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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사랑과 효도의 과일, 귤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사랑과 효도의 과일, 귤

    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제주도에서 재배한 것으로 추정한다. 백제 문주왕 때 탐라국에서 귤을 특산물로 바쳤고, 고려 문종 때는 귤의 양을 늘려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의 세종실록에는 제주도의 감귤을 국가 관리 대상으로 하여 관청까지 두었고, 세조실록에 '감귤은 종묘에 제사 지내고 빈객을 접대함으로써 그 쓰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제주의 한라산 주변 환경은 귤 재배에 매우 적합했다. 따뜻한 해양성 기후는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했고, 화산 토양은 배수가 잘되었다. 문제는 제주에서 수확한 귤을 한양까지 운반하는 일이었다. 귤이 상하지 않도록 짚과 나무 상자로 포장해서 배에 싣고, 말로 운반해야 하는 일련의 고된 행사였다. 이렇게 귀한 귤이기에 육지에 심고자 온돌까지 마련해보았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황감과(黃柑科)는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귤을 하사하고 치른 시험이었다. 학문을 권장하려는 방편이었으나 과거는 뒷전이고 귤 쟁탈전이 벌어졌다. 시험장을 발칵 뒤집어놓은 과일이 바로 귤이었다. 야사에 보면, 세종대왕이 후궁 신빈 김씨를 총애하여 직접 귤을 건네었다. 신빈 김씨는 세종의 왕비인 소헌왕후를 모시는 궁녀가 되었다가 세종의 눈에 띄어 후궁에 올랐다. 신빈은 성품이 근신하여 왕비 소생의 수양대군을 돌보았다. 그 인연으로 인해 훗날 계유정난 때 자식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회귤유친(懷橘遺親)', '육적회귤(陸績懷橘)'은 같은 어원을 가진다. 육적이 여섯 살 때 아버지를 따라 원술을 뵈러 갔다가 귤을 대접받았다. 육적은 귤 세 개를 품었는데, 떠날 때 인사하다가 품은 귤이 떨어져 들키고 말았다. "어머님이 귤을 좋아하시는지라, 돌아가서 맛보게 하려 그랬습니다." 어린 나이에 모친을 생각하는 효성이 갸륵하여 원술은 귤을 더 주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귤은 사랑의 과일이며 효도의 과일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귤은 옛날의 귤과는 다른 종이다. 임금에게 진상한 제주도 토종 '감귤(柑橘)'의 '감(柑)' 자는 '감자(柑子)나무'를 뜻하는 것으로 '홍귤'을 가리킨다. 삼국지의 조조가 탐했던 귤의 생산지는 온주 지방이다. 일본 사람들은 온주밀감(溫州蜜柑)을 개량해서 '꿀처럼 단 감귤'이라 했다. 이것이 일제강점기에 제주도에 도입되면서 '밀감'으로 불렸고, 오늘날 제주도 귤의 효시가 되었다. 그러나 정식 명칭은 '감귤'로 불러야 옳으며, 줄여서 '귤'이라 한다. 귤은 동양 의학과 약선(藥膳)에서 오래전부터 건강 식재료로 사용되어왔다. 귀한 과일인 만큼 과육뿐 아니라 껍질까지 약재로 활용되었다. 귤을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궁중 요리는 꿀이나 조청에 졸여 만든 정과였다. '진피는 오래될수록 귀하다'는 말이 있다. 잘 익은 귤피를 말린 것은 진피(陳皮), 덜 익은 파란 귤피는 청피(靑皮)라 한다. 귤은 맛이 시고 달며 성질은 平하다. 폐와 위에 도움을 주며 피부나 장기의 건조한 것을 촉촉하게 하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 귤껍질을 오래 묵힌 진피는 맛이 맵고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비장과 폐에 도움을 주며 담(痰)을 삭여 가래, 기침 등의 호흡기 증상을 완화한다. 귤 철이 지났건만 한 상자가 배달되었다. 작은오빠가 주문해서 보내준 것인데, 농장에서는 끝물이라며 양해를 구하더란다. 10kg의 양으로 주스와 양갱을 만들며 귤 판을 벌인다. 피부가 노르끼리한 걸 보니 귤 속의 베타카로틴 색소가 몸을 점령했나 보다. 오빠 덕분에 귤 파티 제대로 한다. 서귀포의 밤입니다 / 여기저기 / 귤 나뭇가지에 / 보름달이 노랗게 알을 슬어 놓았습니다 거룩한 밤, 여기에도 있습니다-서정춘의 '달·귤·서귀포'

    2026-04-03 12:30:00

  • [문학을 품은 영화] 부녀의 애틋한 일상을 그린 '만춘(晩春)'

    [문학을 품은 영화] 부녀의 애틋한 일상을 그린 '만춘(晩春)'

