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지면장학회(이사장 박원희)는 지난 9일 구지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제18회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총 20명(초·중·고 8명, 대학 12명)의 학생들이 구지면장학회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이날 장학금 수여식에는 박원희 장학회 이사장, 박희범 구지면장을 비롯한 지역 내 기관단체장, 장학생 및 학부모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초등학생 50만 원, 중학생 70만 원, 고등학생 100만 원, 대학생 300여만 원 등 총 3천580여만 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박원희 이사장은 "지역의 모범적이고 우수한 학생들이 앞으로 학업에 정진해 대구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는 미래 달성의 빛이 되기를 바란다"며 학생들에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했다. 한편, (재)구지면장학회는 올해까지 305명의 학생에게 4억 5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우수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2026-04-10 18:07:22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5>사이비(似而非), "비슷하지만, 아니다."
〈李대통령, 사이비·이단 종교에 "폐해 커"…7대 종단 "해산해야"; "사이비 벗어나도 도피처는 또 다른 사이비"… 〉. 이곳저곳에서 사이비란 말이 자주 들린다. '사이비(似而非)'는, "비슷할 사, 말이을 이, 틀릴 비"로, "비슷하지만, 아니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겉으로는 진짜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킨다. '비슷할 사' 자는 '흡사(恰似), 유사(類似), 의사(疑似), 근사(近似)'처럼 '비슷하다, 거의 같다'는 뜻의 글자들과 어울린다. '말 이을 이' 자는 앞말과 뒷말을 이어주는 어조사로,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그런데…'처럼 여러 뜻이 있기에, 문맥을 잘 살펴서 순접 혹은 역접으로 번역한다. 즉 "비슷하다. 그러나…"인 것을 서로 붙이면 "비슷하지만"으로 된다. '아닐 비' 자는 원래 '아니다, 그르다, 나쁘다, 비난하다' 등 여러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아니다'로 읽는다. 사이비는 『맹자』 「진심장구・하」에 공자가 말한 '오사이비자(惡似而非者)' 즉 "나는 비슷하지만, 아닌 사람을 미워한다"라는 데서 유래한다. 맹자는 제자 만장(萬章)과 대화 가운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비슷하지만, 아닌 사람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가라지를 미워하는 것은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잔재주가 뛰어난 자를 미워하는 것은 의로움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 말을 번드르르하게 잘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믿음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고…향원(鄕愿: 마을에서 좋은 사람인 척 꾸미는 자)을 미워하는 것은 덕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중국 전한 시대 유향(劉向)이 모아 엮은 고사집 『신서(新序)』 「잡사(雜事)」에도 '섭공이 용을 좋아하다[葉公好龍]'는 흥미로운 '사이비' 관련 이야기가 나온다. "섭공 자고(葉公子高)는 용을 좋아하여 갈고리에도 용을 그리고 끌에도 용을 그리고 집안 어디에나 용 무늬를 새겨 넣었다. 그러자 하늘의 진짜 용이 이 소문을 듣고 섭공이 사는 곳으로 내려왔다. 용은 머리를 창문으로 집어넣고 꼬리는 대청마루에 늘어뜨린 채 슬며시 머리를 창에 대고 들여다보았다. 섭공이 이를 보고 겁에 질려 도망쳤다. 혼비백산하여 안색을 잃어버릴 정도였다. 섭공은 용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좋아한 것은 '용인 듯하였지만, 용이 아닌(似龍而非龍)' 것이었다." 마지막의 '사룡이비룡'에서 '용'이란 글자를 빼면 '사이비'가 남는다. 말하자면 섭공이 실제로 좋아했던 것은 진짜가 아니라 '사이비'였던 셈이다. 인간은 어쩌면 진짜보다 가짜, 짝퉁 같은 사이비를 좋아하는 측면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진짜 자연 즉 천연보다도 극사실화로 그려낸 인공적 그림 속의 자연에 더 끌린다. 누군가에 푹 빠진 사람은 뇌 속에서 '사랑하고 있는 그 사람'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서 그것을 사랑한다. 언젠가 그 사랑이 식고 난 뒤, 문득 그 사람의 맨얼굴을 보고 "에고, 왜 하필이면 이렇게 못난 사람을 사랑했을까"라고 뉘우칠 수도 있다. 요즘 유행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에서도 사실이 아니거나 무의미한 정보를 의도치 않게 사실인 것처럼 척척 지어내는 오류로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이란 것이 지적되고 있다. 실물보다 자기 나름의 이미지를 부풀려 그것을 실물에 대체하는 심리에서 '허세, 허풍, 모조품, 사기(詐欺), 거짓말'의 자리가 생겨난다. 이런 사이비의 생성 속에서 꾸준히 '진짜, 진실'의 가치와 의미를 묻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의 역할 아닐까.
