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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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7년 23회>은상 안희탁 작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7년 23회>은상 안희탁 작 "술래잡기"

    1976년 늦가을, 대구 근교의 어느 작은 시골마을어귀.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흙마당에는 아이들의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제법 찬 기운이 감돌았지만 아이들에게 계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기만 하면 동네아이들은 책가방을 집에 던져 놓고 마을 어귀 공터로 달려 나갔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세상의 전부였다. 그날도 영숙이와 영희,철수,영옥이를 비롯한 동네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고무줄을 챙겨 왔고, 누군가는 구슬주머니를 들고 왔지만 결국 아이들이 선택한 놀이는 술래잡기였다. 그것도 가장 재미있는 눈가리고 술래잡기. 영숙이는 낡은 흰 헝겊으로 눈을 가리고 술래가 되었다. 친구들이 헝겊을 뒤에서 단단히 묶어주자 영숙이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너희들 가만 안 둔다!" 그러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영숙아, 나 여기 있지롱!" 영숙이의 등 뒤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도망치는 주황색 스웨터의 아이가 바로 '영희' "여기 잡아 봐라!" "영숙아, 뒤에 있다!"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영숙이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몸을 돌려 두 팔을 벌여 뛰어갔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다른 곳으로 달아나 있었다. 눈을 가렸으니 방향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몇 걸음 뛰다가 허공을 잡고, 또 몇 걸음 뛰다가 친구들의 웃음소리에 속아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영희는 일부러 영숙이 가까이 다가가 손뼉을 치고는 재빨리 달아났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마을어귀에는 아이들의 발자국이 뒤엉켰고, 흙먼지가 햇살 속에서 금빛으로 피어올랐다. 그 시절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장난감이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었고, 게임기도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랄 만큼 즐거웠다. 헝겊 한 장이면 술래잡기가 되었고, 작은 돌멩이 몇 개면 공기놀이가 되었으며, 빈 공터 하나면 온 세상이 놀이터가 되었다. 한참을 뛰어다니던 영숙이가 마침내 누군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잡았다!" 순간 공터가 떠나갈 듯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눈가리개를 벗은 영숙이는 숨을 헐떡이며 환하게 웃었고, 붙잡힌 아이는 영희였다. 영희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입가에는 웃음이 번졌다. 이제 다음 술래는 영희 차례였다. 영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술래가 되는 것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조금 전까지 남을 놀리며 도망치던 처지에서 이제는 자신이 눈을 가리고 친구들을 쫓아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을 뿐이다. 눈을 가린 영희가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외쳤다. "이번에는 내가 다 잡는다!" 그러자 아이들은 또다시 깔깔거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숨을 헐떡이며 뛰노는 사이 해는 서산 너머로 기울자, 아이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반세기의 세월이 흘렀다. 그 공터는 다른 모습으로 변했을지 모른다. 영숙이와 영희와 이름모를 사진 속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1976년 늦가을, 그 골목길에서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가 남아있을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며 잠시나마 삭막한 현실을 잊고,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따뜻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2026-06-12 13:3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6월 7일 금요일/6월 12일 수요일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6월 7일 금요일/6월 12일 수요일

    ◆단기 4290년(1957년)6월 7일 금요일 맑음 뒤 흐림/휴전(休戰)협정은 휴지(休紙) (중략)오늘은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신체검사(⾝體檢査)를 하였다. 학교생활(學校⽣活)을 마치고 돌아갈 적에는 오늘이 우리의 청소 당번이기 때문에 청소를 열심히 깨끗이 하였다. 문고(聞⾼)와 우리 학교 배구게임에서 19:21로 지고 다음은 15:21로 우리에게 졌다. 배구 연습 게임을 보다가 집에 돌아와 신문을 보았는데 이런 뉴스가 있었다. 오늘 현재 신문 내용에 "휴전(休戰)협정(協定)은 휴지(休紙)다"라고 쓰여 있었디. 지금 중공군(中共軍)이 전투기 70여대를 압록강 강변에 주둔시켜 놓았다고 실려있기에 곧 전쟁(戰爭)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기 4290년(1957년)6월 12일 수요일 맑음 뒤 천둥 비/교문(校⾨)에서 입초(⽴哨) 오늘은 나의 기율 부 주번이기 때문이다. 벌써 신철이는 교문(校⾨)에 서서 입초(⽴哨)를 하여 나는 곧 책보를 갖다 놓고 와서 서게 되었다. 처음으로 해 보니 매우 서투르지만 있는 힘을 다하여 오늘 주번 기율 행사를 완전히 마쳤다. 교실에 들어가 곧 공부가 시작되어 오전만 정식 수업하고 오후에는 자습(⾃習)하였는데 5번째 시간에는 얼마나 졸리는지 눈을 떨 수없어 그만 잠시 자게 되었다. 오늘 공부를 마친 뒤 일지(⽇誌)를 훈육(訓育) 선생님께 갖다 드리고 곧 집에 와 점심을 먹었다. 공부와 청소와 환경정리를 한 뒤 저녁을 먹으려 할 때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천둥과 번개 불을 내며 잠간 동안에 물이 마당에 가득히 고였다.

    2026-06-12 13:27:00

  •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한미일 삼각관계, '썸'의 끝은 어디인가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한미일 삼각관계, '썸'의 끝은 어디인가

