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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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북 청년 농업인 '경북도 4-H연합회장' 이취임식 개최

    경북 청년 농업인 '경북도 4-H연합회장' 이취임식 개최

    경상북도 4-H 연합회는 5일 경북도 여성가족플라자에서 제64 노구완 회장·65대 이강훈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하고, 경북 농업의 미래를 이끌 청년 농업인 조직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이날 행사는 도내 4-H 회원과 지도자, 관계 공무원 등 약 120명이 참석해 지난 한 해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새 집행부 출범을 축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임하는 제64대 노구완 회장은 재임 기간 청년 농업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교류를 확대하고, 회원 간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 해 왔다. 노구완 회장은 이임사를 통해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 덕분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도 경상북도 4-H 연합회가 청년 농업인의 든든한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제65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강훈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4-H 연합은 청년 농업인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다. 회원 모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활력 있는 연합회, 회원 간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미래 농업을 선도하는 4-H 연합회가 되겠다"라고 향후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4-H는 경북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중요한 조직"이라며, "청년 농업인이 주체가 돼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연구, 정책 연계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경상북도 4-H 연합회는 1953년 조직되어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으며, 현재 도내 21개 시군에서 1,258명의 청년 농업인이 활동 중이다. 청년 농업인 역량 강화 교육, 지역사회 공헌 활동, 농업·농촌의 가치 확산을 위한 실천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미래 농업을 이끌 핵심 인재로 자리매김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청년 농업인 조직으로서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방침이다.

    2026-02-05 16:22:05

  •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TK특별시 헬리콥터 향토예비군

    대구·경북 통합과 신공항 건설, UAM 상용화라는 세 가지 변화는 대구경북 하늘길의 지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공항·철도·항만·도로에 더해, 산불 감시와 재난 구호, 해상 구조, 교통 관리를 아우르는 저고도 항공 모빌리티 체계를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해양 사고는 여전히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고 있다. 의성 초대형 산불처럼 단 한 번의 초기 대응 실패가 수조 원대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은, 대구경북이 헬기와 UAM을 포함한 저고도 항공 안전 체계를 어떻게 재편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UAM의 경제성과 저소음, 무배출이라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장거리 운항과 대용량 수송, 강풍 속 산불 진화와 동해안 해상 구조까지 모두 맡기기에는 기술적·운영적 한계가 크다. 현실적인 해답은 대체가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도심–신공항, 주요 거점 간 단거리 여객과 경량 화물은 UAM이, 험준한 산악과 동해안, 대규모 산불과 해양 사고 대응은 중·대형 헬기가 담당하는 헬기+UAM 혼합 모델이 대구경북에 요구되는 방향이다.​ 문제는 대당 수백억 원에 이르는 중·대형 헬기 소요를 어떻게 충당하느냐이다. 해답의 핵심은 민간 헬기 사업자가 평시에 관광·점검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위기 시 공공 임무에 참여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설계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신공항 인프라, 관광 상품, 공공 임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는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필자가 제안하는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평시에는 민간 헬기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관광·사업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유사시에는 산불 진화와 해상 수색·구조에 투입되는 상설 동원 체계다. 지역 지형을 잘 아는 조종사와, 이미 수익을 내는 항공기가 위기 때 곧바로 투입되도록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이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네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민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중·대형 헬기 사업모델이다. 신공항–도심–경주·포항·울릉을 잇는 헬기 셔틀, 포항 영일만과 스페이스 워크 상공 야경 투어, 울진 해안–울릉도 관광 코스, 해상풍력·양식장 점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조건은 민간이 고가의 헬기를 도입, 유지하면서도 공공 임무에 동원될 수 있는 여력을 준다. 둘째, 산불·재난 임무에 대한 별도 계약 단가와 비용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상시 계약과 일정 수준의 공공 지원이 결합되면, 지금처럼 시간당 수천만 원대 임차료가 정상처럼 청구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셋째, 상업 운항과 긴급 출동이 충돌하지 않도록 동원 우선권과 손실 보전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어느 수준의 경보에서 상업 비행을 중단하고, 어떤 조건에서 국가·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할지 미리 정해 두어야 한다. 이는 공공 임무 전환 매뉴얼이다. 넷째, 사고 발생 시 국가·지자체·민간 간 책임 분담과 보험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고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상업용 헬기는 현재의 일반 상업 보험만으로는 보상되지 않는 영역이 많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신공항에 헬리포트 구역을 지정하고, 도심 곳곳과 산악·연안 거점에 헬기와 UAM이 공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포트를 설치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산불, 해양 사고, 도심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산림청·소방·해경·군·지자체·민간 헬기와 UAM·드론을 자동 배치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할 수 있는 통합 관제 시스템 구축도 뒤따라야 한다.​ "TK특별시 헬리콥터 향토예비군"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TK특별시의 자치권 강화와 맞물려 저고도 항공 안전망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함께 키우자는 전략 제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상상력을 지탱할 숫자와 규칙, 책임을 설계하려는 TK특별시의 결단이다. 대구경북특별시는 ① 재난·산불 대응에 필요한 전용 헬기 목표 수량, ②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익·보상 구조, ③ 신공항을 축으로 한 버티포트·헬리포트 네트워크, ④ 통합 관제·공역 설계를 위한 2020년대 로드맵을 서둘러 제시해야 한다. 하대성(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정치학 박사)

    2026-02-05 12:30:00

  •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기생과 풍류보다 더 좋은 '승기악탕(勝妓樂湯)', 도미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기생과 풍류보다 더 좋은 '승기악탕(勝妓樂湯)', 도미

    도미는 행운을 상징하는 물고기이다. 음식을 먹으며 행운까지 맞이한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러나 행운은 그저 오는 게 아니다. 수심 200m의 수압을 견딘 도미의 인내가 담겨있다. 그리하여 육질이 단단하고 쫄깃한 거다. 도미는 '백어(白魚)의 왕'이라 칭한다. 예전 제례나 연회에는 반드시 비늘 있는 생선을 차렸다. 비늘은 선비의 기개나 무사의 갑옷을 상징하며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였고, 흰 살은 신성함으로 보았다. 도미의 수명을 20~40년으로 보는데 어류 중 '장수' 물고기이다. 또한, 도미 대가리 부분이 가장 맛있다는 데서 '어두일미(魚頭一味)'가 유래되었다. 옛 문헌 속 도미는 약재에 가까운 귀한 식재료였다. 도미(참돔)의 본초는 진조(真鯛), 맛과 성질은 달고 따뜻하며, 비위(脾胃)로 귀경(歸經)하고, 보기·활혈 작용한다. 도미는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다. 도미 대가리 부분의 젤라틴과 비타민 B1은 시력 보호와 신경 안정에 도움을 주고, 전체적으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어서 체력 보강하여 면역력을 높여준다. 생선 요리에 미나리와 쑥갓을 넣는 것은 비타민 C 보충과 해독 작용을 위함이다. 바다낚시를 즐기는 시동생이 급하게 달려왔다. 싱싱한 바다를 건져 올렸다며 살림통에서 펄떡이는 돔을 끄집어내었다. 시동생은 회를 치고, 동서는 돔 대가리와 뼈로 맑은 탕을 끓였다. 부재료로 무와 파만 넣었는데도 국물이 시원하고 깔끔했다. 쫄깃한 회와 따끈한 국물, 그 깊은 바다 맛이라니. 조선 성종 때 주민을 못살게 구는 오랑캐를 쫓아내고자 허종(許琮)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북방 해주에 도착했다. 주민들은 환영하며 도미에 갖은 고명을 한 음식을 대접했다. 허종은 풍악을 울리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기녀와 술보다 도미 음식 맛이 더 낫다고 감탄했다. 기생과 음악을 능가하는 '승기악탕(勝妓樂湯)', 노래와 기생을 능가하는 '승가기탕(勝歌妓湯)', 기생을 능가하는 절묘한 맛의 '승가기탕(勝佳妓湯)'이라 하였다. 조선 시대 '규합총서' 음식편에 승기악탕이 나온다. 살찐 묵은 닭을 이용한 요리인데, '왜관(倭館) 음식으로 기생이나 음악보다 낫다'고 기록되었다. '왜관'은 일본 사신들이 머물던 곳으로 우리의 전통과 이국적 문화가 섞인 음식이 많았다. 현재 왜관 지명을 찾을 수 있는 곳이 경북 칠곡군의 '왜관'이다. 다른 조리서에는 숭어를 사용하여 탕을 만들었다. 도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경사스럽다'라는 뜻의 '메데타이(めでたい)'와 도미(たい)는 발음이 비슷하여 명절이나 축제에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 도미를 통째로 넣은 솥밥과 도미 대가리를 졸여서 먹는다. 타이야키(たいやき)는 도미(たい) + 구이(焼き)로, 서민은 귀한 생선 대신 도미 모양의 빵을 만들어 먹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넘어온 붕어빵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도 도미는 '복(福)을 부르는 가길어(加吉魚)'라 하여 잔치나 축제 요리에 등장한다. 승기악탕은 생선을 포 떠서 전으로 부치고, 전골냄비 바닥에 소고기와 채소를 깐 후에 전과 각종 고명을 돌려 담아 맑은장국을 붓고 국수를 넣어 끓인 '도미면'이다. 궁중의 연회나 반가의 경사에 차려지는 최고급의 꽃과 같은 음식이라 전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타인의 정성을 내 몸 안으로 모시는 거다. 도미 맛은 1월을 최고로 친다고 하니 길한 음식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좋으리라.

