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해강대성장학회(이사장 김영대, 대성 회장)는 26일 대성산업 대구사옥에서 2026년도 제26기 장학증서 및 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29명에게 1억 8백여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해강대성장학회는 고(故) 김수근 대성 명예회장이 2000년 12월에 설립하여 대구지역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까지 1,543명에게 장학금 29억여원을 지급한 바 있다.
2026-02-26 16:54:14
〈strong〉〈가로 풀이〉〈/strong〉 1. 낳은 정보다 ○○ ○이 더 크다: 길러 준 정이 낳은 정보다 크고 소중함. 5. 백정이 ○○ ○○를 하면 개가 짖는다: 겉모양을 잘 꾸미어도 본색은 감추기 어려움. 7. 남편 복 없는 여자는(년은) ○○ ○도 없다. 9. 개똥참외도 ○○가 있다: 어떤 물건이든 다 임자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0. 도둑질을 하더라도 ○○ 바람에 거드럭거린다. 13. 과부가 ○○에 곯는다.홀몸이라고 먹는 것을 부실하게 하여 허약해진 과부가 많다는 말. 14. 동네마다 ○○아들 하나씩 있다: 많은 것 가운데는 좋은 것도 있지만 나쁜 것도 있다. 16. 남의 집 ○○○ 않는 군자 없다. 19. ○○ ○ 먹고 파장 간다: 때를 놓치고 늦게야 행동을 시작함. =식전에 조양이라. 21. 달아나는 노루 ○○ ○○ 토끼를 놓았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다가 도리어 손해를 봄. 22. 꽃이리에 ○○○ 핀다: 꽃들이 한창 피어나는 봄철에 바람이 몹시 부는 것. 23. 귀신은 경으로 ○○ 도깨비는 방망이로 뗀다. 〈strong〉〈세로 풀이〉〈/strong〉 1. 낫 놓고 ○○ ○도 모른다: 사람이 글자를 모르거나 아주 무식함. 2. ○○ 밥 먹고 열네 닢으로 사정한다. 남에게 으레 주어야 할 것을 조금이라도 덜 주려고 몹시 비굴하게 군다는 말. 3. 개도 ○○한다: 먼저 자리 잡은 사람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 선뜻 자리를 내주지 않음. 4.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 ○○ 떡 한 개 더 준다. 6. 남의 다리에 ○○ 친다: 기껏 한 일이 결국 남 좋은 일이 됨. =남의 발에 감발한다. 8. 남의 더운 밥이 내 ○○ ○만 못하다. 11. 거지는 ○○○에 살찐다: 아무리 어려운 사람이라도 무언가 한 가지는 사는 재미가 있다. 12. 금강산 구경도 ○○○이라. =나룻이 석 자라도 먹어야 샌님. 13. 남의 잔치 상에 ○○을 끼얹는다: 남의 좋은 일에 심술궂게 방해함. 15. 기생 ○○ 넋: 다 낡아 못 쓰게 되었어도 아직 볼품은 있음. 17. ○○ ○○ 쐐기를 깎아라. =이불깃 봐 가며 발 편다. 18. 고양이 간 골에 ○ ○○ ○: 겁이 나거나 놀라서 숨을 죽이고 꼼짝 못하는 모양. 19. ○○○이 용마름을 벗긴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 20. 거지가 ○○이나 먹게(뜨게) 되면 거지 밥 한 술 안 준다. ◆〈strong〉7회 정답 〈/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2-26 12:30:00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2월 18일 월요일 맑음후 눈
〈strong〉단기 4290년(1957년) 2월 18일 월요일 맑음후 눈〈/strong〉 요사이는 웬일인지 그렇게 일찍 깨어지지 않았다. 오늘도 늦잠을 자고 밖을 내다보니 눈이 솔솔 뿌리고 있었다. 청소하고 "스크랩 북"을 보려고 할 때 아침상이 들어 와 세수도 하지 못하고 학교(學校)로 왔다. 학교에 오는 도중 불이 잔디에 붙어 타고 있어 추운데 불도 끌 겸해서 쬐다가 불을 끄고 학교에 왔다. 학교에 와서 난로에 손을 녹여서 변강정(邊康政)의 만화책을 보았다. 만화책을 보고 조회한 뒤 공부시간으로 들어와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오늘 조회 시에 담임선생님께서 "오늘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극장 구경 간다"고 하여 오전 수업을 마치자 극장으로 빨리 와 극장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밖에는 보스락보스락 눈이 내리고 있다. 극장에 들어간 뒤 몇 시간 후에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처음으로 제일 많이 들어왔다. 영화(마이태자)를 본 후 극장 밖을 나왔을 때 눈은 오지 않고 햇님이 구름 속에서 뽀죽이 내밀었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하여 태욱이와 같이 빨리 집으로 와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은 뒤 공부 조금 하다가 경식(敬植)이네 집으로 가서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돌아와 오늘 할 일을 완수하고 잤다.