    언제부터인지 계절의 마디를 구별하기 어렵다. 겨울의 잔상이 봄과 겹쳐 초봄의 시기를 알아채기 어렵고, 때 이른 더위에 소매를 걷어 올리다 보면 늦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 금세 와 있다. 그렇지만 봄은 춘정(春情)으로 식별 가능한 계절이다. 예로부터 봄은 결혼의 계절이기도 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에 생산능력도 왕성해질 뿐만 아니라 화창한 봄볕과 화사한 봄꽃 향기가 선사하는 설렘 탓도 있으리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자연의 질서 속에 인간도 편입되는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의 1949년 작품인 '만춘 (晩春)'은 혼기가 찬 딸을 시집보내려는 늙은 홀아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은 혼자 남겨질 아버지가 걱정되어 결혼을 극구 거부하고, 아버지는 자신의 곁에서 나이만 들어갈 딸이 걱정되어 어떻게든 결혼을 시키려 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제를 두고서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아버지는 '나도 재혼을 한다'는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자신에 대한 딸의 배려를 포기시키고, 우여곡절 끝에 딸을 시집보낸다. 이 영화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다. 행여나 착한 딸을 잡아두려는 욕심이 생길까 싶어 아버지는 결혼을 서둘러 성공시킨다. 그리고 딸의 결혼을 축하해주고 돌아온 집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고 난 뒤, 낯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는, 겨우 사과 한 알을 깎는 일. 여기서 카메라 렌즈는 쓸쓸히 남겨진 남자의 표정을 차마 담을 수가 없다. 슬픔을 정념의 도구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 '오즈' 감독의 카메라가 고집하는 윤리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쉽사리 남자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사과를 깎는 아버지의 손을 지그시 향한다. 그런 탓에 관객은 사과를 깎는 노인이 손을 보면서, 슬픔에 쉽사리 동조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보단, 가눌 수 없는 그의 슬픔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다. 흘러내리는 눈물 대신에, 끝내 뱉어내지 못하고서 삼켜내는 울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과를 깎는 평범한 행위 하나에 삶의 애환을 담아내는 거장의 솜씨다. 언젠가 영화를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와 일본 영화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던 중에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 "일본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마음이 무너지는 슬픔을 가진 캐릭터가, 그 비통함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보통의 영화들 같으면, 자신이 얼마나 슬픈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과장된 감정까지도 표현하기 마련인데, 일본 영화에선 결코 그런 식으로 드러내지 않거든.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슬픔을 묵묵히 참아내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어. 그 마음의 울림이 전해지더란 말이지." 이 친구, 분명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본 것이 틀림이 없다. 자칫 수면제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을 말이다. 펑펑 우는 장면을 보고서 슬픔을 해소하고 난 뒤, 영화가 끝나면 금방 휘발되어 버리는 감정은 영화적 경험이라 할 수 없다. 슬픔을 묵묵하게 견디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꽃이 피는 기쁨이 있다면 꽃이 지는 슬픔도 있다는 이치를 겸허히 받아들이듯, 슬픔의 무게를 함께 지닐 수 있어야 영화적 경험을 입는 것이다. 신파적인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상적(感傷的) 카타르시스의 큰 진폭보다는,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영화적 경험의 여운이 더욱 나를 흔드는 법이다. 그렇기에 '오즈'의 영화는 위대하다.

    2026-04-03 12: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극단 구리거울 ​연극 〈다만 나 혼자 기뻤다〉 극작 ·연출 김미정 ​4월 4일(토) 오후 4시, 7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 053-655-7139 연극 〈다만 나 혼자 기뻤다〉는 김미정 대표가 직접 희곡을 집필해 무대화한 작품이다. 김 대표는 오래전 우연히 마주한 화가 이인성의 '파란 배경의 자화상'이 오랫동안 마음의 울림으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10여 년간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유족을 만나며, 이인성의 그림이 주는 울림의 이유를 찾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이인성을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이야기꾼이자 연출가적 감각을 지닌 인물'로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절대고독 속에서 교유한 예술세계를 구축한 '천하의 이인성'이 일회적인 행사나 형식적인 현창으로 소비하기에는 너무도 큰 예술가로 느껴졌다. 이번 공연에서는 2024년 초연 이후 이인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 인성과 어린 애향을 새롭게 등장시켰다. 극은 이인성의 맏딸 애향의 시선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 대표는 "오늘의 우리는 예술가를 잘 보듬고 연구하며 그 본질에 다가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예술가의 작품을 제대로 향유할 수 있다는 공감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극은 그림을 매개로 진행되지만 그림을 영상으로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림 깊은 곳에 깃든 사람의 이야기와 삶을 들여다보고, 관객 스스로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연출에 녹여냈다. 주요 작품 몇 점이 영상으로 등장하는데, 이인성의 대작보다 화가 이인성의 시작이자 귀결의 지점이 담긴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인성의 큰딸 애향 역은 이경자, 이인성 역은 박세기, 부인 김옥순 역은 박나연이 맡았다. 어린 애향·어린 인성 역은 김예린, 윤복진·이해원 역은 오택완, 서동진·백석 역은 조영빈이 각각 1인 2역으로 등장한다. 지역 출신 천재 화가의 삶을 통해 예술가를 기억하는 방식과 우리의 태도에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소프라노 이옥주 귀국 독창회 ​4월 9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소극장 입장료 무료 문의 010-8800-4322 ​소프라노 이옥주가 유학을 마치고 국내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는 귀국 독창회다. 경북예술고와 대구예술영재교육원, 계명대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과 파르마 아리고 보이토 국립음악원 등에서 수학했다. 이탈리아 정통 성악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들려준다. 피아니스트 남자은이 함께한다.

