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만 탄 게 아닙니다. 우리 기억과 위로의 터전이 함께 사라졌어요."
24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산불이 휩쓸고 간 마을, 그 속에서 신라 천년 고찰 '운람사'는 더 이상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연기 자욱한 산허리, 무너진 기왓장과 탄 흔적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운람사는 오랜 세월 지역 불자들의 신앙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쉼터였다. 그러나 이번 화마 앞에 법당과 요사채 등 5동은 속수무책이었다. 문화재로 지정된 보물 일부는 다행히도 긴급 대피 조치로 간신히 화마를 피했지만, 사찰은 더 이상 '절'이 아니었다.
"명절이면 절밥 나눠 먹고, 불전에서 기도 올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제 그 자리에 그을린 잔해만 남았어요."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신도 윤모(55)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신도 김모(68) 씨는 "절이 아니라, 마음의 기둥이 무너진 것"이라며 "거기서 울고 웃으며 살아왔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번 화재로 불자들은 문화재 보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정 문화재는 소실 시 복원에 대한 지원이 있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찰은 훼손되더라도 별다른 지원의 손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들은 원형 복원과 더불어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했다.
운람사 한 관계자는 "부처님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억장이 무너진다"며 "우리 절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가 모이고 치유받던 삶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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