2026-02-26 12:00:00
'오, 사랑하라! 사랑할 수 있는 한/오, 사랑하라! 사랑할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시간이 오리니, 시간이 오리니/그대가 무덤가에 서서 슬퍼할 시간이' 피아노곡 '사랑의 꿈(Liebestraum)'으로 더 익숙한 이 작품은 원래 가곡으로 리스트가 독일 시인 프라일리그라트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리스트는 이 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연인인 카롤리네에게 연주해주었다고 한다. 카롤리네는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3만 명이 넘는 일꾼을 거느린 대농장 소유주의 무남독녀로, 재물로는 남부러울 게 없었으나 귀족 칭호에 목말랐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이 되었다. 리스트를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공작부인이었던 그녀는 그와 함께 사랑의 꿈을 이루고자 이혼절차에 돌입한다. 정확히는 혼인무효소송. 로마가톨릭교회는 혼인을 '성사(聖事)'로 보기에 '첫 결혼의 무효 선언'이 있어야 재혼할 수 있었다. 당시 혼인 무효 사유로 주장되었던 것은 '폭력과 위협'으로 카롤리네는 남편인 공작과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협박했던 일과 자신의 주임신부가 아닌 신부를 내세워 결혼을 성사시킨 일을 들어 혼인 무효를 주장했다. 교구청은 혼인 무효를 인정했으나 이러한 1심판결은 관할 문제로 추인이 필요했고, 카롤리네가 외국인인 리스트와 결혼함으로써 그녀가 가진 막대한 재산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에 반감을 품은 러시아 황제의 압력 등이 작용하면서 추인은 수차례 거절되었다. 자신의 부(富)가 걸림돌이 되자 그녀는 사실상 모든 재산을 포기하는 것으로 무려 12년에 걸친 소송을 끝내고 로마에 있는 성당에서 리스트와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그런데 가톨릭 결혼식에서는 일정 기간 결혼에 관한 공지를 해야 하고 그 기간에는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기간 이의를 제기한 이는 자신의 결혼을 앞둔 그녀의 딸이었다. 공작부인의 혼인 무효는 딸의 재산권까지 무효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그녀는 결국 소송을 포기했고, 그것으로 리스트의 인생에 결혼은 영영 없는 일이 되었다. 최근 그 빈도가 줄었다고는 하나 국내 취업을 위한 국제결혼은 사회 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가 없다는 점에서 무효이다. 외국인의 국내 취업 이외에도 가족수당 수령, 해외 이주 등 혼인이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편에 불과한 경우 그러한 가장혼인은 무효이다. 반면 IMF 구제금융 당시 강제집행을 면하고자 혼인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부부들의 경우 이러한 가장이혼은 유효하다. 혼인의 의사가 없는 혼인은 무효인데, 이혼의 의사가 없는 이혼은 무효가 아니다. 채무 회피, 세금 경감, 한부모 자녀 혜택 등 현실에서 가장이혼의 사유는 다양하다. 조금 결이 다른 얘기지만 혼인의사도 있고 혼인생활도 실질적으로 있는데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경우가 사실혼이다. 최근 언론에서 '위장미혼'이라고 떠들썩했던 그것. 결혼식도 올리고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는데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를 법률혼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실혼이라고 한다. 대출 특례니 청약가점을 위한 경우도 있고 혼인연령이 늦어지면서 각자 보유한 집 한 채가 합쳐질 경우 당장 감당해야 할 세금을 피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사실혼의 경우 생전의 재산분할청구는 가능하지만, 법적 배우자가 아니므로 상속권이 없다. 가장혼인이 무효인 것은 혼인을 통해 주어지는 상속권 등 법적 권리를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반면 스스로 법적 보호 울타리를 벗어나고자 하는 경우라면 법이 나서서 막을 이유가 없다. 그래서 가장이혼은 유효하다. 국제결혼으로 입국 후 공항에서 사라진 며느리가 아들 사망 소식을 듣고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할 때 혼인이 무효가 되지 않으면 부모는 생면부지의 며느리에게 아들의 목숨값이기도 할 상속재산 3/5을 빼앗기고 만다. 14년을 연인으로, 그중 12년의 지난한 혼인무효소송을 함께 했고 모든 재산을 사실상 포기한 그녀와 행복한 결혼식을 꿈꾸었던 50세의 리스트. 딸을 위한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 그는 사제가 되었고, 그녀는 수녀원에 거처를 마련했다. 아마도 이들은 그 누구보다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했던 사람들이었던 듯하다.
2026-02-26 12:0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4년 10회>장려상 이창원 작 '아프다'
1960년대, 치과병원이 흔치도 않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했던 시절, 대구경북 각 가정에는 치과 의사보다 더 무서운 '실'과 '문고리'가 있었다.햇살이 잘 드는 툇마루는 집안의 작은 수술실이다. 철수가 밥을 먹다 "아얏" 소리를 내며 입속에 치아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눈치를 챈 어머니는 철수를 불러 앉히고는 실 한 가닥을 길게 뽑아낸다.치아를 뽑는 도구는 소독된 의료기기가 아니라 어머니의 반짇고리에 있던 튼튼한 무명실이었다.그러고는 혀로 자꾸만 밀어내고 싶은 그 작은 치아의 밑동에 실을 단단히 옭아맨다.철수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듯 그렁그렁 맺힌다. 공포에 질려 몸은 석상처럼 굳어 꼼짝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있다. "하나도 안 아파, 금방 끝날 거야"라는 엄마의 거짓말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싶지만 가장 믿기 힘든 말이었다. 엄마는 실의 한쪽 끝은 치아에, 나머지 한쪽 끝은 방문의 낡은 문고리에 묶는다. 철수는 문 앞에 뻣뻣하게 굳어 서 있고, 어머니나 아버지는 방문 너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철수야, 저기 하늘에 까치 봐라!" 시선을 돌리는 찰나,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힌다. 잠시 뒤 입안에서 느껴지는 찝찔한 피맛과 함께, 문고리에는 방금까지 내 몸의 일부였던 하얀 치아 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픔은 잠시, "다 뽑았다!"는 성취감과 함께 입안엔 솜 뭉치가 훈장처럼 꽉 채워진다."잘했다." 그 한마디가 상처 위에 덮이는 반창고였다. 어머니는 철수를 마당으로 데리고 나가 뽑힌 치아를 낡은 초가나 기와지붕 위로 던지게 했다."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이창원 작가의 '아프다'의 작품은 당시 아이들이 느꼈던 공포와 긴장감이 고스란히 응축되어 있으며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26-02-26 12:00:00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악질 제국주의와 저질 제국주의
