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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도건축기행] 전남도립미술관

    [팔도건축기행] 전남도립미술관

    전남 광양에 자리한 전남도립미술관(관장 이지호)을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야트막한 산'이었다. 파란 하늘 아래 비스듬히 경사진 모습으로 자리한 미술관은 외관을 감싼 푸른빛의 유리 파사드와 어우러져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침 개관 기념 전시 제목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였는데, 미술관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위로 높이 솟은 대신 좌우로 길게 펼쳐진 미술관은 실제로는 하나로 연결되어있지만 중간에 세로로 길게 틈을 둬 외관상 세 개의 건물이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미술관 자리가 옛 기차역이었음을 떠올린 사람들은 마치 기차 세 량을 연결해 놓은 듯한 미술관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볼 터다. 유리로 덮인 미술관은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 캔버스 역할을 한다. 야간개장일에 미술관을 찾는다면 실내 불빛이 바깥으로 쏟아지며 만들어내는 멋진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광양역사 터에 자리한 미술관 2015년 미술관 부지 선정 후 6년만인 2021년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은 옛 광양역사터에 자리잡았다. 1967년 개통된 광양역은 2011년 경전선 복선 전철화로 이전되며 기능을 멈춘 상태였다. 오랜 기간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열차가 오고 가던 장소가 이제 문화 예술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 된 셈이다. 미술관 설계는 서울의 에스아이(SI) 건축사무소와 광주의 (주)디아이지(DIG) 건축 사무소가 맡았다. 공모 당시 '전남의 풍경을 담다'라는 콘셉트를 제시한 사무소는 옛 폐선부지의 대지 조건을 살려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건물 배치와 공간 활용 계획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미술관은 영산강·지평선 위의 하늘 등 전남의 풍경을 담은 '하늘'(자연을 담은 미술관), 공원의 흐름과 미술관을 연결한 '땅'(발걸음이 머무는 미술관), 가변형 전시공간과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실내를 염두해 둔 '공간'(재미가 있는 미술관), 공동체적 가치를 만드는 '사람'(지역공동체 에코 미술관) 등 네 가지 테마로 설계됐다. 연면적 11, 547㎡ 의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지하 1층에는 전시실, 수장고, 어린이 아뜰리에가 자리하고 있으며 지상 1층에는 카페와 기증전용관이 있다. 2층은 대강의실(188석)과 워크숍 공간, 3층은 사무공간으로 쓴다. 대지의 흐름을 따라 낮고 길게 설계한 미술관 건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외벽을 감싼 유리 파사드로 시간과 날씨, 계절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펼쳐 보인다. 유리 외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비스듬히 설치된 얇고 긴 수직 알루미늄 루버(louver)는 각도에 따라 건물에 다양한 모습을 부여하며 외벽에 설치한 하얀색 오브제는 건물의 포인트 역할을 한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유리 외벽의 장점을 만날 수 있다. 유리 벽면을 통해 외부의 빛이 미술관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시간대별로 변하는 자연광이 공간의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복도를 이동하거나 건물 위 아래 층을 오르락 내리락 할 때 유리창 너머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탁 트인 유리창을 통해 하루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며 미술관 앞 잔디광장에 설치된 자비에 베이앙의 '새' 등 다양한 조각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지하에 배치된 전시장 미술관의 핵심 시설은 전시공간이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전시장을 모두 지하 1층에 집중 배치해 관람동선을 최적화했다. 계단을 내려가 전시장 로비에 서면 3층까지 시원하게 뚫린 탁월한 개방감과 곳곳에 있는 천창으로 쏟아지는 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9개의 전시실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된 독특한 구조의 가변형으로 설계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전시를 구상할 수 있다. 특히 전시장 층고가 6m에 달해 설치, 회화, 조각, 미디어 아트 등 초대형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데 더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열리고 있는 '김선두-색의 결, 획의 숨', '정기용 컬렉션:플럭서스에서 모더니즘까지', '미디어 아트 소장품'전 역시 공간의 특성을 잘 반영한 전시이며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리움미술관 순회전', '조르주 루오전', '마나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전' 등의 굵직한 전시도 큰 인기를 모았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2026-02-12 12:3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7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7회>

    〈strong〉〈가로 풀이〉〈/strong〉 1. 애를 써서 매우 힘들게. 겨우 빠듯하게. ○○○○ 위기를 넘기다. 3. =이따금. ○○○○ 고향 생각이 떠오르기도 하겠지. 7. 집안 살림의 형편. ○○가 빈한하다. 8. 학교 따위에서, 같은 연도에 입학하였거나 졸업한 사람. =동창생. 9. 물건 값. 또는 상품의 시장가격. =시가. 시세. 12. 어느 날 뒤에 오는 날. =이튿날. 13. 서로 갈리어 떨어짐. 서로 헤어짐. =결별. 이별. 17. '백합'의 순우리말. 18. 등대와 관계가 있음.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는 등. 19. 목숨이 끊어지다. 생명을 잃다. =숨지다. 사망하다. ↔살다. 22. 땔나무를 쌓은 더미. 그는 ○○○○에서 나무를 한 동 지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23. 정신, 생각, 마음 따위를 바로 차리거나 다잡다. 정신을 ○○○○. 〈strong〉〈세로 풀이〉〈/strong〉 1. 이따금씩 가끔. =가끔가다. 잊지 말고 ○○○○ 찾아 다오. 2. 음식을 먹다가 볼을 깨물어 생긴 상처. 볼을 깨물어 결국 ○○가 생겼다. 4. '차'와 '과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 =다담. 차담. ○○를 대접하다. 5. 어떤 대상 쪽으로 더 가까이 가다. ↔다가오다. 좀 더 안쪽으로 ○○○○. 6. 형제자매의 사이. ○○○ 싸움은 칼로 물 베기.(속담) 10. 얼굴이 눈에 익숙하다. 어쩐지 그녀의 얼굴이 ○○○. 11.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어지는 비탈진 곳. ↔오르막. 14. 어디를 가나 늘 다름없이. =오나가나. 15. 그림에서,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로 입체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 =음영법. 16. 재주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남. 이번 학술회의에는 전 세계의 ○○ ○○ 하는 학자가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20. 비싼 가격. 또는 값이 비싼 것. ↔헐값. 그녀는 ○○의 물품을 구입하였다. 21. 놀이나 재미있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내다. 공놀이를 하며 ○○. ◆〈strong〉5회정답〈/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2-12 12:30:00

  •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4>망향 정서의 태동 '타향살이'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4>망향 정서의 태동 '타향살이'

