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 조건(前提條件)은 어떠한 일이나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 앞서 이루어져야 하는 조건을 말한다. 노동조합(노조)의 전제 조건은 회사(기업)다. 기업이 있어야 비로소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가 존재하고, 이들의 임금·복지·권익 향상을 위해 노조가 활동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법인세(法人稅)는 법인의 소득 따위에 부과하는 국세인 만큼, 법인이 영업 활동을 통해 이익(利益)을 남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적자투성이 좀비 기업들로만 이루어진 곳에서 지속적으로 세금을 징수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10년 전부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워닝(경고)을 했고 새로운 산업 정책과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했지만 '잘 되고 돈 잘 버는데 뭐'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10년 동안 저희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노화됐다. (한국 제조업은) 잃어버린 10년을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엄중(嚴重)한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하지만 좌파 이재명 정부와 귀족 노조는 여전히 '더 뜯어먹을 것이 많다'고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화재로 광주2공장이 홀라당 다 타 버린 금호타이어가 이전할 함평공장을 70% 줄이고 유럽에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지자 노조가 고용 보장을 주장하며 난리(亂離)가 났다. 그동안 무리한 요구 말고 노조가 위기에 처한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회사는 망해도 그만이라는 듯 행동하면서 고용 보장을 요구한다는 것은 모순(矛盾)이다. 떠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 떠나는 것 아닌가.
대표적 좌파(貴族) 귀족 노조로는 현대차가 꼽힌다. 어쩌면 조만간 귀족 생활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한미 관세 협상을 위한 '2+2 회담'은 돌연 취소되었고, 8월 1일부터 상호 관세 25%가 적용된다. 세계 최대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일본(15%), EU(15% 접근)와 경쟁이 불가하다. 수출용 국내 공장이 문 닫는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다시 올리겠다고 나섰다.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 세수 비율(법인세 부담률)은 이미 OECD 38개국 중 4위이다. 정부와 노조가 합작(合作)으로 '잘되는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기괴한 나라의 미래가 무섭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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