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인'(2018), '프리다'(2020), '시지프스'(2024)로 DIMF(이하 딤프) 창작뮤지컬상을 휩쓴 추정화 연출가가 올해 축제에서는 두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에 이어 완성도를 높여 돌아온 '시지프스'와, 딤프·대구 제작진과 협업해 새롭게 선보인 오컬트 판타지 뮤지컬 '설공찬'이다. 뜨거운 여름을 두 작품과 함께 보내며 대상포진까지 앓았지만, 그럼에도 추 연출가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 올해 딤프 기간 두 작품을 올렸다. 굉장히 바빴을 것 같은데 끝난 소감이 궁금하다
▶설공찬 공연을 올린 날 갑자기 뾰루지가 올라왔다.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하다 계속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대상포진이었다. 아직도 치료받는 중이지만, 시지프스와 설공찬이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어서 행복했다.
- 블루레인, 프리다, 시지프스 등의 작품들로 딤프와 연이 깊다. 추 연출가에게 딤프는 어떤 의미인가
▶글을 쓰고 연출한지 이제 10년 좀 넘어가는데 아직도 신작을 내놓는 건 쉽지 않다. 결국 대본은 배우를 만나고 관객을 만나야 완성되는 것이기에, 딤프가 없었다면 아직까지 작품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노트북에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딤프가 내게 신작을 선보이는 기회의 장이 돼준 것처럼,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 지난해 창작지원작 시지프스는 대학로 무대를 거쳐 올해 공식초청작으로 다시 딤프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이번에는 상부 무대 전환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세트를 작년에 썼던 대로 쓸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서울에서는 상부 전환이 안되다보니 '태양'의 표현을 다르게 연출해야 했던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역시 무대가 클수록 작품의 현장감이 더 잘 살아난다. 향후에는 서울에서의 공연도 더 큰 무대에서 생생하게 공연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오는 10월 시지프스의 브로드웨이 배우들과 리딩공연 계획도 잡혀있다고.
▶자세한 사항을 설명하긴 이르지만, 10월에 시지프스와 미발표작 '조커', 두 작품을 리딩한다.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가는 만큼 잔뜩 준비해서 다녀오겠다.

- 딤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시립극단과 함께 제작한 '설공찬'도 초연을 마쳤다. 대구 제작진,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는가. 지역 관객들의 인상적인 점도 있다면
▶대구시립극단과 함께 작업한 설공찬은 최고의 팀워크였다. 서로의 재능도 아낌없이 나눈 시간이었다. 춤이 강한 배우는 춤을, 노래가 강한 배우는 노래를, 또 서로의 연기를 세심하게 봐주면서 한 팀이 됐다. 특히, 시립극단 단원들이 중간중간 발 빠르게 도와준 덕분에 모자란 부분도 금방 채워졌다. 원래도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시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이런 팀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행복하게 작업했다. 그만큼 헤어질 때도 가장 힘들었다. 대구 관객분들은 웃음도 박수도 아낌없이 보내주는, 뭔가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현장을 축제처럼 느낄 수 있게 함께 즐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 '설공찬'은 실제 조선시대 고전소설을 재해석해 오컬트와 판타지 장르를 결합했다. 연출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역사'가 가진 의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극의 시작을 고등학교 교실에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매끄럽게 전환되게끔 했다. 삶과 죽음이 전혀 다른 듯 끈끈하게 연결돼 있듯이, 어제와 오늘이 모여 내일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당연하지만 잊고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의 의미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
또한 원작이 되는 설공찬전 자체가 귀신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무속과 오컬트 요소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원작에서도 박수무당의 굿 장면이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굿 장면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해외로 나간다면 이런 장면들이 좋은 호응을 받을 것 같다.
- 이번 두 작품도 '황금 콤비' 허수현 음악감독과 함께 했다. 어떤 색깔의 음악을 담으려 했나
▶현대에서 바라보는 역사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너무 한국적이지 않게, 그리고 너무 어렵지 않게'라고 부탁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모두 흥겹게 나갈 수 있도록 음악이 리드해주길 바랐다.
- 설공찬의 여성 염라대왕, 시지프스의 극중극인 이방인 속 '레몽'처럼 성별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캐릭터 설정도 흥미로웠다.
▶염라대왕을 뵌 적이 없으니 어떤 식으로 그려져도 무방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저승은 모두 뒤집어져 있는 세상이라고 하지 않나. 모두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봤다. 내 작품에선 레몽도, 디에고도 다 여성 배우가 표현한다. 스테이지에선 남자, 여자 상관없이 뭐든 가능한 곳이니까.
-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프리다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이여 만세'라고 외치는 것처럼 작품들이 대체로 '삶을 사랑하며 후회 없이 가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세상에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지 않나. 매일을 노동자로 살아가면서 치열한 삶이 지긋지긋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다. "더럽게 힘든데, 더럽게 행복하다"고 늘 이야기한다. 지금도 대상포진을 앓고 있지만, 열심히 일한 증거 같아 행복하다. 앞으로도 그런 작품들을 만들고 싶다. 보면 힘이 나고, 관객들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주는 작품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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