2026-04-10 12:30:00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티노 세갈(Tino Sehgal)의 구성된 상황
2010년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관람객이 이곳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일반적인 전시와는 다른 상황을 마주했다.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고, 조각이나 설치도 보이지 않았다. 미술관의 상징인 나선형 전시 공간은 비어 있었으며, 관람객은 관람의 기준을 쉽게 설정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입구 부근에서 한 어린아이가 다가와 "진보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이 질문은 안내나 설명이 아니라 관람의 출발점이다. 관람객이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나선형 통로를 따라 이동하자, 어느 지점에서 청년이 나타나 대화를 이어갔다. 같은 질문은 반복되었지만, 맥락은 조금씩 달라졌고 내용은 점차 구체화되었다. 이어서 중년의 인물이 등장했고, 마지막으로 꼭대기 층에서는 노인이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 과정은 미리 구성된 흐름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실제 대화의 전개는 관람객의 응답에 따라 달라졌다. 관람객은 이동과 대화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단계적으로 사유하게 되었다. 이 작업에서 특징적인 점은 기록이 허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진 촬영이나 영상 기록은 물론, 전시에 대한 인쇄물도 제공되지 않았다. 작품의 구성 방식 또한 문서로 남지 않고 구두로 전달되었다. 따라서 이 경험은 반복적으로 재현될 수 없으며, 관람객의 기억 속에서만 지속된다. 그리고 만약 관람객이 질문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작품은 전개되지 않는다. 이 점에서 관람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작품의 전개에 직접 관여하는 공동저자가 된다. 이것은 영국 출신의 인도계 작가 티노 세갈의 작품 〈This Progress〉(2010)이다. 무용을 전공한 그는 동시대 미술에서 비물질적 형식을 급진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퍼포먼스나 연극적 재현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구성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이라는 개념으로 명명한다. 이는 단순한 명칭의 차이가 아니라, 재현이 아닌 발생으로서의 예술을 지향하는 태도를 반영한다. 그의 작업은 시작과 끝이 명확히 구분되는 공연이 아니라, 관람객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형되는 열린 구조의 사건이다. 세갈의 작업에서 수행자, 즉 '인터프레터(interpreter)'는 미리 정해진 대사를 전달하는 배우가 아니다. 이들은 관람객의 반응과 태도에 따라 상황을 조율하며, 매번 다른 흐름의 대화를 생성한다. 따라서 동일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동일한 경험으로 반복되지 않으며, 어떤 고정된 결과로 환원되지 않는다. 여기서 작품은 더 이상 객체가 아니라, 관람객과 수행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회적이고 시간적인 관계적 사건으로 이해된다. 세갈의 작업은 몇 가지 중요한 미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예술은 반드시 물질적 형태를 가져야 하는가? 예술은 기록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예술은 소유 가능한 것인가? 세갈의 '구성된 상황'은 예술을 대상에서 사건으로, 감상에서 참여로 이동시킨다. 이 작업은 예술이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경험되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하나의 전시를 넘어, 관람자의 사유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김석모 전 강릉 솔올미술관장
2026-04-10 12:30:00
〈strong〉◆가로 풀이〈/strong〉 1. ○○○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 무능한 사람도 한 가지 재주는 있음. 4. 나이 많은 ○○○가 져라: 어린애하고 싸울 때 나이 많은 이가 져야 함. 6. 급한 길은 ○○○○: 급할수록 앞뒤를 헤아려서 침착하게 행동하라는 말. 7. ○○○ 말에 채찍질: 기세가 한창 좋을 때 더 힘을 가한다는 말. 8. ○ 팔자가 상팔자라: 놀고 있는 개가 부럽다는 뜻. 9. 개 잡아먹고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고 ○○ ○○ 잃는다. 12. 개 등의 ○○를 털어 먹는다: 자기보다 못사는 사람의 것을 빼앗는 경우. 13. 돌부리를 ○○ 발부리만 아프다: 쓸데없이 화를 내면 저만 해롭게 됨. 14. 겨울 ○○○은 어머니보다 낫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것이 제일 좋음. 15. 나도 사또 너도 사또, 아전 ○○은 누가 하느냐.궂은 일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뜻 17. 남의 ○○○은 높아 보이고 자기 ○○○은 낮아 보인다 18. ○의 고기 한 점이 내 고기 열 점 보다 낫다. 19. 닫는 놈의 ○○만도 못하다: 어떤 것이 매우 작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1. 대부등에 ○○○라: 세력이 아주 큰 것에 몹시 작은 것으로 덤비려 함. 22. 갓 쓰고 박치기해도 ○○○○: 남이 어떤 짓을 하거나 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 〈strong〉◆세로 풀이〈/strong〉 2. 눈에는 눈 ○○○ ○: 해를 입은 만큼 앙갚음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궂은일에는 ○○만 한 이가 없다: 상사에는 일가가 서로 도와 초상을 치러 낸다는 말. 5. 도깨비 ○○ 같다:결판이 없이 서로 옥신각신만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7. ○○ ○○ 기운다: 세상의 온갖 것이 한번 번성하면 다시 쇠하기 마련이라는 말. 10. 돌부처가 ○○ ○○: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긴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1. 내 님 보고 남의 님 보면 ○○ 난다: 잘난 남의 님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12. 그믐밤 길에 ○○ 만난 듯. 16. 돈 나는 ○○○ 죽는 ○○○: 세상에서 돈 벌기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말. 17. 굶기를 ○ ○○ 한다: 자주 굶는다는 말. 20. 동냥치 첩도 ○○에 취한다. 21. 더러운 처와 악한 첩이 빈방보다 ○○. ◆〈strong〉13회 정답〈/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4-10 12:11:00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8>한국적 세레나데 '소야곡'
