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사뒷담] 이회창→이재명, 노무현→?, 이인제→?

홍준표 대구시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1극 체제=동탁 체제=수령 체제' 표현으로 꼬집으며 과거 한나라당 이회창 1극 체제 언급
"민주사회 최종 승리는 다자 경쟁에서…노무현 대통령 탄생이 증명"

이재명, 홍준표, 이인제, 이회창, 노무현, 한동훈. 연합뉴스
이재명, 홍준표, 이인제, 이회창, 노무현, 한동훈.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 삼국지 속 악인 '동탁'에 비유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역시 '이재명=동탁' 비유를 쓴 같은날 페이스북 글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다.

'이재명 1극 체제'이자 '수령 체제'라는 표현으로 더불어민주당을 가리키며 과거 이회창 1극 체제였던 한나라당이 거듭 대권 쟁취에 실패한 역사(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대통령 당선)를 상기시켰다.

특히 16대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의 1극이 아닌 다자 경쟁 대권 레이스에서 승리해 대통령 자리까지 차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키며 "민주사회에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에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언더독', 즉 도전자 노무현에게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대세' 이인제 전 경기도지사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좀 더 '상상'을 가미하자면 현재 당권 유력(내지는 대세) 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시장 본인도.

▶홍준표 시장은 19일 오후 5시 28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재명 1극 체제는 우리로서 전혀 나쁘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동탁 체제가 아무리 공고해 본들 그건 20% 남짓한 극성 좌파들 집단의 지지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도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1극 체제로 7년 대통령 운운한 일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재명(1963~), 동탁(139(?)~19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0
이재명(1963~), 동탁(139(?)~192). 연합뉴스, 코에이 삼국지10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15, 16대 대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연달아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홍준표 시장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수령 체제로 치닫는 (더불어)민주당을 보면서 나는 새로운 희망을 본다. 민주사회에서 최종 승리는 결국 다자 경쟁에서 나온다"면서 "그건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이 증명해 준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16대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경선 레이스를 조명시키는 뉘앙스를 보였다.

▶새천년민주당이 16대 대선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기 전 노무현 (당시 기준)법무법인 부산 변호사이자 전직 해양수산부 장관이자 직전 16대 총선 부산 북·강서을 선거 낙선자의 지지율은 2%대에 불과했다.

그랬던 노무현 후보는 대선 경선 레이스가 시작된 후 형성된 '노사모'를 기반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최종 후보로 선출, 결국 대선에서도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꺾었다.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는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 김근태, 유종근, 김중권, 노무현 등 7명 후보가 출전한 다자 경쟁 구도였다.

당원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규칙에서 벗어난 첫 '국민참여경선'의 특징도 가졌다.

당시 '이인제 대세론'이 짙었는데, 이를 노무현 후보가 꺾은 맥락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자신이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이유로 "이인제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해"라는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16대 대선 경선 레이스는 어땠을까?

4명 후보가 참여해 숫자로 봐도 '덜' 다자였고, 특히나 '총재' 이력을 가진 이회창 후보의 1극 체제였다. 이부영, 이상희, 최병렬 등 이제는 네티즌들의 기억에도 희미한 후보들에게 당연하다는듯 압승을 거뒀다. 새천년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참여경선이었지만 그 색채는 희미했다.

▶홍준표 시장의 글은 흥미진진한 다자 경쟁으로 대권 주자(노무현)의 경쟁력을 높인 새천년민주당과 반대로 싱겁고 뻔한 과정을 거쳤고 결국 패배한 대선 후보(이회창)를 낸 한나라당을 대비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민주사회 다자 경쟁 최종 승리'의 대표 사례로 조명한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현재 당권과 대권 경쟁을 앞둔 국민의힘 상황이 듀얼 모니터 오른쪽 화면에 띄워질 수밖에 없다. 왼쪽 화면에 띄워진 새천년민주당 16대 대선 경선 레이스와 비교해보라고.(참고로 홍준표 시장이 '이재명 1극 체제'라고 비판한 더불어민주당의 향후 당권·대권 예상 구도와는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금 국민의힘의 '대세'와 '언더독'이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물론, 그게 누구인지는 당권 경쟁의 경우 한달이나 남았고, 대선 선거일의 경우 2년 넘게 남았으니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홍준표 시장이 페이스북에 이같은 글을 남긴 함의 역시 그가 대권 등과 관련해 현재 처한 상황과 평소 발언 등을 토대로 '자유롭게' 추정할 수 있을뿐이다.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연합뉴스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연합뉴스

▶한편, 대권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공통적으로 '1년여 전에는 언더독(2등 이하 기준)이었다'는 분석이 있어 주목할만 하다.

15대 대선 1년 8개월 전이었던 1996년 4월 당시 이회창 신한국당 후보가 35% 안팎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렸다.

반대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는 지지율 10%를 조금 웃도는 2위를 달리며 큰 격차를 보였다.

승자는 김대중 후보였다.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 대선 경선 2위를 한 이인제 후보의 불복과 탈당 등이 악재였다.

16대 대선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경선 레이스 시작 전 노무현 후보는 군소 후보 중 하나였다. 이회창 후보의 2번째 대권 도전이 사실상 확정됐던 라이벌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48.67%의 득표율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26.14%)를 더블스코어 수준으로 제압한 17대 대선 당선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역시 대선 1년 반 전인 2006년 6월 3위 수준의 지지도를 보였고, 앞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고건 전 총리가 경쟁 중이었다.

물론 이후 18대(박근혜 대통령 당선), 19대(문재인 대통령 당선)는 상대적으로 '대세론'이 그대로 정당 대선 경선 내지는 본선에 투영됐다.

다만, 20대 현직 윤석열 대통령은 앞의 여러 사례들과 궤를 달리하는 신 유형이다.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같은해 6월 대선 출마 선언을 했는데, 그로부터 약 9개월 뒤인 2022년 3월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1년여 전쯤 언더독이 어쩌고 저쩌고를 따지기 어려운 사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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