    1920년대 신문 연재 작품인 현진건의 단편 '고향'은 '타향'의 역설이다. 소설 속 화자(話者)는 경성(서울)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기이한 복장의 사내를 만난다. 한·중·일 삼국의 옷을 아래위로 섞어 입은 그 남자의 모습은 식민지 현실과 유랑의 처지를 웅변한다. 처음에는 그의 어쭙잖은 언행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점차 그의 참담한 삶의 여정에 동정심과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동양척식회사에 농토를 빼앗기고 만주와 일본을 전전하다가 가족을 잃어버린 후 고향에 돌아왔지만, 그곳 또한 지난날의 고향이 아니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혼인 말이 오갔던 여인을 만났는데, 유곽에 팔려갔다가 병든 몸으로 돌아와 일본인 집에 식모살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작중 화자는 괴로워하는 그 남자와 술잔을 나누며 함께 노래를 부른다. 어릴적 배웠던 개사한 신민요였다. 이 소설이 10년만 늦게 나왔더라면 작중 인물들이 '타향살이'를 부르지 않았을까.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고' '부평 같은 내 신세가 혼자도 기막혀서, 창문 열고 바라보니 하늘은 저쪽' '고향 앞에 버드나무 올봄도 푸르련만, 버들피리 꺾어 불던 그때는 옛날' '타향이라 정이 들면 내고향 되는 것을, 가도 그만 와도 그만 언제나 타향'. 고복수의 '타향살이'는 가사가 짧다. 초장·중장·종장의 3장 형식인 시조나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닌 여느 가요와도 다르다. 그래서 4절까지 있다. 간결한 노랫말이었지만 '타향살이'는 일제강점기 고향을 등지고 떠도는 설움의 원형을 이루었다. 우리 대중가요사에서 '타향'이라는 정서를 낳은 노래였다. 망향의 의식을 개인적 감상이 아닌 시대 정서로 승화시킨 가요였다. 우리 민족사의 질곡은 간단없는 타향살이를 강요했다. 일제의 폭정과 전쟁의 참화 그리고 국토의 분단은 숱한 실향민을 양산했다. 타향에서의 삶이 고달플수록 고향은 가이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망향의 정서에는 미사여구가 필요하지 않았다. '타향살이'는 노랫말도 가수의 성음도 그저 순박하다. 하지만 그 처연한 계면조의 감성이 겨레의 가슴을 저며들었다. '타향살이'를 통해 식민지 한국인은 '떠돌며 사는 삶'을 자각했다. 그것은 시와 가요의 경계를 허문 집단적 서정시였다. 단순 반복과 완만한 하강조의 가사와 선율은 회상과 상실의 정조를 중층적으로 쌓아올리며 설움을 녹여 눈물을 자아냈다. 특히 만주에서의 공연은 가수와 관객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다가 기어이 흥건한 눈물 바다를 이루곤 했다. '타향살이'는 겨레의 망향가였다. '헌 짚신짝 끌고, 나 여기 왜 왔노, 두만강을 건너서, 쓸쓸한 이 땅에. 남쪽 하늘 저 밑에, 따뜻한 내 고향, 내 어머니 계신 곳, 그리운 고향집'. 만주에서 태어난 윤동주 시인이 두만강을 건너왔다고 한다. 남쪽 하늘 저 밑이 고향이라고 한다. 시적 화자가 윤동주 개인이 아닌 한반도에서 만주로 내몰린 동포임을 대변한다. 조국을 빼앗긴 망국민에게 어머니 같은 고향은 더 이상 없었다. 김능인이 작사한 '타향살이'는 이같이 잃어버린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이국에서의 신산한 삶을 절절하게 담았다. 1930,40년대를 살아가는 대중은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타향살이의 연대감을 공유했다. '타향살이'는 망향의 문학이자 망국의 비가(悲歌)였다. 타향살이의 본질적 비극은 되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 갖힌 것이다. 그것은 시대에 소모된 민중의 자화상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2-12 12: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 ] <7> 전전긍긍(戰戰兢兢),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 ] <7> 전전긍긍(戰戰兢兢),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모양"

    ["희토류 안판다"…중국, 신규계약 거부 방침에 일본 기업 '전전긍긍', 교원 해킹 3일이 지났는데 '깜깜이'…학부모들 '전전긍긍', 위헌정당해산론에 '전전긍긍'하는 국힘] 등등. 최근 국내외는 복잡한 일들로 온통 전전긍긍이란 기사다. 전전긍긍(戰戰兢兢)은 "두려워하고 조심하는 모양"을 말한다. '전전'이란 '전' 자를 겹쳐 매우 불안하여 두려워서 떠는 모양을, '긍긍'이란 '긍' 자를 겹쳐 몸을 움츠리고 조심하는 모양을 보여준다. 전전긍긍은 중국 고대의 시가집 『시경』 「소아(小雅)」의 '소민(小旻)'(=높은 하늘)과 '소완(小宛)'(=작은 산비둘기)의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먼저, '소민'을 보자. 이 시는 임금이 소인의 나쁜 계책에 휘둘려 나라가 혼란에 빠져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전전긍긍(戰戰兢兢: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여림심연(如臨深淵: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한 듯해야 하고), 여리박빙(如履薄氷: 마치 살얼음을 밟고 가는 듯해야 하네)" 이어서, '소완'을 보자. 이 시는 난세를 사는 사람이 시국을 한탄하면서도 몸을 삼가함으로써 화를 면하고자 스스로 경계한 것이다: "온온공인(溫溫恭人: 온화하고 공손한 사람이), 여집우목(如集于木: 나무 위에 올라앉아 있듯이), 췌췌소심(惴惴小心: 무서워하고 조심하기를), 여림우곡(如臨于谷: 깊은 골짜기에 이르는 듯), 전전긍긍(戰戰兢兢: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여리박빙(如履薄氷: 살얼음을 밟듯이 하라)" '전(戰)'은 "싸우다"라는 뜻으로, 서로 목숨을 걸고 힘을 겨루는 일이다. 공적으로는 '전쟁'이고, 사적으로는 '투쟁'이다. 대개 전쟁에는 개별적・국소적 전투계획인 '전술'이, 종합적・대국적 전쟁계획인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전투나 전쟁이든 싸우는 병사도 연루되는 백성들도 모두 힘들다. 안 싸우는 게 가장 좋으나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없을 수 없다. 막상 전쟁이 일어나면 죽기 아니면 살기라서, 『논어』 「팔일(八佾)」에 나오는 '전율'(戰慄)이란 말대로 "두려워서 벌벌 떨게 된다." 그러므로 전전긍긍에서 '긍긍' 대신에 두려워할 '공(恐)' 자를 겹쳐 넣어 '전전공공'(戰戰恐恐)으로 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한편 '긍(兢)'은 '긍신'(兢愼: 조심하고 삼가다)이나 '긍긍업업'(兢兢業業: 조심하여 삼가다)처럼, '삼가함'이 주된 것이다. 앞서 『시경』의 '소민'과 '소완'에 이미 나온 대로이다. 그런데 '긍'에는, '강하고 활발한 모양'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예컨대 『시경』 「소아」의 '무양(無羊)'(=양이 없는가)에는, "이양래사(爾羊來思: 저기 오는 그대의 양), 긍긍긍긍(矜矜兢兢: 한데 모여 부지런히 따라오며…)"라는 구절에서 보인다. 양들이 떼 지어 "부지런히 따라오는 모양"을 '긍긍긍긍'이라 하였다. 마치 '끙끙'대는 것처럼, 힘 있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기야 '조심하고 삼가는' 일 자체가 한편으론 '쫄고있는' 모습이나, 다른 한편에선 무언가 잘하기 위해 애써 '끙끙대는' 일이다. 전전긍긍은 『시경』에서 유래한 이래 『서유기』 등의 문학 작품에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많은 문집에서 『시경』 구절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등장한다. 내우외환이라는 유교적 유전 인자가 있는 동아시아인들에게 '전전긍긍'은 매우 친화력이 있는 사자성어라 생각된다.

    2026-02-12 12:3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1월 31일 설날 목요일 맑음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1월 31일 설날 목요일 맑음

    단기 4290년(1957년)1월 31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음력 과세(過歲), 즉 세배(歲拜)하는 날이다.아침은 떡국으로 하고 학교에 일찍 오니 아이들이 몇몇뿐 이었다. 우리 학교 확성기를 통하여 나온 방송이 새해의 아침 공기를 울렸다. 오늘은 설이라고 학교에 온 아이들은 몇몇뿐이어서 공부를 네 시간 정도로 하고 오락 시간으로 들어갔다. 방송실에서 2-B 학생들이 스무고개를 하였다. 우리는 교실에서 재미있게 들었다. 오후에는 청소를 깨끗이 하고 집에 돌아와 점심을 먹지 않고 새배 들이러 갔다. 사장어른댁과 이모님 집으로 가서 새배 들이고 이웃 어른들을 찾아뵈었다. 배는 꽤 불렀다. 해는 서산에 넘어가고 하여 집에 오니 고모님 식구들은 저녁을 잡수시고 있었다. 나는 저녁을 먹고 이웃으로 놀러 가서 "카드"놀이를 하고 집에 와서는 바로 누워 잤다.