소야곡(小夜曲)은 서양 음악의 세레나데(Serenade)를 번역한 말이다. 달빛 교교한 밤에 연인의 창가를 바라보며 부르는 사랑의 노래를 이른다. 1930~50년대 트로트 가요의 제목에서 자주 등장하며 식민지와 분단 그리고 전쟁 전후의 시대 감성을 집약한 것이기도 하다. 대중가요의 첫 세레나데는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이다. 이 노래와 정서적으로 상통하는 클래식 음악이 슈베르트의 '세레나데'이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과 달리 가장 애달픈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저 달빛 아래 들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독일의 시인 루트비히 렐슈타프의 시에 곡을 붙인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잔하고 슬픈 정조를 담고 있다. 달빛에 젖은 가이없는 그리움이 창문 너머 연인의 실루엣에만 맴돌다 돌아오는, 그저 가슴에 머문 사랑이다. 남인수의 '애수의 소야곡'(1937)도 그렇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마는,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와 광복 이후에 이르는 숱한 히트곡의 요람인 '박시춘-남인수 콤비'의 첫 성공작이었다. 음반을 낸 오케레코드사도 이 노래를 계기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애수의 소야곡'은 전주곡의 기타 멜로디가 참으로 애상적이다. 가사 또한 떠나간 연인을 그리면서 우수에 젖어 있는 체념적 서정을 담고 있다. 애절한 선율이 남인수 특유의 미성과 어우러지며 명곡을 이룬 것이다. 노래의 원곡은 '눈물의 해협'이었다. 대중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멜로디는 그대로 두고 제목과 가사만 바꿨다. 대중가요 가사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비화이다. 작사가 이부풍(본명 박노홍) 또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문인이다. 내용도 자전적인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나누었던 여인이 떠나간 후에 잊어야 하는 아픔을 노랫말로 썼다는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사랑을 잃은 슬픔과 외로움을 대변하고 있다. 운다고 가버린 사랑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속울음에 젖어 있는 것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고독한 눈물의 노래이다. 떠난 임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그리워하는 모습, 그것은 '임의 부재(不在)'와 '임의 침묵'에 대한 고유한 정서를 대중가요로 변주한 것이다. 서른한 살에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생애의 마지막에 작곡한 세레나데와 마흔네 살의 일기로 재회한 첫사랑과도 이별하고 떠나야 했던 남인수의 소야곡에는 짙은 페이소스(Pathos)가 스며있다. '다시 한번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몸부림치며 울며 떠난 사람아, 저 달이 밝혀주는 이 창가에서, 이 밤도 너를 찾는 이 밤도, 너를 찾는 노래 부른다'. 1950년대 중반 고향인 경남 진주에서 폐병으로 요양 중이던 남인수가 사력을 다해 '추억의 소야곡'을 부른 것은 가사의 첫 소절 '그 얼굴'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목포의 눈물' 가수 이난영이었던 것이다. 작사가 한산도 또한 애초에 남인수와 이난영을 주인공으로 삼아 노랫말을 엮었다고 한다. 두 예인은 1934년 목포가요제에서 처음 만나 연정을 품었다. 꽃다운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난영이 공연단장이던 김해송과 결혼하면서 사랑은 멀어져갔다. 그렇게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남인수는 '추억의 소야곡'을 부르며 홀로 된 첫사랑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머잖아 '애수의 소야곡'을 들으며 세상을 떠났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4-10 12:00:00
◆김혜령 바이올린 리사이틀 '러시아 오디세이-톨스토이에게 헌정' 4월 16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 입장료 1만원 문의 1588-7890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 음악원을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의 독주회다. 톨스토이의 예술관에서 영감을 받아 러시아 음악이 지닌 내면적 정서와 사유를 음악으로 탐색하는 무대다. 차이콥스키, 프로코피예프, 메트네르, 쇼스타코비치, 라흐마니노프까지 다양한 러시아 작곡가의 곡에 해설을 곁들여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김명현이 함께한다. ◆수성아트피아 기획 토요음악회 시리즈 -인문예술 콘서트 '명작을 노래하다' 4월 18일 오후 5시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입장료 1만원 문의 053-668-1800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지역의 청년 예술가를 소개하는 수성아트피아의 토요음악회 시리즈다. 이달에는 지트리아트컴퍼니가 모네, 피카소, 미켈란젤로, 다빈치의 작품 세계를 음악과 함께 풀어내는 무대를 선보인다. 유럽 현지에서 10여 년간 도슨트로 활약한 김성민이 해설을 맡고, 소은경(소프라노), 구은정(메조소프라노), 현동헌(테너), 최득규(바리톤), 김현서(피아노)가 출연한다. ◆갤러리 토마·예술상회 토마 초대 이영철 개인전 '사랑시(Love Poems)' 4월 10일(금)~5월 3일(일) 갤러리 토마, 예술상회 토마 053-555-0770봄은 꽃보다 먼저 공기의 결로 찾아온다. 이달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찾으면 전시장에서 봄의 공기와 사랑의 온기를 담아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과 행복, 동심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와 결합해 따뜻하고 서정적인 회화를 선보여 온 이영철(1960~) 작가. 밝은 색채와 포근한 감성이 담긴 작품으로 아트페어 등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가 이달 갤러리 토마(대표 유지숙)와 예술상회 토마(대표 박토마스)의 기획으로 두 전시 공간에서 초대 개인전을 연다. 전시의 주제는 '사랑에 관한 시'다. 여러 생명들을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시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그의 회화가 '그림시(詩)'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갤러리 토마에서는 벚꽃이 만발한 들판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등 작가를 대표하는 페인팅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통 민화와 단청을 레퍼런스로 삼고 유년 시절의 기억을 겹쳐 재해석한 작품들로, 4호부터 100호까지 다양한 크기의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주택을 개조해 편안한 집처럼 느껴지는 갤러리 토마의 공간에서 감상하는 이영철 작가의 회화는 한층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2026-04-10 12:00:00
