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패권주의에 맞선 중·러 다자주의, 푸틴-시진핑 밀착

러 전승절 80주년 계기 회담, 푸틴도 9월 中 답방
푸틴 "신 나치주의에 대응", 시진핑 "美의 괴롭힘에 맞설 책임"
러시아는 군사적 압박, 중국은 경제적 압박 받아

8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 패권주의를 앞세우자,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고 다자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자유 진영의 절대 강대국을 상대로 사회 진영의 두 대국이 힘을 합치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군사적·경제적으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에 양국은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글로벌 강대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푸틴-시진핑, 서로 "동지"라 호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AFP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 게오르기옙스키홀에서 만나 인사한 뒤 회담에 들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친애하는 동지"라고 불렀고, 시 주석도 푸틴 대통령에게 "나의 오랜 동지"라고 화답하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을 계기로 전날부터 나흘간 러시아 국빈방문 중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중국 친구들과 함께 전쟁의 시간에 대한 역사적 진실과 기억을 확고히 지키고 신 나치주의와 군국주의의 현대적 발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적 괴롭힘이라는 국제적 역류에 직면해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주요 강대국으로서 특별한 책임을 짊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국빈방문 기간 양국 관계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또 시 주석의 방문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호혜적이며 다른 나라에 맞서는 게 아니라 양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발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2천700만명의 목숨을 잃었고 중국은 독립을 위해 3만7천만명이 희생됐다며 이 기간 발전된 양국의 전우애가 양자관계의 근본 토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중·러 다자주의 주창 "미국이 괴롭혀"

시진핑 주석은 8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중국과 러시아가 일방주의와 괴롭힘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 "현재 국제적 일방주의와 조류를 거스르는 강권(强權·패권)적 괴롭힘 행위를 맞아,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세계 강대국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특수한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주의'와 '강권적 괴롭힘' 등은 중국이 미국을 비판할 때 자주 써온 표현이다. 시 주석은 "올바른 제2차 세계대전 사관(史觀)을 함께 발양하고, 유엔의 권위·지위를 수호하며, 중러 양국 및 수많은 개발도상국의 권익을 단호히 수호해야 한다"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손잡고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다시 방문하고 소련의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게 돼 무척 기쁘다"며 "중러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심화는 양국이 서로 성취하고 각자의 발전을 촉진하는 필연적 선택이자 국제적 공평·정의를 지키고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는 시대적 호소"라고 덧붙였다.

◆'티키타카' 푸틴, 9월에 중국 답방

푸틴 대통령은 "중국의 항일 전쟁 승전 80주년(9월 3일) 기념행사 초대에 감사하다"며 "이 기간에 맞춰 친근한 중국을 다시 공식 방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 등 에너지 분야를 비롯한 양국 관계 전반과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관련 협상,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두 정상의 접촉은 1월 화상회담, 2월 전화 통화에 이어 이번 회담까지 올해 들어 세 번째다. 특히 중러 정상이 만난 것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의 러시아 열병식 참석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확인하고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러시아 관계 개선 시도에 맞서 여전한 밀착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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