    2026-02-12 12:0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1년 7회>흙바닥에 새긴 황금빛 영토, '지도 그리기'의 추억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1년 7회>흙바닥에 새긴 황금빛 영토, '지도 그리기'의 추억

    해 질 녘 대구의 어느 좁은 골목길 한구석에서 두 형제가 길을 걷다 걸음을 멈춘다. 형이 슬며시 바지춤을 내리자 뒤따르던 동생도 바지를 내리며 땅바닥에 '지도 그리기'를 하고 있다. 마른 흙바닥 위로 뜨거운 오줌 줄기가 닿는 순간, 치익 소리와 함께 매캐한 흙내음이 확 끼쳐 오른다. 아이들은 그것을 '지도를 그린다'고 불렀다. 누구의 줄기가 더 힘센지, 누가 더 끊기지 않고 거대한 대륙을 완성하는지가 그날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니 지도는 와 이래 쪼매나노? 내 지도 단디 봐라, 이건 완전 태평양 아이가!".짙은 갈색으로 변해가는 흙바닥 위로 한반도가 생겼다가, 이름 모를 먼 나라의 섬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 시절 우리에게 '오줌싸개'라는 별명은 그리 수치스러운 일만은 아니었다. 밤새 이불 위에 지도를 그린 다음 날 아침이면,어머니는 "아이구, 이 문디 자슥아! 또 지도 그맀나!"하고 머리에 '키'를 씌우고 내보내면 아이들은 이웃집 대문을 두드려야 했다. "오줌싸개 소금 받으러 왔심더" 하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면, 옆집 할매는 "우야꼬, 이 귀한 소금을 오줌싸개한테 주게 생겼네" 하면서 빗자루로 키를 '탁탁' 때리며 겁을 주었다. 그러면서 이내 한 바가지 가득 하얀 소금을 퍼 담아주시곤 했다. 그 소금 안에는 아이가 무안해하지 않길 바라는 어른들의 따뜻한 정이 담겨 있었다. 이제는 뜨거운 오줌 줄기에 제각각의 모양으로 변해가던 영토의 형상도 보기 힘든 풍경이 지만 가끔 해 질 녘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맵싸한 흙내음 속에 그때 그 시절, 세상에서 가장 큰 지도를 그리겠다며 폼을 잡던 코 흘리개 동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사진작가 김익원의 1961년 작품 '형제'는 두 어린 형제가 나란히 서서 거리낌 없이 소변을 보는 모습으로 지금의 잣대로는 생소할 수 있지만 1960년대 초반 대구의 골목이나 마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정겨운 일상이었다.

    2026-02-12 11:30:00

  •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어쩔 수가 없다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어쩔 수가 없다

    지난 달 말 현대자동차 노조가 재미있는 성명을 냈다. 회사가 생산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려 한다며 일방통행으로 일을 진행하면 판을 갈아엎을 거라 경고한 것이다. 이들이 날카로워진 것은 얼마 전 현대차 그룹이 최고 전략회의에서 무인공장 프로젝트인 'DF247'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내용은 명칭 자체에 들어있다. 풀어서 Dark Factory 247은 24시간, 주 7일 가동이 가능한 공장이란 의미다. 그것도 불도 켜지 않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이게 어떤 의미인지 감이 안 오시면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의 엔딩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주인공은 죄다 로봇뿐인 거대한 공장에 혼자 들어와 버튼 하나로 공장을 돌린다. 이 장면에는 공장 안에 조명이 들어와 있는데 새까만 어둠을 찍을 수는 없으니 영화적인 설정으로 그리 한 것일 뿐 실제로 로봇 공장에 조명이 필요할 까닭이 없다. 먼 미래가 아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얼마 안 가 전 세계 모든 공장의 풍경을 하나로 통일할 그림이기도 하다. 상황을 정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밀려나는 것이다. 인간의 배제는 21세기 중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를 기겁하게 만든 것은 '아틀라스'라는 로봇이다. 목과 척추가 360도 회전 가능하고 고성능 인공 지능 탑재로 작업 환경을 이해한다. 심지어 혼자서 배터리도 교체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머리가 돌아가는 로봇의 탄생으로 이제 무인공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가 긴장하는 이유다. 아틀라스의 본격적인 현장 투입은 2028년으로 알려져 있다. ◆희망퇴직은 회사가 노조와 싸우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사는 비용 노조는 사측이 이 공장을 밀어 붙이면 판을 갈아엎을 거라 했다. 가능할까. 설비 투자는 경영자 고유권한이다. 노조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용과 근로조건을 들이대며 이를 늦추는 거 말고는 없다. 물론 마지막 카드는 파업이다. 구조조정 꼼수다, 외치면서 단체 행동에 들어가면 회사도 난감하다. 그런데 요 대목에서 가정을 해보자.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고액을 제시하면 어떻게 될까. 3억에서 5억은 고민의 구간이지만 퇴직이 코앞이 아니라면 장기근속이 유리하다는 산수가 가능하다. 노조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액수가 10억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10억을 연봉 1억 노동자의 10년 치 수입으로 단순계산하면 안 된다. 생활비 등 나가는 돈이 있으니까 연간 저축액은 3천만 원 안팎이다. 그 경우 10억은 33년을 모아야 가능한 액수가 된다. 과연 외면할 수 있을까. 절대 쉽지 않다. 단체행동으로 노조가 버틸 수 있는 한계점으로, 선택은 각자의 몫으로 하자는 소리 반드시 나온다. '연대'를 개인의 계산으로 분해하는 것이다. 이때 회사에서 퇴직 신청 기한을 못 박으면 와해는 가속화된다. 타이밍을 놓치면 10억이 날아가는 상상을 하는 순간 마음은 조급해진다. 심리적으로 사람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에 더 예민한 법이다. 아틀라스 한 대의 가격은 2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걸 2년 연봉으로 보면 역시, 곤란하다. 복지비, 보험료 등 추가비용이 들어가므로 끽해야 1년 4개월 치다. 연봉은 다음 해에도 또 나간다. 아틀라스는 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틀라스 도입 2년 차부터 비용구조는 역전된다. 로봇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고정 자산'이 되는 순간 기업은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당겨온다. 희망퇴직금 10억도 기업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큰돈이 아닌 것이다. 이 계산에서 노동자가 설 자리는 없다. 슬프지만 세상은 그렇게 갈 것이다. ◆아직도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로 보이세요? 10억을 받은 후 현대차 전직(前職) 노조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알려드린다. 절반으로 현대차 주식을 사는 것이다. 그때는 회사 이름도 바뀌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현대 로보틱스 그룹으로. 현대차는 이미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는 더 이상 차가 아닌 '바퀴 달린 로봇'이다. 자동차로 시작했지만 가장 먼저 자동차를 버리고 있는 회사가 현대다. 노조가 단체 행동으로 회사와 맞서던 시대는 끝났다. 인간 노동의 시대에 소리 없이 황혼이 내려앉고 있다.

