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반도체 덮친 '노조 리스크'

전삼노 "조합원에 내달 7일 연차"…협력사·연관기업에 연쇄적 영향
국내 경제 전반 '도미노 피해' 우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상 첫 파업을 선언하면서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위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하강 국면을 벗어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파업 위기가 겹치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현재 전삼노 조합원 수는 2만8천여명으로 전체 직원(약 12만5천명) 대비 22%를 차지한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DS 부문에서만 연간 14조8천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은 0%로 책정됐고, 이에 대한 불만으로 전삼도 노조원 수가 급증했다.

사측은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을 5.1%로 정했다. 하지만, 전삼노는 여기에 반발하며 중앙노동위 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삼노는 "회사는 지난 10년간 위기라고 외치고 있지만 노동자가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위기가 더 크다"며 "노조 리스크라고 얘기하지만 지금은 경영 위기 사태"라고 주장했다.

전삼노는 우선 조합원 전원에게 6월 7일 하루 연차를 소진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1969년 창사 이후 한 번도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 노조의 파업 선언도 창사 이래 처음이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임금 교섭 결렬로 노조가 조정신청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실제 파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대구경북지역 산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의 여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협력사는 물론 연관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금리·환율이 치솟는 '3고(高) 현상'으로 고충을 겪는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될 수 있다.

대구 성서산업단지 한 전자부품사 대표는 "연례 행사 같은 완성차 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협력사가 많은 대구경북 산업계가 직간접적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동안 삼성전자는 파업 없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의 최초 노조 파업이 경기침체를 장기화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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