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은 전기료 폭탄 걱정인데 버리는 전기가 원전 9기 분량이라니

폭염(暴炎)과 열대야로 에어컨 없는 생활이 불가능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국민은 전기료 폭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諦念)한다. 이런 와중에 원전(전남 영광 한빛원전 1기 설비 용량 1GW) 9기 분량에 해당하는 8.9GW의 전기가 버려지고 있다는 한국전력의 자료는 충격적이다. 송전·배전망 부족 등에 대한 대책 없이 태양광발전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무분별하게 확대해 온 '엉터리 정책' 탓이다.

올해 5월 기준 전국의 재생에너지 접속 신청 용량은 35.8GW였지만, 이 중 26.9GW만 송전망 등 전기 계통(系統)으로 흘러들어서 판매 가능 상태이고 나머지는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버려지는 전기의 97%가 태양광발전이고, 태양광발전이 몰려 있는 광주·전남(2.4GW), 전북(1.8GW)이 버려지는 전기의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무분별한 태양광발전 과잉 설비에 대한 부담은 결국 돌고 돌아 국민들에게 전가(轉嫁)될 것은 자명하다.

한전은 2028년까지 10조원을 투자, 배전망을 강화해 '지역 생산 지역 소비형' 분산 에너지 체계를 강화하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인건비 증가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높아지면 배전망(配電網) 공사에만 15년간 최대 50조원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먼 거리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망(送電網)의 경우 주민 민원 등으로 지금도 적게는 66개월에서 많게는 150개월까지 공사가 지연(遲延)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명 정부는 RE100, 햇빛 연금, 루프톱 태양광, U형 재생에너지 벨트 조성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거 확대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적절한 송전·배전망 확대 없이 추진할 경우 부작용(副作用)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태양광발전 등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서 전력망 확충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생산되고 있는 것도 이용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생산 설비를 늘리는 데 헛돈 쓰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