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주 한 잔만 주세요" 잔술 판매 허용…위생에 맛·신선도 '불신 가득'

잔술 판매 소주 등 모든 주류서 가능…소비자들 "개봉한 술 찝찝해"
주류업계 "위생 문제 불거질 시 회사 이미지 타격 가능성 높아져"

정부가 식당에서 판매하는 모든 주종에 대해
정부가 식당에서 판매하는 모든 주종에 대해 '잔술' 판매를 허용한 28일 대구 동구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이 '소주 잔술 판매'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소주, 막걸리를 포함한 모든 주종의 '잔술' 판매가 28일 허용된 가운데 주류업계, 식당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한편 위생 등 관리 부담이 커져 우려하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잔술 판매 시행령 발효 다음 날인 29일 오후 1시쯤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 내 식당가. 먹거리 타운이기도 한 이곳에는 점심을 먹으며 소주, 막걸리 등 반주를 곁들이는 시민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날 식당가를 찾은 시민들은 대부분 잔술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양식 돈가스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던 A씨는 "소주나 막걸리는 개봉해 놓으면 찝찝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맛도 없어진다"며 "차라리 남기더라도 한 병 시키고 더 맛있는 술을 마시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서문시장에서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앞으로도 잔술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한 잔씩 파는 것보다 한 병 파는 것이 편리하고 좋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회 한 접시를 앞에 두고 막걸리를 마시던 70대 C씨는 "낮에 밥을 먹으며 반주를 곁들이곤 하는데 한 병을 시키면 반 정도만 마시고 남기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한 병을 다 마시는 일도 있었다"며 "잔술로 시키면 알맞게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반겼다.

잔술 판매가 허용되자 혼술족이 많아지는 등 주류 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적절한 정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유통연구소장은 "이미 와인이나 위스키 등 고급 주류에 대해서는 잔술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주나 막걸리만을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주류업계에서는 술 재사용에 의한 위생 문제를 우려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식당 등 개별적인 소매상에서 제품의 위생을 고려하지 않고 비도덕적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면 이미지 타격은 주류 회사가 받기 마련"이라면서 "그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면 책임은 누가 지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식품은 위생이 관건인 만큼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객이 있는 앞에서 직접 병을 따거나 잔술 위생 상태에 대해 공개하는 등 위생 문제에 대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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