덴마크 국왕이 자치령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트럼프의 편입 욕구를 견제하고 단결과 통합을 표시하기 위해서라는데 글쎄다. 덴마크가 이 섬에 대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제국주의라는 단어는 대략 1945년을 전후로 사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후에도 옛날 버릇을 고치지 못한 채 패악을 일삼은 두 나라가 있으니 프랑스와 덴마크다. 프랑스는 악착같이 식민지를 내려놓지 않고 버티던 나라다. 결국 알제리와 베트남에서 추한 꼴을 보이고 철수했다. 반면 저항력이 떨어지는 서북부 아프리카의 전(前) 식민지 14개국은 현재도 여전히 반(半)식민지 상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들 아프리카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의 최소 65%를 프랑스 재무부 '운영 계정'에 보관해야 한다. 프랑스 재무부는 이 돈을 제 것처럼 파리 증권거래소에 투자해 이익을 챙긴다. 반대로 아프리카 나라들은 자기 돈을 쓰는데도 프랑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풀이 개를 뜯을 소리다. 프랑스의 자유는 아프리카 인민들의 피로 굴러간다. 프랑스는 내가 아는 동서고금 가장 악질적인 제국주의 국가다. ◆〈strong〉그린과는 1도 관계없는 그린란드의 역사〈/strong〉 프랑스가 제국이었던 것은 알겠는데 덴마크가 왜 제국이냐 물으실 수 있겠다. 바이킹 시대 덴마크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쥐락펴락하며 북해제국을 건설했다. 가톨릭과 신교가 충돌했던 독일 30년 전쟁에서 심각한 패전을 겪기 전까지 유럽 강대국의 당당한 일원이었으며 19세기에도 인도 일부와 인도네시아 일부를 식민 지배했다. 인구가 적다는 단점 때문에 마음껏 욕심을 실현하지 못하고 소규모에 머물렀지만 제국 맞다. 일단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계부터 보자. 그린란드의 역사는 살인자 부자(父子)에서 시작된다. 노르웨이 바이킹 토르발트는 사람을 죽이고 아이슬란드로 도망친다. 얼마 안 가 이번에는 아들이 또 사람을 때려죽이고 3년 추방을 선고받는다. 그 유명한 '빨강 머리 에이리크'다. 에이리크는 북동풍이 부는 바다 서쪽으로 800킬로미터를 항해한 끝에 거대한 얼음 덩어리로 된 땅을 발견한다. 이게 그린란드다. 세 번의 겨울을 나고 아이슬란드로 돌아온 에이리크는 자신이 있던 곳을 그린란드라고 소개한다. 아이슬란드 바이킹들은 이름에 속아 대거 그린란드로 이주한다. 원주민인 에스키모가 있었지만 피차 서로 뺏어먹을 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무관심한 평화는 이어졌다. 15세기 무렵 날씨가 더 추워졌고 아이슬란드 바이킹이 본국으로 귀환하면서 원주민인 에스키모만 남게 된다. 18세기 중반 노르웨이는 덴마크 왕과의 동군(同君)연합인 덴마크-노르웨이 왕국이었고 덴마크 왕이 노르웨이 왕을 겸했기 때문에 이때부터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으로 넘어간다. 현재 덴마크 정부와 그린란드 자치 정부 역시 동일한 국왕을 군주로 모시는 동군연합 형태다. 그러나 말이 좋아 동군연합이지 사실상 종속국이다. 그린란드는 외교권이 없다. ◆〈strong〉이런 사실을 알고도 덴마크를 지지할 수 있을까〈/strong〉 1950년대 초 덴마크는 그린란드 원주민을 상대로 끔찍한 실험을 한다. 원주민 아이들 22명을 데려와 완전 덴마크식으로 양육한 사회실험이었는데 목적은 '덴마크화된 엘리트' 양성이었다. 참담한 실패였다. 아이들은 정체성을 잃고 방황했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서 망가졌다. 이건 다음에 덴마크가 벌인 일에 비하면 약소하다.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까지 덴마크는 원주민들의 인구 증가를 억제하고 건강, 사회비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동의도 없이 그린란드 여성들의 자궁에 피임장치를 삽입하거나 호르몬 피임을 시행했다. 전체 가임 여성의 절반인 4,500여 명이 이 짓을 당했다. 피해자 중에는 12세 소녀까지 있었다. 오지의 미개 집단도 아니고 무려 복지국가 덴마크가 벌인 만행이다. 덴마크는 내가 아는 동서고금 가장 저질스런 제국주의 국가다.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의사에 대해 국제적인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찬성하는 현지인들은 덴마크가 자기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안다면 세계 여론이 바뀔 거라 말한다. 매우 동의한다. 이참에 한 번 갈아타는 것, 충분히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2026-02-26 12:00:00
▶세계 명작 인형극 〈잭과 콩나무〉 1월 28일~3월 2일 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토~일요일·공휴일 오전 11시30분·오후 1시30분 ·3시30분 대백프라자 5층 레오문화홀 입장료 6천원~1만원 / 문의 053-420-8050 명작동화 『잭과 콩나무』를 인형극으로 풀어낸 가족 공연이다. 가난한 소년 잭이 마법의 콩으로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통해서 용기와 선택의 의미를 전한다. 손인형과 오브제 인형, 자이언트 인형 등 다양한 인형이 등장한다. ▶아양아트센터 기획 경북도립국악단 신춘 국악 콘서트 '동풍' 2월 27일 오후 7시30분 아양아트센터 아양홀 입장료 1만원 / 문의 053-230-3311 아양아트센터가 초청한 경북도립국악단이 박경현의 지휘 아래 신춘 국악 콘서트를 연다. 국악관현악 '우리비나리', 양금 연주자 박봄이가 협연하는 '시나위', 국악단 무용팀의 작품과 소리꾼 김산옥의 무대가 이어진다. 국악관현악 '신모듬 3악장-놀이'를 사물 협연으로 마무리한다. 성악 앙상블 로만짜도 함께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기획기증작 특별展 '이음' 2월 12일~3월 29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 스페이스하이브 1-3전시실 문의 053-430-7682 대구문화예술회관 미술관이 2025년 기증자들의 사회적 공헌을 기리는 '기증작 특별전: 이음'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 기증자 김영길(전 영진전문대학교 교수), 박은미(천석 박근술 유족)를 비롯해 신준민, 이재호(2025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의 기증작, 기관 기증자 리안갤러리의 기증품을 함께 소개하며 회화·사진·서예 등 65여 점이 전시된다. 1전시실에서는 한국 수채화의 거목 이경희 작품을 중심으로 강운섭, 권영호 등 지역 미술의 폭과 층위를 보여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전시실에서는 영남 서화의 계보가 한눈에 이어진다. 석재(石齋) 서병오, 긍석(肯石) 김진만, 죽농(竹農) 서동균, 천석(千石) 박근술의 작품을 전시한다. 3전시실은 동시대 미술의 장르적 확장과 감각을 제안한다. 리사 루이터(Lisa Ruyter), 러셀 영(Russell Young), 고명근, 김두진, 차규선, 곽승용, 류현욱, 신준민, 이재호의 작품을 소개한다.