'천사(1004)'는 전남 신안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모두 1028개(유인도 81곳·무인도 947곳)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의 정체성이 담겼다. 신안군은 자산인 '섬'과 '예술'을 연계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지역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1섬 1뮤지엄 프로젝트'는 모두 30개의 뮤지엄이 목표다. 현재 자은도의 1004섬 수석미술관과 둔장 마을미술관,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 암태도의 소작항쟁기념전시관 등 20곳이 운영 중이다. 사업 초기 화제가 됐던 건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예술섬 아트프로젝트였다. 마리오 보타, 안토니오 곰리 등이 참여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첫 결과물인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은 지난해 11월 완공돼 방문객을 맞고 있다. ◆도초도 대지의 미술관 '숨결의 지구' 암태면 남강 선착장에서 40여분 배를 타고 비금도 가산항에 닿았다. 차를 타고 20여분 달려 도착한 곳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인 대지의 미술관 '숨결의 지구'(Breathing earth sphere). 덴마크 출신 올라퍼 엘리아슨은 설치,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하는 아티스트로 런던 테이트모던의 터번홀에 설치된 거대한 인공 태양 작품 '날씨 프로젝트'(2003)에는 2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숨결의 지구'는 도초수국정원 입구, 사방이 확 트인 수국카페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가이즈까 향나무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면 땅에 숨겨져 윗부분만 드러난 돔 형태의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올라와 주변을 돌아서 내부에 들어오는 과정이 모두 작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조형물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경 8m 구(球) 형태의 작품 입구를 찾아 돌아내려가는 길은 마치 풀이 잔뜩 덮인 거대한 무덤 곁을 지나는 느낌이 들고, 그 속에 감춰진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킨다. 입구에 도착해 공간 너머 어렴풋한 빛의 존재를 인식하며 어두운 내부 터널을 지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 기하학적인 패턴의 타일과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이다. '숨결의 지구'에는 벽과 천장,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다. 열린 하늘에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며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타일의 기하학적 패턴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풍경은 황홀하다. 올라퍼 엘리아슨은 "작품 '숨결의 지구'의 목적은 작품을 찾아온 이들을 우리 발 아래 놓인 흙과 암석으로 끌어들이고, 겸손한 마음으로 우리 자신과 대지를 다시 연결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플로팅뮤지엄과 안토니오 곰리 배를 타야하는 번거로움에 '숨결의 지구'만을 방문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로 15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비금도 원평해변 일원에 설치중인 안토니오 곰리의 '바다의 미술관(Elemental)'의 완공을 기다리는 이유다. 누워 있는 인간 모형의 초대형 설치물인 '바다의 미술관'은 신안 천일염 결정체 모양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안토니오 곰리가 여러 차례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안의 다채로운 자연 풍광, 갯벌, 바다. 지역사회와 조화를 고려해 제작중이다.오는 6월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를 타고 나와 남강선착장에 도착한 후 15분 거리의 안좌도로 향했다. 김환기 화백의 고향 안좌도에 자리를 잡은 플로팅뮤지엄을 찾기 위해서다. 환기의 생가에서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신촌저수지 수면 위에 떠 있다. 일본 나오시마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곳으로, 버려진 제련소를 리모델링한 이누지마 미술관 설계자 야나기 유키노리가 참여한 플로팅미술관은 7개의 사각형 큐브 형태로 신안의 소금 결정체를 이미지화했다. 플로팅뮤지엄은 각각의 큐브가 주변 풍경과 물을 그대로 반영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올 하반기 개관 예정이다. 신안군은 아트섬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섬 국제예술제(트리엔날레)와 뮤지엄 투어 아트크루즈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광주일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2026-04-10 11:50:00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4월 4일/8일
◆1957년(단기4290년) 4월 4일 목요일 맑음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과제를 마친 후 아침을 먹은 뒤 학교로 빨리 와 농구(籠球)를 하였다. 모임 종이 울려 조회를 마치고 청소를 한 뒤 교실에 들어와 두 시간(時間) 마치고 나는 담임선생님 허락을 받고 고향집으로 빨리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아버지께 책(冊)값에 대하여 말씀을 드렸더니 아버지께서 한탄하시면서 겨우 1,000원만 주시니 내 마음은 얼마나 걱정되었을까? 집으로 내려와 점심 먹고 어머니께 말씀을 여쭈었더니 다음 주에 들어와 가져가라 하시면서 저녁밥 지으러 나가셨다. 나는 저녁을 먹고 조금 있다가 잤다. ◆1957년(단기4290년)4월 8일 월요일 맑음오늘은 점촌(店村) 장날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였다. 눈을 부비며 아침밥을 먹고 학교로 왔으니 어찌 기분이 좋으랴.공부 열심히 마친 후 점촌장에 볼일이 있어서 장터로 왔다. 집에 돌아와 만화책을 보다가 해는 서산에 넘어가고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고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을 들었으니 오늘은 나에게 좋은 날이냐? 나쁜 날이냐? 기쁜 소식은 우로(⽜⽼)실 매형한테 편지가 왔고 슬픈 소식은 예천(醴泉) 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다. 나는 얼마나 슬펐는지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몰랐다. 공부하다가 이 슬픈 소식을 들었는데 공부가 머리에 들어갈 소냐? 그만 꿈나라로 보냈다.