    2026-04-03 12:30:00

  • [과학으로 보는 세상] 원두 갈기 전, 물

    [과학으로 보는 세상] 원두 갈기 전, 물 "칙칙" 찐~한 커피 만드는 과학적 비법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성인 1명당 405잔이다. 매일 하루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셈이다. 매력적인 향기에 기운을 돋우는 각성효과까지, 현대인의 '생활 필수품'이 되어버린 커피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종류에 따라 방법은 제각각이지만,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전 과정이 사람 손을 타다 보니 같은 생두를 쓰더라도 제조 과정에서의 작은 차이가 맛을 가른다. 예컨대 로스팅 단계에서 생두를 약하게 볶으면 신맛이 부각되고, 강하게 볶으면 쓴맛이 강해진다. 그라인딩할 때는 원두를 잘게 갈수록 물과 닿는 면적이 커져 맛이 진해지는데 그렇다고 너무 미세하게 분쇄하면 원두 가루 일부가 섞여 탁하고 쓴 커피가 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적으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비롯해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는 많은 사람들은 최고의 제조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의 연구를 살펴보자. ◆젖은 원두가 진한 커피 만든다'로스 드롭렛 테크닉(Ross Droplet Technique, RDT)'은 커피 커뮤니티에서 잘 알려진 일종의 '꿀팁'이다. RDT는 원두를 분쇄할 때 일부 가루가 정전기로 인해 그라인더 내부 벽에 들러붙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지난 2005년 해외 커피 전문가 데이비드 로스가 한 온라인 커피 포럼에서 처음 소개했다. 기술 자체는 단순하다. 그라인딩 전 소량의 물을 원두에 뿌려 적시기만 하면 된다. 커피 커뮤니티에서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그동안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미국 오리건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매터(Matter)'에 RDT가 정전기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커피를 진하게 만들고, 추출량도 늘린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정전기의 원인은 그라인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두들의 마찰이다. 정전기로 인해 같은 전하로 대전된 원두 가루 입자가 극이 같은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내 그라인더 내부 벽에 흩어져 들러붙는 것이다. 연구팀 학자들은 첨가하는 물의 양에 따라 원두 가루로 인해 발생하는 정전기의 세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원두 1g당 20㎕(마이크로리터·1㎕는 100만분의 1L)의 물만 있으면 정전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물 분자가 정전기로 발생한 전하를 흡수하거나 그라인더 내부 온도를 낮춰 마찰 효과를 줄이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정전기가 줄어들자, 놀랍게도 커피 맛과 추출량도 개선됐다. 물을 넣고 간 원두로 커피를 만들면, 물이 원두 가루 입자에 골고루 머물면서 커피 추출 시간이 더 길어지고, 결과적으로 커피 농도가 약 10% 높아져 맛이 더 좋아졌다. 또한 물의 흐름이 원활해지면서 물 없이 같은 양의 원두를 썼을 때보다 커피 추출량이 8.5%가량 상승했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헨돈 오리건대 화학과 교수는 "물은 정전기를 줄여 그라인더 내부가 지저분해지는 것을 줄여줄 뿐 아니라 커피의 농도와 맛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원두 양을 줄이고 굵게 갈면 추출량 높아져한편 지난 2020년에는 오리건대와 영국 포츠머스대가 주축이 된 공동 연구팀이 원두를 거칠게 갈아야 추출량이 더 많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보통 추출량이 많아진다는 것은 물이 원두와 맞닿는 면적이 커진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커피가 진해져 맛이 좋아진다. 연구에 따르면 평소 커피를 추출할 때보다 원두의 양은 75%로 줄이고, 대신 원두를 굵게 갈면 추출량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커피 한 잔을 만들 때 원두 20g을 사용한다면 15g만 쓰고, 더 굵게 갈면 커피의 양이 기존보다 많아지며 맛도 좋아지는 것이다. 카페에서 너무 잘게 갈린 원두 가루를 쓰면 물이 흐르는 공간이 줄어들어, 되려 맛이 나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또한 이 방법을 적용하면 커피를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맛, 시간, 비용을 전부 아낄 수 있는 셈이다. KISTI의 과학향기.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2026-04-03 12:30:00

  • [조한규 칼럼] 칠곡 옻칠 너무나 아쉽다

    [조한규 칼럼] 칠곡 옻칠 너무나 아쉽다

    옻칠은 자연이 준 귀한 도료다. 물건에 바르면 검붉은 빛으로 윤을 낸다. 현묘한 아름다움이다. 방수·방충·방부와 내구성마저 있으니 고급 공예품의 마감 옻칠로 사용된다. 옻칠은 자개로 장식하는 그릇뿐만 아니라, 갓이나 소반·쟁반 등 목기와 장죽(長竹)·죽기(竹器)·지기(紙器) 기타 일용 도구에 널리 이용된다. 다만 옻칠 작업의 공정이 까다롭다. 그래서 한때 합성 도료에 밀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전 세계적인 열풍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늘어 전통 문화상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전칠기 수요와 함께 옻칠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샵의 '나전칠기 보석함'과 국립고궁박물관 뮤지엄샵의 '나전칠기 벽시계', '나전칠기 마그넷' 등이 인기 상품으로 꾸준히 팔리고 있다. 나전(螺鈿)은 옻칠한 나무에 전복이나 조개껍질을 세밀하게 상감(象嵌)하는 기법. 핵심 재료는 옻칠과 자개다. 고(故)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우리문화 박물지'에서 나전칠기를 "어둠에 빛을 새기는 예술"이라 예찬했다. 검은 옻의 바탕을 어둠으로 보고 자개를 그 위에 새겨진 바다의 빛으로 본 것이다. 과거 옻칠 공예품들이 주로 국가와 왕실의 중대사에 사용됐던 것도 같은 이유다. 외국인들이 감탄하며 나전칠기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한반도에서 가장 이른 옻칠 사용의 흔적은 기원전 6~5세기에 제작된 요령식 동검(비파형 동검) 칼집에서 찾을 수 있다. 삼국시대 무덤에서도 그 흔적이 발견된다. 역대 왕조는 전담 부서를 설치해 옻나무 재배지와 '옻칠 장인(漆匠:칠장)'의 활동을 관리했다. 통일신라의 공장부(工匠府)와 칠전(漆典), 고려의 공조(工曹)·공조서(供造署)·중상서(中尙署)·군기감(軍器監), 조선의 경공장(京工匠)·외공장(外工匠) 등이 있었다. 조선의 기본 법제서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의 기록에는 옻나무가 가장 먼저 나온다. 칠전 대장의 작성, 칠장·나전장이 배치되는 관부와 그 인원수까지를 더 상세히 규정했다. 옻칠이 너무나 중요했기 때문이다. "여러 읍의 옻나무(漆木)·뽕나무(桑木)·과일나무의 수와 닥나무밭(楮田:저전)·왕골밭(莞田:완전)·화살대(箭竹:전죽)가 생산되는 곳은 대장을 작성한다. 옻나무·뽕나무·과일나무는 3년마다 대장을 다시 작성한다" 〈경국대전 권6, 공전(工典), 재식(裁植)〉 옻나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선 평안북도 태천, 강원도 원주, 경상남도 함양, 함경남도 신흥 등이 주요 산지다. 요즈음은 강원도 원주가 대표적인 옻 산지다. 이익종 생옻칠 장인은 "중국산 옻칠보다 원주 옻칠이 깊이 있는 빛을 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원래 최상품 옻칠은 칠곡 옻칠이었다. 칠곡(漆谷)이라는 지명이 말해준다. 옻나무가 많아 '옻골'이라는 순우리말을 한자어로 고친 지명이다. 칠곡에 있는 옻골, 옻밭재, 옻밭마을 등의 지명이 이를 웅변한다. 그중에서도 동명면 송산3리 '옻밭마을'이 중심지. 마을 주변 산과 들에 옻나무가 많아서 옻밭(漆田칠전)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지금도 옻나무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있다. 2012년 칠곡군은 '1만 주 옻나무 단지'를 조성해 전통 옻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400여 년 전 형성된 '옻밭마을'을 옻칠 전통 마을로 육성하려고 했던 것.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옻나무를 꾸준히 관리할 사람들이 없었고, 옻나무에서 직접 칼집을 내서 채취한 진액 칠인 '생칠'을 생산할 수 있는 생칠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옻칠은 최근 항균성·방수성·VOC제거·습도조절 등에 탁월한 기능성이 확인돼 산업용 도료·코팅제로 개발·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나전칠기 기법이 자동차 내장재, 건강 생활용품 등으로 응용되며 'K-럭셔리'의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칠장인 손대현 장인이 까르띠에 시계 보관용 나전칠기함을 제작했고, BMW 7시리즈에선 실내에 옻칠과 나전으로 고급화를 시도한 적도 있다. 칠곡 '옻밭마을'의 품질 좋은 '생칠'이 생산됐다면 'K-럭셔리'에 크게 기여했을 터. 지금이라도 '생칠'을 낼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옻밭마을'이 최근에는 '동락외양간갤러리'와 함께 마을 곳곳의 도자기 솟대, 담벼락 위의 예술 작품 등으로 인해 '인문학 마을'로 변모돼 주민 삶이 풍요로워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말이다.

