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에선 호흡을 얼마나 잘 컨트롤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퀄라이징을 했는데도 고막 통증이 있다면 바로 올라오셔야 합니다."
지난달 26일 경북 울진군 오산항 인근 울진해양레포츠센터. 1층 로비에 들어서니 수심 5m 규모 대형 수조와 맞닿은 큰 창문이 보인다. 창문 너머론 물고기가 아니라 사람이 헤엄치고 있다. 슈트를 입고 커다란 핀(오리발)을 착용한 채 수면에서 바닥까지 오르내리길 반복하거나 우아하게 물속을 유영하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인어처럼 보였다.
이날 오후 이곳에선 프리다이빙 1일 체험 수업이 열렸다. 프리다이빙 강사인 이종석 실장의 말에 수강생 이근영(44) 씨가 귀를 기울였다.
이 씨에게 프리다이빙은 올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다. 그는 단조로운 실내 수영에서 벗어나 깊은 물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해 프리다이빙을 소재로 한 '가장 깊은 호흡'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특별한 장비 없이, 오직 자신의 몸의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며 물속에서 헤엄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더 늦기 전에 우선 체험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직장에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게 됐습니다."

◆숨 참는 두려움 극복하는 게 관건
프리다이빙은 무호흡으로 물속 부력과 중력 사이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레포츠다. 물 표면에 떠서 스노클(호흡관)이 연결된 마스크를 끼고 수중관찰을 즐기는 스노클링과는 다르고, 공기통과 호흡기의 도움을 얻어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스쿠버다이빙과도 다르다. 오히려 해녀의 잠수와 더 비슷하다.
다만 해녀의 잠수는 생업을 위한 것이고, 프리다이빙은 물을 즐기는 레포츠라는 점이 다르다. 호흡 방식도 해녀의 잠수는 효율성을 위해 짧게 호흡하며 물속을 자주 들락날락하는 반면, 프리다이버의 호흡은 물속에 최대한 오래 머물기 위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결국 프리다이빙은 숨을 얼마나 오래 참을 수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숨 참는 시간은 늘릴 수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종석 실장은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우리가 숨을 쉬고 싶은 욕구(호흡충동)는 몸 안에 이산화탄소가 쌓이면서 일어나는 것인데, '이산화탄소 적응훈련'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면 숨 참는 것에 익숙해지고 시간도 늘릴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부연하자면 '아는 맛'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처음엔 많은 이들이 숨을 참는 것에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만 훈련을 통해 경험이 쌓이다보면 '아는 맛'처럼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프리다이빙을 할 때 물속에서 숨을 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퀄라이징'(압력평형) 기술이라고 했다. 이퀄라이징은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에 있는 공간, 즉 '중이'가 수압에 짓눌려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막아주는 기술이다. 이퀄라이징이 잘되지 않으면 심할 경우 고막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퀄라이징에도 여러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스쿠버다이버는 손으로 코를 잡고 '코를 푼다'는 느낌으로 복부와 횡경막의 수축을 이용하는 '발살바'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프리다이버는 한 번의 호흡으로 머리가 아래로 향한 상태에서 깊이 잠수하는 경우가 많기에 발살바 방식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대신 목 위쪽, 후두개 위에서 혀의 안쪽을 이용해 공기를 밀어 귀로 보내주는 '프렌젤' 방식을 주로 활용한다.

◆자유롭게 물속 누비는 게 매력
이근영 씨와 기자는 호흡법과 이퀄라이징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프리다이빙의 첫 단계인 스태틱을 배우기 시작했다. 스태틱은 무호흡 상태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물 위에 떠 있는 활동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엎드린 채 물 위에 떠서 프리다이빙 식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후, 마지막 숨을 들이쉬고서 스노클을 빼고 그대로 머물면 된다.
숨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된 뒤엔 바닥까지 로프가 설치된 부표 쪽으로 이동했다. 목표는 무호흡으로 5m 아래 바닥을 찍고 제자리로 올라오는 것. 이 실장의 시범 후 이근영 씨가 로프를 잡고 수영장 바닥까지 서서히 내려갔다. 로프에서 한쪽 손을 뗄 때마다 코를 잡고 이퀄라이징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여유 있는 모습으로 첫 번째 시도 만에 바닥을 찍었다. 쉬워 보였다.
드디어 순서가 돌아왔다. 숨을 있는 대로 크게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내려갔다. 전 수영을 처음 시작할 땐 가라앉는 게 그렇게 무서웠는데, 이번엔 몸이 뜨는 게 문제였다. 부력이 있는 슈트를 입고 폐에 공기를 한껏 채운 탓에 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m쯤 내려가자 수압의 고통이 고스란히 귀로 전달됐다. 다이빙 직전 연습했던 이퀄라이징은 이제껏 써보지 않던 근육을 움직여야하는 탓인지 무용지물이었다. 무호흡 시간은 충분했는데 마음은 바빴고 몸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 1m를 남겨두고 수면 위로 올라오고 말았다. 이종석 실장은 "이퀄라이징은 배우는 과정에서 개인 편차가 심하다"며 "단 한 시간 만에 익숙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개월을 배워도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있다"고 위로했다.
바닥에 이르진 못했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물속에 얼굴만 담가도 불안해하던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자유롭게 물속을 누비는 자신만 남았다. 누군가에겐 쉬울 수 있는 수심 5m를 내려가는 동안 올해 목표도 생겼다. 연말까지 프리다이빙 '레벌2' 자격을 따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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