2026-02-26 12:00:00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건축의 거장 안토니 가우디(1985~1926)는 이처럼 자연을 건축의 교본으로 삼았다. 자연을 이상적인 건축으로 추앙했던 셈이다. 이같은 면에서 포천에 세워진 '포천아트밸리'는 참 아이러니한 건축이다. 인간의 손으로 파괴한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재건했다는 게 묘한 뒷맛을 남긴다. 하지만 가우디의 말처럼 최고의 건축은 자연인지라, 비록 흉터는 있지만 원래 자연이었던 이곳은 지금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포천아트밸리의 탄생 사방이 산지로 둘러싸인 포천은 중생대 화산폭발의 흔적이 남아 예로부터 질 좋은 화강석 생산지로 유명했다. 일명 '포천석'이라 불리우는 화강석은 고급 건축 마감재로 쓰였다. 포천석 생산지 중에서도 신북면은 특히 최상품 산지로 인정을 받은 덕에 1980년대 말까지 포천석 채굴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며 채굴량이 급격히 줄고 저가 중국산이 물밀듯 수입되면서 점차 사양길을 걷게 됐다. 이 때문에 신북면 일대는 화강석을 캐다가 버려 두고 간 폐석산으로 황폐화되다시피 변해갔다. 여기저기 깎여나간 산들은 흉측한 생채기를 드러낸 채 버려져 주변 경관을 망쳐 놓는다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문제 해결을 고민하던 포천시는 차라리 폐석산을 문화공간으로 개조하자는 역발상을 하면서 각종 문화시설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2009년 그렇게 포천아트밸리가 탄생하게 된다. ◆상처 난 자연도 훌륭한 건축이 된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완벽히 복구할 수 없다. 신의 창조물이기에 감히 불가능한 일이다. 포천아트밸리 역시 복구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모방에 가깝다. 포천아트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볼거리인 '천주호'는 인공호수다. 화강석을 캐다 생긴 울퉁불퉁 대형 구덩이가 모티브가 됐다. 이곳에 물을 담으면 호수처럼 보일 것이란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실제로 구덩이를 다듬어 지하수와 빗물을 채우니 멋진 호수가 만들어졌다. 마치 원래 있던 호수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발산했다. 호수는 채굴로 산자락이 깎여나간 수직 절벽과 절묘한 조화를 이뤄 생각지 못한 자연미를 뿜어낸다. 사실 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원래 계곡이 있었던 건 아니다. 채굴 기계의 고강도 칼날에 산이 깎여나가며 생긴 자국으로 알고 보면 깊은 상처다. 인공적이지만 인공적으로 보이지 않는 게 의아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어쩌면 아트밸리에 건축의 미학을 집약했다고 볼 수 있다. 포천아트밸리의 또 다른 아이러니라면 건축자재를 생산하던 곳이 건축으로 재탄생한 사실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상처 난 자연을 회복하려는 과정에서 비롯된 우연의 결과다. 천주호 주변에 조성된 조각공원과 각종 공연장은 인공호수와 석벽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공연장에서 바라보면 천주호와 석벽은 멋진 배경이 될 뿐 아니라 음향장치가 된다. 시 관계자는 "공연장은 석벽에 의한 음향효과를 고려해 설계됐다"며 "이곳에서는 독특한 울림 현상이 나타나 더 큰 호소력을 만들어낸다"고 귀띔했다. ◆건축에 숨은 '치유의 힘' 건축가와 심리학자 등 전문가들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건축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이른바 '그린 디자인' 효과로, 녹색 식물과 자연음, 개방적 공간, 유기적 형태, 자연 색상 등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된다. 포천아트밸리는 설계 때부터 이런 점들이 고려됐다. 시 관계자는 "기획 단계에서 100여 명의 자문위원을 두고 공익성을 논의했는데 이때 나온 안이 남녀노소 누구나 자유롭게 와서 치유의 시간을 누리는 공간 개념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곳은 자연물에 인공물을 덧댄 구조다. 석산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놔둔 채 필요한 문화시설을 군데군데 조화롭게 배치해 놓은 느낌이다. 어디서든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인공물인 문화시설도 대부분 목재가 쓰였고 색상도 눈에 피로감을 덜 주도록 고려됐다. 많은 전문가의 자문이 설계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에 한번 더 치유를 받는다. 포천아트밸리의 탄생비화는 '건축의 화룡정점'이라 할 말만큼 힘을 가진다.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투성이 폐석산이 인간에게 아름다움을 주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는 이야기는 이곳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왜 한 해 수십만 명이 이곳을 찾아 위로받고 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천아트밸리 관계자는 "많은 관람객이 이곳의 풍경에 놀라기도 하지만, 이곳이 조성되게 된 뒷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낀다"고 전했다. 한국지방신문협회 경인일보 최재훈기자
2026-02-26 11:30:00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5>항구의 이별시 '목포의 눈물'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며, 삼학도 파도 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시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 자취 완연하다 애달픈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임 그려 우는 마음 목포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애창곡이었다. 그것은 암울한 시절의 체념적 희망가이자 저항적 위안가이기도 했다. 한국 문학사와 대중가요사에서 '목포항'는 단순한 지명이 아니다. 이별,상실,유랑,그리움의 정서가 얼룩진 근대사의 시린 상처가 응축된 상징 공간이다. '목포의 눈물'은 그렇게 정한의 미학과 절제된 비감을 머금은 일제강점기 서정시의 감성을 대중가요로 변주한 것이다. 