    2026-04-03 12:0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비닐을 함께 쓰고 하교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비닐을 함께 쓰고 하교

    1967년 초여름,경북 어느 작은 시골마을. 국민학생들이 십리밖 학교까지 등교할때는 하늘은 내내 맑아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런 걱정없이 학교로 향했다.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놀던 하루였다. 그날의 하늘은, 적어도 등교할 때만큼은, 비라는 단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다. 교실 창문 너머로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더니, 바람이 세치게 불기 시작했다. 칠판 위 분필가루가 날리고, 아이들의 시선이 하나둘 창밖으로 쏠렸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천둥 소리가 교실을 채웠다.그리고 예고도 없이, 기다림도 없이 소낙비가 한꺼번에 쏟아 부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큰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교실 창문 너머로 운동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줄기가 끊어질 듯 이어지고, 운동장은 순식간에 작은 웅덩이들로 변해 있었다. 교실 문 앞에 모여 서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떡하지?"라는 말이 눈빛 사이로 오갔다. 그때 한 아이가 가방에서 구겨진 비닐을 꺼냈다. 도시락에 김치국물 흐를까봐 싸왔던 비닐봉지였을까, 아니면 집에서 혹시 몰라 챙겨온 것이었을까. 어쨌든 금세 동네아이들은 비닐속으로 모여 들었다. 그것은 모두의 것이 되었다. 몇몇 아이들이 비닐의 가장자리를 잡고 머리 위로 펼쳤다. 처음엔 작아 보였지만, 아이들이 점점 더 가까이 모이자 그 안에 자리가 생겼다. "야 붙어, 더 붙어!" 누군가 외치자 아이들은 어깨를 밀착했다. 비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북소리처럼 요란하게 울렸다.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보며 군대 제식훈련처럼 보폭을 맞추며 걸었다.등에 멘 가방 속에는 빈 양은 도시락이 걸을 때마다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아이들의 박자를 맞춰준다. 흙길은 이미 물러 고무신이 빠질 때마다 자꾸만 벗겨지려 하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주저함 없이 집을 향해 걸었다. 누군가의 바짓단이 젖고, 속까지 축축해졌지만, 아이들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멈추지 않았다. 비닐이 바람에 들릴 때마다 아이들은 더 꽉 붙었다. 비닐 밖으로 반쯤 벗어난 아이에게, 옆에 있던 친구가 바짝 붙어라며 살짝 공간을 내주었다.그렇게 비를 피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보살피는 일이 되었다. 마을 어귀가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씩 아이들은 흩어졌다. "내일 보자!" 짧은 인사를 남기고, 각자의 골목으로 뛰어 들어갔다.집에 도착한 아이는 젖은 옷을 털며 엄마를 찾아 불렀다. 세월이 흘러 그날의 기억 속에는 축축함보다도, 함께 걸었던 따뜻한 체온이 아직도 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14회 은상 장보인 작 '빗속 하교'는 지금처럼 튼튼한 3단 자동 우산이나 화려한 레인코트가 없던 시절,커다란 비닐 한 장을 다 같이 머리 위로 쓰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합니다.

    2026-04-03 12:00:00

  •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첫 단독비행,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교관은 쌀자루였다.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첫 단독비행,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교관은 쌀자루였다.