    2026-02-05 12:00:00

  • [문학을 품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문학을 품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국 비밀 정보부 국장인 '컨트롤'은 서커스(영국 정보부의 별칭) 내부의 고위 간부 중 하나가 -통상 스파이 세계에서 '두더지'라 일컫는- 이중첩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더지의 정체를 알고 있는 헝가리 장군의 망명을 돕기 위해 스캘프헌터(암살 및 회유 전담 요원)인 '짐 프리도'를 부다페스트로 급파한다. 헝가리 장군을 만난 짐은 작전의 비밀이 소련 측에 이미 누설되었음을 눈치채고 현장을 떠나려다 총격을 당한다. 이에 컨트롤은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그의 오른팔이었던 '스마일리'도 함께 쫓겨난다. 그러나 은퇴 후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스마일리에게 정부는 다시금 은밀한 진상 조사를 명령하고, 그는 현장으로 복귀한다. '존 르 카레' 동명 소설의 방대한 분량을 127분으로 압축해야 하기에, 영화는 가장 '에센셜'한 조각들을 선택하고 끼워 넣어야 한다. 그런데 영화는 원작에선 언급조차 없는 부분을 기어코 창조해서 오프닝에 배치한다. 바로 스마일리가 안경을 새로 맞추는 장면이다. 입장과 상황이 달라졌으니 시각도 바꿔야 한다는 각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후 그는 새로 맞춘 안경을 벗지 않기 위해 수영할 때조차 평영으로 한다. 몇 명만 모여도 파벌이 생기는 것,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생리다. 그러면서 조직 내부의 구성원들 상호 간에 정치가 발생한다. 때로는 조직이 크고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외부 세력까지 끼어들어 이런 파벌 간의 내부 정치를 이용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조직을 이끌고 운영하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정작 그 사람이 자리를 지키면 불편해하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정치만 잘하는 무능한 자를 앞세워서 핵심 인재를 밀어낸다. 그렇게 조직이 엉망이 되어 버리면 은밀히 접근해서 조직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이런 과정에서 흔히 정치만 밝고 실무엔 어두운 자는 완장 하나 차고서 누군가의 허수아비 역할을 충실히 한다. 큰 힘을 가진 조직이나 사회에서 기실 어디서나 이런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능력은 없는데 정치만 능한 자들이 활개를 치는 풍경이 더는 낯설지가 않다. 무능하지만 정치력 하나로 버티는 사람들이 득세하는, 현재 우리나라 국정의 모습을 매일같이 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배신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곳에서 진실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고독하다. 스마일리는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면서, 그 음울하고 냉소적인 과정에서 무능과 악의를 흘려보내면서, 뜻이 맞는 동료를 조용히 그리고 단단히 규합하면서, 끝내는 조직의 부패를 근절하고 다시금 재정비하는 생존 지침서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주는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냉전 시대 속 냉혹했던 스파이의 삶이 202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생생한 삶의 매뉴얼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점이다. 훌륭한 이야기는 수용자의 경험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항상 시대를 넘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새해도 벌써 한 달이 다 지났다. 분명 굳은 각오로 새로운 결심을 세웠지만, 아직 뭉그적거리며 지지부진한 상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아직 감동의 여진이 남아 있을 때, 나도 새로운 안경을 맞추러 나서야겠다.

    2026-02-05 12:0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1월 24일,26일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1월 24일,26일

    ◆단기 4290년(1957년) 1월 26일 토요일 흐리고 비 아침에 일어나니 밖에서 오삭오삭 무엇이 오는 소리가 나와서 본즉 웬 겨울 날씨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청소하고 학교 갈 준비하여놓고 아침을 먹고 우산을 들고 태욱(泰煜)이네 집으로 갔었다. 태욱이가 우산이 없어서 간다느니 안 간다느니 하여 나는 그를 나의 우산속에 넣어주었다. 학교에 와 보니 약 한 달 동안 안 보았더니 친구들 얼굴이 틀린 것 같이 정도로 보이고, 먼저 눈에 띈 것은 각학급 마다 스피커를 달아놓은 것이 먼저 띄어서 나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학교도 다른 학교보다 부럽지 않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교실 안이 매우 더러워서 대청소하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공부하다가 저녁을 먹고 저녁에는 소설책을 읽다가 책을 머리맡에 두고 그만 자버렸다.

    2026-02-05 11:5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6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6회>

    〈가로 풀이〉 1. 돈 있으면 활량 돈 못 쓰면 ○○: 경제적으로 넉넉하여야 삶을 즐길 수 있음. 2. 칠십에 자식을 낳아서도 ○○를 본다: 늘그막에 자식을 보고서도 그 덕을 입게 됨. 4. 건너다보니 ○○: 겉으로만 보아도 거의 틀림없을 만한 짐작이 든다는 말. 6. 나라가 없어 ○○하나: 나라님에게 무엇이 없어서 진상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 7. ○○○ 밤 까먹듯: 욕심스럽게 잘 먹는 모양. 9. 같은 값이면 은가락지 낀 손에 ○○○○. 10. ○ ○○ 아웅 한다: =귀 막고 아웅(아옹) 한다. 12. 눈에 눈이 들어가니 ○○인가 ○○인가. 13. ○○○○도 제멋에 찬다: 모든 사람이 천시하는 동냥질도 제가 하고 싶어서 한다. 14. ○○ 것 맞갖지 않은 것 없고, 남의 것 욕심나지 않은 것 없다. 15. 곧기는 ○○ 같다: 겉으로는 곧은 체하나 속이 검다. 17. 금돈도 ○○이 있다: 금으로 만든 돈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 18. ○○ ○○○ 같다: 실속 없이 허풍을 잘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 21. 공복에 ○○을 침도 아니 바르고 그냥 삼키려 한다.욕심이 많아서 경위를 가리지 않고 한없이 탐내기만 함을 비유 23. ○○ ○○ 별을 보지: 어떤 성과를 거두려면 그에 상당한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함. 〈세로 풀이〉 1. 달팽이가 바다를 ○○○○: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 말할 거리도 안 된다는 말. 3. ○○○○ 사립(빈지) 고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5. 개살구 지레 ○○○: 되지 못한 사람이 오히려 잘난 체하며 뽐냄. 8. 고양이 죽는 데 ○ ○○만큼: =쥐 죽은 날 고양이 눈물. 11. 남의 ○○○○에 밤 주워 담는다: 아무리 하여도 남 좋은 일만 한 결과가 됨. 12. 계집의 얼굴은 ○○ ○○: 여자의 얼굴이 곱고 미운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16. 거지 자루 크면 자루대로 다 ○○: 지나치게 큰 그릇을 가지고 옴을 비웃는 말. 19. 닭알 때 짓밟아 뭉개 ○○○ 한다: 부정적이거나 문제의 원인이 더 커지기 전에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뜻 20. 노뭉치로 개 ○○○: 상대편의 비위를 맞춰 가면서 슬슬 놀림. 21. 도둑놈도 ○○이 있다: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인정은 있음. 22. 까마귀 열두 소리 하나도 ○○ 것 없다. ◆4회 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2-05 11:30:00

