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타트업이 사는 법] 대기업과 손잡은 대구 스타트업, 지역 한계를 넘다

수도권 중심 창업 인프라의 대안
중견기업까지 확장 움직임도

대기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대기업 창업 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한 '대구형 창업 모델'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정책연구원 제공

[스타트업이 사는 법]

1편: 대구 청년 창업가들의 이야기

2편: 유니콘의 꿈, 지역에서도 통할까

3편: 생존에서 성장까지, 로컬의 전략

열악한 지역의 창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수도권 대기업이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지역과 연결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도권 중심의 창업 인프라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대기업은 신시장, 신사업 창출의 기회를 얻고 스타트업은 대기업의 지원으로 창업 성공률을 높이는 동반 성장 효과가 기대된다.

◆대구형 창업지원 모델

대구정책연구원은 지난해 2월 대구정책브리프를 통해 대기업과 연계된 대구형 창업지원 모델을 제시했다. 대구정책연구원은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대기업 협업 기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대기업은 자사가 운영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기업을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카카오벤처스, 삼성 씨랩 아웃사이드, SK 트루이노베이션, LG 슈퍼스타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대기업 중심의 창업 생태계가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기술창업의 비중도 늘고 있는 추세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2년 대구시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창업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가운데 기술 창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14.2%에서 2022년 15.4%로 1.2%포인트(p) 증가했다.

창업기업의 매출과 투자액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다. 대구시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매출액은 2019~2022년 사이에 연평균 12.7% 증가했고 같은 기간 평균 투자액은 33.8% 늘었다. 청년보다는 중장년 창업자가 통계적으로 매출액이 2배 이상 더 높고 고용인원도 1.4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은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C+CEO' 실현 위한 7대 전략

대구정책연구원이 제시한 'C+CEO' 창업 모델은 대기업(Corporation)을 중심으로 창업 자금(Capital)을 유치하고, 창업 인재(Employer)를 양성하는 동시에,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비즈니스 협업이 가능한 창업 공간(Office)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박현정 연구위원은 모델 실현을 위한 7대 전략으로 ▷대기업–스타트업 동반성장 스타트업파크 조성 ▷대기업 스타트업 멘토십 플랫폼 조성 ▷하이테크 기업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도입 ▷대기업 청년 인재 양성 아카데미 유치 ▷대·중견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확대 ▷대기업 사내벤처기업 유지 및 사내벤처 촉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통한 해외투자 유치 등을 제시했다.

박 연구위원은 "수도권에선 이미 대기업이 중심이 된 창업 협업 모델이 활발한데, 지역에서도 이를 접목할 수 없을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지역에 본사를 둔 대기업은 없지만, 기존 대기업의 창업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전환해 적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이 창업 모델은 최근 중견기업까지 포함해 더욱 확장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 개최한 정책세미나에서는 지역 중견기업이 대기업과 협력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공동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 부품을 제조하는 '퓨리언스'는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한 기업이다. 이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대구창업허브에 입주하며 대구로 일부 사업 기반을 옮겼다. 최근에는 신용보증기금의 유망 창업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퍼스트펭귄 창업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신보로부터 2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을 받아 핵심 기술 고도화, 신규 설비 도입 등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게 됐다.

박 연구위원은 "이처럼 대기업의 사내벤처가 지역으로 이전해 성장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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