    첫 단독비행 날 아침, 교관 자리에 앉아 있던 건 사람이 아니라 60kg 쌀자루였다.매번 옆에서 호통을 치고, 내가 조종간을 거칠게 잡으면 눈빛으로 다그치던 그 자리에, 하얀 포대 하나가 사람처럼 묶여 있었다. 육군항공학교에서 조종사가 되려면, 학생 조종사가 혼자 헬기를 몰고 정해진 코스를 돌아오는 마지막 비행 평가를 통과해야 했다. "오늘 쌀자루 교관님 잘 모셔라." 동기들의 농담 섞인 한마디에 겉으로는 같이 웃었지만, 조종 장갑 안 손바닥에서는 이미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는 누구도 대신 잡아 줄 손이 없다. 혼자 활주로를 달려 이륙하고, 혼자 돌아와 무사히 착륙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때 단독비행은 말 그대로 운명을 가르는 비행이었다.통과하지 못하면 조종사 과정에서 탈락해 원 소속 부대로 돌아가야 했다. 한 번의 이륙과 착륙이, 앞으로 군 생활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이었다. 활주로 끝에서 대기하는 동안, 무전기로 들려오는 교관의 목소리는 마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해라. 그동안 하던 대로만 해." 담담하지만, 짧은 문장 안에 걱정과 믿음이 함께 실려 있었다. 헬기 앞에 서면 제일 먼저 코끝을 찌르던 건 연료 타는 냄새였다. 뜨거운 엔진 열과 섞인 그 냄새는, 어릴 적 골목을 지나가던 모기 방역차를 떠올리게 했다. 흰 연기를 뿜으며 동네를 돌아다니던 그 차를 장난감처럼 쫓아가던 기억이 활주로 위에 겹쳐졌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활주로와 선글라스를 쓴 교관들, 멀리서 울리는 엔진 소리가 영화처럼 펼쳐졌다. 처음 헬기를 가까이서 본 건, 그보다 1년 전 연대본부 연병장이었다.점심을 마치고 나오는데, 저 멀리서 작은 점 하나가 각도를 잡고 곧게 내려오고 있었다. 500MD 한 대가 연병장 한가운데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 연대장이 아무렇지 않게 그 안으로 올라탔다. 그리고 헬기는 하늘로 떠올랐다. 마치 UFO가 사람 하나를 태우고 하늘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내 마음 한구석에 조종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조종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관제탑에 이륙 준비 보고를 했다. 'ready for take off.' 관제사로부터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콜렉티브를 들고 사이클릭을 당기자 기체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런데 예상보다 강한 옆바람이 기체를 밀어붙였다. 헬기가 순간 옆으로 기우뚱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실수하면 끝이다.' 그때 무전기가 울렸다. "괜찮다. 그대로 가라. 네가 연습하던 그대로만 해." 짧은 한마디였지만, 마치 누군가 뒤에서 등을 받쳐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깊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조종간을 바로 잡았다. 기체가 제자리로 돌아왔다.​그 무렵 젊은 조종장교들 사이에는 묘한 전통 하나도 있었다. 단독비행 중에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피워 무는 일이었다. 떨리는 한 손으로 조종간을 잡고 다른 손으로 라이터를 켰다. 불꽃이 몇 번이나 꺼졌다. 겨우 담배 끝에 불이 붙었다. 허세 가득한 연기가 조종석 안에 퍼졌다. 그때 마음속에서 이런 말이 올라왔다. "나도 이제 진짜 조종사다." 그 한 모금의 연기는 두려움을 이겨 낸 우리들만의 작은 훈장이었다. 착륙을 마치고 엔진을 끄는 순간, 비로소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느껴졌다.헬기에서 내려오니 교관이 묵묵히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입꼬리를 올리며 한마디 했다."이제 사람 태워도 되겠다." 그제야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긴장이 숨구멍을 찾은 듯 빠져나갔다. 생활관으로 돌아가자 동기들이 "쌀자루 교관 모시고 잘 다녀왔나?"라며 웃으며 등을 두드렸다. 그날 밤, 우리는 단독비행 중에 담배에 불을 붙여 봤는지, 교관 흉내를 제대로 냈는지, 낄낄거리며 떠들어 댔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는 활주로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있다. 그래도 가끔 밤하늘에서 헬기 소리가 들리면 문득 그날이 떠오른다. 교관 대신 쌀자루를 옆에 태우고 손바닥에 땀을 쥔 채 활주로 끝에서 이륙 허가를 기다리던 그날.그날 나는 처음으로 혼자 하늘을 날았다.

    2026-04-03 11:3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3월 30일/31일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1957년 3월 30일/31일

    ▶1957년(단기4290년)3월 30일 토요일 흐림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한 뒤 외갓집 큰집에서 아침을 먹고 외갓집 세하(世夏) 형님네 집으로 가 많은 교과서(敎科書)를 구경하고 네 권을 빌려서 집에 오려고 했더니 너무 늦어서 오늘은 또 집으로 못 오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는 세완(世完) 형님과 함께 또 눔이란 동생과 같이 미꾸라지 잡으러 웅덩이로 갔더니 하늘에서 소낙비가 쏟아져 많이 못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형님과 같이 놀다가 저녁을 먹고 동리(洞⾥) 아이들과 함께 놀다가 잤다. ▶1957년(단기4290년)3월 31일 일요일 흐린 뒤 맑음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고 집에 돌아갈 준비로 옷을 말린 후 뒷집 오산 할아버지 댁에 가서 아침을 먹고 간다고 외갓집 대소가(⼤⼩家)를 방문(訪問)한 뒤 곧 떠나왔다. 그런데 가끔 바람이 쐐서 걸음 걷기가 곤란하였다.짐은 꽤 무거워 땀을 흘리면서 오후 4시경에 집에 도착하였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께서 집에 계셔서 마음은 놓였다.점심을 먹고 조금있다가 워낙 피곤하여서 잠을 잤다. 잠을 자고나니 어느새 해는 서산에 넘어가고 저녁을 먹고 내일 갈 준비(準備)를 한 뒤 잤다.Good bye 단기4290년 3월 마지막