2026-04-10 11:3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8년 14회>장려상 박정식 작 '고무줄놀이'
1960대 중반에 여자아이들은 개구쟁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놀거리가 별로 없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소꿉장난'이나 '쎄쎄쎄' 같은 놀이로 시간을 보냈다면, 좀 더 큰 아이들은 '고무줄놀이','실뜨기', '오자미'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중 고무줄놀이는 여자아이들만의 전유물이였다. 당시 고무줄은 귀했던 시절이었다.어르신들이 속옷 허리끈으로도 즐겨 쓰던 검정 고무줄 토막을 버리지 않고 죄다 이어 붙여 놀이도구로 이용했다. 봄햇살이 골목에 내리쬐는 3월 어느 오후였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5~6명의 아이들은 책보따리를 대문 안에 툭 던져 놓고 다시 골목으로 뛰쳐나왔다.약속이나 한 듯 아이들은 검정 고무줄을 골목길에 펼쳤다. 가위바위보로 양쪽 고무줄 끝을 잡는 술래를 정했다.첫 술래로 영희와 미숙이가 됐다. 고무줄놀이에는 늘 노래가 따랐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중략〉,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꼬마야 꼬마야 만세를 불러라,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중략〉 다소 비장한 군가부터 동요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은 리듬에 맞춰 발을 꼬고 던지며 고무줄을 감았다 풀었다. 고무줄놀이가 무르익어면서 술래가 잡고 있는 고무줄은 발목 부위에서 시작해 무릎, 허벅지, 엉덩이, 허리, 겨드랑이, 어깨, 목, 귀, 머리, 머리 위 한 뼘 순으로 점점 올라갔다. 높이가 올라갈수록 숨소리는 거칠어지고, 술래를 보는 영희와 미숙이도 함께 긴장했다. 누군가는 허공에 다리를 일자로 뻗고, 누군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휘날렸다.한 번에 성공하면 박수가 터지고, 걸리면 웃음과 함께 순서를 넘겼다.발끝이 걸리면 그대로 탈락이다. "아이고, 또 걸렸다!""발을 이렇게 해야지, 이렇게!" 그런데 그 즐거운 고무줄놀이에 꼭 끼어드는 훼방꾼들이 있었다. 골목 어귀에서 서성거리던 짓궂은 남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대놓고 끼지는 못하면서도, 괜히 주변을 맴돌며 장난을 걸었다. "그게 뭐가 재밌노?" 그리고 슬그머니 다가가 면도칼로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쌩하니 달아나는 놈의 뒤통수에 대고 여자아이들은 욕이나 해줄 뿐, 훼방놓는 꾸러기들의 심술은 좀처럼 막을 재간이 없었다.화가 난 아이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따지다가도,늘상 있는 일이라 웃어 넘길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엔 다시 고무줄을 이어 해가 질때까지 놀았다. 장려상인 박정식 작 "고무줄놀이"는 어린 동생을 포대기로 둘러업은 채 팔짝팔짝 뛰며 놀던 그 시절 여자아이들의 이마에도 지금쯤은 굵은 주름이 패었으리라.
2026-04-10 11:30:00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감당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살자
수십 년이 지나도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역대급 영화 대사들이 있다. 네 개쯤 되는 데 등장한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에게 자기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냐고 묻는다. 남자 주인공은 세상에서 가장 시시한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대꾸한다.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종종 써먹는데 상대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릴 때 이만한 게 없다. '카사블랑카(1942)'에서 외박한 애인에게 여자가 따진다. 어제 뭐했느냐는 바가지에 남자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그렇게 오래된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 대화를 차단하고 싶을 때 최고다. '대부(1972)'에서 말론은 볼에 사탕을 문 것 같은 우물거리는 말투로 말한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자는 세상에 많지 않아 활용도는 다소 낮다. '스타워즈(1980)'에서 시커먼 철가면이 신참 사무라이에게 말한다. "내가 네 애비다." 말 자체보다 상황이 만들어 낸 명대사다. 이후 한동안 귀에 쏙 들어오는 게 없었는데 30년 좀 넘게 지나 하나를 추가했다. 이번에는 한국 영화다. '신세계(2013)'에서 황정민은 아끼는 동생이자 조직에 침투한 경찰 스파이에게 묻는다. "감당할 수 있겠냐?" 단순히 싸움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자기 자리를 이어받아 이 세계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중의적인 뉘앙스로 쓰여 상당히 묵직하다. ◆역사물은 창작자의 객관적 자기 평가 후에야 가능한 장르 "감당할 수 있겠냐?"는 다면적인 동시에 상당히 성찰적이다.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의미로도 읽히고 그래서 종종 내가 나에게 활용한다. 새 책을 쓸 때 자문한다. 감당할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이 소재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쓸 수 있을까, 뭐 이런 약간은 교만한 질문과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 타인에 대해서 이 말을 쓸 때는 좀 많이 엄격하다. 수준이 떨어지는 책을 읽으면 이렇게 말한다. "저자가 감당할 수 없는 책을 썼네요."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모욕적이고 가혹한 평가다. 해서 어지간해서는 잘 쓰지 않는다. 상대를 원수로 돌릴 생각이 없으면 절대 안 쓴다. 얼마 전 이 표현 말고는 대체 불가능한 영화를 봤다. 2024년 개봉한 '희망의 나라'다. 10.26 대통령 시해 사건 주요 가담자 재판 이야기다. 가담자 중 유일하게 군인이 한 명 있었는데 군사 재판의 경우 1심이 끝이다. 이걸 3심으로 돌리려는 한 정의로운 변호사가 등장한다. 여기까지 설정은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감독이 그 역사적인 사실을 '감당'할 실력이 전혀 아니었던 거다. 그래서 영화 내내 '감히 군바리에게 쌍욕 하는 변호사'라는 캐릭터만 보인다. 각자의 사정과 고민은 없고 선과 악의 대결만 유치하게 펼쳐진다. '감당할 실력'에 대한 내 정의는 이렇다. 일단 전두환을 한 시간 내내 비판할 수 있는 역사적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어서 전두환을 역시 한 시간 내내 지지하고 두둔할 수 있는 지식도 필요하다. 이 균형이 맞아야 역사물을 '감당'할 수 있다. 인간은 1차원적인 존재가 아니라 선악이 혼재한 고도로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모르면 말을 말고 자신이 없으면 하지 마라 관객 1천5백만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이야기다. 세조와 단종의 이야기는 정사와 야사 모두 흥미롭지 않은 게 없다. 허물어지지 않는 기본은 세조 = 악당이다. 예전에 읽었던 흥미로운 역사 칼럼이 있다. 진보를 넘어 상당히 왼쪽으로 치우친 학자였는데 그 사건에 대한 놀라운 시각을 보여줬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면 자리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의견이다. 정황상 어차피 왕좌는 세조였다는 얘기다. 놀랐고 한편으로 공감했던 이유는 내 생각도 비슷해서였다. 문종이 현실적이었다면 신하들에게 어린 아들의 보위를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수양대군을 불러 어떤 경우에도 내 자식만큼은 죽이지 말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을 것이다. 적어도 이런 수준의 질문을 '행복의 나라' 감독은 영화에서 했어야 한다. 그게 안 되니 산으로 가고, 들로 퍼지고, 해양에서 난파한 끝에 죽하고 밥 사이에서 영화가 실종된 거다. 의욕과 실력 사이의 어마어마한 크레바스가 빚은 참극을 보면서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고 살자는 좌우명을 한 번 더 곱씹어 본다.
2026-04-10 11:15:00
카테리나 리보브나는 타고난 미녀는 아니었지만,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당시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던 그녀는 부유한 상인 이즈마일로프에게 시집왔는데, 그것은 사랑이나 어떤 매력 때문이 아니라, 그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가난했던 그녀로선 신랑을 고를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십 세의 신랑이 그녀와의 결혼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을 자식이었으나, 6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제 할 일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운영하는 제분소 제방이 무너지면서 그가 집을 떠나 있는 사이 그녀는 자신을 가두고 있던 제방을 거침없이 무너뜨린다. 정부(情夫)의 존재를 눈치챈 시아버지가 그를 지하실에 가두자 그녀는 시아버지를 독살한다. 그리고 남편이 돌아오자 정부와 함께 그를 살해하고는 그 사실을 숨긴 채 그의 재산까지 차지한다. 거침없던 그녀의 행보가 멈춰 서게 된 것은 남편의 동업자인 어린 조카를 살해한 일로 현행범으로 체포되면서이다. 물론 정부 세르게이도 함께 체포되고, 그들은 살인죄로 형을 선고받는다. 유형 길에서 세르게이는 무일푼이 된 그녀를 버리고 새 애인을 찾아 나서지만, 그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와 함께할 방안을 모색한다. 