  • [조한규 칼럼] TK행정통합의 인문학

    [조한규 칼럼] TK행정통합의 인문학

    대구경북(TK)행정통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특별시 설치 및 한반도 신경제 중심축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대전·충남, 광주·전남의 행정통합 특별법과 함께 2월 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TK특별시장을 뽑고, 7월1일 TK특별시가 출범한다. TK특별시는 대한민국 최대 면적의 특별시가 되며, 획기적인 특례와 권한을 바탕으로 글로벌 국제공항과 항만을 동시에 보유한 새로운 대한민국 중심 지역으로 도약·발전하는 기회를 가진다. 경북도는 이미 바이오·관광·에너지 3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총 3조1639억 원 규모의 '2026년 북부권 경제산업 신활력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TK행정통합은 바람직하다. 역사적으로 TK지역의 성장과 발전은 연대와 통합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청동기~초기 철기시대 사회는 중앙집권적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낙동강 일대 지역의 씨족들은 혈연과 함께 느슨한 연대와 통합으로 씨족연합체를 구성해 통치·의례·방어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 씨족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연합하거나 통합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웠던 터라, 상호의존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 생존이 키워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급량(及梁)·사량(沙梁)·본피(本彼)·모량(牟梁)·한기(漢祗)·습비(習比) 등 6개 씨족들로 구성된 사로국이다. 사로(斯盧)는 진한 12개 소국 중의 하나로 지금의 경주 분지 계림 일대(서라벌)를 다스리던 씨족사회에서 시작됐다. 점차 진한 내 다른 씨족사회와 통합하면서 신라로 발전했다. 즉 사로국은 '단일 생활권'을 이루면서 씨족연합적 성격이 강화된 부족연합국 신라로 성장·발전했다. 이는 단절이 아니라 통합의 제도화였다. 각 부족의 자율성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 부족연맹의 성격을 유지했던 것. 신라의 화백회의(和白會議)가 만장일치를 통해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했던 것은 이런 사실(史實)을 반영한다. 이런 지역과 귀족의 연합정치가 신라의 삼국통일을 견인했다. 고려에 들어서 '도(道)'라는 행정 단위가 만들어진다. 경상도의 원형은 1105년 '경상진주도'로 등장한다. 1314년(고려 충숙왕 원년)에는 신라 수도였던 경주(慶州)와 낙동강 동부지역 중심인 상주(尙州)의 앞 글자를 따서 경상도(慶尙道)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마디로 경주와 상주의 통합인 셈이다. 당시 경상도라는 광역 공간은 낙동강을 따라 이어진 교통로, 농업 생산지, 군사 동원 체계를 함께 묶은 공간이었다. 행정은 삶의 동선을 따라 만들어졌고,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를 반영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경주와 상주의 중간 지대인 대구가 중심이 됐다. 이는 지배의 구조라기보다 기능의 분담에 가까웠다. 즉 행정의 통합이었다. ◆경상도의 탄새 경상도가 행정구역을 넘어 '하나의 문화권'으로 성장한 것은 조선시대다. 성리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은 지역을 넘나들었다. 혼맥과 학맥은 행정 경계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 서원과 향촌 사회 속에서 영남은 스스로를 하나의 세계로 인식했다. 대구는 행정과 교통의 중심이었고,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각지는 영남 문화의 깊이를 이루는 토양이었다. 이 둘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하나의 몸에 가까웠다. 퇴계학의 영남학파 중심으로 '하나의 문화권'을 이뤘다. 현대에 들어 경상도는 인문학보다는 산업화의 중심이었다. 마산, 구미, 울산, 포항에 산업화를 견인한 공단들이 들어서면서 경상도는 많은 부를 축적했고 가장 많은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리고 TK는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4차산업혁명에 따른 AI시대가 열리면서 TK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갈수록 보수의 본산이 아니라 극우의 텃밭으로 변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는 기회가 있기 마련. 그 기회는 TK행정통합이다. 7월 TK특별시가 출범하게 되면, 우선 TK 전 지역을 '1시간 생활권', 즉 '거리와 시간의 동일 생활권'으로 만들어야 한다. '1시간 생활권'이 되어야 TK특별시가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GTX로 경기도 파주 운정역에서 화성 통탄역까지 81km를 57분이면 간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 살려 대구에서 안동까지 98km. 직선거리로는 78km다. GTX형 지하철도를 구축할 경우 85km가 예상된다. 공사비는 1km에 700억원, 85km에 6조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50m 이하 땅 밑은 국유지여서 토지보상비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5년 동안 20조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될 예정이니 가능하다. 더불어 각 지방도시 사이의 연결망은 BRT(간선급행버스)를 촘촘히 엮어 '1시간 생활권'을 만들면 된다. '1시간 생활권'이 지방 도시를 살리고 인구 소멸을 막을 수 있다. 다음으로 TK특별시는 안동시의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계승·완성시켜야 한다. TK지역의 사찰, 서원, 향교 등 문화유산과 청량산, 주왕산, 팔공산 등 자연유산을 '1일 관광권'으로 묶어 창달시켜야 한다. 가령 문경 봉암사 인근의 '세계명상마을'은 세계 간화선(看話禪)의 성지가 되어야 한다. 정신문화의 핵심 사상은 원효학과 퇴계학이다. 진실로 TK지역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된다면 TK특별시는 세계적 관광의 명소가 될 것이다. 원효의 일심사상(一心思想)과 퇴계의 경사상(敬思想)이 그 진가를 발휘할 때가 됐다. 기대된다.

    2026-02-05 11:3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0년 6회>준특3석 이기도 작 '분투(奮鬪)'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0년 6회>준특3석 이기도 작 '분투(奮鬪)'

    가을바람에 만국기가 펄럭이고, 확성기에서는 행진곡이 울려 퍼지던 국민학교 운동장.운동장 한가운데 굵직한 통나무 기둥이 세워지면, 청군과 백군으로 나뉜 아이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머리에 질끈 동여맨 청군,백군을 가르는 머리띠, 흙먼지를 뒤집어 쓸 준비가 된 운동복, 그리고 비장한 각오를 다진 눈빛들. 선생님의 호각 소리는 곧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경기가 시작되면 운동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기둥을 쓰러뜨리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이고, 옷자락이 찢어지거나 신발이 벗겨지는 것쯤은 아무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는다. 기둥을 밑동부터 꽉 부여잡고 절대로 쓰러지지 않게 수비하는 아이들. 상대방이 기둥을 타고 오르거나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몸으로 거대한 성벽을 쌓는다.공격하는 아이들은 파도처럼 밀고 들어가 수비벽을 뚫고 들어가 기둥 윗부분을 잡아채 땅으로 끌어내리려고 안간힘을 쏟는다.얼굴은 금세 흙먼지로 뒤덮이고, 이마에는 핏대가 서지만 소년들은 멈추지 않는다. 기둥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할 때 터져 나오는 비명 같은 함성과, 끝까지 버텨냈을 때의 환희가 운동장을 가득 메운다.기둥이 넘어가는 순간,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다시 일어나 흙을 털어내며 웃던 그 소년들은 이제 누군가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세상을 버티고 있다. 이기도 작가의 '분투(奮鬪)'는 제목 그대로 온 힘을 다해 싸우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찰나를 잘 포착하고 있다.

    2026-02-05 11: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6회>기절초풍(氣絶超風),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6회>기절초풍(氣絶超風), "숨이 끊어지고 중풍을 부를" 정도로 몹시 놀라거나 겁에 질리다.