    '썸'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관계다. 겉으로는 다정해 보여도, 결정적 순간이 오면 진심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국제정치도 다르지 않다. 한미일 관계를 보며 드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미국과 설레는 썸을 타는 연인인가, 아니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동거인가. 헬기가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전력화'를 거쳐야 한다. 부대와 인력, 장비, 교리, 훈련 수준이 갖춰져야 비로소 전장에 내보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헬기도 상호운용성과 출동 태세가 받쳐주지 않으면, 유사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동맹도 마찬가지다. 위기 때 반응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의 본질은 이상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효용성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거점이고, 한국은 대북 억지의 핵심이며 대중국 견제에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셋이 함께한다는 말은 연대의 선언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계산이다. 동맹은 감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필요가 있고, 계산이 있고, 위기 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썸'은 언제 끝나는가-위기 때 드러나는 신뢰의 온도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항상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돼 온 것은 아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대중 정책 기조가 변동했고, 한일 관계 역시 역사 문제에 따라 흔들렸다. 이 경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위기 대응을 일정 부분 유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요인이다. 이 취약성은 호르무즈 사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군함 파견에 이어, 5월 한국 선박 HMM 나무호가 피격된 직후에는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프로젝트 프리덤) 참여까지 압박했다. 하지만 두 차례 요구 모두 확답을 피했다. 동맹의 눈으로 보면 이 지연은 신중함이 아니라 신뢰의 불확실성으로 읽힌다. 썸의 온도가 식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대만해협 같은 고강도 위기에서 한국의 역할이 불투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일본에는 보다 직접적이고 확대된 역할을 기대하지만, 한국에는 신중하고 제한적인 역할을 상정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일본이 '본명 저장 연인'이라면, 한국은 아직 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대다. 필요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관계, 그것이 지금 한미 동맹의 솔직한 온도다. 같은 동맹이라도 기대치가 다르다는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대체 불가'와 '중요 동맹'은 다르다-조선업 협력의 교훈 산업 협력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냉정하다. 미국은 스스로 군함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 조선소는 생산성과 납기 경쟁력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맹애가 아니라 필요의 문제다. 중요 동맹과 대체 불가능한 동맹은 다르다. 한국이 그 차이를 읽지 못한다면, 미국의 관심은 언제든 다른 선택지로 옮겨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스스로가 불확실성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얽힘, 예측 불가능한 북한, 요동치는 여론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대외 메시지는 정권마다 달라졌다. 사드 배치와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략적 모호함이 길어질수록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에 함께하지 않을 상대라는 의심만 남을 뿐이다. ◇썸을 끝내는 법-세 가지 실천 과제 한국의 고민은 단순히 미국 편에 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 시 즉각성, 예측 가능성, 신뢰 유지를 위해 언제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첫째,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대외전략의 연속성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가 왔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으려면, 동맹 의무의 범위와 한계를 미리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둘째, 위기 시 행동 범위를 사전에 합의해두는 운용 매뉴얼이 필요하다. '어느 수위까지 협력한다'는 틀이 없으면 다음 위기에도 같은 지연이 반복된다. 셋째, 한미일 연합훈련과 상호운용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현장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선언이 아니라 함께 작동한 기록이 신뢰를 만든다. 한미일 관계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강대국은 사랑하지 않는다. 필요를 계산할 뿐이다. 썸은 결정적 순간에 끝난다. 지금 우리에게 함께 작동한 기록이 있는가. 그 답이 동맹의 온도를 결정한다. 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2026-06-12 12:30:00

  • [문학을 품은 영화]

    [문학을 품은 영화] "어톤먼트 "…영원히 닿지 못할 속죄의 길

    인간의 기억과 상상력은 때로 현실을 왜곡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언 매큐언의 동명 소설을 시각화한, 조 라이트 감독의 〈어톤먼트〉는 13세 소녀의 미성숙한 시선과 질투, 그리고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하여 두 남녀의 인생을 어떻게 철저하게 파멸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제목인 'Atonement'는 '속죄'를 뜻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끝난 후 마주하게 되는 것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결코 씻을 수 없는 죄의 무게와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비극적인 속죄의 한계이다. 1935년 영국의 한 평화롭고 풍요로운 귀족의 대저택이란 공간 속에서 가문의 장녀 세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이자 의대 지망생인 로비는 신분의 벽을 사이에 두고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뜨거운 연정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을 파멸로 이끄는 것은 계급 사회의 거대한 장벽이 아니다. 바로 세실리아의 13세 여동생이자 작가적 상상력이 지나치게 풍부했던 소녀, 브라이오니의 미성숙한 '시선'과 '오해'다. 영화의 동일한 사건을 인물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변주하며 '주관적 기억의 위험성'을 폭로한다. 저택 앞 분수대에서 세실리아가 옷을 벗고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 로비와 세실리아에게는 팽팽한 사랑의 긴장감이었으나 이를 2층 창가에서 훔쳐본 브라이오니에게는 '로비가 언니를 위협하는 폭력적 장면'으로 오독된다. 여기에 로비의 치명적인 편지 배달 실수와 서재에서의 격정적인 사랑의 목격은 브라이오니의 머릿속에서 로비를 '음란한 변태이자 가해자'로 확정 짓는 계기가 된다. 이후 저택에서 벌어진 사촌 언니 롤라의 성폭행 사건 현장에서, 브라이오니는 어둠 때문에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했음에도 한 치의 의심 없이 로비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미성숙한 소녀의 질투, 그리고 현실을 소설처럼 극화하려는 오만이 한 청년의 촉망받던 미래를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 영화는 단순히 남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맨스 영화를 넘어, 인간 본성의 취약함과 시기심, 그리고 편견이 한 인간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이자 거대한 서사시다. 13세 소녀의 마음속에 자라난 질투와 시기심은 마음에 자라난 잡초와 같았다. 내면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무섭게 자라난 그 잡초는 결국 '악의 꽃'을 피워냈고, 무고한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라는 쓴 열매를 맺게 만든다. 흔히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말하지만, 피해자들에게 남겨진 흉터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죽음으로 중단된 삶에는 치유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가해자인 브라이오니가 평생을 간호사로 봉사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는 소설을 집필한 것은 어쩌면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의 일방적인 죄책감을 덜고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이기적인 시도일지도 모른다.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으며, 뒤늦은 사과는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한 가지 구원의 여지를 남긴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없을 때, 자신의 죄를 명확히 인지하고 평생에 걸쳐 진실을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위 그 자체야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원이라는 점이다.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속죄의 허망함 속에서도, 가상의 캔버스 위에 두 남녀의 잃어버린 행복을 복원해 낸 노(老)작가의 슬픈 펜 끝은 가슴속에 깊고도 서늘한 여운을 남긴다.

    2026-06-12 12: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제20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공식초청작·개막작 뮤지컬 〈투란도트〉 ​6월 19일~6월 27일 화~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일요일 오후 2시·7시 (단, 27일 오후 2시 1회 공연)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입장료 3만원~7만원 문의 1599-1980' ​DIMF가 자체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가 DIMF 20주년을 맞아 7년 만에 새로운 버전으로 돌아온다. 2011년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를 기반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로,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 성과를 이뤄낸 작품이다. 이번 버전은 슬로바키아 버전을 연출했던 헝가리 연출가와 국내 창작진의 협업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화로도 제작됐던 〈투란도트-어둠의 왕국〉 속 넘버도 이번 무대에 추가됐다. 뮤지컬 배우 이건명·리사· 김보경·최민철·최지이 등이 출연한다. ◆대구학생문화센터 기획 국립정동극장 초청 전통연희극 〈광대〉 ​6월 13일 오후 3시 대구학생문화센터 대공연장 입장료 1만원~2만원 문의 053-231-1334 ​대구학생문화센터가 국립정동극장의 전통연희극 〈광대〉를 초청해 선보인다. 1902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료 공연 '소춘대유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판소리와 한국무용, 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전통예술이 한 무대에 어우러진다.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진 극장을 배경으로 백년의 시간을 건너온 광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코디아: 오염의 침식'展 ​6월 19일~6월 21일 갤러리 뷰 문의 010-5512-1450 ​환경오염과 생태계 붕괴를 판타지 세계관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디자인 프로젝트 전시다. 버려진 폐기물과 오염에너지는 몬스터의 형태로 변이되어 세계를 침식하고, 자연의 균형을 수호하는 존재들은 무너져 가는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이번 전시는 캐릭터·게임·브랜딩·서사형 디자인을 통해 환경문제를 하나의 세계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제30회 대한민국명장회 대경지회展 ​6월 16일~6월 21일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 문의 053-420-8015 ​(사)대한민국명장회 대경지회의 서른 번째 지회전으로 소속 명장 23인이 참여한다. 석공예와 도자, 목공예를 비롯해 귀금속 가공, 자수, 한복, 양복, 화훼 장식, 섬유가공, 시계 수리, 기계조립 등 10여 개 분야의 작품 60여 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타 지역 명장 7인이 특별 작가로 참여하여 지역적 다양성을 한층 풍성하게 채운다. (김나미 作)

    2026-06-12 12: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4>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4>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다."