매서운 추위 속 그녀의 두 발을 지켜 줄 마지막 털양말까지 그를 위해 내어주었지만, 그 털양말을 신고 그녀를 조롱하는 새 애인 소네트카의 등장은 그녀의 마지막 제방을 무너뜨린다. 잽싸게 그녀를 밀치며 함께 바다로 뛰어든 카테리나. 불륜, 연쇄살인, 배신과 복수.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원제: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에 대해 혹자는 악녀가 주인공인 현대판 막장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고도 말한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동시대 러시아 작가인 레스코프는 형사재판소 말단 기록원으로 근무할 당시 젊은 며느리가 70대 시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녀는 마을 광장에 끌려와 형벌을 받았는데, 그 미모가 몹시도 눈부셨다고 전해진다. 한때 '얼짱 강도'로 불리며 범죄가 아니라 미모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피고인도 있었고, 요즈음에도 미모의 피고인이 법정에 서면 저런 얼굴로 그런 범죄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기도 한다. 젊은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귀에 끓는 납을 부어 살해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라고 소개하면서도 미모에 대한 언급뿐 정작 살해 동기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스노하체스트보(Снохачество)'였을까? 이는 러시아 제국의 농노 가정에서, 아들이 부재할 때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강간하던 사회현상이다. 러시아 정교회에서는 이를 근친상간의 일종으로 간주했고, 형사법적으로도 강간의 일종으로 여겨져 15~20대의 태형이 선고되었으나 애초에 음성화된 현상이라 공론화나 신고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제대로 근절되지 않았고, 그 실태를 확실히 추적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19세기에 징병제가 실시되면서 청년 남편들이 집을 떠나게 되자 며느리 강간은 더욱 만연했고, 1861년 농노해방령 이후로도 스노하체스트보는 여전히 널리 행해졌다고 한다.물론 그것이 동기라 하더라도 그녀의 범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체제와 질서에 순응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가능한 다른 선택이란 무엇이었을까? 왜 그녀는 맥베스 부인인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국왕의 사촌으로 귀족이며, 덕성과 영웅적 면모를 모두 지닌 훌륭한 장군이나,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그를 비극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욕망은 분명 그의 것이고, 왕을 시해하고 왕위에 올라 많은 사람을 죽인 것도 모두 그이건만,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과 부인의 부추김이 모든 악의 근원인 양 뒤로 숨는다. 그런 점에서 카테리나는 맥베스의 부인도, 맥베스의 여성형도 아니다. 그들을 초과한다. 당시의 러시아 사회에서 그녀의 '욕망'은 무언가를 더 얻고자 하는 맥베스의 그것이 아니라 막다른 골목에서의 사생결단에 가깝다. 확립된 권위와 질서에 정면으로 맞서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위협적인 '맥베스'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아니, '감히 맥베스'가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2026-04-10 10:30:00
대구 달서구, 주민과 함께 수밭골 환경정비 실시…지속가능한 힐링공간 조성
대구 달서구(구청장 이태훈)는 7일 수밭골 일원에서 지역주민과 국민운동단체, 공무원 등 16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주민과 함께하는 수밭골 환경정비'를 실시했다. 이번 활동은 수밭골을 더욱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주민이 함께 가꾸는 지속가능한 힐링공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수밭골천 일대 주변을 중심으로 방치 폐기물을 수거했으며,'쓰레기 되가져가기' 캠페인도 함께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 점검과 안내문 부착, 불법 현수막 정비, 공사구간 안전점검 등을 병행해 현장 전반의 환경 개선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번 활동은 일회성 정비를 넘어 주민과 단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달서구는 앞으로도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에 대한 사전 예방과 단속을 강화하고, '우리동네 새단장' 사업과 연계한 주민참여 환경정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수밭골은 주민과 자연이 공존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누구나 찾고 싶은 명품 힐링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2026-04-08 14:54:55
곽병원(병원장 곽동협) 개원74주년 기념식이 7일 오전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곽병원 별관 문화공간에서 열렸다. 기념식은 사령장, 장기근속상 및 공로상 수여, 축하공연, 기념사의 순으로 진행됐다. 곽병원은 개원 74주년을 맞이하여 의료 현장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직원들의 친절모범사례집 "울림 2"를 발간했다. 한편 곽병원에서는 개원74주년을 맞아 '사랑의 택시 Day 행사','사랑의 보따리 나눔 행사'등 각종 행사를 통해 지역민에 대한 봉사와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74년 전통의 곽병원은 1952년 곽외과의원으로 개원한 후 1983년 종합병원으로 성장, 발전하여 현재 곽동협 병원장을 필두로 31명의 전문의를 비롯한 3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6-04-07 13:58:43
[알림]재구상주향우회 2026년 제36차 정기총회 및 한마음체육대회
▶재구상주향우회(회장 송영헌) 2026년 제36차 정기총회 및 한마음체육대회.일시=4월11일(토) 9시부터.장소=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 대운동장
2026-04-07 13:51:07
사단법인 한국산림보호협회중앙회(회장 허태조)는 지난 4일, 대구 앞산 고산골 등산로 입구에서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한 결의대회 및 제81회 식목행사를 개최했다.이번 행사에는 최은석, 유영하 국회의원, 조재구 남구청장, 윤영애 시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협회 회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해 산림 보호를 위한 강력한 결의를 다졌다.
2026-04-06 16:06:40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사랑과 효도의 과일, 귤
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제주도에서 재배한 것으로 추정한다. 백제 문주왕 때 탐라국에서 귤을 특산물로 바쳤고, 고려 문종 때는 귤의 양을 늘려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의 세종실록에는 제주도의 감귤을 국가 관리 대상으로 하여 관청까지 두었고, 세조실록에 '감귤은 종묘에 제사 지내고 빈객을 접대함으로써 그 쓰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제주의 한라산 주변 환경은 귤 재배에 매우 적합했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는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했고, 화산 토양은 배수가 잘되었다. 문제는 제주에서 수확한 귤을 한양까지 운반하는 일이었다. 귤이 상하지 않도록 짚과 나무 상자로 포장해서 배에 싣고, 말로 운반해야 하는 일련의 고된 행사였다. 이렇게 귀한 귤이기에 육지에 심고자 온돌까지 마련해보았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황감과(黃柑科)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귤을 하사하고 치른 시험이었다. 학문을 권장하려는 방편이었으나 과거는 뒷전이고 귤 쟁탈전이 벌어졌다. 시험장을 발칵 뒤집어놓은 과일이 바로 귤이었다. 야사에 보면, 세종대왕이 후궁 신빈 김씨를 총애하여 직접 귤을 건네었다. 신빈 김씨는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를 모시는 궁녀가 되었다가 세종의 눈에 띄어 후궁에 올랐다. 신빈은 성품이 근신하여 왕비 소생의 수양대군을 돌보았다. 그 인연으로 인해 훗날 계유정난 때 자식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회귤유친(懷橘遺親)', '육적회귤(陸績懷橘)'은 같은 어원을 가진다. 육적이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원술을 뵈러 갔다가 귤을 대접받았다. 육적은 귤 세 개를 품었는데, 떠날 때 인사하다가 품은 귤이 떨어져 들키고 말았다. "어머님이 귤을 좋아하시는지라, 돌아가서 맛보게 하려 그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모친을 생각하는 효성이 갸륵하여 원술은 귤을 더 주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귤은 사랑의 과일이며 효도의 과일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귤은 옛날의 귤과는 다른 종이다. 임금에게 진상한 제주도 토종 '감귤(柑橘)'의 '감(柑)' 자는 '감자(柑子)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홍귤'을 가리킨다. 삼국지의 조조가 탐했던 귤의 생산지는 온주 지방이다. 일본 사람들은 온주밀감(溫州蜜柑)을 개량해서 '꿀처럼 단 감귤'이라 했다. 