    [쿠팡에서 초코바 샀다가 '기절초풍'; "기절초풍할 사람들"… 윤리위 구성 놓고 수렁 빠져드는 국민의힘; "美 첫 협상안에 기절초풍…"] 등 의외로 '기절초풍'이란 말을 많이 쓴다. 사실 요즘 기절초풍할 노릇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절초풍'(氣絶超風)은 '숨 기, 끊을 절, 부를 초, 중풍 풍'으로, "숨이 끊어지고 중풍을 부를 정도로 몹시 놀라거나 겁에 질리다"라는 뜻이다. 원래 사자성어가 아니었던 것이 어떤 연유로 기절과 초풍이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기절초풍에서의 '기'는 '기식(氣息)・호흡' 즉 '숨'을, '풍'은 '중풍'(中風)을 의미한다. '기'에는 "기운, 힘, 기세, 숨(호흡), 공기, 김, 낌새, 가스" 등 많은 의미가 있으나 기절의 경우에는, '목숨'이나 '숨넘어간다'라 할 때의 '숨'을 가리킨다. '숨이 멎으면' 뇌로 가는 혈액 흐름이 차단돼 뇌혈관에 이상이 생겨 그 기능 손상으로 '중풍을 부른다.' 먼저, '기절'이란 말은, 후한 때 왕충의 『논형』, 그리고 『한서』, 당나라 때의 『진서』에서 '숨이 멎는다' 뜻으로 나온다. 의약서인 『난경』과 동한 시기의 『금궤요략』, 남송의 진자명이 정리한 『부인양방』, 명말의 경악이 지은 「전충록・음양편」, 조선의 법의학서인 『검요』를 비롯한 『경보신편』, 『고사신서』, 『고서의언』, 『광제비급』, 『군중의약』 등의 의약서에 자주 언급된다. 이어서, '초풍'이란 말은, 서진 때 육기의 「우선부(羽扇賦)」, 북송 장순민의 「환선시(紈扇詩)」 등에 나오며 부채가 '바람을 불러오는'것을 의미했다. 이후 여러 문헌에서 '바람을 부르다', '중풍을 부르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초풍' 그리고 "중풍을 부르고, 병을 일으키다"라는 '초풍치병'(招風致病)은 중국과 한국의 전통 의약서에 보인다. 즉 북송 왕회은의 『태평성혜방』, 청대 추주의 『본경소증』, 조선의 의약서 『의방유취』, 『동의보감』, 『주촌신방』(연인본), 『의휘』 등. 인터넷에서는 초풍을 '초풍(超風)' '초풍(醋風)', '초풍(焦風)' 등으로 끌어다 붙이나 기절과 의미가 맞지 않는다. 기절초풍은 "갑자기 몹시 놀라 겁을 먹는다"라는 '기겁'(氣怯)과 통해 '기겁초풍'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담(膽: 쓸개) 기운이 약해, 신체적・심리적으로 위축돼 작은 자극에도 놀라는 것을 말한다. '기겁'을 '식겁, 질겁' 등으로도 표현한다. 아울러 기절초풍은, "마음을 놀라게 하고 눈을 휘둥그레지게 한다"라는 '경심해목'(驚心駭目), "눈에 닿는 순간 마음을 놀라게 한다"라는 '촉목경심'(觸目驚心)과도 통한다. 그런데, 언제 기절과 초풍이 결합했을까? 한마디로 추정하기 어렵다. 기절초풍이란 말은 본래 식자층보다도 주로 민간에서 쓰였던 탓일까. 현대에 채록된 구술 전승 설화에는 기절초풍이란 한글 표현이 자주 보이나, 근대기의 미디어에서는 찾기 힘들다. 다만 1920년대 신문에서 '기절'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초풍'이란 말은 보이지 않는다. 이후 1930년대의 어느 잡지에, "김 여사에게 초풍(招風)을 당한 후…솟두방 보고 놀래면 자라 보고도 놀랜다고"하여, '깜짝 놀랐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시대를 한참 건너뛰어, 2006년에는 책 제목 가운데 '기절초풍〇〇〇'라는 게 다수 등장한다. 이처럼 대놓고 기절초풍을 쓰게 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과잉'되고 있었음을 웅변하는 건 아닌지.

    2026-02-05 10:30:00

  • [과학으로 보는 세상] 아바타3 속 메두소이드는 허구일까?

    [과학으로 보는 세상] 아바타3 속 메두소이드는 허구일까?

    지난해 말 국내 개봉한 〈아바타: 불과 재〉는 다시 한번 관객을 판도라라는 낯선 세계로 이끌고 있다. 아바타의 세 번째 시리즈인 불과 재에는 불타는 화산 지대라는 배경만큼이나 관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판도라 하늘을 유영하는 거대 부유 생명체, '메두소이드(Medusoid)'다. 메두소이드는 외형만 보면 해파리를 연상시키지만, 공중에 머무는 방식은 기존 생물과 전혀 다르다. 오묘한 빛깔을 띠고 하늘을 나는 모습은 땅을 딛고 서는 데 익숙한 인간에게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과학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형태의 생명체는 특정 외계 환경에선 개연성 있는 진화 시나리오로 설명될 수 있다. ◆칼 세이건이 상상한 '하늘의 생태계' 이 설정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제시한 생명 모델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1976년, 칼 세이건은 물리학자 에드윈 살피터와 함께 '거대 행성 대기에서의 입자, 환경, 그리고 가능한 생태계'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가스 행성 대기 속에서 가능한 생명체 모델을 제안했다. 논문에선 가스 행성 대기에서 서식할 수 있는 생명체를 기능과 역할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다가 대기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소멸하는 '싱커(Sinker)', 싱커를 먹으며 몸집을 키워 부력을 얻고 공중에 머무는 '플로터(Floater)', 그리고 제트 추진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동하며 플로터를 사냥하는 포식자 '헌터(Hunter)'가 그것이다. 영화 속 메두소이드 설정은 논문 속 '플로터' 개념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공중 부양'을 위한 세 가지 과학적 조건 그렇다면 세이건과 살피터는 어떤 근거로 부유 생명체의 존재를 상상했을까? 두 과학자는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부유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높은 대기 밀도다. 사람이 튜브를 타고 물에 뜰 수 있는 이유는, 튜브 속 공기로 인해 전체 밀도가 물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행성의 대기가 충분히 밀집돼 있다면, 생명체는 밀도를 낮춰 비교적 쉽게 공중에 머무를 수 있다. 두 번째는 거대한 가스주머니다. 칼 세이건은 이러한 생명체가 열기구처럼 체내 온도를 높이거나, 수소․헬륨처럼 가벼운 기체를 몸속에 채워 부력을 얻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세 번째는 에너지 확보 방식이다. 공중을 떠다니는 생명체에게 가장 직접적인 에너지원은 태양 빛이다. 따라서 광합성은 가장 단순하고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기 중에 떠다니는 유기물이나 미생물(싱커)을 걸러 먹는 여과 섭식도 가능하다. ◆상상이 현실로? 금성에서 포착된 단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장소로 최근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지구의 이웃 행성 금성이다. 금성 대기 약 50~60km 높이에선 표면과 달리 온도와 압력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지구 환경과 어느 정도 비슷해진다. 이 구간은 이론상 미생물이 부유하며 존재할 가능성이 논의되는 영역으로, 오래전부터 '금성의 거주 가능 고도'로 불려 왔다. 2024~2025년 사이 영국 카디프 대학을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은 학회 발표와 후속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관측 결과를 보고했다. 하와이와 칠레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금성 구름층을 정밀 관측한 결과, 생명 활동과 연관 가능성이 논의되는 물질인 인화수소 농도가 시간에 따라 변동하는 양상을 포착한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인화수소 농도가 금성의 낮과 밤 주기에 따라 증감하는 패턴에 주목했다. 단순한 화학 반응이라면 농도가 일정하거나 불규칙하게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때문에 일부 연구자들은 해당 패턴을 생명 활동 가능성 중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약 50년 전 칼 세이건이 상상했던 '공중 부유 생태계'라는 개념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맞닿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바타: 불과 재〉가 보여주는 메두소이드는 분명 상상 속 존재다. 그러나 밀도 높은 대기와 부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면, 그러한 생명체가 등장하는 시나리오 자체는 과학적으로 충분한 개연성을 지닌다. 인류가 언젠가 금성이나 목성, 혹은 더 먼 우주의 구름 행성에서 마주할지 모를 미래의 풍경일지도 모른다. KISTI의 과학향기 김청한 과학칼럼니스트