    2026-02-12 11:30:00

  •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미술관이 있다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미술관이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는 부러울 정도로 좋은 미술관이 많다. 미술관의 역사도 우리보다 길고, 컬렉션의 질과 양은 물론 미술관 건축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서 우리와는 다른 차원을 보여준다. 카가와 현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데시마(豊島)에는 미술관이 하나 있다. 섬의 인구는 고작 천 명이나 될까. 섬을 오가는 페리는 하루에 몇 차례뿐이고, 택시는 단 한 대뿐이다. 드문드문 다니는 마을 버스를 기다리거나, 가장 좋은 이동 수단은 자전거다. '풍성한 섬'이라는 한자 이름과는 달리, 섬에는 드문드문 인가가 있을 뿐 대규모 어업도 이루어지지 않는 전형적인 농촌 섬이다.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다.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완만한 오르막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길가에는 귤나무와 올리브 나무가 이어진다. 광활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보다 제법 규모 있는 농사다. 올리브가 재배되는 것을 보니 이곳 기후가 그리스나 이탈리아만큼 따뜻한가 싶기도 하다. 이런 데시마에 미술관이 있다. 사실 미술관을 제외하면 이 섬에는 거의 다른 볼거리가 없다. 그런데도 이 미술관 하나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이 섬을 찾는다.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Nishizawa Ryue)가 설계한 데시마 미술관은 멀리서 보면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돔처럼 보인다. 하나의 조형물처럼 만들어진 이 건물은 천장이 두 곳 크게 열려 있어 바람 소리와 새 소리가 그대로 들려오고, 빛은 제 마음대로 드나들며 바닥과 벽 위에서 그림자 놀이를 벌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 하나의 공간에는 기둥이 없다. 건물의 형태는 가까이에서 보면 땅 위에 살짝 내려앉은 물방울처럼 보인다. 낮고 넓게 펼쳐진 곡면의 콘크리트 쉘은 주변 풍경에 몸을 낮춘 채, 오히려 지형의 일부처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건축에는 벽이나 기둥이 보이지 않는다. 두께가 얇은 콘크리트 껍질 하나만으로 자립하는 구조로, 공간의 구조적 위계도 드러내지 않는다. 미술관 건물 내부는 단일 공간이다. 천장에는 두 개의 타원형 개구부가 뚫려 있다. 이것은 창이라기보다 하늘과 직접 연결된 틈처럼 보인다. 그 틈을 통해 빛과 바람, 새 소리가 그대로 들어온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내부의 밝기와 공기의 밀도는 끊임없이 달라지고, 공간은 결코 고정된 상태로 머무르지 않는다. 데시마 미술관에는 일반적인 미술관에서처럼 소장품이나 특별전이 기획되어 전시되지 않는다. 설치미술가 나이토 레이(Naito Rei)의 작품 매트릭스가 건축물과 하나가 되어 공기처럼, 바람처럼, 빛처럼 존재한다. 바닥에는 육안으로 느껴지지 않는 미세한 경사가 있으며, 바닥에 난 구멍 곳곳에서 작은 물방울이 맺히고 움직인다. 물은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기보다 생겨나고, 모이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관람자는 이 미세한 움직임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을 낮추고, 자신의 호흡과 걸음을 늦추게 된다. 이곳은 시각 중심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감각이 하나가 되어 시간의 흐름 속에 자신을 맡기게 되는 작품이다. 데시마 미술관은 2010년 세토우치 국제예술제에 맞추어 개관했다. 공식적인 연례 통계가 정기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지만, 학술 조사 자료에 따르면 연간 방문객 수는 약 6만 명 수준이며, 세토우치 국제예술제가 열리는 해에는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6-02-12 11:30:00

  •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끔찍한 손해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끔찍한 손해

    '주민들 대다수가 노인네들인데도 죽는 사람이 좀처럼 없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병원에서도, 감옥에서도 관을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흔 살의 장의사 야코프에게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나날이 손해가 쌓이는 것과 같았다. 예컨대, 일요일과 축일에 일하는 것은 죄가 되고, 월요일은 흉한 날이라 일을 못 하고, 이런 식으로 쌓이다 보면 일 년에 이백일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놀아야 했다. 모처럼(?) 경찰서장이 골골댄다는 소식에 조바심을 내며 이 년을 기다렸지만, 치료하러 떠나자마자 그곳에서 죽어버려 그는 최소 10루블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에 손해, 손해뿐이던 어느 날 할멈이 몸져눕더니 죽고 말았다. 돈 들어갈 일이 많다는 이유로 차 마시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뜨거운 물만 마셔야 했지만, 그가 손해 본 것들에 관해 얘기하면서 야단칠까 봐 평생 불평 한마디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2루블 40코페이카. 아내의 관을 짜고 그는 이렇게 장부에 기록했다. 물론 손해였다. 부제(副祭)에게 줄 돈을 아끼려고 그는 직접 시편을 읊었고, 무덤 자리는 그의 대부인 묘지기의 연줄로 거저 얻었으며, 농부 네 명이 묘지까지 운구해 주었는데, 고인에 대한 공경심으로 한 일이라 돈을 받지는 않았다. 모든 일이 반듯하고 품위 있게 그리고 저렴하게 치러졌기에 그는 매우 만족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속 마르파는 마침내 그 오두막과 관들과 야코프로부터 영원히 떠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마침내'가 오기 전에 탈출(?)을 감행한 그녀들이 현실에는 있었다. 집을 몇 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아이들 학원비는커녕 대학등록금조차 주지 않는가 하면, 부부동반 모임에서 그녀가 들고 갈 명품 가방은 사 안기면서도 최저가 임플란트를 검색해 의료사고에 가까운 시술을 받게 하기도 하고,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자신이 일러둔 타임세일 식품을 사두지 않았다고 고함을 치는 등 현실에서 마주한 그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처음에는 그녀들의 말을 선뜻 믿기 어려웠다. 멍든 눈에 아침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사무실을 찾는 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만족스러운 부부관계를 가지기 위해 그녀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그녀 대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그 비명을 듣는 게 지옥 같았다는 이야기에는 '설마?' 싶었다. 어렵게 용기 내 찾아와서도 "변호사님은 제 남편을 몰라서 그래요.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이에요. 이 이혼소장을 받으면 당장에 저를 죽이러 올지 몰라요."라고 그녀들은 말한다. 그렇게 돈이 아까운 사람은 절대 이혼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에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어도 그녀들은 믿지 않는다. 학비, 병원비, 식비가 그렇게나 손해였던 그들에게 이혼은 곧 재산분할이기에 이는 비교 불가한, 말 그대로 까무러칠 정도의 손해 그 자체이다. 그래서 예외 없이 그들은 단연코 이혼 사유는 없노라고 강변한다. 퇴근 후 돈 쓸 일 없이 곧바로 귀가하는 그이기에 해가 지는 것이 늘 두려웠다던 그녀는 이혼조정실에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자마자 턱까지 바들바들,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을 떨었다. 연기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과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이라 할 만했다. 그는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곧 다정한 남편 모드로 돌아가 저렇게 약한 아내를 자신이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사십여 년 만에 탈출한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제는 해가 지는 게 두렵지 않다는 거, 그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 야코프는 한집에서 살아온 세월이 오십이 년이나 길고 길게 이어져 왔지만, 그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째서 그는 평생 욕을 하고, 으르렁대고, 주먹을 흔들어대며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했는가? 도대체 왜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망치는가? 이 얼마나 끔찍한 손해인가! 증오와 악의가 없다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텐데 말이다. 소설 속 야코프는 손해를 만회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지만, 현실 속 우리에게는 아직 끔찍한 손해를 피할 기회가 남아있다.

    2026-02-12 11: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서구문화회관 기획 윈터 씨어터 시리즈 연극 〈사랑해 엄마〉 2월 21일(토) 오후 3시, 7시 서구문화회관 공연장/무료 053-663-3081 서구문화회관이 올겨울 처음으로 '윈터 씨어터 시리즈'를 선보인다. 성격이 다른 연극 세 편을 차례로 올리는 구성이다. 참여형 추리극과 가족극으로 구성된 유명 연극 2편을 초청했고 대구 기반 창작극 1편을 준비했다. 특히 무대와 객석이 가까운 서구문화회관 공연장 특성을 살려 배우의 표정과 대사가 생생하게 전달되는 작품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두 번째 작품 〈사랑해 엄마〉는 모녀 관계를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과 후회를 섬세하게 풀어낸 휴먼 드라마다. 방송인 조혜련이 연출과 출연을 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서구문화회관 공연에도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른다. 화려한 장치보다 대사와 감정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전개 속에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각자의 자리에서 공감할 수 있는 '세대 간 소통'의 이야기를 전한다. ◆2026 무영당 특별 신년 기획전 '무영당 청춘당' ​1월 9일(금)~2월 25일(수) 장소;무영당 무영당백화점 사장 이근무, 작곡가 박태준, 동요 작사가 윤복진, 화가 이인성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가며 서로의 예술을 나누고 새로운 책과 음반을 접했던 무영당백화점은 단순히 상품만을 파는 곳은 아니었다. 이곳은 근대 대구의 '메디치 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이근무가 든든히 지키고 있었고, 쏟아지는 근대 문물과 지식이 모여 있던 공간이었다. 대구의 많은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지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근대 문화예술의 지원과 창작, 연대의 산실이었던 무영당에 현재의 청년 예술가들이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오늘의 예술로 숨결을 불어넣는다. '무영당 청춘당'은 청년 예술가 6명과 기성 작가 3명이 무영당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교류하고, 관객과 소통하며 자신들의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다. 미디어 아티스트 남명옥이 기획을 맡았고, 팝 아티스트 한주형, 공간 디자이너 김수정, 신진 작가 강영롱, 배문경, 신나래, 최빛나, 이민정, 강은영 등이 참여했다.