    2026-04-03 11: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4>전광석화(電光石火),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4>전광석화(電光石火), "번개 불빛이나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미군 전광석화 작전에…. 개혁 법안은 '전광석화' 처리. 특검법은 전광석화…국회 탓하는 이 대통령의 역설" 등 전광석화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전광석화(電光石火)는, 〈번개 전, 빛 광, 부싯돌 석, 불 화〉로 "번개 불빛이나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매우 짧은 시간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 좋든 나쁘든 '눈 깜짝할 사이, 번개같이, 긴급히, 속전속결'을 뜻한다. 이 말의 유행은 "번갯불에 콩 구워서 먹듯" 느긋함을 잃고 기습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해야 할 특수 상황 발생을 웅변한다. 특히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는 전광석화가 제격인가. 지난해 강준만의 칼럼 "'전광석화' 좋아하면 골병든다"(2025.09.22.)는 정곡을 찌른다. "최근 정치권에 전광석화라는 사자성어가 유행이다…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정치인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다.그는 추석 때 고향 갈 때 뉴스에 검찰청 폐지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3개월 안에 해치우겠다"고 했다. 정치를 전쟁처럼 여기면서 속전속결을 부르짖은 건 군사독재정권인데, 어찌하여 군사독재정권을 증오하던 운동권 출신의 정청래가 속전속결보다 훨씬 빠른 전광석화를 찬양하는가? 싸우면서 닮아간 건가? 아니면 속전속결과 전광석화는 시대와 정권을 초월한 한국인 특유의 DNA인가." 전광석화의 유래를 보통 북송의 『경덕전등록』(1004)에 "석화전광(石火電光: 전광석화와 같이), 이경진겁(已經塵劫: 이미 영겁의 시간이 지나갔다"에서 찾는다. 그런데 '전광석화'가 아닌 '석화전광'이다.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 전광석화의 원형을 전한(前漢)의 『회남자』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뇌전(雷電)'은 보여도 '전광, 석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 뒤 1125년 원오극근의 『벽암록』에 "여격석화사섬전광"(如擊石火似閃電光: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 같고, 번개 불빛이 번뜩이는 것 같다)처럼 '석화전광'이 보인다. 이같이 중국에서는 -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 '전광석화'가 애용되지 않았다. '전광석화'는, 고려 후기 1243년 간행의 『선문염송집』, 그리고 1248년 간행의 『남명천화상송증도가사실』에서다. 이후 유교 쪽에선 1626년 간행된 목은 이색의 『목은시고』권30에 보인다: "천지유유기차신(天地悠悠寄此身: 천지의 유구함에 이 몸 맡기니), 전광석화역준순(電光石火亦逡巡: 전광석화라도 또한 머뭇거리는 순간이라네)" 이어서 윤근수의 『월정집』 등에 보인다. 근대기엔 안중근의 이등방문 피격 건에서, "한 청년이…전광석화의 속력으로 「브라우닝」식 단총 5,6발을 발사하였다"와 같은 긴박한 문맥에 등장한다. 우리나라 근현대기의 언론 잡지 등에도 전광석화는 수도 없이 보인다. 불교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도 근대기는 물론 현대에도 자주 전광석화라는 말이 보인다. 1930년대에는 "전광석화의 행동을 칭찬하고 있다(電光石火的行動ヲ賞讚シテ居ル)"라는 등등 군사 행동의 문맥에서 사용된다. 최근의 뉴스에서도 "미국의, 전광석화의 베네수엘라 침공에서(アメリカの、電光石火のベネズエラ侵攻から…)"처럼 등장한다. 심지어 '전광석화'라는 간판을 단 가게도 있다. 전광석화라는 말에는, 인생의 무상함이나 번개 같은 깨달음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으나 '느긋함, 느림, 머뭇거림'을 거부하는 속전속결의 군대문화가 어른거린다. 씁쓸한 시대다.

    2026-04-02 12:3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14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14회>

    ◆〈strong〉가로 풀이〈/strong〉 1. ○○○도: 탐욕스럽고 포학하기가 이를 데 없음. 3. ○○○득: 한 가지 일을 하여 두 가지 이익을 얻음. =일거이득. ↔일거양실. 5. ○○막추: 궁지에 몰린 도적을 더 이상 쫓지 말라.=궁구물박.궁구물추. 7. ○○공배: 들인 노력은 적고, 얻은 성과는 큼. ↔사배공소. 8. ○○봉황: 나비가 교미하면 그 가루를 잃고, 벌이 교미하면 그 누런빛이 스러짐. 10. ○○○육: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판다. 12. 기산○○: 굳은 신념이나 절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3. ○○일우: 외진 곳의 한구석에 외따로 있음. 14. 불순○○: 사상이나 이념이 그 조직 안의 것과 달라서 비판적으로 지적되는 사람. 15. 반면○○: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 16. ○○○견: 전혀 돌보아 주지 아니함. 18. ○○숙녀: 말과 행동이 품위가 있으며, 얌전하고 정숙한 여자. 20. ○○세월: 구차하게 근근이 세월을 보냄. 21. ○○부진: 매우 더디어서 일 따위가 잘 진척되지 아니함. 23. ○○○공: 색은 곧 공일 뿐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적 현상은 본질적으로 비어 있다"는 뜻 24. 산○○○: 사방으로 흩어짐. =산지사방. ◆〈strong〉세로 풀이〈/strong〉 1. ○○○접: '꽃을 찾아다니는 벌과 나비'라는 뜻으로,사랑하는 여색을 좋아하며 노니는 사람. 2. ○○무진: 끝이 없고 다함이 없다. 3. 십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구제하기 쉬움. 4. ○○○○: 따듯하고 좋은 봄철을 이르는 말. 6. ○○○장: 아홉 번 꼬부라진 양의 창자라는 뜻으로 꼬불꼬불하고 험한 산길. =구절양장 7. 미○○○: 아름다운 말로 듣기 좋게 꾸민 말과 글귀. 9. ○○○창: 여자가 거처하면서 아름답게 꾸민 방. 11. ○○○사: 주량이 매우 세거나 술을 매우 잘 마심을 이르는 말. 12. ○○○수: 슬기로운 사람은 흐르는 물처럼 사리에 막힘이 없음. 15. ○○○○: 아첨하는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 16. ○○○분: 전생에서 맺은 연분.=천생연분. 17. ○○○계: 우선 당장 편한 것만을 택하는 꾀나 방법. =목전지계. 19. ○○○○: 몹시 가난하고 천할 때에 고생을 함께하며 겪어온 아내. 20. 실사○○: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 22. ○○하천: 더할 수 없이 낮고 천함. ◆12회 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4-02 11:30:00