    2026-02-05 06: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DCH 앙상블 페스티벌 ​- 2월 4일(수)~3월 27일(금)/수~금요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챔버홀/1~3만원 053-430-7700 대구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가 기획한 'DCH 앙상블 페스티벌'은 실내악의 매력을 두 달 동안 한껏 느낄 수 있는 축제다. 지난해 첫 개최에 이어 올해 2회차를 맞은 이번 페스티벌은 2월 4일부터 3월 27일까지 13개 단체가 13개 공연을 선보인다. 첫 회가 해외 유수 팀들을 한자리에 모아 '실내악을 한 번에 맛보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해외 초청과 국내 단체를 함께 배치하고, 지역 작곡가 신작 초연까지 더해 구성의 폭을 넓혔다. 이 축제는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WOF)' 에서 보여준 운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해외 단체를 직접 초청하고, 지역 연주단체와 지역 작곡가를 연결해 새로운 곡을 무대에 올리는 방식이다. 앙상블페스티벌은 그 흐름을 실내악으로 옮겨, '좋은 팀의 내한 공연'을 넘어 새 레퍼토리가 실제로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자리를 만들었다. ◆대구아트스퀘어-대구권 미술대학 연합전 'an Overcoming Mission: 빛을 향해 나아가다 -2월 12일(목)~2월 21일(토) ※2월 16일(월), 2월 19일(목) 휴관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6~13전시실 대구권 미술대학 연합전(이하 연합전)은 대구 청년 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집약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로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이 전시는 대구권의 6개 미술대학이 연합하고 대학 간 예술적 교류와 지역 미술대학 출신들이 신진 작가로서의 입문,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2015년 시작됐다. 각 대학이 돌아가며 전시를 주관해 오다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2022년부터 대구 지역 최대 미술축제인 대구아트스퀘어에 편입되어 대구미술협회가 운영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대학이 지닌 서로 다른 교육 환경과 전공 특성, 지도교수의 성향과 화풍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조형 언어의 차이를 하나의 전시 안에서 교차·병치시킨다는 점이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와 형식이 공존하는 전시 구성은, 동시대 청년 작가들이 공유하는 시대적 감각과 문제의식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2026-02-04 11:30:00

  •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2026-01-30 15:35:1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1957년1월 23일 수요일 맑음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1957년1월 23일 수요일 맑음

    〈strong〉단기 4290년(1957년)1월 23일 수요일 맑음〈/strong〉 아침을 먹고서 집에 돌아오려고 하니 정흠(正欽)이가 올 듯 말 듯 하여 나 혼자 가겠다고 했더니 "나도 오늘 간다 걱정말고 기다려"라고 하여 기다렸더니 11시를 친다. 집에 가려고 장으로 해서 정흠이와 나는 태욱(泰煜)이는 집으로 왔다. 오는 도중에 정흠이는 자기 집에 아니 간다고하여 나 혼자 바쁜 걸음을쳤다. 황급히 오는 길에 사람이 병들어 죽은 것을 내 버리고 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나의 생각은 한편 더러우며 기분도 나쁘며 또 한편으로는 불쌍하고 가엽다. 오늘 있어서도 한 사람이 죽어가니 어떠한 곳에서 사람이 죽는지~ 애달픈 일이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자기 명대로 죽을 수 있도록 하지, 의학이 발달하나 이것을 볼 때 우리나라는 얼마나 나약한 나라며, 문명문화가 뒤떨어졌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해는 서산에 꼴깍 넘어가고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에는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벌써 꿈나라로 갔었다. 〈strong〉단기 4290년(1957년)1월 24일 목요일 맑음〈/strong〉 아침에 일어나 아침 청소한 뒤에 건너방에 있던 괴를 가져와 농문지에 풀을 끓여서 붙였다. 그리고 문과 벽지가 찢어진 곳을 붙이고 저녁에는 그림 한 장을 그렸다.

    2026-01-29 12:30:00

  •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3>망국의 진혼시 '황성옛터'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3>망국의 진혼시 '황성옛터'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아~ 외로운 저 나그네 홀로 잠 못 이뤄, 구슬픈 벌레소리에 말없이 눈물져요'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아~ 가엽다 이내 몸은 그 무엇 찾으려, 덧없는 꿈의 거리를 헤매어 왔노라'. '황성옛터'는 역사적 서정시이다. 망국의 진혼시(鎭魂詩)이다. '황성옛터'의 정서는 옛 시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匹馬)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말 충신 길재가 옛 도읍지를 외로이 찾아 읊은 시조는 '황성옛터'의 서시(序詩)와 다름이 없다. 특히 중장의 '산천은 의구하되...'라는 대목은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춘망'(春望)을 떠올린다.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 성춘초목심(城春草木深)'. '나라가 망했어도 산과 강은 그대로인데, 성 안에 봄이 오니 초목만 무성하구나'. '황성옛터' 2절 가사의 첫 구절은 이같은 옛시조와 고전 한시의 페허적 감성을 떠올리며 역사의 허무와 망국의 정한을 토로하고 있다. 쓸쓸한 옛 도읍의 정경을 식민지 민중의 상실감으로 변주한 대중가요의 문학적 결정체인 것이다. 폐허로 전락한 '황성'(荒城)은 당시 조선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역사적 공간이 개인의 내면 풍경으로 전이되었다가 다시 집단정서로 확산된다. '황성'의 월색(月色)은 밝아서 더 시리다. 인간사의 비극과 세월의 무상함을 무심히 비출 뿐이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식민지 현실을 떠도는 민중적 자아이다. 그래서 노래 속 화자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대중가요에 등장하는 근대적 유랑의식이다. 옛터의 달밤은 공동체 붕괴(國破) 이후의 실존적 고독을 은유한다. 구슬픈 벌레 소리가 시사하는 가을과 쇠락의 의미와도 겹친다. 무언(無言)의 비애(悲哀)이다. 역사와 삶은 무너졌는데 초목은 여전히 푸르니 인생의 덧없음이 더욱 부각된다. '황성옛터'는 염세와 체념의 정서가 배어 있다. 하지만 '사의 찬미'와 같은 완전한 침잠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망국의 현실을 환기하는 메타포이다. 황성의 옛터를 망국의 노래로 승화시킨 주인공들은 1930년대 유랑극단 단원들이었다. 만주 공연을 거쳐 황해도에 이른 어느날 작곡가 전수린은 악극단장인 작사가 왕평과 함께 고려의 궁궐터를 찾았다. 개성 만월대에는 주춧돌과 기와 조각들이 잡초 사이로 을씨년스럽게 흩어져 있었다. 적막한 달빛 아래 풀벌레 소리만 서러움을 더 할 따름이었다. 궂은 비 내리는 어느날, 그러잖아도 지향없는 나그네 심사에 젖어 여관방을 서성거리던 전수린은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 만월대에서의 그 고적한 감회를 구슬픈 선율로 자아냈다. 황성 옛터의 달빛에 함께 젖었던 왕평이 여기에 가사를 붙였다. 대중가요 '황성옛터'의 탄생 비화이다. 노래는 1928년 서울 단성사에서 열린 극단 취성좌의 공연 중 이애리수가 처음 불렀다. 경북 영천 출신의 작사가 왕평(본명 이응호)은 그렇게 노랫말로 시대를 기록한 시인이 되었다. 유랑극단에 몸을 싣고 정처없이 떠돌던 문인예술가들의 회고적 감성을 민족 서사(敍事)로 확장한 식민지 비가(悲歌)의 창시자였다. '황성옛터'는 역사적 폐허를 무대로 개인의 고독과 시대의 상실을 아우르며 한시와 시조 그리고 근대시의 전통을 대중가요로 응축한 대표적 작품이었다.