    2026-02-12 11:30:00

  • 경북 청년 농업인 '경북도 4-H연합회장' 이취임식 개최

    경북 청년 농업인 '경북도 4-H연합회장' 이취임식 개최

    경상북도 4-H 연합회는 5일 경북도 여성가족플라자에서 제64 노구완 회장·65대 이강훈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하고, 경북 농업의 미래를 이끌 청년 농업인 조직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도내 4-H 회원과 지도자, 관계 공무원 등 약 120명이 참석해 지난 한 해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새 집행부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임하는 제64대 노구완 회장은 재임 기간 청년 농업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교류를 확대하고, 회원 간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 해 왔다. 노구완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덕분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경상북도 4-H 연합회가 청년 농업인의 든든한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제65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강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4-H 연합은 청년 농업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다. 회원 모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활력 있는 연합회, 회원 간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4-H 연합회가 되겠다"라고 향후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4-H는 경북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중요한 조직"이라며, "청년 농업인이 주체가 돼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연구, 정책 연계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상북도 4-H 연합회는 1953년 조직되어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으며, 현재 도내 21개 시군에서 1,258명의 청년 농업인이 활동 중이다. 청년 농업인 역량 강화 교육, 지역사회 공헌 활동, 농업·농촌의 가치 확산을 위한 실천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미래 농업을 이끌 핵심 인재로 자리매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청년 농업인 조직으로서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2026-02-05 16:22:05

  •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TK특별시 헬리콥터 향토예비군

    대구·경북 통합과 신공항 건설, UAM 상용화라는 세 가지 변화는 대구경북 하늘길의 지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공항·철도·항만·도로에 더해, 산불 감시와 재난 구호, 해상 구조, 교통 관리를 아우르는 저고도 항공 모빌리티 체계를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해양 사고는 여전히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의성 초대형 산불처럼 단 한 번의 초기 대응 실패가 수조 원대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은, 대구경북이 헬기와 UAM을 포함한 저고도 항공 안전 체계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UAM의 경제성과 저소음, 무배출이라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거리 운항과 대용량 수송, 강풍 속 산불 진화와 동해안 해상 구조까지 모두 맡기기에는 기술적·운영적 한계가 크다. 현실적인 해답은 대체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도심–신공항, 주요 거점 간 단거리 여객과 경량 화물은 UAM이, 험준한 산악과 동해안, 대규모 산불과 해양 사고 대응은 중·대형 헬기가 담당하는 헬기+UAM 혼합 모델이 대구경북에 요구되는 방향이다.​ 문제는 대당 수백억 원에 이르는 중·대형 헬기 소요를 어떻게 충당하느냐이다. 해답의 핵심은 민간 헬기 사업자가 평시에 관광·점검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위기 시 공공 임무에 참여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공항 인프라, 관광 상품, 공공 임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평시에는 민간 헬기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관광·사업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유사시에는 산불 진화와 해상 수색·구조에 투입되는 상설 동원 체계다. 지역 지형을 잘 아는 조종사와, 이미 수익을 내는 항공기가 위기 때 곧바로 투입되도록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네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민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중·대형 헬기 사업모델이다. 신공항–도심–경주·포항·울릉을 잇는 헬기 셔틀, 포항 영일만과 스페이스 워크 상공 야경 투어, 울진 해안–울릉도 관광 코스, 해상풍력·양식장 점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조건은 민간이 고가의 헬기를 도입, 유지하면서도 공공 임무에 동원될 수 있는 여력을 준다. 둘째, 산불·재난 임무에 대한 별도 계약 단가와 비용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상시 계약과 일정 수준의 공공 지원이 결합되면, 지금처럼 시간당 수천만 원대 임차료가 정상처럼 청구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상업 운항과 긴급 출동이 충돌하지 않도록 동원 우선권과 손실 보전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경보에서 상업 비행을 중단하고, 어떤 조건에서 국가·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할지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이는 공공 임무 전환 매뉴얼이다. 넷째, 사고 발생 시 국가·지자체·민간 간 책임 분담과 보험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상업용 헬기는 현재의 일반 상업 보험만으로는 보상되지 않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신공항에 헬리포트 구역을 지정하고, 도심 곳곳과 산악·연안 거점에 헬기와 UAM이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포트를 설치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산불, 해양 사고, 도심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산림청·소방·해경·군·지자체·민간 헬기와 UAM·드론을 자동 배치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TK특별시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TK특별시의 자치권 강화와 맞물려 저고도 항공 안전망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함께 키우자는 전략 제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상상력을 지탱할 숫자와 규칙, 책임을 설계하려는 TK특별시의 결단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① 재난·산불 대응에 필요한 전용 헬기 목표 수량, ②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익·보상 구조, ③ 신공항을 축으로 한 버티포트·헬리포트 네트워크, ④ 통합 관제·공역 설계를 위한 2020년대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하대성(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정치학 박사)

    2026-02-05 12:30:00

  •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기생과 풍류보다 더 좋은 '승기악탕(勝妓樂湯)', 도미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기생과 풍류보다 더 좋은 '승기악탕(勝妓樂湯)', 도미