    "'화무십일홍'…8년 만에 자산 60% '증발'", "金여사 심경은…'화무십일홍', 꽃도 권세도 떨어졌다.", "홍준표 '이재명 정권…화무십일홍'". 한 시절이 힘을 잃을 땐 늘 '화무십일홍'이란 다섯 글자가 고개를 든다. 으레 그 뒤엔 "권불십년"(權不十年,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이란 말도 따라붙는다. 그렇다. 부귀영화의 몰락은 붉은 꽃잎이 지듯 슬픈 화려함이다. 다산 정약용이 말했듯, 호화롭고 뜨끈하게 누리는 '열복(熱福)'의 시절에는 관직에서 물러나 맑게 고요히 누리는 청복(淸福)의 고귀함을 살피지 못한다. 칼자루를 쥐었을 땐 그게 전부인 줄 알건만, 착각하지 마라. 그 손도 잘릴 때가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꽃 화, 없을 무, 열 십, 날 일, 붉을 홍"으로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다"라는 뜻이다. 권력의 호시절, 인생의 청춘은 '잠시, 잠깐'임을 풍자할 때 쓰는 성어이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인생과 권력, 사랑과 부귀영화의 무상함을 언급할 때 써왔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 남송의 시인 양만리(楊萬里, 1127~1206)가 지은 시 '납전월계(臘前月季)' 즉 '섣달 전 월계화'라는 시에서다. '납'은 '섣달'의 뜻이다. 양만리는 붉은 꽃 '월계화'를 감상하면서, "대부분 꽃은 열흘 동안 붉은 것이 없다지만 이 꽃만은 그렇지 않다"라고 했다. "지도화무십일홍"(只道花無十日紅: 다만 열흘 붉은 꽃 없다고 생각했는데), "차화무일무춘풍"(此花無日無春風: 이 꽃은 햇볕도 봄바람도 없이 피었네). 이어서, 양만리는 '자미화(紫薇花)'라는 시에서 화무십일홍과 같은 의미의 '화무홍십일'을 읊었다. 즉 "수도화무홍십일"(誰道花無紅十日: 누가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던가), "자미장방반년화"(紫薇長放半年花: 자미화는 반년이나 오래 꽃을 피우는데). 자미화는 '배롱나무=목백일홍'이다. 이 꽃이 100일 동안 핀다는 것은, 한 번 피어 백일동안 버티는 게 아니라 피고 지고를 이어가서 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한편, 비슷한 맥락의 '화무백일홍'이란 말이 원대 양문규(楊文奎)가 쓴 『아녀단원(兒女團圓)』의 설명 부분 「설자(楔子)」의 첫머리에 나온다. "인무천일호"(人無千日好: 사람은 천일이나 좋아하는 이 없으며),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 꽃은 백일동안 붉은 게 없다)". 같은 구절이 『수호전』 제22회에서도 보인다. 화려한 시절은 늘 붉게 피었다 진다. "화무십일홍 격으로 그 많든 재산이 안개같이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고…그 뒤 그는 어디가 있는지 지금은 소식조차 아는 이가 없다."(『삼천리』제7권 제8호/1935.9.1.) 부귀영화를 잃으면, 그 사람도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 버린다. 찬란했던 순간이 꽃잎 지듯 우수수 떨어져 버렸을 때, 휙 지나간 무상함 그 기억마저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일상의 발코니에서 해묵은 누구나의 모습으로 몸을 구부리고 늘 살아 있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명상'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보라, 사라진 「세월」이/해묵은 옷을 입고 하늘의 발코니 위로 몸을 구부리는 것을." 이렇듯, 우리 마음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유행가가 있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인생은 일장의 춘몽 둥글둥글 살아나가자." 현세주의자의 찌질한 넋두리처럼 들릴지 모르나 "해도 달도 차면 기운다(日月盈昃)". 이런 평범한 말씀이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법문 아닌가.

    2026-06-12 12:24: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4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4회>

    〈strong〉◆가로 풀이〈/strong〉 1. 경상도서 죽 쑤는 놈 ○○○ 가도 죽 쑨다. 3. ○○○ 앉아야 정이 두터워진다: 가까이 있으면서 자주 접촉해야 정이 더 깊어진다. 6. 개털에 벼룩 ○○: 복잡하게 뒤섞여 가려내기 어렵거나 귀찮게 한몫 끼어드는 상황. 7. ○○ 갈기 사이에 뿔 나거든: 아무리 바라도 소용이 없다는 말. 8. ○ ○에서 대가 나고 싸리 끝에서 싸리가 난다. 9. 돌아본 마을 뀌어 본 ○○: 무엇이나 하기 시작하면 재미가 붙어 그만 둘 수 없음. 10. ○○에 든 소: 이리 하거나 저리 하거나 풍족한 형편에 놓인 사람. 또는 그런 형편. 11. 닭 ○○으로는 아니 간다: 손님을 반가워하지 않는 집에는 가야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함. 12. 달걀에 ○○ ○도 제 똥 묻은 게 좋다.:비록 하찮은 것이라도 제 것이 남의 것보다 낫다는 말. 14. 가물 끝은 있어도 ○○ ○은 없다: 가물에 의한 재난보다 장마로 인한 재난이 더 무서움. 16. 덕을 ○○로 갚는다: 감사로써 은혜에 보답해야 할 자리에 도리어 해를 끼침. 17. ○○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 18. ○ ○○ 나비: 아무 보람 없고 쓸데없게 된 처지. 21. ○○ ○○에는 바람이 세다. 23. ○ 뜨고 도둑맞는다: 번번이 알면서도 속거나 손해를 봄. 24. 가지 따 먹고 ○○ 한다: 나쁜 짓을 하고는 시치미를 떼면서 딴전을 부림. 〈strong〉◆세로 풀이〈/strong〉 1. 남이야 ○○○로 이를 쑤시건 말건: 남이야 무슨 짓을 하건 상관할 필요가 없음. 2. ○○를 베고 잤나: 밤잠을 편히 못 자고, 너무 이른 아침에 일어난 경우. 4. ○○○가 검기로 마음도 검겠나: 겉모양이 허술하고 누추하여도 마음까지 악하지 않음. 5. ○○○에 든 고기: 꼼짝없이 죽게 된 신세. 10. 내 것 아니면 남의 밭머리 ○○도 안 줍는다: 사람됨이 매우 청렴결백함. 11. 내 ○○에 뜸을 떠라:모진 일을 담보로 하여 자기가 옳다는 것을 장담할 때 하는 말. 13. 날 샌 ○○ ○○: 날을 새우고 나면 은혜를 오래 기억하지 못함. 14. 논에는 물이 ○○: 논농사에서 물이 가장 중요함. 15. ○○ ○○에 목을 맨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님. 19. ○○ 개가 언 똥을 나무라겠는가: 사정이 급할 때는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덤벼듦.. 20. 나라 없는 백성은 ○○보다도 못하다. 21. ○○는 과부 집 굴뚝: 굴뚝 따위가 몹시 높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2. ○○에도 모래 먹는 ○○이 있다.:비록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고생하는 사람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strong〉◆22회 정답〈/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6-12 11:50:00