    2026-01-29 12:30:00

  • [뉴스로 읽는 고사성어]<5>인면수심(人面獸心),

    [뉴스로 읽는 고사성어]<5>인면수심(人面獸心),"사람의 얼굴을 하였으나 짐승의 마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이태원 참사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70대 남성의 구속 소식을 공유하며, "인면수심도 아니고 참사 유가족에게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했다. 인면수심. '사람 인, 얼굴 면, 짐승 수, 마음 심', "사람의 얼굴을 하였으나 짐승의 마음이다"라는 뜻이다. 인면과 수심을 바꾼 '수심인면', 수심을 '구심'(狗心. 개의 마음)으로 바꾼 '인면구심'도 있다. 인면수심이란 흉노족을 미개한 민족으로 묘사할 때 처음 등장한 말이다. 『한서』 「흉노전」에 "오랑캐들은…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마음을 가졌다"(夷狄之人…人面獸心)라고 했다. 이후 당나라 때의 『진서』, 『정관정요』, 송나라 때의 『주자어류』 등에도 보인다. 청나라 공위의 『소림필담』에는 "짐승의 얼굴을 하였으나 사람의 마음이다"라는 '수면인심'(獸面人心)도 보인다. 수심의 수는 '금수'(禽獸)를 줄인 말이다. 먼저 '금'은 새처럼 두 발이 달린, 날아다니는 '날짐승'을 말한다. 이어서 '수'는 산에서 사는 '산짐승', 들에서 사는 '들짐승', 집에서 기르며 짐을 나르기도 하는, 네발로 기어 다니는 '길짐승' 같은 것이다. 사자와 호랑이 같은 맹수도 포함된다. 기어 다닌다는 것은, 몸을 구부려 배를 바닥으로 향하고 팔다리로 짚어 오고 가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지만 아이일 때나 몸이 비정상일 때는 엉금엉금 두 팔 두 다리로 기어 다니기도 한다. 어쨌든 모든 짐승을 금수라고 하지만 '조수'(鳥獸)라고도 한다. 또는 금수에다 물고기・벌레를 합해 '금수어충'(禽獸魚蟲)이라고도 한다. 한편, 금수를 짐승이라고도 해서 사람을 제외한 동물을 가리키는데, '짐승'은 불교의 '중생'(衆生)에서 왔다. 중생은 인도 산스크리트어 '사트바'(sattva)의 한자 번역어이다. 『예기』나 『장자』 같은 고전에 나온다. 사트바는 '의식이나 감정을 지닌, 모든 살아 있는, 윤회하는 존재'의 뜻으로 '뭇 삶'・'여럿(=거듭) 태어남'의 의미를 포괄한다. 사트바의 다른 번역어로는 유정(有情)이 있다. '정'(감정, 의식, 마음)이 있음을 강조했지만, 귀에 익은 중생이란 말에 떠밀려 잘 쓰이지 않게 되었다. 중생은 처음에 '인간과 짐승'을 겸했다가 차츰 갈라져 중생은 사람을, 짐승은 금수를 부르게 된다. 사람과 짐승의 차이는 무엇일까? 짐승은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인간은 본능을 넘어 이성적・도덕적으로 사고・분별하며, 나아가 영성마저 발휘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사기, 폭력, 도둑질, 살인 같은 악한 행동을 저지를 때는 '짐승 같은/짐승보다 못한/짐승보다 더한' 놈이라며 멸시하기도 한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는 영리한 만큼 그 내면을 가늠해내기 어렵다. 그래서, 『예기』에는 "사람은 마음을 숨기므로 헤아릴 수 없다"(人藏其心, 不可測度也), 『사기』에서는 "사람 마음이란 헤아리기 어렵다"(人心難測也)라고 하였다. 이후 명나라 능몽초의 단편소설집 『이각박안경기』에서는 "사람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바닷물은 재기 어렵다"(人心難測, 海水難量)라고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홍만종의 『순오지』에 "물의 깊이는 알아도, 사람 마음은 알 수 없다"(水心可知, 人心難知)라거나,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처럼, 관련된 여러 말을 만들어냈다. 살아볼수록 사람의 속을 알기가 더 어렵다. 다들 얼굴은 멀쩡한데 마음속엔 어떤 짐승을 키우고 있는지 가끔 의심할 때가 있다.

    2026-01-29 12:30:00

  •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모네와 인상주의: 근대적 지각 체계의 탄생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모네와 인상주의: 근대적 지각 체계의 탄생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길게 놓고 볼 때, 회화의 세계관 자체를 근본에서 바꾸어 놓은 결정적 단절은 그리 많지 않다. 그 가운데 두 지점을 꼽으라면, 하나는 14세기 초 트레첸토 시기의 조토이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후반에 등장한 인상주의일 것이다. 조토는 비잔틴 회화, 이른바 마니에라 그레카의 관습을 해체하고, 성상 중심의 중세적 이미지 체계를 넘어 인간이 경험하는 세계를 하나의 공간적 장면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시각 체계를 열어 보였다. 그의 등장은 중세적 세계관의 종언이자 르네상스적 회화 공간의 개막이었다. 이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뒤, 인상주의는 또 한 번 회화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다. 흔히 인상주의를 "빛을 그린 회화"라고 말하지만, 그 혁신은 단순히 빛을 묘사했다는 데에 있지 않다. 어떤 회화도 빛 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상주의 화가들이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의 '빛'을 그리고자 했는가에 있다. 끌로드 모네의 1872년작 〈인상, 해돋이〉는 이 전환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에 그려진 것은 르아브르 항구의 일출 풍경이지만, 모네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항구라는 대상 자체가 아니다.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를 때 세계 전체가 하나의 색채적 분위기로 변모하는 그 순간, 대기에 스며든 빛과 색의 떨림, 곧 경험의 상태이자 지각의 장이야말로 그의 진정한 주제였다. 여기서 중요한 미술사적 전환이 발생한다. 즉, 화면에 그려진 대상과 화가가 그리고자 한 회화의 궁극적 동기가 더 이상 일치하지 않게 된 것이다. 회화는 더 이상 어떤 사물을 재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가 우리에게 어떻게 주어지는가 하는 지각의 조건 자체를 문제 삼기 시작한다. 이는 회화가 대상을 그리는 매체에서 지각의 방식을 사유하는 장으로 전환되는 지점, 곧 근대적 지각 체계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물론 모네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아직 추상미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형상 없는 그림이 상상되기 어려웠던 시대에, '감흥'이나 '분위기'를 그리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재현 회화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 한계를 모네보다 먼저 예감했던 이들이 영국의 존 컨스터블과 윌리엄 터너였다. 컨스터블이 자신이 경험한 대기의 상태와 날씨, 빛의 조건을 충실히 옮기려 했다면, 터너는 후기으로 갈수록 형태를 해체하고 색과 빛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상이 거의 흔적으로만 남는 회화에 이르렀다. 그의 그림에서 중심에 놓인 것은 사물이 아니라, 지각 그 자체의 역동성이었다. 보불전쟁을 피해 1870~71년 영국에 체류했던 모네는 이들의 회화를 직접 접하며 결정적인 자극을 받는다.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은 '사물이 무엇인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세계가 어떻게 주어지는가라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 해답을 그는 빛에서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빛 그 자체가 아니라 빛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의 상태에서였다. 그럼으로 모네의 회화는 분명 빛을 그리고 있지만, 빛을 그리기 위해 그린 회화는 아니다. 그것은 빛을 통해 드러나는 경험의 현재성, 세계가 지금 여기에서 출현하는 방식을 그리고자 한 회화였다. 조토가 성상적 이미지 체계로부터 회화를 해방시켰다면, 모네와 인상주의는 재현적 대상성으로부터 회화를 해방시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2026-01-29 12:30:00

  •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상습 결혼사기범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상습 결혼사기범