    도미는 행운을 상징하는 물고기이다. 음식을 먹으며 행운까지 맞이한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러나 행운은 그저 오는 게 아니다. 수심 200m의 수압을 견딘 도미의 인내가 담겨있다. 그리하여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거다. 도미는 '백어(白魚)의 왕'이라 칭한다. 예전 제례나 연회에는 반드시 비늘 있는 생선을 차렸다. 비늘은 선비의 기개나 무사의 갑옷을 상징하며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였고, 흰 살은 신성함으로 보았다. 도미의 수명을 20~40년으로 보는데 어류 중 '장수' 물고기이다. 또한, 도미 대가리 부분이 가장 맛있다는 데서 '어두일미(魚頭一味)'가 유래되었다. 옛 문헌 속 도미는 약재에 가까운 귀한 식재료였다. 도미(참돔)의 본초는 진조(真鯛), 맛과 성질은 달고 따뜻하며, 비위(脾胃)로 귀경(歸經)하고, 보기·활혈 작용한다. 도미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도미 대가리 부분의 젤라틴과 비타민 B1은 시력 보호와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고, 전체적으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어서 체력 보강하여 면역력을 높여준다. 생선 요리에 미나리와 쑥갓을 넣는 것은 비타민 C 보충과 해독 작용을 위함이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시동생이 급하게 달려왔다. 싱싱한 바다를 건져 올렸다며 살림통에서 펄떡이는 돔을 끄집어내었다. 시동생은 회를 치고, 동서는 돔 대가리와 뼈로 맑은 탕을 끓였다. 부재료로 무와 파만 넣었는데도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했다. 쫄깃한 회와 따끈한 국물, 그 깊은 바다 맛이라니. 조선 성종 때 주민을 못살게 구는 오랑캐를 쫓아내고자 허종(許琮)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북방 해주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환영하며 도미에 갖은 고명을 한 음식을 대접했다. 허종은 풍악을 울리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기녀와 술보다 도미 음식 맛이 더 낫다고 감탄했다. 기생과 음악을 능가하는 '승기악탕(勝妓樂湯)', 노래와 기생을 능가하는 '승가기탕(勝歌妓湯)', 기생을 능가하는 절묘한 맛의 '승가기탕(勝佳妓湯)'이라 하였다. 조선 시대 '규합총서' 음식편에 승기악탕이 나온다. 살찐 묵은 닭을 이용한 요리인데, '왜관(倭館) 음식으로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고 기록되었다. '왜관'은 일본 사신들이 머물던 곳으로 우리의 전통과 이국적 문화가 섞인 음식이 많았다. 현재 왜관 지명을 찾을 수 있는 곳이 경북 칠곡군의 '왜관'이다. 다른 조리서에는 숭어를 사용하여 탕을 만들었다. 도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경사스럽다'라는 뜻의 '메데타이(めでたい)'와 도미(たい)는 발음이 비슷하여 명절이나 축제에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 도미를 통째로 넣은 솥밥과 도미 대가리를 졸여서 먹는다. 타이야키(たいやき)는 도미(たい) + 구이(焼き)로, 서민은 귀한 생선 대신 도미 모양의 빵을 만들어 먹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넘어온 붕어빵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도미는 '복(福)을 부르는 가길어(加吉魚)'라 하여 잔치나 축제 요리에 등장한다. 승기악탕은 생선을 포 떠서 전으로 부치고, 전골냄비 바닥에 소고기와 채소를 깐 후에 전과 각종 고명을 돌려 담아 맑은장국을 붓고 국수를 넣어 끓인 '도미면'이다. 궁중의 연회나 반가의 경사에 차려지는 최고급의 꽃과 같은 음식이라 전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타인의 정성을 내 몸 안으로 모시는 거다. 도미 맛은 1월을 최고로 친다고 하니 길한 음식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으리라.

    2026-02-05 12:00:00

  • [문학을 품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문학을 품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국 비밀 정보부 국장인 '컨트롤'은 서커스(영국 정보부의 별칭) 내부의 고위 간부 중 하나가 -통상 스파이 세계에서 '두더지'라 일컫는- 이중첩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더지의 정체를 알고 있는 헝가리 장군의 망명을 돕기 위해 스캘프헌터(암살 및 회유 전담 요원)인 '짐 프리도'를 부다페스트로 급파한다. 헝가리 장군을 만난 짐은 작전의 비밀이 소련 측에 이미 누설되었음을 눈치채고 현장을 떠나려다 총격을 당한다. 이에 컨트롤은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그의 오른팔이었던 '스마일리'도 함께 쫓겨난다. 그러나 은퇴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스마일리에게 정부는 다시금 은밀한 진상 조사를 명령하고, 그는 현장으로 복귀한다. '존 르 카레' 동명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127분으로 압축해야 하기에, 영화는 가장 '에센셜'한 조각들을 선택하고 끼워 넣어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에선 언급조차 없는 부분을 기어코 창조해서 오프닝에 배치한다. 바로 스마일리가 안경을 새로 맞추는 장면이다. 입장과 상황이 달라졌으니 시각도 바꿔야 한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후 그는 새로 맞춘 안경을 벗지 않기 위해 수영할 때조차 평영으로 한다. 몇 명만 모여도 파벌이 생기는 것,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생리다. 그러면서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 상호 간에 정치가 발생한다. 때로는 조직이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외부 세력까지 끼어들어 이런 파벌 간의 내부 정치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조직을 이끌고 운영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정작 그 사람이 자리를 지키면 불편해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정치만 잘하는 무능한 자를 앞세워서 핵심 인재를 밀어낸다. 그렇게 조직이 엉망이 되어 버리면 은밀히 접근해서 조직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이런 과정에서 흔히 정치만 밝고 실무엔 어두운 자는 완장 하나 차고서 누군가의 허수아비 역할을 충실히 한다. 큰 힘을 가진 조직이나 사회에서 기실 어디서나 이런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능력은 없는데 정치만 능한 자들이 활개를 치는 풍경이 더는 낯설지가 않다. 무능하지만 정치력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 우리나라 국정의 모습을 매일같이 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배신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진실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고독하다. 스마일리는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면서, 그 음울하고 냉소적인 과정에서 무능과 악의를 흘려보내면서, 뜻이 맞는 동료를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규합하면서, 끝내는 조직의 부패를 근절하고 다시금 재정비하는 생존 지침서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냉전 시대 속 냉혹했던 스파이의 삶이 202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생생한 삶의 매뉴얼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훌륭한 이야기는 수용자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항상 시대를 넘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새해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났다. 분명 굳은 각오로 새로운 결심을 세웠지만, 아직 뭉그적거리며 지지부진한 상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아직 감동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 나도 새로운 안경을 맞추러 나서야겠다.

    2026-02-05 12:0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1월 24일,26일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1월 24일,26일

    ◆단기 4290년(1957년) 1월 26일 토요일 흐리고 비 아침에 일어나니 밖에서 오삭오삭 무엇이 오는 소리가 나와서 본즉 웬 겨울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청소하고 학교 갈 준비하여놓고 아침을 먹고 우산을 들고 태욱(泰煜)이네 집으로 갔었다. 태욱이가 우산이 없어서 간다느니 안 간다느니 하여 나는 그를 나의 우산속에 넣어주었다. 학교에 와 보니 약 한 달 동안 안 보았더니 친구들 얼굴이 틀린 것 같이 정도로 보이고, 먼저 눈에 띈 것은 각학급 마다 스피커를 달아놓은 것이 먼저 띄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학교도 다른 학교보다 부럽지 않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교실 안이 매우 더러워서 대청소하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공부하다가 저녁을 먹고 저녁에는 소설책을 읽다가 책을 머리맡에 두고 그만 자버렸다.

    2026-02-05 11:5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6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6회>

    〈가로 풀이〉 1. 돈 있으면 활량 돈 못 쓰면 ○○: 경제적으로 넉넉하여야 삶을 즐길 수 있음. 2. 칠십에 자식을 낳아서도 ○○를 본다: 늘그막에 자식을 보고서도 그 덕을 입게 됨. 4. 건너다보니 ○○: 겉으로만 보아도 거의 틀림없을 만한 짐작이 든다는 말. 6. 나라가 없어 ○○하나: 나라님에게 무엇이 없어서 진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 7. ○○○ 밤 까먹듯: 욕심스럽게 잘 먹는 모양. 9. 같은 값이면 은가락지 낀 손에 ○○○○. 10. ○ ○○ 아웅 한다: =귀 막고 아웅(아옹) 한다. 12. 눈에 눈이 들어가니 ○○인가 ○○인가. 13. ○○○○도 제멋에 찬다: 모든 사람이 천시하는 동냥질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한다. 14. ○○ 것 맞갖지 않은 것 없고, 남의 것 욕심나지 않은 것 없다. 15. 곧기는 ○○ 같다: 겉으로는 곧은 체하나 속이 검다. 17. 금돈도 ○○이 있다: 금으로 만든 돈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 18. ○○ ○○○ 같다: 실속 없이 허풍을 잘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 21. 공복에 ○○을 침도 아니 바르고 그냥 삼키려 한다.욕심이 많아서 경위를 가리지 않고 한없이 탐내기만 함을 비유 23. ○○ ○○ 별을 보지: 어떤 성과를 거두려면 그에 상당한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함. 〈세로 풀이〉 1. 달팽이가 바다를 ○○○○: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말할 거리도 안 된다는 말. 3. ○○○○ 사립(빈지) 고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5. 개살구 지레 ○○○: 되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잘난 체하며 뽐냄. 8. 고양이 죽는 데 ○ ○○만큼: =쥐 죽은 날 고양이 눈물. 11. 남의 ○○○○에 밤 주워 담는다: 아무리 하여도 남 좋은 일만 한 결과가 됨. 12. 계집의 얼굴은 ○○ ○○: 여자의 얼굴이 곱고 미운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16. 거지 자루 크면 자루대로 다 ○○: 지나치게 큰 그릇을 가지고 옴을 비웃는 말. 19. 닭알 때 짓밟아 뭉개 ○○○ 한다: 부정적이거나 문제의 원인이 더 커지기 전에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뜻 20. 노뭉치로 개 ○○○: 상대편의 비위를 맞춰 가면서 슬슬 놀림. 21. 도둑놈도 ○○이 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인정은 있음. 22. 까마귀 열두 소리 하나도 ○○ 것 없다. ◆4회 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2-05 11:30:00