  •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더위를 풀어주는 천연 백호탕, 수박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더위를 풀어주는 천연 백호탕, 수박

    저녁상 물린 멍석 위에 두레상이 차려졌다. 마당 한편의 매운 모깃불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낮부터 우물에 담가 놓았던 수박을 보았기 때문이다. 칼 끝에 쫙쫙 갈라지는 붉은 환호성은 여름밤의 축제였다. 할머니는 수박 속껍질이 아깝다며 수저로 박박 긁어 불그레한 화채를 만들었다. 사카린 맛이든 수박 맛이든 개의치 않았다. 마냥 수저 부딪쳐가며 달게 먹었던 유년이었다. 수박의 고향은 아프리카 열대 사막 지역으로 추정한다. 아프리카 신석기 유적지에서 수박 씨앗을 발견했다. 야생 수박은 쓴맛이 강하다. 하지만 건조한 지역의 소중한 천연 수분 저장고였고 생명의 물이었다. 뜨거운 사막을 건너기 위해서는 수박이 열리는 기간을 기다려야 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수박이 등장한다. 여러 파라오의 무덤에서 수박 씨앗이 나왔는데, 이는 사후 세계로 가는 긴 여정 동안 목을 축이라는 의미로 함께 묻어준 것이다. 중국에는 10세기경 실크로드를 통해 수박이 전파되었다. 서쪽에서 온 과일이라고 '서과(西果)', 서쪽에서 온 박이라는 뜻의 '서과(西瓜)'라 불렸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충렬왕 때 삼별초의 난을 진압하러 온 몽골의 장수 홍다구(洪茶丘)가 개성에 수박을 처음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조선 시대 왕실 잔칫상에 오른 수박은 단순한 후식이 아니었다. 수박의 크고 붉은 과육은 길상(吉祥)과 풍요를 상징한다. 또한 더위로 인한 갈증과 열을 식혀주는 계절 약선이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 '수박과 들쥐'는 자연만을 묘사하지 않았다. 수박은 씨가 많아 자손 번창을 상징한다. 쭉쭉 뻗어 나가는 넝쿨 역시 가문이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라는 표현이었다. 한의학에서는 수박을 '천연 백호탕'이라 부른다. 수박을 먹으면 마치 백호탕을 마신 듯 열을 내리고 갈증을 풀어준다는 데서 별칭으로 부르게 되었다. 원래 '백호탕(白虎湯)'은 가슴이 답답하고 입이 마르며 극심한 열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청열제(淸熱劑) 처방이다. 열을 다스리는 위력이 서방을 관장하는 백호(白虎)와 같다고 하여 '백호탕'이라 부른다. 조선 전기의 '식료찬요'는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식이요법서이다. '상한(傷寒)으로 인한 열병에 목이 마르는 증상이 있으면 마땅히 수박[西瓜]과 배를 먹는데 모두 갈증을 그치고 감기 뒤끝의 남은 열을 없애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수박은 그야말로 천연 해열제였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수박의 라이코펜(Lycopene) 성분은 토마토보다 높으며, 수박씨는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고 하니 볶아서 차로 이용해도 좋으리라. '수박 겉핥기' 식으로 겉만 대충 보았다면, 이제부터는 사물의 속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도 좋으리라. 대동강 장마철의 '능라도 수박' 같은 밍밍한 음식을 먹을 이유도 없다. 어린 날 생쑥 연기에 매운 눈 비비며 눈물 콧물 찍어내던 모깃불은 사라지고 전자 벌레퇴치기가 자리한다. 십 촉 백열등 닮은 달빛, 교회당 창문에 매달린 알전구를 밤하늘에 박아놓은 듯 반짝이던 별빛은 어디로 갔나. 키 큰 가로등만이 골목을 지킨다. 웅숭깊은 우물에서 유년을 건져놓고 선풍기 대신 손부채를 들었다. 마트에서 사 온 큼직한 수박 한 통을 바라본다. 어린 손주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할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한다. 내리 쪼갠 수박이 모양은 초승달 같은데(西瓜斜割月生稜) 씹어 삼키니 뼛속까지 서늘해짐에 놀랐네(嚼罷渾驚骨欲氷) 이때 서늘한 기운 생김을 이미 깨달았거니(已覺此時生爽塏) 다시 어느 곳에서 더위를 피한단 말인가(更於何處避炎蒸)-서거정 '수박[西瓜]'