이것이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 도입되면서 '밀감'으로 불렸고, 오늘날 제주도 귤의 효시가 되었다. 그러나 정식 명칭은 '감귤'로 불러야 옳으며, 줄여서 '귤'이라 한다. 귤은 동양 의학과 약선(藥膳)에서 오래전부터 건강 식재료로 사용되어왔다. 귀한 과일인 만큼 과육뿐 아니라 껍질까지 약재로 활용되었다. 귤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궁중 요리는 꿀이나 조청에 졸여 만든 정과였다. '진피는 오래될수록 귀하다'는 말이 있다. 잘 익은 귤피를 말린 것은 진피(陳皮), 덜 익은 파란 귤피는 청피(靑皮)라 한다. 귤은 맛이 시고 달며 성질은 平하다. 폐와 위에 도움을 주며 피부나 장기의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하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귤껍질을 오래 묵힌 진피는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비장과 폐에 도움을 주며 담(痰)을 삭여 가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완화한다. 귤 철이 지났건만 한 상자가 배달되었다. 작은오빠가 주문해서 보내준 것인데, 농장에서는 끝물이라며 양해를 구하더란다. 10kg의 양으로 주스와 양갱을 만들며 귤 판을 벌인다. 피부가 노르끼리한 걸 보니 귤 속의 베타카로틴 색소가 몸을 점령했나 보다. 오빠 덕분에 귤 파티 제대로 한다. 서귀포의 밤입니다 / 여기저기 / 귤 나뭇가지에 / 보름달이 노랗게 알을 슬어 놓았습니다 거룩한 밤, 여기에도 있습니다-서정춘의 '달·귤·서귀포'
2026-04-03 12:30:00
[문학을 품은 영화] 부녀의 애틋한 일상을 그린 '만춘(晩春)'
언제부터인지 계절의 마디를 구별하기 어렵다. 겨울의 잔상이 봄과 겹쳐 초봄의 시기를 알아채기 어렵고, 때 이른 더위에 소매를 걷어 올리다 보면 늦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금세 와 있다. 그렇지만 봄은 춘정(春情)으로 식별 가능한 계절이다. 예로부터 봄은 결혼의 계절이기도 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생산능력도 왕성해질 뿐만 아니라 화창한 봄볕과 화사한 봄꽃 향기가 선사하는 설렘 탓도 있으리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자연의 질서 속에 인간도 편입되는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1949년 작품인 '만춘 (晩春)'은 혼기가 찬 딸을 시집보내려는 늙은 홀아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은 혼자 남겨질 아버지가 걱정되어 결혼을 극구 거부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곁에서 나이만 들어갈 딸이 걱정되어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려 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를 두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아버지는 '나도 재혼을 한다'는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자신에 대한 딸의 배려를 포기시키고, 우여곡절 끝에 딸을 시집보낸다. 이 영화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행여나 착한 딸을 잡아두려는 욕심이 생길까 싶어 아버지는 결혼을 서둘러 성공시킨다. 그리고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돌아온 집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고 난 뒤, 낯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겨우 사과 한 알을 깎는 일. 여기서 카메라 렌즈는 쓸쓸히 남겨진 남자의 표정을 차마 담을 수가 없다. 슬픔을 정념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 '오즈' 감독의 카메라가 고집하는 윤리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쉽사리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사과를 깎는 아버지의 손을 지그시 향한다. 그런 탓에 관객은 사과를 깎는 노인이 손을 보면서, 슬픔에 쉽사리 동조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보단, 가눌 수 없는 그의 슬픔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다. 흘러내리는 눈물 대신에, 끝내 뱉어내지 못하고서 삼켜내는 울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과를 깎는 평범한 행위 하나에 삶의 애환을 담아내는 거장의 솜씨다. 언젠가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와 일본 영화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던 중에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일본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마음이 무너지는 슬픔을 가진 캐릭터가, 그 비통함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보통의 영화들 같으면, 자신이 얼마나 슬픈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과장된 감정까지도 표현하기 마련인데, 일본 영화에선 결코 그런 식으로 드러내지 않거든.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슬픔을 묵묵히 참아내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어. 그 마음의 울림이 전해지더란 말이지." 이 친구, 분명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본 것이 틀림이 없다. 자칫 수면제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을 말이다. 펑펑 우는 장면을 보고서 슬픔을 해소하고 난 뒤, 영화가 끝나면 금방 휘발되어 버리는 감정은 영화적 경험이라 할 수 없다. 슬픔을 묵묵하게 견디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꽃이 피는 기쁨이 있다면 꽃이 지는 슬픔도 있다는 이치를 겸허히 받아들이듯, 슬픔의 무게를 함께 지닐 수 있어야 영화적 경험을 입는 것이다. 신파적인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상적(感傷的) 카타르시스의 큰 진폭보다는,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영화적 경험의 여운이 더욱 나를 흔드는 법이다. 그렇기에 '오즈'의 영화는 위대하다.
2026-04-03 12:30:00
◆극단 구리거울 연극 〈다만 나 혼자 기뻤다〉 극작 ·연출 김미정 4월 4일(토) 오후 4시, 7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053-655-7139 연극 〈다만 나 혼자 기뻤다〉는 김미정 대표가 직접 희곡을 집필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김 대표는 오래전 우연히 마주한 화가 이인성의 '파란 배경의 자화상'이 오랫동안 마음의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10여 년간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유족을 만나며, 이인성의 그림이 주는 울림의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이인성을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이야기꾼이자 연출가적 감각을 지닌 인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절대고독 속에서 교유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천하의 이인성'이 일회적인 행사나 형식적인 현창으로 소비하기에는 너무도 큰 예술가로 느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2024년 초연 이후 이인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 인성과 어린 애향을 새롭게 등장시켰다. 극은 이인성의 맏딸 애향의 시선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 대표는 "오늘의 우리는 예술가를 잘 보듬고 연구하며 그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예술가의 작품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는 공감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극은 그림을 매개로 진행되지만 그림을 영상으로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림 깊은 곳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와 삶을 들여다보고, 관객 스스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연출에 녹여냈다. 주요 작품 몇 점이 영상으로 등장하는데, 이인성의 대작보다 화가 이인성의 시작이자 귀결의 지점이 담긴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인성의 큰딸 애향 역은 이경자, 이인성 역은 박세기, 부인 김옥순 역은 박나연이 맡았다. 어린 애향·어린 인성 역은 김예린, 윤복진·이해원 역은 오택완, 서동진·백석 역은 조영빈이 각각 1인 2역으로 등장한다. 지역 출신 천재 화가의 삶을 통해 예술가를 기억하는 방식과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소프라노 이옥주 귀국 독창회 4월 9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입장료 무료 문의 010-8800-4322 소프라노 이옥주가 유학을 마치고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귀국 독창회다. 경북예술고와 대구예술영재교육원, 계명대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과 파르마 아리고 보이토 국립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이탈리아 정통 성악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남자은이 함께한다.