  • [조한규 칼럼] TK행정통합의 인문학

    [조한규 칼럼] TK행정통합의 인문학

    대구경북(TK)행정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대전·충남,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함께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TK특별시장을 뽑고, 7월1일 TK특별시가 출범한다. TK특별시는 대한민국 최대 면적의 특별시가 되며, 획기적인 특례와 권한을 바탕으로 글로벌 국제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보유한 새로운 대한민국 중심 지역으로 도약·발전하는 기회를 가진다. 경북도는 이미 바이오·관광·에너지 3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총 3조1639억 원 규모의 '2026년 북부권 경제산업 신활력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TK행정통합은 바람직하다. 역사적으로 TK지역의 성장과 발전은 연대와 통합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사회는 중앙집권적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낙동강 일대 지역의 씨족들은 혈연과 함께 느슨한 연대와 통합으로 씨족연합체를 구성해 통치·의례·방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 씨족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연합하거나 통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웠던 터라, 상호의존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 생존이 키워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급량(及梁)·사량(沙梁)·본피(本彼)·모량(牟梁)·한기(漢祗)·습비(習比) 등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이다. 사로(斯盧)는 진한 12개 소국 중의 하나로 지금의 경주 분지 계림 일대(서라벌)를 다스리던 씨족사회에서 시작됐다. 점차 진한 내 다른 씨족사회와 통합하면서 신라로 발전했다. 즉 사로국은 '단일 생활권'을 이루면서 씨족연합적 성격이 강화된 부족연합국 신라로 성장·발전했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통합의 제도화였다. 각 부족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부족연맹의 성격을 유지했던 것. 신라의 화백회의(和白會議)가 만장일치를 통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했던 것은 이런 사실(史實)을 반영한다. 이런 지역과 귀족의 연합정치가 신라의 삼국통일을 견인했다. 고려에 들어서 '도(道)'라는 행정 단위가 만들어진다. 경상도의 원형은 1105년 '경상진주도'로 등장한다. 1314년(고려 충숙왕 원년)에는 신라 수도였던 경주(慶州)와 낙동강 동부지역 중심인 상주(尙州)의 앞 글자를 따서 경상도(慶尙道)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마디로 경주와 상주의 통합인 셈이다. 당시 경상도라는 광역 공간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교통로, 농업 생산지, 군사 동원 체계를 함께 묶은 공간이었다. 행정은 삶의 동선을 따라 만들어졌고,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를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경주와 상주의 중간 지대인 대구가 중심이 됐다. 이는 지배의 구조라기보다 기능의 분담에 가까웠다. 즉 행정의 통합이었다. ◆경상도의 탄새 경상도가 행정구역을 넘어 '하나의 문화권'으로 성장한 것은 조선시대다.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은 지역을 넘나들었다. 혼맥과 학맥은 행정 경계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서원과 향촌 사회 속에서 영남은 스스로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했다. 대구는 행정과 교통의 중심이었고,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각지는 영남 문화의 깊이를 이루는 토양이었다. 이 둘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하나의 몸에 가까웠다. 퇴계학의 영남학파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권'을 이뤘다. 현대에 들어 경상도는 인문학보다는 산업화의 중심이었다. 마산, 구미, 울산, 포항에 산업화를 견인한 공단들이 들어서면서 경상도는 많은 부를 축적했고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리고 TK는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에 따른 AI시대가 열리면서 TK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보수의 본산이 아니라 극우의 텃밭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기 마련. 그 기회는 TK행정통합이다. 7월 TK특별시가 출범하게 되면, 우선 TK 전 지역을 '1시간 생활권', 즉 '거리와 시간의 동일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1시간 생활권'이 되어야 TK특별시가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GTX로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화성 통탄역까지 81km를 57분이면 간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 살려 대구에서 안동까지 98km. 직선거리로는 78km다. GTX형 지하철도를 구축할 경우 85km가 예상된다. 공사비는 1km에 700억원, 85km에 6조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50m 이하 땅 밑은 국유지여서 토지보상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5년 동안 20조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니 가능하다. 더불어 각 지방도시 사이의 연결망은 BRT(간선급행버스)를 촘촘히 엮어 '1시간 생활권'을 만들면 된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를 살리고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TK특별시는 안동시의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계승·완성시켜야 한다. TK지역의 사찰, 서원, 향교 등 문화유산과 청량산, 주왕산, 팔공산 등 자연유산을 '1일 관광권'으로 묶어 창달시켜야 한다. 가령 문경 봉암사 인근의 '세계명상마을'은 세계 간화선(看話禪)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정신문화의 핵심 사상은 원효학과 퇴계학이다. 진실로 TK지역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된다면 TK특별시는 세계적 관광의 명소가 될 것이다. 원효의 일심사상(一心思想)과 퇴계의 경사상(敬思想)이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됐다. 기대된다.

    2026-02-05 11:3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0년 6회>준특3석 이기도 작 '분투(奮鬪)'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0년 6회>준특3석 이기도 작 '분투(奮鬪)'

    가을바람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확성기에서는 행진곡이 울려 퍼지던 국민학교 운동장.운동장 한가운데 굵직한 통나무 기둥이 세워지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머리에 질끈 동여맨 청군,백군을 가르는 머리띠, 흙먼지를 뒤집어 쓸 준비가 된 운동복, 그리고 비장한 각오를 다진 눈빛들. 선생님의 호각 소리는 곧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경기가 시작되면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기둥을 쓰러뜨리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이고, 옷자락이 찢어지거나 신발이 벗겨지는 것쯤은 아무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기둥을 밑동부터 꽉 부여잡고 절대로 쓰러지지 않게 수비하는 아이들. 상대방이 기둥을 타고 오르거나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몸으로 거대한 성벽을 쌓는다.공격하는 아이들은 파도처럼 밀고 들어가 수비벽을 뚫고 들어가 기둥 윗부분을 잡아채 땅으로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쏟는다.얼굴은 금세 흙먼지로 뒤덮이고, 이마에는 핏대가 서지만 소년들은 멈추지 않는다. 기둥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할 때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함성과, 끝까지 버텨냈을 때의 환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기둥이 넘어가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다시 일어나 흙을 털어내며 웃던 그 소년들은 이제 누군가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세상을 버티고 있다. 이기도 작가의 '분투(奮鬪)'는 제목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싸우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찰나를 잘 포착하고 있다.

    2026-02-05 11: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6회>기절초풍(氣絶超風),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6회>기절초풍(氣絶超風), "숨이 끊어지고 중풍을 부를" 정도로 몹시 놀라거나 겁에 질리다.

