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를 이끌던 반도체주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소비재 업종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주에서 이탈한 외국인과 기관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소비재 섹터로 유입되면서 유통·가전·여행 관련 종목들이 최근 들어 상승하는 모습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경기소비재 지수와 KRX 300 자유소비재 지수는 최근 3주간 각각 22.5%, 19.8%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6.1%)을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주의 경우 KRX 경기소비재 지수는 20.7% 상승, 거래소에 상장된 34개 KRX 테마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도체 중심의 대형 기술주가 단기 급등 이후 차익실현 압력을 받는 사이 이 과정에서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일부 자금이 경기 방어적 성격의 소비재 업종으로 흘러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IT 가전·자동차·유통·여행 관련 주요 종목들이 포함된 소비재 업종의 경우 앞서 지난 3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원가 부담이 확대되고 소비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직격탄을 받았다.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던 외국인 자금 일부가 소비재 업종으로 이동하면서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외국인들은 연초 이후 IT가전, 필수 소비재, 화장품·의류·완구, 소매 업종 등에서 지분율을 늘리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LG전자, 현대차, 롯데쇼핑 등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20% 넘게 상승했다. 여행 관련 종목들 역시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업종은 지난 3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지난달 들어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LG전자는 피지컬 AI(인공지능) 시대 개화 기대감 속에 로보틱스와 데이터센터 냉각 등 신사업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최근 한 달간 주가가 80% 가까이 급등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연내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민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AI 모빌리티 관련 협업 가능성 등 AI 사업 본격화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도 충분하다"라며 "로봇 액추에이터 양산 라인 구축과 신사업 확대가 중장기 핵심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또한 최근 이른바 '로봇 대장주'로 등극하면서 회사 밸류에이션의 근본적인 변화를 주가로 증명하고 있다.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세상에 공개하면서 피지컬 AI 대표주자로서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여전히 로봇의 대장주"라며 "2027년 현대차·기아의 합산 시가총액은 토요타를 넘어설 전망으로, 이 같은 시가총액 역전은 피지컬AI 시대로의 전환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쇼핑,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업종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투자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는 최근 방한 외국인 수요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뚜렷한 수익성 개선 흐름을 나타냈다. 신세계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9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5% 증가했으며, 롯데쇼핑 역시 같은 기간 2529억 원으로 70.6%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지난해 1분기 반영됐던 관세 분쟁 관련 일회성 이익(1167억 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증익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 심리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이 고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이른바 '부의 효과'가 백화점 업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 역시 업황 개선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중국인 단체관광 회복과 일본·동남아 관광객 유입 확대에 따라 면세점과 백화점 주요 점포의 집객 효과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소비 둔화 우려에도 백화점 업종은 상대적으로 경기 방어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세가 이어졌던 2017년과 2020년 사례를 보면 주식시장 호황 이후 그다음 해에 부자 수와 부자의 부가 더 크게 증가했다"라며 "5월에도 중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여행지는 한국으로 나타나는 것을 고려했을 때, 백화점과 면세 산업, 자회사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소비재 업종 중심의 순환매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방향성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실적 안정성과 내수 회복 기대를 동시에 갖춘 소비재 업종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자산시장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의 효과를 염두에 두고 코스피와 소매판매액지수의 후행 패턴을 측정한 결과 지수 상승 이후 자산효과가 가장 강하게 반영되는 두 업태는 전문소매점과 백화점이었다"라며 "연말까지는 지수의 레벨이 크게 둔화하지만 않으면 내수 소비는 실제로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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