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재용 은아기업 대표의 아버지 고(故) 김찬영 씨

'노력한 만큼 거두는 농심(農心)' 강조…"항상 바른 길로 살겠습니다"

김재용(왼쪽) 씨가 40대 중반 때 아버지(김찬영)를 모시고 팔공산 동화사에서 찍은 기념사진. 김재용 씨 제공
김재용(왼쪽) 씨가 40대 중반 때 아버지(김찬영)를 모시고 팔공산 동화사에서 찍은 기념사진. 김재용 씨 제공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언제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사이버 서비스가 일상화된 세상을 그린 '원더랜드' 영화가 얼마 전에 개봉됐다. 만일 그런 세상이 온다면 내가 제일 보고 싶은 분은 당연히 6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일 것이다.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부모이자 인생의 스승이시니까.

아버지께서는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5남4녀 중 장남으로 가난했지만 성실한 농부였다. 어머니께서 첫째를 임신 중일 때 아버지께서는 경기도 파주군 감악산과 연천군 전곡리 부근에서 군복무를 하셨다.

군대를 성실하게 복무하신 아버지께서 늘 강조하셨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강해진다"라고. 어릴적부터 들은 그 말씀 덕분에 우리 가족은 아버지, 3형제, 아들, 조카 모두 현역으로 군 복무를 명예롭게 마쳤다. 덕분에 병무청에서 인정하는 병역명문가 가족으로 2018년 6월에 선정됐다.

아버지께서는 제대 후에 귀향해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모시고 형제들이 결혼해 분가할 때까지 보살펴 주셨다. 소농으로 어려운 형편에 자식 4남매를 키웠으니 참으로 힘드셨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입학원서를 쓸 때가 되어 아버지께서는 둘째인 나를 따로 불러서 말씀하셨다. "용아, 미안하지만 너는 상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해 빨리 취업하면 좋겠다." 그 당시에 어린 마음에도 상고를 가면 대학을 못 갈 테니 진로에 고민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상고를 진학했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부모님의 자녀 교육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어서 나름 작은 효도를 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세월이 흘러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만학도로 대학원까지 마치게 되었다. 아버지의 바람처럼 공부를 잘하던 동생은 지금 대학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자식들의 성공 배경은 자녀 진로에 대해 적성을 고려한 아버지의 선택과 집중 전략 덕분이다.

김재용(오른쪽) 씨가 4대 대구시의원 시절에 고향인 의성군 안계면 봉양1리를 찾았다가 마을어귀에서 아버지(김찬영)와 함께한 기념사진. 김재용 씨 제공
김재용(오른쪽) 씨가 4대 대구시의원 시절에 고향인 의성군 안계면 봉양1리를 찾았다가 마을어귀에서 아버지(김찬영)와 함께한 기념사진. 김재용 씨 제공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늘 강조하셨다. 고향 집 큰방에 있는 액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걸어 놓으시고 아버지 형제간 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도 몸소 실천하신 분이시다.

어느해, 나는 회사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 그런데 바쁜 나머지 형님과 미처 상의를 못했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그 사실을 알고 대노하셨다. 부랴부랴 밤늦게 고향 집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아버니께서 노여움을 푸시면서 "앞으로 내가 죽으면 형을 부모 같이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 일 이후로 지금까지도 언행일치로 실천하신 부모님의 가족사랑을 명심해 형제간의 우애를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사업을 하다가 1998년 IMF를 맞았다. 거래처의 연쇄부도로 회사 경영이 몹시 어렵게 되었다. 그동안 부모님께 매달 정기적으로 보내던 용돈도 보낼 형편이 안돼 아버지께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그동안 보내 드린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 두셨다. 회사 형편이 어려움을 이해하시고 모은 용돈을 다시 주시면서 형편이 되면 다시 보내라 하셨다. 지금 생각하니 매달 용돈을 받으시는 것이 부모님께서는 큰 기쁨이었으며, 자식들이 나중에 힘들 때 도와주시려는 배려이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한결같이 살아오신 '노력한 만큼 거두는 농심(農心)'을 가슴에 새기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그 모습을 닮고 싶다. "자식 자랑을 하지 말고, 자식에게 자랑스러운 부모가 돼라"는 아버지 유훈에 따라 바른 길로 살아가겠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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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분량 : 200자 원고지 8매, 고인과의 추억이 담긴 사진 1~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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