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였고 내달 7일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다.
덧없는 세월을 24절기로 체감하며 일상을 이어 가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대서'를 지나고 무더위가 한창일 8월 초에 가을을 얘기하자니 어색하기 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降水量)은 1천300㎜다. 강수량은 비뿐만 아니라 눈, 우박, 이슬, 서리 등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장소에 내린 물의 총량을 뜻한다.
그런데 지난 16일부터 닷새 동안 경남 산청에 800㎜의 폭우가 쏟아졌다. 365일 동안 눈, 우박, 이슬, 서리를 모두 포함해서 1천300㎜가 내리던 이 땅에 재앙이 닥친 것이다.
기상청은 물론 재난구호기관과 지방정부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빗줄기에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늘도 지난 100년 동안의 기후 통계를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날씨를 마주한다.
이에 각 언론들은 '기존 통계 무의미, 기후 대응 원점 재검토를' '이젠 극한 기후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 '일상이 된 괴물 기후' '재난 대응 판 바꾸자' 등의 제언(提言)을 쏟아냈다.
세상이 바뀌었다. 비단 변한 것이 기후뿐일까. 당연히 기후를 둘러싼 사람살이에도 변화가 있었다.
'농경시대' '산업화시대' '정보화시대' '제4의 물결' 등등. 숨 가쁘게 달려온 인류의 역사를 세련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표현들이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 변화의 속도가 빨랐고 양상도 압축적이었다.
30년 넘게 국회 출입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한 원로 언론인은 최근 만남에서 "30년 전부터 15년 전까지 '여의도'에서 일어났던 일은 15년 전부터 지금까지 생긴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면서 "날씨처럼 우리 정치도 최근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극단적이고 격렬하게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화되는 진영 논리와 여론의 쏠림 현상 그리고 주권자의 다양해진 요구 등이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거대 야당이 정권에 협치(協治)를 촉구하며 압박을 위한 '실력 행사 카드'로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는 정도였지만 최근 10년 동안에는 두 명의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다.
국회에서도 예전에는 원내 과반 의석 정당이 출현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최근에는 개헌선(200석)을 육박하는 정당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직전 여야는 모두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여야 어느 쪽에도 쏠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일방적인 승자와 패자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급기야 야당이 탄핵 카드를 남발하고 행정부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참담한 지경까지 연출됐다.
보다 못한 언론들이 '기존 정치적 관행 무의미, 국가 위기 대응 원점 재검토를' '이젠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뉴노멀' '일상이 된 괴물 정치' '싸움만 하는 정치판 바꾸자' 등의 비판을 쏟아 낸다.
환경단체들은 "이제 기후위기는 '언젠가 닥칠 미래의 위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고 경고한다.
위정자들도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헌법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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