    '그는 슬픈 눈길로 자신의 구두를 바라보았다. 이것 역시 대대적인 수선을 요하는 낡은 구두였다. 그는 길고 살점이 별로 없는 코에 옅은 하늘색 눈을 가진, 시든 듯한 자그마한 남자였다. 피부색은 나쁘고 주름이 많아 쭈글쭈글했다. 나이가 몇 살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서른 정도로도 예순 정도로도 보인다. 튀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고 내세울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남자였다. 가난한 사람이란 건 분명했지만, 의외로 차림새는 단정했다.' 서머셋 몸은 열한 번이나 여성을 유혹하여 상습 결혼사기범으로 교도소를 다녀온 남자의 외모를 이렇게 묘사했다. 소위 '제비'라고 불리던 사기 피의자가 유독 많았던 검사실에서 검찰 시보로 만났던 그들은 놀랍게도 소설 속 결혼사기범과 같은 빈상의 남자들이었다. 사기 고소를 하려 한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상대방이 언제까지 틀림없이 돌려주겠다 해서 돈을 빌려주었는데 여태 그 돈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나를 속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테면 '결과적 사기범'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형법상의 사기죄는 그리 간단치 않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하여 피기망자(기망행위의 상대방)가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행위자의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와 그에 따른 처분행위, 그리고 행위자 등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 있고, 그 사이에 순차적인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당시 30대의 주임검사는 이들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의 기망행위라는 것이 자신이 보기에는 청혼하는 남자의 상투적 문구인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라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결혼하는 여자가 없는 것처럼 그녀들도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무언가를 사주거나 돈을 보낸 게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그러면서 같은 여자가 보기에 저런 외모에 그런 거짓말에 속는다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하지만 실상은 저런 외모였기에 그가 자신을 속일 리 없다고,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만은 진심이라고 그녀들이 철석같이 믿었다는 게 피해자인 그녀들의 공통된 진술이었다. 물론 소위 '로맨스 사기'가 그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아직은 압도적으로 그의 범죄가 많은 것은 속이는 내용이 본질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재력, 학력 등을 속이면서 그녀에게 일시적 도움을 청한다. 일시적 도움은 그녀와 함께할 빛나는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속인다. 그의 속임이 이처럼 과시형이라면 그녀의 경우는 읍소형이 대부분이다. 가족의 병원비, 과도한 채무로 인한 경제적 곤궁과 채권자 측의 위협 등으로 속이면서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는 그가 기꺼이 지갑을 열도록 만든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미혼이라며 그와의 결혼을 약속했는데, 사실은 법적인 배우자가 따로 있어서 결혼 약속이 명백한 거짓말인 경우 등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그가 그녀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경우는 일단 그 수가 많지 않다. 그녀는 돈을 갚겠다고 하였지만, 읍소의 내용으로 보건대 그는 그녀의 말을 믿어서 돈을 건넨 것이 아니었기에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동종 전과, 시기적으로 겹치는 다수 피해자의 진술 등으로 검사실에서 만난 그들을 사기죄로 기소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그가 말하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녀들이 무엇을 믿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은 그의 말을 믿은 것이 아니라 는 것을. 편안하고 정감 있는 목소리. 대화 상대방의 기분이나 마음을 읽어내는 감수성과 그에 따른 대처능력이 그를 피의자로 마주한 나조차 '아……'할 정도였으니 그녀들이 그를 믿은 것이 주임검사의 생각처럼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생뚱맞게도 이 대목에서 문득 영화 〈파리, 텍사스〉의 한 장면, 붉은 스웨터를 입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Every man has your voice."

    2026-01-29 12:30:00

  • [팔도건축기행] 청와대 시대 연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의 생가

    [팔도건축기행] 청와대 시대 연 충남 아산 윤보선 대통령의 생가

    이재명 대통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개막한 용산시대를 마감하고 지난해 말 청와대로 복귀를 단행했다. 다시금 대한민국 대통령의 업무와 일상 공간이 된 '청와대'는 또 한 명 대통령과도 역사가 깊다. 청와대라는 명칭은 윤보선 4대 대통령이 처음 공식 사용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던 대통령 관저 명칭을 1960년 청와대로 바꿨다. 청와대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이 계절,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에는 청와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삶이 깃든 생가와 고택들이 있다. ◆윤보선 대통령 삶과 생가 윤보선 전 대통령은 신항리 입향조(마을에 들어와 터를 잡은 선조)로 전해지는 윤취동의 증손자이다. 윤영려의 손자, 윤치소의 6남 3녀 중 장남으로 1897년 8월 26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 큰새말에서 태어났다. 생가에서 10세까지 지냈다. 이후 1906년 서울의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한 후 진고개의 일출소학교에 편입해 2년 후 졸업했다. 1912년 게이오와 세이쇼 학교에서 공부했다. 중국의 신해혁명에 자극받아 독립운동에 참여할 뜻을 품고 1916년 상해 임시정부에 참여했다. 상해에서 대한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던 중 신규식·이시영 등의 권유로 영국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고고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32년 귀국했다. 광복 후 한국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는 등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했다. 이승만 정부에도 몸 담았지만 이른바 '사사오입 발췌 개헌' 이후 3·15 부정선거 진상조사단장을 맡아 이승만 정부와 대척점에 섰다.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부가 붕괴한 뒤 들어선 제2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뒤 군부세력과 갈등을 빚다가 1962년 3월 22일 하야 성명을 발표했다. 아산시 둔포면 신항리 143에 소재한 '아산 윤보선 대통령 생가'는 1984년 12월 24일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생가는 넓은 평지 마을 한가운데에 동남향으로 자리 잡았다.정확한 건축연대는 알 수 없지만 바깥사랑채는 건축 양식으로 보아 1920년대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ㄱ'자 모양의 안채와 'ㄴ'자 모양의 안사랑채가 'ㅁ'자 모양으로 안마당을 둘러싸고 있다. 안사랑채의 왼쪽 모서리에 'ㄴ'자 모양의 행랑채가 이어져 있다. 오른쪽 모서리에는 'ㄴ'자 모양의 바깥사랑채가 배치됐다. 안채는 큰 부엌과 작은 부엌 두 개가 양 날개에 있어 특이하다. 이를 제외하고는 전형적인 중부 지방의 평면구성을 보인다. 바깥사랑채는 높은 누마루 집으로 다른 건물과 별도로 담을 돌리고 대문을 내었다. 후대에 부분적으로 개조했지만 중부 지방의 전형적인 가옥 성격을 띤 상류 주택이다. ◆윤일선·윤제형·윤승구 가옥 지척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는 충청남도 민속문화유산인 윤일선, 윤승구, 윤제형, 박우현 가옥과도 지척이다. 조선시대 양반집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윤일선 가옥은 해평윤씨 입향조로 알려진 윤취동의 둘째 아들 윤영렬이 분가해 지은 집이라 전해진다. 가옥은 마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전통식 담장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 중앙에 연못이 있다. 그 주변으로 윤보선 전 대통령 생가와 종갓댁인 윤승구 가옥, 윤제형 가옥 등 해평윤씨 일가가 일곽을 이뤄 배치되어 있다. 일곽은 하나의 담장으로 둘러친 지역이나 같은 성질의 것이 모여서 이뤄진 구역을 뜻한다. 가옥은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가 안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이다. 동남쪽에는 별채가 있다. 여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안채는 넓은 대청마루와 안방, 건넌방, 그리고 부엌으로 구성해 집 안쪽에 구획됐다. 반면 남성이 독서나 손님맞이를 할 때 주로 사용했던 사랑채는 사랑방과 사랑 대청, 중문 등으로 구분됐다. 외부에서 접근하기 쉽도록 가옥의 입구쪽에 있다. 윤승구 가옥은 윤취동이 조선 현종 10년(1844년)에 건립한 고택이다. 해평윤씨 집안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종갓집으로 추측된다. 가옥은 'ㄱ'자형의 안채와 사랑채, 안채에서 따로 떨어진 광채가 'ㄴ'자 모양을 이루면서 안마당을 중심으로 'ㅁ'자형이다. 사랑채 옆 동남쪽에는 'ㅡ'자 모양의 큰 별채인 아래채가 나란히 자리한다. 가옥 왼편 2동의 광채는 후대에 건립됐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로 지어졌다. 종갓댁의 재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전통 목조 건축물과 근대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단면을 살필 수 있다. 특히 민가 건축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랑채의 기단을 규모가 크고 잘 다듬은 화강석을 2단으로 쌓았다. 앞면 3칸, 옆면 3칸에 홑치마 팔작지붕을 올렸다. 윤승구 가옥은 단아하면서도 품위가 넘치는 조선 시대 상류층의 주택 건축 양식과 생활상을 고즈넉하게 웅변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 대전일보=윤평호 기자