한반도에 본격적인 트로트 전성시대를 개막한 '목포의 눈물'은 가사의 탄생부터가 특별했다. 1935년 발표한 '목포의 눈물' 가사는 공모작이다. 오케레코드사와 조선일보의 향토색이 담긴 노래 보급을 위한 가사 모집 공고에서 장원을 차지한 사람은 목포의 문학 청년 문일석이었다. '새악시' '아롱진 옷자락'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등의 문학적 수사가 뛰어난 노랫말이 그렇게 탄생했다. 일제 수탈의 상징적 항구인 목포를 망국의 설움을 대변하는 공간으로 은유한 것이다. 18세의 목포 여인 이난영의 노래가 망국민의 가슴에 봇물처럼 스며드는데 일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2절 가사 '삼백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구절을 문제 삼았다. 임진왜란의 참상과 구원(舊怨)을 뜻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삼백연(三栢淵) 원안풍(願安風)은'으로 가사를 바꾸는 촌극을 벌였다. '삼백연 바람이 편안하게 분다'는 뜻이라고 둘러댄 것이다. 그래도 노래는 '삼백년 원한 품은'으로 통하며 민족사의 원한을 재생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임 그려 우는 마음'은 한 여인의 애정 어린 감성을 넘어 조국 광복의 열망을 시사한 것이다. 게다가 이난영의 처연한 음색이 가슴 속 켜켜이 쌓인 식민지 대중의 설움을 위무했다. 목포는 군산과 함께 식민지 강탈의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그래서 '목포의 눈물'은 곧 민족의 정한과 설움의 토로였다. 1930년대 말 모더니스트 시인 김기림은 일제강점기 조국의 암담한 현실을 '바다와 나비'라는 시로 읊었다. 수심을 알 수가 없는 바다를 청무우밭으로 여기고 내려갔던 흰나비가 날개가 절어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시퍼런 바다는 일본 제국주의이고 흰나비는 가녀린 식민지 조선의 백성이었다. 광복의 이상을 품고는 있지만 거대한 식민권력 앞에 무력한 지식인의 고뇌와 한계의 토로이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좌절감,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처절한 괴리감이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는 표현을 넣은 것이다. '목포의 눈물' 속 '부두의 새악시 아롱젖은 옷자락'이 '시린 나비의 허리'로 변용된 것이다. 조명암이 노랫말을 쓴 이난영의 노래 '목포는 항구다'(1942) 역시 '목포의 눈물'이 지닌 망국과 망향의 정서가 일렁인다. 남인수와 더불어 초창기 대중가요계의 트로트 전성시대를 풍미했던 불멸의 가인 이난영의 삶도 노랫말 그대로 '아롱젖은 옷자락'이었다. '애달픈 정조'였다.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남편 김해송이 납북되었고, 첫사랑 남인수와의 재회도 오래가지 못했다. 쓸쓸한 여생에 드리워진 처연한 실루엣. 근현대사의 격랑에 휩쓸렸던 민중의 삶 모두가 '목포의 눈물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2-26 11:3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9> 혼비백산(魂飛魄散), "넋이 날아가고 얼이 흩어지다"
"거대 고드름 추락에 혼비백산…78도 술 마시고 혼비백산" 등등, 요즘 자주 쓰이는 말이 혼비백산이다. '혼비백산'(魂飛魄散)은, '넋 혼, 날 비, 얼 백, 흩어질 산'으로, "넋이 날아가고 얼이 흩어지다"라는 뜻이다. 몹시 놀라거나 두려워서 정신을 못 차리고 어쩔 줄 모르는 상태를 나타낸다. 동아시아 지역의 문화에서는 사람의 몸이 '하나의 기운' 즉 '일기'(一氣)로 구성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일기는 소극적 활동의 물질적 에너지인 음기(陰氣)='백(魄)'과 적극적 활동의 정신적 에너지인 양기(陽氣)='혼(魂)'으로 결합해 있다고 보았다. 혼과 백이 조화를 이루면 건강하고 온전한 삶을 이루며, 부조화되거나 분리해 버리면 병이 나거나 죽게 된다고 보았다. 우리의 언어 습관에서 백은 '얼'로, 혼은 '넋'으로 읽는 것이 일반적이다. '얼'은 무겁고 비활동적이기에 지상으로 흩어져서 가라앉는 성질을, '넋'은 가볍고 활동적이라 천상으로 떠올라 날아다니는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혼은 날아가고, 백은 흩어진다는 '혼비백산'이란 말이 생겨났다. 중국에서는 일찍이 『춘추좌씨전』에 '혼백'이란 말이 보이긴 하나 이즈음에 '혼비백산'이란 사자성어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처음 혼비백산이란 말이 등장하는 것은 – 지금까지 살펴본 바로는 - 당나라 초기의 한의학자인 손사막(孫思邈, 541~682)의 『천금요방』(千金要方)에서다. 이후 우리나라의 『동의보감』을 비롯하여 『율곡집』, 『여유당전서』 등에도 등장한다. 물론 우리의 언어 습관에서는,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 일찍이 사람이 죽으면 "혼(=넋)은 하늘로 날아가고, 백(=얼)은 땅으로 흩어진다"라는 암묵지를 갖고 있었다.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를 보자. "백골이 진토(塵土)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白骨爲塵土, 魂魄有也無)라 하지 않던가. 그리고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하늘로 날아가고 백이 황천에 떨어져서…"(人之死也 魂飛於天, 魄落於泉…)라고 하였다. 이 혼비백산을 근거로 제사나 명당의 원리가 설명된다. 동아시아에서는 인간의 의식을, '양-음' 배열로 3층의 구조로 나눈다. 즉 표층에 〈의(意)-지(志)〉가, 중간층에 〈혼-백〉이, 최저층에 〈신(神)-정(精)〉이 위치한다. 먼저, 표층인데,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의(意)', 소극적으로 숨어 움직이는 지(志)가 있다. 다음으로, 이들의 근저에다 혼-백을 둔다. 마지막으로, 이(혼백) 밑바닥에 신(神)-정(精)을 설정한다. 흔히 '정, 기, 신'이란 3종 세트를 언급한다. '정'이란 글자는 '쌀 미(米)' 자와 '푸를 청(靑)' 자가 결합해 있다. 미는 쌀알인데, 청은 이 쌀알의 배아(胚芽) 부분 즉 '쌀눈'에 해당한다. 쌀눈에는 곡식의 에너지(정기)가 모여 있다. 이것이 떨어져 나가면 심어도 싹이 돋지 않는다. 한 마디로 정은 에너지의 응집체이다. 기는 이 정에 속한다. 정이란 것은, 호흡으로 하늘의 기운을, 음식으로 땅의 기운을 모아서 생긴다. 기는 이 정을 바탕으로 한다. 정력이 신체활동의 근원이므로, 정이 없으면 신(神)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정을 '등유'(燈油)라 한다면, 기는 '심지'이고, 신은 '촉광'(燭光) 즉 나아갈 방향을 잡는 불빛이다. 북송의 사상가 정이는 "정은 신을 위해서 써야 한다"라고 했다. 사람이나 사회의 정력은 바른 정신머리를 위해 쓰여야 한다. 혼비백산 말고, 정신 줄 꽉 부여잡고 살아야 한다.