  • 대구 달서구, 제31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사회적경제 대상' 수상

    대구 달서구, 제31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 '사회적경제 대상' 수상

    대구 달서구(구청장 이태훈)는 지난 31일 (사)한국공공자치연구원이 주관한 '제31회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에서 기관 부문 '사회적경제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지방자치경영대상'은 행정서비스 혁신과 주민 삶의 질 향상, 지역발전에 기여한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장을 선정하는 것으로, 민간이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 평가 가운데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기관 부문 '사회적경제 대상'은 사회적경제 모델 발굴과 컨설팅, 기술개발 및 홍보, 판로 확대 등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기관에 수여된다. 달서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전략 수립과 지역 맞춤형 아이디어 발굴, 지역주도 혁신모델 육성 등 체계적인 정책 추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5억 원 규모의 지역 최초 사회적경제지원센터 건립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 점이 주요 성과로 인정됐다. 아울러 ▷ 고용노동부 주관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 3년 연속 선정 ▷사회적경제 정책평가 우수상 수상 ▷사회적기업 육성 예산 확대 ▷공공기관 협업을 통한 지역문제 해결 등 다양한 성과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1,300여 공직자가 함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에 힘써온 결과"라며 "앞으로도 포용적 혁신과 구민 중심 행정을 통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도시 달서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2026-04-01 13:37:46

  • 성달표 ㈜현대통상회장, 국무총리 표창

    성달표 ㈜현대통상회장, 국무총리 표창

    성달표 (주)현대통상 회장은 지난 3월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3회 상공의날 기념식에서 상공업 진흥을 통한 국가산업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성달표 회장은 경산시 체육회장, 대구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현재 사단법인 금오회 회장, 대구경영자회 회장, 대구경제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재육성장학금, 불우이웃돕기성금, 체육진흥기금 등 여러 단체에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026-04-01 13:24:47

  • [기고-이승로] 새마을문고 '대구 책의 날'

    [기고-이승로] 새마을문고 '대구 책의 날'

    도서관의 가치를 되새기는 도서관주간이 돌아왔다. 새마을문고는 도서관주간을 4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운영한다. 대구 9개 구·군마다 작은도서관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한국도서관의 아버지 고(故) 간송 엄대섭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은 새마을문고는 '대구 책의 날' 행사로 그 뜻을 되새기고 있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책 읽는 국민만이 일어설 수 있다"며 사재를 털었던 선생의 신념은 대구가 오래전부터 품어온 '함께하는 교육'의 유전자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대구 도서관의 역사는 오래됐다. 조선시대 영남 행정의 중심이었던 경상감영에는 인재 양성의 산실인 낙육재가 있었다. 관립 교육기관이자 도서관이었던 이곳은 지식의 공공성을 상징한다. 또한 남평문씨 세거지의 인흥서원 내 인수문고는 만권당이라 불리는 영남 유림의 학술 거점이었다. 근대 시대 올곧은 지성을 길러온 곳은 우현서루였다. 1904년 소남 이일우 선생이 설립한 이곳은 방대한 책을 갖추고 전국의 청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신학문을 가르쳤다. 단순한 서고를 넘어 국채보상운동, 항일운동 등 구국의 지사들을 길러낸 민족교육의 보루였다. 이러한 대구의 도서관 정신은 훗날 도서관의 아버지 엄대섭 선생의 마을문고 운동과 맞닿아 있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은 4월 23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작가 셰익스피어와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기일을 기념해서 제정되었다. 새마을문고는 매년 4월 25일을 '대구 책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날은 우현서루의 정신을 먹고 자란 대구 출신 시인 이상화와 소설가 현진건이 1943년 같은 날 서거한 지 83주기가 되는 날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친구인 두 사람은 문학적으로도 큰 업적을 남겼고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두 거장의 삶의 궤적은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2026년 기념행사는 '시인 이상화와 소설가 현진건을 추억하다'를 주제로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펼쳐진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 낭송과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은 '빼앗긴 들'에 찾아온 진정한 봄을 노래하고, 근대 문학의 생명력을 오늘에 되살릴 것이다. 새마을문고 대구시지부는 이번 행사를 통해 대구의 유구한 도서관 역사와 문학 자산을 시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고자 한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낙육재에서 우현서루, 인수문고를 거쳐 다시 새마을문고로 이어져 온 우리 공동체의 심장이기 때문이다. '책 읽는 도시 대구'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를 지향하는 새마을문고는 마을마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 국채보상운동 나라사랑 대구정신 이어가기, 아이들과 함께하는 글 그림대회, 아이들과 함께하는 새마을운동 북토크, 아프리카 우간다 새마을도서관 운영 지원 등 다양한 교육문화예술활동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9개 구·군의 새마을문고 지도자들은 작은도서관에서 시민들과 아이들을 돌보며 함께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 군위군 새마을문고에서는 220개 마을마다 서가 설비를 새로 하고 책을 통해 주민의 문화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마을작은도서관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주간을 맞아 두 손에 책을 받치고 책장을 넘기며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보내는 귀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보길 권한다. 새마을작은도서관은 문화의 실핏줄이다. 함께할 시민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 본다.

    2026-03-31 13:45:50

  • [매일청춘웹툰] 종이부시(終而復始)

    [매일청춘웹툰] 종이부시(終而復始)

    2026-03-31 11:00:33

  • 대구달성경찰서,기초질서 준수 및 범죄예방을 위한 합동 캠페인

    대구달성경찰서,기초질서 준수 및 범죄예방을 위한 합동 캠페인

    대구달성경찰서(서장 안문기)는 지난 28일 벚꽃축제가 열리는 송해공원 행사장 일대에서 생활안전협의회와 함께 '기초질서 준수 및 범죄예방을 위한 합동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최진기 옥포파출소장은 "벚꽃축제를 찾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즐길 수 있도록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6-03-30 17:28:33

  • 사)한국산림보호협회,팔공산에서 봄철 산불 조심 캠페인

    사)한국산림보호협회,팔공산에서 봄철 산불 조심 캠페인

    사)한국산림보호협회 중앙회 (회장 허태조)는 지난 27일 팔공산 갓바위 등산로 입구에서 김태운 대구 동구부구청장, 신춘섭 동부소방서장, 의용소방대, 설정욱 팔공산국립공원소장, 시민단체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등산객을 상대로 봄철 산불조심 캠페인을 실시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등산객을 대상으로 산불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산불 발생 위험이 높은 봄철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며 홍보 활동을 펼쳤다.