    2026-01-29 11:3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5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5회>

    〈가로 풀이〉 1. ○○○만: 말이나 행동에 아무런 꾸밈이 없이 그대로 나타날 만큼 순진하고 천진함. 3. ○○○명: 외손뼉만으로는 소리가 울리지 아니함. 5. ○○동망: 함께 넘어지고 같이 망함. 7. ○○지탄: 재능을 발휘할 때를 얻지 못하여 헛되이 세월만 보내는 것을 한탄함. 8. ○○지몽: 낮잠 또는 좋은 꿈을 이르는 말. 10. ○○○호: 좋은 때를 만나 기뻐하여 감탄할 때에 하는 말. 12. ○○위심: 제각기 마음을 달리 먹음. 13. ○○명료: 간단하고 분명함. 14. 언중○○: 말 속에 뼈가 있다. 15. 견마○○: 개나 말처럼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바치는 충성 16. 적○○○: 입에 맞는 떡이라는 속담. 18. ○○골수: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골수에 깊이 사무침. 20. 화왕○○: 오행에서, 화기가 왕성한 절기, 여름을 이르는 말. 21. ○○벽해: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 23. 삼○○○: 세 사람이 짜면 거리에 범이 나왔다는 거짓말도 꾸밀 수 있다. 24. 미○○○: '꼬리가 커서 흔들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일의 끝이 크게 벌어져 처리하기가 어려움을 이르는 말. 〈세로 풀이〉 1. ○○○○: 하늘과 땅이 일으키는 여러 가지 신비스러운 조화. 2. ○○불락: 공격하기가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아니함. 3. ○○지책: 자기 몸을 상해 가면서까지 꾸며 내는 계책. 4. ○○○○: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어버이를 해치는 자식 '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 6. ○○○절: 복숭아꽃이 필 무렵이라는 뜻으로, 혼인식을 올리기 좋은 시절. 7. 작○○○: 전날에는 그르다고 여기던 것이 오늘에 와서는 옳다고 여기게 됨. 9. ○○○비: 쥐의 간이나 벌레의 팔.쓸모없고 하찮은 사람이나 물건을 이르는 말 11. ○○○책: 가난한 살림에서 그저 겨우 먹고 살아가는 방책. 12. ○○○한: 뼈에 사무칠 만큼 원통하고 한스러움. 또는 그런 일. 15. ○○○○: 배를 손가락으로 가리켜 혼인을 약속한다. 16. ○○○절: 구절과 구절, 마디와 마디라는 뜻으로, 모든 구절을 이르는 말. 17. ○○○사: 군사 전문가도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흔히 있는 일임. 19. ○○○○: 산 속에 들어가 도를 닦음. 20. ○○지간: 손짓하여 부를 만큼 가까운 거리. 22. ○○미문: 이제까지 들어본 적이 없음. ◆3회 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1-29 11:30:00

  •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우리는 모두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우리는 모두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면서 아담이 하와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는 지금 격변의 시대를 살고 있소." 노동과 출산이라는 짐을 안았지만, 큰 애가 작은 애를 잡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체로 순항이었다. 그 뒤로도 인류에게는 몇 차례 분기점이라고 부를만한 사건들이 있었다. 자동차, 핵무기, 인터넷 뭐 이런 것들인데 이제 그 셋을 다 합친 것보다 더 격동의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인공지능이다. 혹자는 말한다. 누군가에게는 위기이고 누군가에게는 기회라고. 내 생각은 다르다. 다 위기다. 그저 개개인에 따라 치명적 위기냐 감내할 만한 위기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슬프게도 내게는 전자가 될 것 같은 '글짓기'의 현재 상황은 이렇다. 칸트와 헤겔과 투키디데스와 마키아벨리의 주장을 이용해 경구를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1초 만에 이런 글이 나왔다. "역사는 이성에 의해 전진하지만 국가는 두려움에 의해 움직인다. 그리고 국가들의 긴장 속에서 도덕은 오직 승자들만이 말할 수 있는 사치품이 된다." 나도 쓸 수는 있다(허세 절대 아님). 그러나 한 시간은 조합하고 다듬어야 한다. 답을 내놓은 지피티가 물었다. 원하신다면 이 문장을 철학적이나 문학적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 됐어, 거절했다. 보기 겁났다. 기대와 불안이 동시에 오갔다. 나는 이제 생각만하고 글은 얘가 쓰면 되겠네? 그리고 이런 주문 나만 할 수 있는 거 아니니 칼럼 쓰는 직업도 이제는 끝인가? 결론을 내는 데는 나도 지피티만큼 빨랐다. 나는 이제 직업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실은 이런 주문 처음 해본 거 아니다. 이러이러한 주제를 가지고 신문 사설 형식으로 원고지 5.5매 분량을 말하는 순간 바로 나온다. 심지어 00일보 스타일로 혹은 월간지 00같은 분위기로 주문을 토핑해도 역시 OK다. 더 중요한 건 발전 속도다. 6개월이면 새 버전이 출시된다. 그래서 지금 현재 쓰고 있는 AI는 '최악의 AI'라는 말까지 나온다. 우리는 정말로 미친 격랑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혹시 1%라도 생존 가능성이 있을까. 지피티에게 물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처럼, 특히 나처럼 헛소리를 당당하게 늘어놓지는 못하잖아? 기꺼이 동의하면서 그걸로 짧은 에세이까지 만들어줬다. AI가 완벽해질 때까지 계속 그러고 사는 게 살아남는 법이라는 결론이었다. 시한부지만 그게 어디냐 싶었다. 그런데 이 불안감은 뭐지. 다시 물어봤다. 진짜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게 불가능해? 얘는 거짓말을 못한다. 된단다. 이미 상당히 하고 있단다. 이어서 위로랍시고 인간만의 글쓰기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차라리 위로가 되는 건 다른 분야도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디오 킬드 라디오 스타라는 노래도 있었지만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대부분 예술에 치명상을 안긴다.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기술이 처음 예술을 죽인 게 1839년이다. 사진이 등장했고 사물 재현 회화가 죽었다. 사진이 강탈한 영역을 포기하고 옆으로 이동한 인상주의가 사물을 그리는 대신 사물이 '보이는 순간'을 그리면서 미술은 겨우 연명할 수 있었다. 두 세기 가까이 흐른 후 이번에는 음악이 타깃이 됐다. 2022년은 음악의 1839년이었다. 음악 생성모델이 등장했고 작곡, 편곡, 연주가 인간 없이 가능해졌다. 2024년에는 특정 가수의 음색을 학습한 AI 보컬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이거 전부 말로 하는 거다. 음악 이론 몰라도, 악기 못 만져도 주문하면 그냥 나온다. 소설과 디자인? 그건 이미 사망 신고서에 잉크 마른지 오래다. 솔직히 두렵다. 인공지능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이. 쓰기 나름이라는 둥, 혹 미술을 예로 들자면 '사진은 회화를 죽이지 않았다. 대신 회화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따위의 말로 위안을 삼지 말자. 초라함만 늘어난다. 새해 첫 달부터 불길한 글 읽게 만들어 드려서 죄송하다. 그래도 배에 힘주고 맞으면 덜 아프다. 전 종목 각자도생의 시대, 모쪼록 생존하시길.

    2026-01-2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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