2026-04-03 12:30:00
[과학으로 보는 세상] 원두 갈기 전, 물 "칙칙" 찐~한 커피 만드는 과학적 비법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성인 1명당 405잔이다. 매일 하루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매력적인 향기에 기운을 돋우는 각성효과까지,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커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종류에 따라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전 과정이 사람 손을 타다 보니 같은 생두를 쓰더라도 제조 과정에서의 작은 차이가 맛을 가른다. 예컨대 로스팅 단계에서 생두를 약하게 볶으면 신맛이 부각되고, 강하게 볶으면 쓴맛이 강해진다. 그라인딩할 때는 원두를 잘게 갈수록 물과 닿는 면적이 커져 맛이 진해지는데 그렇다고 너무 미세하게 분쇄하면 원두 가루 일부가 섞여 탁하고 쓴 커피가 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비롯해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제조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의 연구를 살펴보자. ◆젖은 원두가 진한 커피 만든다'로스 드롭렛 테크닉(Ross Droplet Technique, RDT)'은 커피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일종의 '꿀팁'이다. RDT는 원두를 분쇄할 때 일부 가루가 정전기로 인해 그라인더 내부 벽에 들러붙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지난 2005년 해외 커피 전문가 데이비드 로스가 한 온라인 커피 포럼에서 처음 소개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다. 그라인딩 전 소량의 물을 원두에 뿌려 적시기만 하면 된다. 커피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동안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RDT가 정전기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커피를 진하게 만들고, 추출량도 늘린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전기의 원인은 그라인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두들의 마찰이다. 정전기로 인해 같은 전하로 대전된 원두 가루 입자가 극이 같은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 그라인더 내부 벽에 흩어져 들러붙는 것이다. 연구팀 학자들은 첨가하는 물의 양에 따라 원두 가루로 인해 발생하는 정전기의 세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원두 1g당 20㎕(마이크로리터·1㎕는 100만분의 1L)의 물만 있으면 정전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물 분자가 정전기로 발생한 전하를 흡수하거나 그라인더 내부 온도를 낮춰 마찰 효과를 줄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정전기가 줄어들자, 놀랍게도 커피 맛과 추출량도 개선됐다. 물을 넣고 간 원두로 커피를 만들면, 물이 원두 가루 입자에 골고루 머물면서 커피 추출 시간이 더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커피 농도가 약 10% 높아져 맛이 더 좋아졌다. 또한 물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물 없이 같은 양의 원두를 썼을 때보다 커피 추출량이 8.5%가량 상승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헨돈 오리건대 화학과 교수는 "물은 정전기를 줄여 그라인더 내부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줄여줄 뿐 아니라 커피의 농도와 맛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원두 양을 줄이고 굵게 갈면 추출량 높아져한편 지난 2020년에는 오리건대와 영국 포츠머스대가 주축이 된 공동 연구팀이 원두를 거칠게 갈아야 추출량이 더 많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보통 추출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물이 원두와 맞닿는 면적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커피가 진해져 맛이 좋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평소 커피를 추출할 때보다 원두의 양은 75%로 줄이고, 대신 원두를 굵게 갈면 추출량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원두 20g을 사용한다면 15g만 쓰고, 더 굵게 갈면 커피의 양이 기존보다 많아지며 맛도 좋아지는 것이다. 카페에서 너무 잘게 갈린 원두 가루를 쓰면 물이 흐르는 공간이 줄어들어, 되려 맛이 나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이 방법을 적용하면 커피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맛, 시간, 비용을 전부 아낄 수 있는 셈이다. KISTI의 과학향기.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2026-04-03 12:30:00
옻칠은 자연이 준 귀한 도료다. 물건에 바르면 검붉은 빛으로 윤을 낸다. 현묘한 아름다움이다. 방수·방충·방부와 내구성마저 있으니 고급 공예품의 마감 옻칠로 사용된다. 옻칠은 자개로 장식하는 그릇뿐만 아니라, 갓이나 소반·쟁반 등 목기와 장죽(長竹)·죽기(竹器)·지기(紙器) 기타 일용 도구에 널리 이용된다. 다만 옻칠 작업의 공정이 까다롭다. 그래서 한때 합성 도료에 밀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늘어 전통 문화상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전칠기 수요와 함께 옻칠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의 '나전칠기 보석함'과 국립고궁박물관 뮤지엄샵의 '나전칠기 벽시계', '나전칠기 마그넷' 등이 인기 상품으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나전(螺鈿)은 옻칠한 나무에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세밀하게 상감(象嵌)하는 기법. 핵심 재료는 옻칠과 자개다.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우리문화 박물지'에서 나전칠기를 "어둠에 빛을 새기는 예술"이라 예찬했다. 검은 옻의 바탕을 어둠으로 보고 자개를 그 위에 새겨진 바다의 빛으로 본 것이다. 과거 옻칠 공예품들이 주로 국가와 왕실의 중대사에 사용됐던 것도 같은 이유다. 외국인들이 감탄하며 나전칠기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한반도에서 가장 이른 옻칠 사용의 흔적은 기원전 6~5세기에 제작된 요령식 동검(비파형 동검) 칼집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 무덤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된다. 역대 왕조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 옻나무 재배지와 '옻칠 장인(漆匠:칠장)'의 활동을 관리했다. 통일신라의 공장부(工匠府)와 칠전(漆典), 고려의 공조(工曹)·공조서(供造署)·중상서(中尙署)·군기감(軍器監), 조선의 경공장(京工匠)·외공장(外工匠) 등이 있었다. 조선의 기본 법제서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의 기록에는 옻나무가 가장 먼저 나온다. 칠전 대장의 작성, 칠장·나전장이 배치되는 관부와 그 인원수까지를 더 상세히 규정했다. 옻칠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여러 읍의 옻나무(漆木)·뽕나무(桑木)·과일나무의 수와 닥나무밭(楮田:저전)·왕골밭(莞田:완전)·화살대(箭竹:전죽)가 생산되는 곳은 대장을 작성한다. 옻나무·뽕나무·과일나무는 3년마다 대장을 다시 작성한다" 〈경국대전 권6, 공전(工典), 재식(裁植)〉 옻나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선 평안북도 태천, 강원도 원주, 경상남도 함양, 함경남도 신흥 등이 주요 산지다. 요즈음은 강원도 원주가 대표적인 옻 산지다. 이익종 생옻칠 장인은 "중국산 옻칠보다 원주 옻칠이 깊이 있는 빛을 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원래 최상품 옻칠은 칠곡 옻칠이었다. 칠곡(漆谷)이라는 지명이 말해준다. 옻나무가 많아 '옻골'이라는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고친 지명이다. 칠곡에 있는 옻골, 옻밭재, 옻밭마을 등의 지명이 이를 웅변한다. 그중에서도 동명면 송산3리 '옻밭마을'이 중심지. 마을 주변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아서 옻밭(漆田칠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도 옻나무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있다. 2012년 칠곡군은 '1만 주 옻나무 단지'를 조성해 전통 옻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400여 년 전 형성된 '옻밭마을'을 옻칠 전통 마을로 육성하려고 했던 것.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옻나무를 꾸준히 관리할 사람들이 없었고, 옻나무에서 직접 칼집을 내서 채취한 진액 칠인 '생칠'을 생산할 수 있는 생칠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옻칠은 최근 항균성·방수성·VOC제거·습도조절 등에 탁월한 기능성이 확인돼 산업용 도료·코팅제로 개발·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나전칠기 기법이 자동차 내장재, 건강 생활용품 등으로 응용되며 'K-럭셔리'의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칠장인 손대현 장인이 까르띠에 시계 보관용 나전칠기함을 제작했고, BMW 7시리즈에선 실내에 옻칠과 나전으로 고급화를 시도한 적도 있다. 칠곡 '옻밭마을'의 품질 좋은 '생칠'이 생산됐다면 'K-럭셔리'에 크게 기여했을 터. 지금이라도 '생칠'을 낼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옻밭마을'이 최근에는 '동락외양간갤러리'와 함께 마을 곳곳의 도자기 솟대, 담벼락 위의 예술 작품 등으로 인해 '인문학 마을'로 변모돼 주민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이다.
2026-04-0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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