    2026-06-12 11:30:00

  • [이정식의 시대의 창] 노동조합, '지키는 조직'에서 '신뢰받는 주체'로

    [이정식의 시대의 창] 노동조합, '지키는 조직'에서 '신뢰받는 주체'로

    삼성전자 임금협상 찬반투표에서 동행노조 자체 집계는 반대 8,909표에 찬성 47표였다. 같은 회사, 같은 합의안을 두고 어떤 노조는 80% 찬성, 어떤 노조는 사실상 전원 반대. 이 장면 하나가 오늘날 한국 노동운동의 위기를 압축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싸움인가. 노조의 역할과 기능, 그 '성과'라는 것의 역사적·지정학적 맥락을 고려할 때 묻게 된다. 노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과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특권을 누린다. 합법파업으로 인한 손해에는 노조의 배상책임이 없다. 이 특권은 공짜가 아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기본 원리는 노동3권에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표준 ISO 26000이 기업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주체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듯, 특권적 지위를 부여받은 조직일수록 그 권한 행사의 파급효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이것이 바로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이다. 대형 파업은 노사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 라인이 멈추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철도·병원 파업은 국민의 이동권과 생명권을 직접 위협한다. 외부효과다. 기업이 환경오염 비용을 내부화하듯, 제3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조직 역시 그 행동의 사회적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노조를 '사회적 파트너'로 규정하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십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조가 오직 조합원만의 이익을 대변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특권을 부여할 근거는 사라진다. 문제의 뿌리는 더 깊다.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약 14%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86%는 노조의 보호 밖에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자신들의 이익을 강하게 대변할수록 비조직 노동자와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북유럽처럼 노조가 강한 나라들은 70~80%의 높은 조직률을 바탕으로 산업 전체 노동자의 대변자를 자임한다. 반면 조직률이 낮은 상태에서 일부 노조가 고임금과 고용 안정을 독점하면, 노조는 '노동 귀족'의 이익단체로 전락할 뿐이다. 삼성전자 DS 부문과 DX 부문 사이의 성과급 격차가 최대 100배에 달한다는 사실은, 그 역설이 노조 내부에서도 그대로 재연됐음을 보여준다. 국민 여론은 엄중하다. 한국노총 조사에서 노조 필요성에는 68.4%가 공감하면서도 52.5%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졌으며, "집단 이기주의가 심하다"는 응답이 70.8%에 달했다. 반면 '책임지는 노동운동'은 72.8점으로 모든 노동운동 방향 중 가장 높은 국민 지지를 받았고, '비정규직 보호 활동'에는 64.0%가 찬성했다. 국민은 노조의 존재는 인정하되, 지금의 투쟁 방식은 거부하고 있다. SNS 일상화시대에 도덕주의 구호나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PC주의)은 오히려 반감만 키운다. 도요타가 노사 상생으로 '신뢰를 제도화'하고 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을 동시에 확보했듯, 이제 노조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협력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국민의 지지는 도덕적 의무이기 전에 생존의 문제다. 역사는 냉정하다. 영국 대처 정부 시절 탄광노조는 국민적 지지를 잃으면서 역사적 패배를 맛봤다. 반면 폴란드 바웬사의 연대노조와 1987년 한국 노동자 대투쟁은 국민 다수의 공감대 위에서 역사를 바꿨다. 국민이 노조를 '약자를 보호하는 정의로운 조직'으로 인식하면 제도적 보호가 강화되지만,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특권집단'으로 보면 노동3권의 기반마저 흔들린다. 결국 노동조합의 미래는 국민 여론에 달려있다. '강한 노조'와 '책임 있는 노조'는 모순이 아니다. 독일 IG Metall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노조 중 하나이면서 독일 경제의 파트너로 인정받는 이유는 투쟁력보단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상력 덕분이다. 신뢰 회복의 지표는 명확하다. 파업을 최후의 수단으로 제한하는 책임성, 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를 품는 연대성, 노사협력을 통한 산업 기여, 운영의 투명성과 정치적 독립성 등이다. 사회적 책임은 노동운동을 묶는 족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하는 토대다. 조합원 이기주의를 넘어 비조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연대의 노동운동은 선택이 아닌 시대적 책무다. 이제 노조 스스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사회가 신뢰하는 지속가능한 노조인가."

    2026-06-12 10:30:00

  • [과학으로 보는 세상] 잊혀진 이름, 호국영령 신원 밝히는 유해발굴감식단

    [과학으로 보는 세상] 잊혀진 이름, 호국영령 신원 밝히는 유해발굴감식단

    "The Forgotten War"이는 민족의 비극이었던 6·25 전쟁을 일컫는 말이다. 앞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이 워낙 유명한 데다, 뚜렷한 종전 선언 없이 휴전으로 마무리됐기에 특히 미국 내에서 6․25 전쟁은 존재감 없는 전쟁의 대명사로 불린다. 그러나 우리에게 6·25 전쟁은 결코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 굳이 남북으로 분단된 현 상황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76년이 지난 지금도 산하와 사람들의 마음속엔 상흔이 깊게 남아 있다. 그중 하나가 전사자 유해다. 전 국토가 전장이었던 특성상 6․25 전쟁은 이름 모를 산야에, 이름 모를 수많은 유해를 남겼다. 채 수습되지 못한 유해는 12만 3천여 구에 이른다. 다행히 이름마저 잊혀진 용사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2007년 창설된 유해발굴감식단은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전사자 유해를 조사·발굴하는 동시에 이름을 되찾아주고 있다. 유가족에겐 오랜 기다림의 마침표를 찍고, 국가로선 전사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다. ◆DNA 대조, 치아 확인, 유품 확인 76년이란 세월을 넘어 이름을 되찾는 작업엔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유전자 검사다. 현장에서 발굴된 유골에서 유전자를 추출하고 PCR로 이를 증폭한 다음, 유가족 DNA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 경우, 유해 발굴 지역의 전투 기록을 기준으로 유가족을 추적해 DNA를 확보하는 작업이 필수다. DNA 확인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발굴된 유골의 해부학적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생전 사진과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기도 한다. 유골 손상이 심각할 경우, 3D 프린터로 손상 부위를 복원하는 작업을 거쳐 정확도를 높인다. 치아 역시 신원확인에 유용하다. 치아는 형태, 크기, 배열, 색상, 상태 등 개체별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훼손이 심해 유전자 추출이 어려운 경우에도 치아는 비교적 멀쩡해 신원확인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다만 치아 진료 기록이나 X선 사진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재와 달리 전쟁 당시 사망자에게 관련 기록이 있을 리 없기에, 보통 치아를 정밀 분석한 다음 유가족 증언과 일치 여부로 신원확인에 응용한다. 전사자 유품도 신원확인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인식표, 도장 등 신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유품이 유해 근처에 있으면, 신원확인 가능성은 크게 올라간다. 최근엔 수통, 철모 등 그렇지 않은 유품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방법도 등장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지난 2020년부터 DMZ에서 발견된 유품의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정확한 보존을 위해 먼저 유품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는데, 이때 방사선 비파괴검사, X선 촬영, 현미경 조사 등 각종 방법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웠던 정보가 드러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숟가락에 명기된 이름이 보존 처리 과정에서 새로이 밝혀지며 신원확인의 결정적 단서가 되기도 한다. ◆동위원소 분석, 3D 얼굴 복원… 새 기술 활용에 기대 이러한 각종 기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원확인 성공률이 아직까진 떨어진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전해진다. 특히 유전자 검사의 경우, 촌수가 멀어질수록 식별 능력이 떨어진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다시 말해 (DNA 시료를 채취한) 유가족과 전사자의 관계가 부모․형제일 경우 높은 확률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확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유가족의 노령화가 상당히 진행된 현재 매우 우려스러운 일인데, 안타깝게도 지금껏 신원확인 된 유해는 230여 위에 머문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지난 2017년 MOU를 체결했다. 한계를 보이는 DNA 대신 동위원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동위원소는 DNA보다 오래 보존되고, DNA 추출이 어려운 유해에서도 얻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특히 분석에 주로 쓰이는 스트론튬(Sr)은 각 지역 동식물은 물론, 토양과 지하수에 따라 고유의 동위원소비를 가진다. 이를 분석하면 생전 고인이 자주 먹었던 음식을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고향을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식습관만으로 고향을 판단하는 것은 오류 가능성이 있고, 수입 사료․비료 사용 등 여러 이유로 조금씩 정밀도가 떨어지기에 이를 극복하는 과제가 있다. 최근엔 3D 기술을 동원해 전사자 유해의 얼굴을 복원해 화제가 됐다. 유해발굴감식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해 3월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6·25 전사자 얼굴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성과로 지난해 5월 8일 고 송영환 일병의 얼굴이 복원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먼저 CT로 두개골을 스캔하고, 근육을 하나하나 덧붙이면서 고인의 얼굴을 복원했다. 이는 실종자 얼굴 복원에 사용하는 기술로써, 덕분에 70대 외동딸인 송재숙 씨는 3살 이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KISTI의 과학향기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2026-06-12 10:30:00