2026-02-26 11:30:00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현대미술은 어떻게 철학이 되어가는가?
현대미술은 더 이상 세계를 재현하거나 감정을 전달하는 전통적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이미지를 바라보고 해석하며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는 익숙한 감상 방식은 점차 해체되었다. 미술은 스스로의 존재 조건을 묻는 방향으로 이동했고, 이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양식을 실험한 결과가 아니라 사유의 방식 자체가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대미술은 점점 철학에 가까워졌으며, 때로는 철학적 질문 자체를 작품의 형식으로 제시하게 되었다. 조셉 코수스의 1965년 작품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실제 공간에 놓인 의자, 그 의자를 촬영해 확대한 사진, 그리고 사전에서 옮겨온 '의자'의 정의문이 나란히 제시된다. 세 요소는 모두 동일하게 '의자'를 가리키지만, 그 존재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 작품 앞에서 전통적인 미술 감상 메커니즘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무표정한 구성은 정서적 감흥을 유도하지 않으며, 관람자가 감정이나 서사를 투영할 여지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다다이즘처럼 엉뚱한 조합으로 조롱이나 충격을 유발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코수스는 오히려 차분하고 분석적인 방식으로 하나의 질문을 제기한다. '의자란 무엇인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자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여행용 가방, 자동차, 열쇠 등 무엇으로든 대체될 수 있다. 핵심은 하나의 대상이 세 가지 방식—물리적 사물, 시각적 이미지, 언어적 정의—으로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작품은 사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이미지, 언어 사이의 관계 구조를 드러내며 의미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묻는다. 이 지점에서 미술은 감각적 경험의 영역을 넘어 인식론적 탐구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로 널리 알려진 작품—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마그리트는 파이프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도 텍스트를 통해 그것을 부정한다. 관람자는 곧 질문하게 된다. 이것은 정말 파이프인가? 아니면 파이프의 이미지일 뿐인가? 텍스트는 왜 이미지를 설명하기보다 오히려 흔드는가? 두 작품은 모두 우리의 인식 체계를 겨냥한다. 우리는 이미지와 언어, 실제와 개념이 서로 일치한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다. 그러나 두 작가는 이 익숙한 습관을 깨뜨린다. 다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마그리트가 이미지와 언어 사이의 균열을 시적이고 역설적인 방식으로 드러냈다면, 코수스는 그 관계를 분석적으로 해체하여 거의 철학적 논증에 가까운 구조로 제시한다. 두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중요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작품은 더 이상 무엇인가를 '표현'하기보다,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드러낸다. 감상자는 감정적으로 동일시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가 형성되는 조건을 사유하는 참여자가 된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생산하는 대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철학적 명제처럼 기능한다. 결국 〈하나 그리고 세 개의 의자〉는 의자를 보여주는 작품이 아니라, '의자'라는 개념이 현실·이미지·언어 사이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마그리트의 작업과 나란히 놓을 때, 현대미술의 한 방향성이 분명해진다. 그것은 미술이 철학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가 작동하는 조건 자체를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2026-02-26 11:30:00
대구 중평새마을금고, 사랑의 좀도리 운동 쌀 50포, 어려운 이웃에 전달
대구 중평새마을금고(이사장 송호상)는 우리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을 실천하고자 '사랑의 좀도리 운동'을 통해 모은 쌀 10kg 50포를 평리4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전달된 쌀은 관내 소외계층에 배부될 예정이다. 송호상 이사장은 "사랑의 좀도리 운동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중평새마을금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사랑의 좀도리'는 밥 지을 때 쌀을 미리 한 술씩 덜어 부뚜막 단지에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좀도리'의 전통적인 정신을 계승한 모금 운동이다.
2026-02-25 15:41:16
한국BBS대구연맹(회장 장세철,(주)고려건설 회장)은 25일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박윤희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장,주호영·추경호 국회의원을 비롯한 연맹 임원과 지회장,회원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2026-02-25 14:49:59
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 '나라사랑 대구정신 이어가기'행사 개최
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회장 이승로 수성고량주대표)는 지난 20일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나라사랑 대구정신 이어가기' 행사를 개최했다.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새마을운동정신을 재조명하고 이를 미래 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주호영 국회부의장, 추경호 국회의원, 윤재옥 국회의원, 이재화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 주요인사와 새마을문고 김종철 중앙회장, 김동노 광주회장, 김성환 경북회장 등 새마을문고 회원, 시민 등 120여 명이 참석해 대구정신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행사는 국채보상선언문낭독, 거문고 공연, 대구동요, 대구북구아이들과 함께하는 북두드림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광주 새마을문고와 함께 한 '달구벌 빛고을 달빛가득하여라'공연을 통해 대구정신이 단순한 지역정신을 넘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음을 강조했다. 이승로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대구는 국난 극복의 중심에서 나라를 지켜온 자랑스러운 도시"라며 "새마을문고는 독서문화 운동과 더불어 나라사랑 정신을 확산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는 앞으로도 대구정신 계승과 건전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새마을문고 작은도서관 활동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26-02-24 10:33:09
동일문화장학재단 연규조성비 및 장학금 3억4천700만원 전달
동일문화장학재단(이사장 오순택)은 23일 동일빌딩에서 2026년학술연구조성비 및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재단은 경북대 문성민 교수 등 지역 교수진 17명(인문사회 각 700만원, 자연과학 각 1천500만원)에게 1억9천100만원의 연구조성비와 영남대 차영희 학생 등 51명에게 1억5천6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1988년 설립된 동일문화장학재단은 38년 동안 79억8천만원을 장학금 등으로 지원했다.
