온 사람에게 검은 봉지를 나눠주면 기분 나쁘다고 던지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서철현 대구대 호텔관광과 교수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인기가 있던 여러 가지를 넣으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며 "시설 조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관광지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활용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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