  • 혜암아동문학회,혜암 아동문학 교실(무료) 24기 수강생 모집

    혜암아동문학회는 동시, 동화, 아동문학 평론 등을 배워서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싶은 분을 위해 '혜암 아동문학 교실 24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18세 이상 이면 누구나 가능하며 오전반(매주 금요일 10~12시) 15명, 오후반(매주 화요일 19~21시) 15명으로 6월 1일부터 선착 순으로 접수한다.수업기간은 오는 7월 3일부터 2027년 6월 마지막 주까지 1년간이며 그루 출판사(지하철 1호선 현충로역에서 3분 거리)에서 세계 아동문학사와 아동도서사, 동화 감상, 동시 감상, 동시 창작, 동화 창작, 정서법에 대해 수업할 예정이다.문의는 혜암아동문학회(010-4508-6210). cafe : 혜암아동문학회 ( http://cafe.daum.net/chchoi18 )

    2026-06-11 16:17:24

  • 달서구 송현복합센터 개소… 일과 배움, 세대가 함께하는 지역 거점 탄생

    달서구 송현복합센터 개소… 일과 배움, 세대가 함께하는 지역 거점 탄생

    대구 달서구(구청장 이태훈)는 여성과 어르신,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생활밀착형 복합공간인 송현복합센터를 8일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송현복합센터는 지역사회 변화에 따른 복지·문화·일자리 수요에 대응하고, 여성과 어르신,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복합공간이다. 특히 도시재생사업을 기반으로 조성된 지역 거점시설로서 주민 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활력 회복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시설은 2019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으로 선정된 '송현동 든·들 행복빌리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이곳은 여성 취·창업 지원과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신달서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비롯해 활기찬 노후와 경제활동 참여를 지원하는 시니어클럽 작업장, 어르신들의 소통공간인 송곡경로당, 주민프로그램실 등이 있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송현복합센터는 단순한 시설 조성을 넘어 지역의 변화와 주민들의 바람이 함께 만들어낸 소중한 결실"이라며"여성의 새로운 도전과 어르신의 활기찬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주민 간 소통과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지역의 대표 복합공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26-06-09 15:38:50

  • [화촉]김태훈 장녀 정화 양 20일 결혼

    [화촉]김태훈 장녀 정화 양 20일 결혼

    ▶김재준·김선욱 씨 장남 성훈 군,김태훈·문은경 씨 장녀 정화 양 6월20일(토)오후 3시10분.호텔인터불고 엑스코 지하1층 크리스탈볼룸홀(대구시 북구 유통단지로 80)

    2026-06-09 15:12:02

  • [화촉]권용범 전 대구경북벤쳐협회장 20일 아들 결혼

    [화촉]권용범 전 대구경북벤쳐협회장 20일 아들 결혼

    ▶권용범(전 대구경북벤쳐협회장)·이진경 씨 아들 성은 군,최재호·박은심 씨 딸 서인 양.6월20일(토) 오후 2시.대구월배교회(대구 달서구 월배로 23길42)

    2026-06-09 10:32:27

  • [화촉]김익수 능인중 교장 아들 13일 결혼

    [화촉]김익수 능인중 교장 아들 13일 결혼

    ▶김익수(능인중 교장)·배경숙 씨 아들 영우 군,최영복·고미희 씨 딸 예은 양. 6월 13일(토)오후3시. W웨딩 국민연금홀 3층 에메랄드홀(부산시 연제구 중앙대로 1000)

    2026-06-08 18:37:53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3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3회>

    〈strong〉◆가로 풀이〈/strong〉 1. ○○○경: 거의 죽게 된 처지나 형편. =빈사경. 3. ○○○유: 길에서 잃은 것을줍지 아니한다. =노불습유. 5. ○○난명: 혼자의 힘만으로 어떤 일을 이루기 어려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고장난명. 7. ○○만년: 더러운 이름을 후세에 오래도록 남김. ↔유방백세. 8. ○○불명: 등잔 밑이 어둡다는 뜻으로, 가까이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을 잘 찾지 못함. 10. ○○○원: 현실 세계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하고 이상적인 상태나 장소. =지상천국. 12. 사귀○○: 넷이 모여 하나가 되는 일. =사구일생. 13. ○○대청: 여섯 칸이 되는 넓은 마루. 벼룩의 등에 ○○○○을 짓겠다.(속담) 14. 빙산○○: 대부분이 숨겨져 있고, 외부로 나타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임. =빙산의 일각. 15. 명산○○: 산의 경치가 아름다워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고장. 16. ○○○무: 뜻밖의 긴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평소보다 강화하여 하는 근무. 18. ○○만락 : 수없이 많은 촌락. 20. 사망○○: 사면을 바라보니 모두 환함. 21. ○○공권: '맨손'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23. ○○○상:삼월 삼짇날,굽이쳐 흐르는 물결에 잔을 띄우며 시를 짓고 노는 잔치.=유상곡수. 24. 안○○○: 방자하고 교만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 =방약무인. 안중무인. 〈strong〉◆세로 풀이〈/strong〉 1. ○○○○: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마음의 정성이 더 소중하다는 의미로, '부자의 만 등보다 빈자의 한 등이 낫다'는 뜻. =빈녀일등. 2. ○○지애:'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는 사랑'이란 뜻으로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정. 3. 자아○○: 스스로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 =자가도취. 자기도취. 4. ○○○○: 습관이 오래되면 마침내 천성이 됨. 6. ○○○계: 어떤 일이 오래 계속되도록 도모하거나 꾀하는 계책. =장구지책. 7. 유○○○: 대답하고 대답한다는 뜻으로, 명령하는 대로 언제나 공손히 승낙함. 9. ○○○자: 아래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림. 11. ○○○조: 서로 돕고 서로 돕는다는 뜻으로, 서로서로 도우면서 생활함. 12. ○○○금: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천금과 같이 귀중함. 15. ○○○○: 큰 소리로 몹시 슬프게 곡을 함. =방성대곡. 방성통곡. 16. ○○○리: 비익조와 연리지라는 뜻으로, 부부가 아주 화목함. =연리비익. 17. ○○○생: 생활이 곤궁하여 겨우겨우 살기를 꾀함. 19. ○○○○: 짧은 경구로 사람의 마음을 찔러 감동시킴. 20. ○○부잡: 사람을 올바르게 사귐. 22. 좌당○○: 예전에 새로 책봉된 왕세자가 자리에 나아가 백관의 축하를 받던 일. 〈strong〉◆21회 정답〈/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6-05 14:30:00