2026-02-23 15:54:11
금오회"55년 전통 위에 새로운 도약…지역과 함께하는 봉사 지속"
대구 경북의 유일의 경제인 봉사단체인 금오회(회장 성달표, 현대통상 회장)가 20일 제56회 정기총회를 갖고 지난 1년간의 결산과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심의 의결했다. 1970년 7월, 대구경북 유력 경제인 22명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자"는 뜻으로 창립한 금오회는 현재 42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55년의 전통을 이어오며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실천에 앞장서 온 대표 경제인 봉사단체다. 이날 총회에는 명예회장인 국정원 대구지부장을 비롯해 회원 27명이 참석했으며, ▷2025년도 결산 승인 ▷제51회 금오대상시상식 결과 보고 ▷2026년도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하며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신임 당연직 부회장으로 승계한 강정훈 iM뱅크 은행장과 영입회원 임상홍 영남테크놀리지 대표이사에게 회원패를 증정하며 새로운 동행을 환영했다. 금오회는 지난해 창립55주년을 맞아 『금오회 55년사』를 발간, 반세기 넘는 봉사와 지역공헌의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정리 하며 단체의 위상을 한층 높혔다 성달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금오회는 55년의 역사 속에서 지역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해 온 자랑스러운 공동체"라며, 앞으로도 회원 간의 굳건한 결속을 바탕으로 대구경북 발전과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천적 봉사를 이어 가겠다" 고 밝혔다.이어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신뢰와 성원에 보답하는 것이 금오회의 존재 이유"라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했다. 한편 금오회는 앞으로도 지역사회 공헌 동과 금오대상 시상 등을 통해 대구경북의 자긍심을 높이고, 책임있는 경제인 봉사단체로서의 역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2026-02-20 19:14:27
2026-02-20 13:40:22
[이정식의 시대의 창]퇴직연금제의 제 2막을 기대한다.
2005년 도입 이후 20년 만에 퇴직연금 제도가 크게 바뀐다.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전문가가 운용하는 기금형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노사정 합의가 나왔다. 역사적인 합의가 일각의 우려처럼 또 하나의 '불신 연금'을 만들지 않고 진짜 노후 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퇴직연금 도입 이후 노사가 구조 개편 방향에 합의한 것은 처음으로, 그 자체가 큰 진전이다. 특히 퇴직급여를 회사 안에 쌓아두지 않고 외부에 적립하도록 하는 사외적립 의무화는, 도산과 임금체불 위험에 취약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간 우리 퇴직연금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치우친 운용 탓에 장기 수익률이 연 1~2%대라는 '물가상승률조차 버거운' 성적표를 받아왔다. 전문가가 운용하는 기금형 모델을 도입해 이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방향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제도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퇴직연금 제도의 '제2막'을 열었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그러나 성과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이번 합의에는 짚어야 할 우려가 적지 않다. 가장 심각한 것은 기금의 정치적 동원 위험이다. 이미 국민연금 기금이 증시나 외환시장 안정에 동원된다는 불신이 쌓여 있는 가운데, 또 하나의 거대 기금을 만드는 일은 정치·재정적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금의 정치적 동원 위험 국민은 "내 퇴직금이 시장 안정용 쌈짓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질 것이다. 영국은 2012년 자동가입제(NEST) 도입 시 투자 원칙 보고서(SIP)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부로부터 독립된 수탁자 이사회 구성을 의무화했다. 우리도 기금의 운용 목적과 투자 원칙, 정치적 개입 차단 장치를 법률에 어떻게 명시할 것인지부터 선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는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재산권 보호 문제다. 노사정은 "기금형은 선택지를 하나 더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의무화 자체가 사실상 퇴직금 제도의 대전환인 것도 사실이다. 명목상 일시금 수령과 중도인출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이 기본값(디폴트 옵션)이 되는지, 전환 절차가 얼마나 자동적인지에 따라 체감되는 선택권은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 401(k)는 본인 동의 없는 자동 가입을 허용하면서도 언제든 탈퇴(Opt-out)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구체적 로드맵 없이 추진된다면, 제도는 곧바로 "내 돈을 마음대로 묶어두는 장치"라는 반발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이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15% 안팎에 불과하다. 최저임금과 사회보험료 인상으로 이미 어려움을 호소하는 소규모 사업장에 적립금과 수수료, 행정 부담을 추가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전담 인력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제도 이해 과정에서 혼란과 반발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단계적 적용은 물론, 정부의 재정·세제 지원과 공공성이 높은 '표준형 기금' 제공 같은 연착륙 장치가 반드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넷째는 거버넌스와 책임 구조의 공백이다. 기금을 누가 운용할 것인지, 수탁기관 선정 기준과 손실 발생 시 책임 소재는 무엇인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 네덜란드는 퇴직연금 기금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를 50% 참여시키는 등 강력한 견제 구조를 가졌음을 참고해야 한다. ◆체감되는 노후 안전망 되어야 기금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누구를 감시할 것인가의 문제다. 더불어 이직이 잦은 청년과 플랫폼 종사자, 하청 노동자 등 이미 조각난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1년 미만 노동자의 사각지대 해소 방안도 '향후 과제'로 미루지 말고 구체화해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한 방향 제시와 통합적 설계다. 