    [쿠팡에서 초코바 샀다가 '기절초풍'; "기절초풍할 사람들"… 윤리위 구성 놓고 수렁 빠져드는 국민의힘; "美 첫 협상안에 기절초풍…"] 등 의외로 '기절초풍'이란 말을 많이 쓴다. 사실 요즘 기절초풍할 노릇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절초풍'(氣絶超風)은 '숨 기, 끊을 절, 부를 초, 중풍 풍'으로, "숨이 끊어지고 중풍을 부를 정도로 몹시 놀라거나 겁에 질리다"라는 뜻이다. 원래 사자성어가 아니었던 것이 어떤 연유로 기절과 초풍이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기절초풍에서의 '기'는 '기식(氣息)・호흡' 즉 '숨'을, '풍'은 '중풍'(中風)을 의미한다. '기'에는 "기운, 힘, 기세, 숨(호흡), 공기, 김, 낌새, 가스" 등 많은 의미가 있으나 기절의 경우에는, '목숨'이나 '숨넘어간다'라 할 때의 '숨'을 가리킨다. '숨이 멎으면' 뇌로 가는 혈액 흐름이 차단돼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그 기능 손상으로 '중풍을 부른다.' 먼저, '기절'이란 말은, 후한 때 왕충의 『논형』, 그리고 『한서』, 당나라 때의 『진서』에서 '숨이 멎는다' 뜻으로 나온다. 의약서인 『난경』과 동한 시기의 『금궤요략』, 남송의 진자명이 정리한 『부인양방』, 명말의 경악이 지은 「전충록・음양편」, 조선의 법의학서인 『검요』를 비롯한 『경보신편』, 『고사신서』, 『고서의언』, 『광제비급』, 『군중의약』 등의 의약서에 자주 언급된다. 이어서, '초풍'이란 말은, 서진 때 육기의 「우선부(羽扇賦)」, 북송 장순민의 「환선시(紈扇詩)」 등에 나오며 부채가 '바람을 불러오는'것을 의미했다. 이후 여러 문헌에서 '바람을 부르다', '중풍을 부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초풍' 그리고 "중풍을 부르고, 병을 일으키다"라는 '초풍치병'(招風致病)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 의약서에 보인다. 즉 북송 왕회은의 『태평성혜방』, 청대 추주의 『본경소증』, 조선의 의약서 『의방유취』, 『동의보감』, 『주촌신방』(연인본), 『의휘』 등. 인터넷에서는 초풍을 '초풍(超風)' '초풍(醋風)', '초풍(焦風)' 등으로 끌어다 붙이나 기절과 의미가 맞지 않는다. 기절초풍은 "갑자기 몹시 놀라 겁을 먹는다"라는 '기겁'(氣怯)과 통해 '기겁초풍'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담(膽: 쓸개) 기운이 약해, 신체적・심리적으로 위축돼 작은 자극에도 놀라는 것을 말한다. '기겁'을 '식겁, 질겁' 등으로도 표현한다. 아울러 기절초풍은, "마음을 놀라게 하고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라는 '경심해목'(驚心駭目), "눈에 닿는 순간 마음을 놀라게 한다"라는 '촉목경심'(觸目驚心)과도 통한다. 그런데, 언제 기절과 초풍이 결합했을까? 한마디로 추정하기 어렵다. 기절초풍이란 말은 본래 식자층보다도 주로 민간에서 쓰였던 탓일까. 현대에 채록된 구술 전승 설화에는 기절초풍이란 한글 표현이 자주 보이나, 근대기의 미디어에서는 찾기 힘들다. 다만 1920년대 신문에서 '기절'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초풍'이란 말은 보이지 않는다. 이후 1930년대의 어느 잡지에, "김 여사에게 초풍(招風)을 당한 후…솟두방 보고 놀래면 자라 보고도 놀랜다고"하여, '깜짝 놀랐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시대를 한참 건너뛰어, 2006년에는 책 제목 가운데 '기절초풍〇〇〇'라는 게 다수 등장한다. 이처럼 대놓고 기절초풍을 쓰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잉'되고 있었음을 웅변하는 건 아닌지.

    2026-02-05 10:30:00

  • [과학으로 보는 세상] 아바타3 속 메두소이드는 허구일까?

    [과학으로 보는 세상] 아바타3 속 메두소이드는 허구일까?

    지난해 말 국내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다시 한번 관객을 판도라라는 낯선 세계로 이끌고 있다. 아바타의 세 번째 시리즈인 불과 재에는 불타는 화산 지대라는 배경만큼이나 관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판도라 하늘을 유영하는 거대 부유 생명체, '메두소이드(Medusoid)'다. 메두소이드는 외형만 보면 해파리를 연상시키지만, 공중에 머무는 방식은 기존 생물과 전혀 다르다. 오묘한 빛깔을 띠고 하늘을 나는 모습은 땅을 딛고 서는 데 익숙한 인간에게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형태의 생명체는 특정 외계 환경에선 개연성 있는 진화 시나리오로 설명될 수 있다. ◆칼 세이건이 상상한 '하늘의 생태계' 이 설정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시한 생명 모델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1976년, 칼 세이건은 물리학자 에드윈 살피터와 함께 '거대 행성 대기에서의 입자, 환경, 그리고 가능한 생태계'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가스 행성 대기 속에서 가능한 생명체 모델을 제안했다. 논문에선 가스 행성 대기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명체를 기능과 역할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다가 대기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소멸하는 '싱커(Sinker)', 싱커를 먹으며 몸집을 키워 부력을 얻고 공중에 머무는 '플로터(Floater)', 그리고 제트 추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동하며 플로터를 사냥하는 포식자 '헌터(Hunter)'가 그것이다. 영화 속 메두소이드 설정은 논문 속 '플로터' 개념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공중 부양'을 위한 세 가지 과학적 조건 그렇다면 세이건과 살피터는 어떤 근거로 부유 생명체의 존재를 상상했을까? 두 과학자는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부유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높은 대기 밀도다. 사람이 튜브를 타고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튜브 속 공기로 인해 전체 밀도가 물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성의 대기가 충분히 밀집돼 있다면, 생명체는 밀도를 낮춰 비교적 쉽게 공중에 머무를 수 있다. 두 번째는 거대한 가스주머니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생명체가 열기구처럼 체내 온도를 높이거나, 수소․헬륨처럼 가벼운 기체를 몸속에 채워 부력을 얻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번째는 에너지 확보 방식이다. 공중을 떠다니는 생명체에게 가장 직접적인 에너지원은 태양 빛이다. 따라서 광합성은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유기물이나 미생물(싱커)을 걸러 먹는 여과 섭식도 가능하다. ◆상상이 현실로? 금성에서 포착된 단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장소로 최근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지구의 이웃 행성 금성이다. 금성 대기 약 50~60km 높이에선 표면과 달리 온도와 압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지구 환경과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 이 구간은 이론상 미생물이 부유하며 존재할 가능성이 논의되는 영역으로, 오래전부터 '금성의 거주 가능 고도'로 불려 왔다. 2024~2025년 사이 영국 카디프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학회 발표와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관측 결과를 보고했다. 하와이와 칠레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금성 구름층을 정밀 관측한 결과, 생명 활동과 연관 가능성이 논의되는 물질인 인화수소 농도가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양상을 포착한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인화수소 농도가 금성의 낮과 밤 주기에 따라 증감하는 패턴에 주목했다. 단순한 화학 반응이라면 농도가 일정하거나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해당 패턴을 생명 활동 가능성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약 50년 전 칼 세이건이 상상했던 '공중 부유 생태계'라는 개념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맞닿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바타: 불과 재〉가 보여주는 메두소이드는 분명 상상 속 존재다. 그러나 밀도 높은 대기와 부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그러한 생명체가 등장하는 시나리오 자체는 과학적으로 충분한 개연성을 지닌다. 인류가 언젠가 금성이나 목성, 혹은 더 먼 우주의 구름 행성에서 마주할지 모를 미래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KISTI의 과학향기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2026-0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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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청와대 오찬 불참을 선언하며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반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주택자 매각 권유 논란에 대해 강...
설 연휴를 앞두고 국내 증시는 16일부터 18일까지 휴장하지만, 해외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은 계속해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투자자들이 주목해...
경기 오산에서 성매매 장면을 불법으로 촬영해 인터넷 라이브 방송한 30대 인터넷 방송인 A씨가 경찰에 붙잡혀 검찰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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