  •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12>망국의 서사시 '백마강'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12>망국의 서사시 '백마강'

    백마강과 낙화암은 한 나라가 기울어간 흥망성쇠의 문학적 상상력을 일깨우는 상징적 공간이다. 고려 후기의 문신인 민사평은 백제의 옛 수도 부여를 지나는 길에 '부여회고'(夫餘懷古)라는 시를 남겼다.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도(古都)의 황량한 자취를 탄식하며 역사와 인생의 무상함을 회고한 것이다.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도 1795년 백제의 옛터전을 둘러보며 같은 제목의 칠언율시를 남겼다. '술잔 잡아 계백에게 따르고 싶으나(欲把殘杯酹階伯) 안개 낀 낡은 사당에 덩굴풀만 얽혀있네(荒祠煙雨暗藤蘿)'. 왕조의 패망과 충신의 최후가 응결된 자리를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홍춘경도 망국의 회한이 감도는 '낙화암'을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나라가 망하니 산하도 옛날과 다른데(國破山河異昔時) 강 위에 홀로 뜬 달은 몇 번이나 차고 기울었던가(獨留江月幾盈虧)'. 백제의 비극적 역사성은 대중의 감성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부여의 백마강과 낙화암이 대중가요에 숱하게 등장하는 이유이다. 그 출발이 '낙화암'(1933)이라는 노래였다. 1910년경 춘원 이광수가 쓴 시에 곡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사자수 나린 물에 석양이 비낄 제, 버들꽃 날리는 데 낙화암이란다, 모르는 아이들은 피리만 불건만, 맘 있는 나그네의 창자를 끊노라, 낙화암 낙화암 왜 말이 없느냐'. 백제의 흥망을 노래한 대표곡은 뭐니 뭐니 해도 '꿈꾸는 백마강'(1940) 이다. '백마강 달밤에 물새가 울어, 잊어버린 옛날이 애달프구나, 저어라 사공아 일엽편주 두둥실, 낙화암 그늘에 울어나 보자' '고란사 종소리 사무치는데, 구곡간장 올올이 찢어지는 듯, 누구라 알리요 백마강 탄식을, 깨어진 달빛만 옛날 같구려'. 이인권이 부른 '꿈꾸는 백마강'은 망국의 서사시이다. 백제 멸망 최후의 공간인 백마강과 낙화암의 애틋한 전설을 원용해 일제강점기 나라 잃은 설움을 절절하게 대변했다. 노랫말을 지은 사람은 조명암이다. 193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시창작과 더불어 주옥같은 가요시를 많이 남긴 문인이다. 삭발 출가의 이력을 지녔던 조명암은 패망으로 스러져간 백제의 옛 터전을 달빛으로 물들이며 처연한 감성을 배가시키고 있다.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 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백마강에 고요한 달밤아, 철갑옷에 맺은 이별 목메어 울면, 계백장군 삼척검은 임 사랑도 끊었구나, 아~ 오천결사 피를 흘린 황산벌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 광복 이후에 나온 허민의 '백마강'(1954)도 그 연장선상이다. '꿈꾸는 백마강'과 노랫말도 유사하다. '백마강 달밤' '고란사 종소리' '구곡간장' '낙화암' '삼천궁녀' 등이 겹친다. 2절 가사에서 '철갑옷에 맺은 이별'과 '계백장군 삼척검' '오천결사 피를 흘린 황산벌' 등이 등장하면서 보다 서사적이고 좀더 비장한 면모를 드러낸다. 가수 허민의 유장하면서도 공명이 깃든 특유의 성음이 백마강의 달밤을 짙은 비감으로 채색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백제는 슬픈 이름으로 남았다. 그 옛터인 부여는 시린 감성을 지닌 공간이다. 망국의 종착역이자 궁녀의 낙화(落花) 지점은 그 정점이다. 달빛 어린 백마강에는 탄식의 물결이 일렁거린다. 백제 마지막 공간이었던 부여 낙화암 산기슭에는 해마다 봄꽃이 어우러지고, 낙화의 서사를 품은 백마강의 물결도 말없이 흐르는가. 낙화암 낙화암아 말을 해다오. 대중문화평론가

    2026-06-05 14:23: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6년 22회>동상 이안숙 작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76년 22회>동상 이안숙 작 "개구장이"

    흑백 사진 한 장이 멈춰 세운 시간은 1975년 여름, 대구 근교의 어느 호젓한 시골마을 골목길.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아이들 웃음소리로 늘 시끌벅적했다.동네 어귀 느티나무 그늘 아래만 가면 코에 콧물이 말라붙은 개구쟁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국민학교 3~4학년 또래였던 철수는 여전히 코가 훌쩍 밀려 나와 있고, 그 옆에서 단돈 몇 원에 행복을 사서 '아이스깨끼'를 입에 문 영훈이와 용진이의 얼굴에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그리고 이름조차 다 기억나지 않지만 옷 한 벌 번듯하게 받쳐 입지 못해 윗도리를 훌러덩 벗어던진 아이도 있고, 해진 옷을 입은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배불리 먹고 자란 얼굴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무릎이 터진 반바지를 입었고, 누군가는 여름 내내 런닝셔츠 한 장으로 지냈다. 고무신 뒤축은 닳아 있었고, 얼굴에는 검게 그을린 햇볕 자국이 선명했다.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환했다. 영훈이는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 온 '아이스깨기'를 입에 물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비닐 속 얼음을 이로 깨물어 먹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웠지만, 그 맛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친구들은 한입만 달라며 달려들었고, 결국 얼음은 금세 반 토막이 났다. 간식거리라곤 밭에서 따온 오이나 가지가 전부였다.그래도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이 없었다. 없는 형편에도 늘 나누어 먹던 시절이었다. 철수는 코를 훌쩍이면서도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라도 하면 아이들은 배를 잡고 넘어갔다. 이유도 크지 않았다. 그냥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흙먼지 날리는 골목, 멀리서 들려오는 소여물 끓는 냄새, 어머니들이 부르는 저녁밥 소리까지 모두가 아이들의 하루를 감싸고 있었다. 그때는 가난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동네 대부분이 비슷하게 살았고, 서로의 형편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도시락 반찬이 없어 간장에 밥을 비벼 먹고 학교에 가던 날도 있었지만, 친구들과 냇가에서 멱을 감고 들판을 뛰어다니던 기억은 지금도 반짝인다. 가진 것은 적었어도 웃음은 많았고, 마음은 넉넉했다. 세월은 흘러 아이들은 어느덧 중년의 아저씨가 될 나이가 되었지만, 오래된 흑백사진 속 그 웃음만은 아직도 멈춰 서 있다.세상은 몰라보게 풍요로워졌고, 대구 근교의 그 시골 마을들도 이제는 번화한 도시의 일부가 되었거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아무 걱정 없이 깔깔거리던 그 여름날의 골목은, 가난마저 추억으로 바꾸어 놓은 어린 시절의 천국이었다. 동상 작품인 이안숙의 "개구장이"처럼 "당신은 지금 이 아이들처럼 아무런 계산 없이, 온 마음을 다해 활짝 웃어본 적이 언제인가요?"가난했지만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부유했던 1975년의 그 골목길. 그곳에서 피어나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오늘따라 가슴 아리도록 그리워진다.