첫째,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역할 분담과 목표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노후소득보장 기본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이 60%를 웃도는 상황에서 우리 퇴직연금이 어느 정도의 격차를 메울 것인지 목표가 투명해야 한다. 둘째, 기금운용 거버넌스를 정치와 관료로부터 독립시켜 노동자·사용자·전문가가 균형 있게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영세사업장과 비정형 노동자를 위한 정부 매칭 지원 등 '연착륙 패키지'를 병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논의를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다시 꿰어야 한다. 더 내고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 퇴직연금은 또 하나의 부담이 아니라 "직접 체감되는 노후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퇴직연금만 서두르면 국민은 연금 개혁 자체에 더 큰 불신을 갖게 될 것이다. 퇴직연금 노사정 합의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기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연금 사회계약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2026-02-19 12:3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3년 9회>은상1석 이창원 작 '예쁜이의 표정'
1960년대 초반 화창한 일요일 오후, 대구의 한 골목 안쪽 양철지붕 앞마당. 오늘날처럼 미용실이 흔치 않던 시절. 아버지는 바닦에 신문지 한 장을 땅바닥에 펼치며 9살 순이 딸래미를 부른다.순이 목에 보자기를 두르고 평소엔 김치도 썰고 옷감도 자르던 '전천후 무쇠 가위'로 순이의 길게 자란 앞머리 자르기를 준비한다. "아빠, 이거 진짜 안 아픈 거 맞지? 저번에 철수 오빠는 피 났단 말이야!", "가만 있어라! 철수는 지랄 맞게 움직여서 그런 거고. 너는 예쁜이라며? 가만있어야 연예인처럼 된다." 아빠의 ' 감언이설에 속아 의자에 앉았지만, 눈앞에서 번쩍이는 가위날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빠의 엄포가 이어진다. "가만있어라,움직이면 귀 잘린다! " 그 순간부터 순이는 숨 쉬는 법조차 잊었다. 양눈을 질끈 감고, 혹시라도 가위가 콧등을 스칠까 봐 코를 잔뜩 찡긋거린다. "사각, 사각." 머리카락이 잘려 나가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톱날이 숲을 헤치는 소리처럼 귓가를 울린다. 잘려 나간 머리카락이 콧등에 내려앉아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지만, '귀가 잘릴 수 없다'는 일념 하나로 순이는 석상처럼 버틴다. 마침내 들려오는 구원의 목소리. "자, 다 됐다! 이제 눈 떠봐라. 아이고, 세상천지 이렇게 예쁜 애가 어딨노!" 하지만 조심스레 눈을 뜨니 거울 속에는 반달모양의 박 바가지를 머리에 쓴 자신을 발견한다."아빠, 이게 뭐야! 너무 짧잖아!" 아빠는 들은 척도 하지않고 잘려 나간 머리카락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치운다. 이창원 작 '예쁜이의 표정'의 작품은 아이의 비장한 표정 뒤에 숨겨진, 그 시절 우리들의 '앞마당 미용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6-02-19 12:3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8회>일파만파(一波萬波), "하나의 물결이 연이어 많은 물결을 일으키다"
[일파만파 퍼지는 '국방비' 미지급 사태, '한동훈 심야 제명' 일파만파, 피자헛 대법 판결 '일파만파', ICE 요원, 30대 여성 사살 '일파만파'] 등등. 최근 뉴스에서는 일파만파가 빈출했다. '일파만파'(一波萬波)는, '한 일, 물결 파, 일만 만, 물결 파'로, "하나의 물결이 연이어 많은 물결을 일으키다"라는 뜻이다. 어떤 자그마한 사태, 영향, 소문이 이에 그치지 않고 걷잡을 수 없이 연쇄적으로 수많은 사건으로 번져나가는 상황을 비유한다. 그래서 부정적, 긍정적 두 가지 의미로 다 사용한다. 일파와 만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 곳은 어디일까. 남송 말기에 나온 『오등회원』권5 '선자덕성선사'(船子德誠禪師) 부분의 다음 시이다: "천척사륜직하수(千尺絲綸直下垂: 천 길 낚싯줄을 바로 아래로 드리우니), 일파재동만파수(一波纔動萬波隨: 한 물결 일렁이자 만 갈래 물결이 뒤따르네), 야정수한어부식(夜靜水寒魚不食: 밤은 고요하고 물이 차가워 고기 물지 않자), 만선공재월명귀(滿船空載月明歸: 한 배 가득 텅 빈 곳, 밝은 달빛만 싣고 돌아오네)" 시 속의 '일파재동만파수' 일곱 자는 '일파만파'와 내용은 같으나 사실 사자성어가 아니다. 참고로 시의 주인공은 당나라 때의 '화정선자'(華亭船子) 선사로, 불법(佛法)을 전하기 위해 지었다. 그는 약산유엄(藥山惟儼)이라는 선사의 제자다. 법명은 덕성(德誠), 생몰연대는 불분명하다. 절강성 소주 '화정'(華亭)의 오강(吳江)에서 '선자'(船子) 즉 뱃사공 노릇을 하며 수행했기에 '화정'이라는 지명에다 뱃사공의 '선자'를, 게다가 법명인 '덕성'까지 붙여 제법 길게 '화정선자덕성선사'라고도 하고, 또는 '화정선자' '화정덕성' '선자덕성' 등으로도 부른다. 이후 위의 시는 불가(佛家)에서 제법 유명해졌다. 그 계기는 『금강경오가해』에, 남송 때의 선사 야부도천(冶父道川)이 풀이한 부분에, 이것이 인용돼있기 때문이다. 책이 많이 읽힘에 따라 덩달아 시도 유명해진다. 물론 '일파재동만파수'라는 구절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님들이 법문 때 자주 언급해왔다. 그런데, '일파만파'라는 사자성어는 어디에 나오는가?, 남송의 정치가이자 시인인 범성대(范成大, 1126∼1193)가 자신의 서재인 '식재'(息齋)에 부쳐서 쓴 육언시 '제청식재육언'(題請息齋六言)에 나온다: "냉난구우금우(冷煖舊雨今雨: 싸늘할 적도 따스할 적도, 옛 친구였다가 새 친구였다가), 시비일파만파(是非一波萬波: 시비가 한번 물결치면 만 갈래로 출렁이네), 벽하선고달마(壁下禪枯達磨: 벽 아래 앉아 참선하는 깡마른 달마 같고), 실중병착유마(室中病着維摩: 방안에 몸져누운 유마거사 같아라)" 세상 인정은 변덕스럽고, 사사건건 말도 탈도 많다. 수시로 시시비비가 갈려 출렁댄다. 범성대의 위 시는, 조선 후기의 학자인 이덕무의 저술을 엮은 『청장관전서』에 인용되기도 한다. 근대기 한국에서는, 정치와 사회의 맥락에서 일파만파가 빈출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의 입장에서는, "일파만파로 허다 분규 착잡한 가운데…; 일파만파 조선 전도(全道) 소란; 전 조선 학생 운동…시위행렬, 일파만파로"처럼, 작은 사건이 집단적 행동으로 번지는 데 예민하여 부정적인 의미로 썼다. 그러나 조선 측은, "일파만파로 마침내 조선의 독립을…"처럼, 작은 움직임이 독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긍정적인 의미로 썼다. 나비효과처럼 긍정의 기운이 일파만파인 시절이 왔으면 좋겠다.
2026-02-19 12:30:00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대구 방문에…'엄마부대' 버스 대절했다
李대통령 "주가조작 신고하면 수백억 포상금…로또보다 쉬워"
'돈봉투 파문' 송영길, 3년 만에 다시 민주당 품으로
이진숙 "한동훈, 대구에 설 자리 없어…'朴·尹·대한민국 잡아먹었다'더라"
'보수의 심장' 대구 서문시장 찾은 한동훈 "윤석열 노선 끊어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