    2026-06-05 13:41:00

  • [법도 문학도 아닌] 남의 이익, 나의 이익

    [법도 문학도 아닌] 남의 이익, 나의 이익

    최후통첩 게임이란 게 있다. A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그중 얼마를 B와 나누라고 한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A, B 모두 돈을 갖는다. B가 거부하면 둘 다 돈을 얻지 못한다. A가 100달러를 받아 그중 5달러를 B에게 줬다고 해보자. B 입장에선 A가 1달러를 준다 해도 공짜 이익이 생기는 거니 넙죽 받을 거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현실에서 사람들은 이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뇌과학자는 이를 대뇌가 느끼는 이득의 가치가 현저히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득의 가치는 '내 이득-계수×(남의 이득-내 이득))'이란 공식으로 계산된다. 여기서 계수는 전체 액수 분의 내 이득. 이를 위 상황에 대입해보면 '5달러-5/100×(95달러-5달러)'로, 내 이득의 가치는 0.5달러란 계산이 나온다. 5달러를 받아도 뇌의 신경계는 그것의 가치를 0.5달러로 판단해 B는 A가 주는 금액을 거부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리주의적으로만 보면 A가 어떤 불공평한 제안을 해도 B는 그것이 100:0이 아닌 한 어쨌든 받아들이는 게 맞다. 제안을 거부하면 한 푼도 얻을 수 없으나 제안을 수락하면 조금이나마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가 99:1을 제안하는 슈퍼 갑질을 한다고 해도, B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얼씨구나 하며 "콜!"을 외쳐야 한다. 어쨌건 푼돈이나마 공돈이 생기는 일이니 명백히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아니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소송에서 어느 쪽이 유책배우자인지는 쌍방 이혼 의사가 있는 경우 위자료 액수만을 결정할 뿐이다. 그리고 대부분 이는 재산분할금액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돈에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은 아니므로, 위자료이든 재산분할이든 총액이 얼마인지를 따지면 될 일이다. 상대방이 유책배우자이며 자신은 오롯이 피해자라는 그 또는 그녀의 이야기는 혼인생활이 3개월이든 30년이든 적어도 그 분량에 있어서만큼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물론 그와 그녀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협의이혼 의사확인을 법원에서는 속칭 '이혼주례'라고 하는데, 이혼 의사를 정한 당사자의 의사확인 절차라는 점에서 혼인 의사를 정한 당사자를 주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이때 법원은 판단하지 않고 그저 확인할 뿐이다. 그러나 이혼 법정은 들어주고 공감하고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 때로는 더 강하게 유책배우자인 상대방을 공격하는 서면에 당장은 속이 후련하고 진정한 자신의 소송대리인이라고 환호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에서는 상대방을 유책배우자로 강하게 비난하면 할수록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상대방의 손실, 아니 정확하게는 상대방에 대한 타격으로 다툼의 본질이 변모되고 만다. 소송은 점점 길어지고 상대방에게 가하는 타격 못지않게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피해도 커진다. 상대방 예금 잔액을 1원까지 그대로 분할대상 재산에 넣어야 한다거나 폐차 비용이 더 들 것 같은 차량이, 오래전 예물로 주고받았을 귀금속이 재산목록에서 빠졌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는 당사자 앞에서 합리적인 법적 조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A가 최소 금액을 제안하고, 전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려 한다면 B는 이를 거절할 것이고 결국 A는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합리적인 A라면 B가 거절하지 않을 금액을 제안해야 할 것이다. 가장 흔한 제안은 50%, 즉 공평한 분할이다. 제안 규모와 거절 비율은 사회마다 다르고, 선물 증여가 활발한 문화에서는 특별히 관대한 제안이 관찰된다고 한다. 이혼소송에서 쌍방이 각자 대리인을 선임하여 서로의 재산을 조회하고 분할대상 재산이 무엇이며 그중 특유재산이 무엇인지 등 법적인 쟁점을 모두 다툰 뒤에 돌연 이혼하지 않겠다고 쌍방이 소 취하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각자의 변호사에게 줄 성공보수를 자신들이 나눠 가지자는 합의가 있었고 쌍방 변호사가 정리한 재산분할에 서로가 어느 정도 양보하면서 협의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진정한 게이머였던 것이다.

    2026-06-05 12:0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6월 2일 일요일/6월 6일 목요일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6월 2일 일요일/6월 6일 목요일

    ◆단기 4290년(1957년)6월 2일 일요일 맑음 오늘은 단오(端午)다. 나는 이러한 기쁜 날 냇가에 나아가 세수를 하고 집에 와 아침을 먹은 후 조금 있다가 곧 고모님네 집을 떠나 집을 향하여 오게 되었다. 호계(虎溪)쯤 오니 갑자기 구름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비가 보슬보슬 와서 걱정하였는데 우로(⽜⽼) 쯤 오니 구름은 어느덧 걷히고 햇님이 푸른 하늘에 둥그렇게 떠올랐다. 나는 기쁨에 넘쳐 발걸음을 빨리 옮겨 어느덧 고향 땅에 발을 들어놓게 되었다. 집에 와 점심을 먹고 조금 일하다가 그네 나무밑에 가 그네도 타고 놀다 보니 어느덧 해는 서산에 넘어가게 되어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 어떻게나 피곤한지 그만 잤다. ◆단기 4290년(1957년)6월 6일 목요일 흐리고 비 오늘은 현충일(顯忠⽇)이다. 아침부터 엄숙한 태도로 어저께 마치지 못하였던 과목(科⽬)을 일찍 일어나 마쳐놓고 세수하러 갔다 와서 아침을 먹은 뒤 곧 학교를 향하여 갔다.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많이 오지 않았으나 얼마쯤 있다가 식(式/현충일)을 거행하였다. 식을 마친 뒤 곧 집으로 와 6,25에 대한 "포스터"를 창작하고 난 뒤 "스케치북"을 정리(整理)하였다. 오후에는 역시 열심히 미술(美術) 공부에 열중하였다. 오늘은 저녁을 일찍 먹은 뒤 조금쉬다가 저녁의 밝은 빛을 이용하여 오늘 할 과목은 적기 때문에, 완전히 마치고 신문(新聞) 외 것을 보다가 잤다.

    2026-06-05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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