    2026-03-30 13:41:55

  • ㈜해동기술개발공사, 창립 30주년 맞아 일본 후쿠오카 해외 워크샵 개최

    ㈜해동기술개발공사, 창립 30주년 맞아 일본 후쿠오카 해외 워크샵 개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수많은 공공 및 민간 프로젝트의 토목 분야 종합설계 및 감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지역 건설 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 ㈜ 해동기술개발공사(대표 구용호)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전 임직원 약 104명이 참여한 해외 워크샵을 일본 후쿠오카 일원에서 3월25일부터 2박 3일간 개최했다. 이번 워크샵은 급변하는 건설·엔지니어링 시장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전략적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특히 도시재생과 조경 분야에서 아시아 선도 도시로 평가받는 후쿠오카를 방문해 ▷노후 도심 재생 ▷복합개발 ▷수변 및 녹지 활용 ▷민관협력 모델 ▷인간 중심 도시공간 조성 등 선진 사례를 직접 조사·분석하며 실무 중심의 인사이트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글로벌 도시재생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국내 사업에 적용 가능한 설계 전략과 계획 기법을 구체화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사람 중심의 조경계획과 공공 공간 디자인, 도시 녹지 네트워크 구축 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써 설계·감리 품질 고도화와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의 기반을 마련했다. 아울러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조직 내 신뢰와 유대를 강화하고, 회사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조직 결속력과 소속감을 한층 높였다. 구용호 대표는 "이번 워크샵은 도시재생 및 조경 분야 선진 사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무역량과 기술 고도화를 이루고,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기획·제안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창립 30주년을 계기로 조직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03-30 13:35:45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4>전광석화(電光石火),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14>전광석화(電光石火), "번개 불빛이나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미군 전광석화 작전에…. 개혁 법안은 '전광석화' 처리. 특검법은 전광석화…국회 탓하는 이 대통령의 역설" 등 전광석화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전광석화(電光石火)는, 〈번개 전, 빛 광, 부싯돌 석, 불 화〉로 "번개 불빛이나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처럼 매우 짧은 시간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비유한 고사성어이다. 좋든 나쁘든 '눈 깜짝할 사이, 번개같이, 긴급히, 속전속결'을 뜻한다. 이 말의 유행은 "번갯불에 콩 구워서 먹듯" 느긋함을 잃고 기습적으로 무언가를 처리해야 할 특수 상황 발생을 웅변한다. 특히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에는 전광석화가 제격인가. 지난해 강준만의 칼럼 "'전광석화' 좋아하면 골병든다"(2025.09.22.)는 정곡을 찌른다. "최근 정치권에 전광석화라는 사자성어가 유행이다…가장 많이 입에 올리는 정치인은 단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다.그는 추석 때 고향 갈 때 뉴스에 검찰청 폐지 소식이 들릴 수 있도록…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3개월 안에 해치우겠다"고 했다. 정치를 전쟁처럼 여기면서 속전속결을 부르짖은 건 군사독재정권인데, 어찌하여 군사독재정권을 증오하던 운동권 출신의 정청래가 속전속결보다 훨씬 빠른 전광석화를 찬양하는가? 싸우면서 닮아간 건가? 아니면 속전속결과 전광석화는 시대와 정권을 초월한 한국인 특유의 DNA인가." 전광석화의 유래를 보통 북송의 『경덕전등록』(1004)에 "석화전광(石火電光: 전광석화와 같이), 이경진겁(已經塵劫: 이미 영겁의 시간이 지나갔다"에서 찾는다. 그런데 '전광석화'가 아닌 '석화전광'이다.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 전광석화의 원형을 전한(前漢)의 『회남자』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뇌전(雷電)'은 보여도 '전광, 석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 뒤 1125년 원오극근의 『벽암록』에 "여격석화사섬전광"(如擊石火似閃電光: 부싯돌 불이 번쩍거리는 것 같고, 번개 불빛이 번뜩이는 것 같다)처럼 '석화전광'이 보인다. 이같이 중국에서는 -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 '전광석화'가 애용되지 않았다. '전광석화'는, 고려 후기 1243년 간행의 『선문염송집』, 그리고 1248년 간행의 『남명천화상송증도가사실』에서다. 이후 유교 쪽에선 1626년 간행된 목은 이색의 『목은시고』권30에 보인다: "천지유유기차신(天地悠悠寄此身: 천지의 유구함에 이 몸 맡기니), 전광석화역준순(電光石火亦逡巡: 전광석화라도 또한 머뭇거리는 순간이라네)" 이어서 윤근수의 『월정집』 등에 보인다. 근대기엔 안중근의 이등방문 피격 건에서, "한 청년이…전광석화의 속력으로 「브라우닝」식 단총 5,6발을 발사하였다"와 같은 긴박한 문맥에 등장한다. 우리나라 근현대기의 언론 잡지 등에도 전광석화는 수도 없이 보인다. 불교 전통이 강한 일본에서도 근대기는 물론 현대에도 자주 전광석화라는 말이 보인다. 1930년대에는 "전광석화의 행동을 칭찬하고 있다(電光石火的行動ヲ賞讚シテ居ル)"라는 등등 군사 행동의 문맥에서 사용된다. 최근의 뉴스에서도 "미국의, 전광석화의 베네수엘라 침공에서(アメリカの、電光石火のベネズエラ侵攻から…)"처럼 등장한다. 심지어 '전광석화'라는 간판을 단 가게도 있다. 전광석화라는 말에는, 인생의 무상함이나 번개 같은 깨달음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으나 '느긋함, 느림, 머뭇거림'을 거부하는 속전속결의 군대문화가 어른거린다. 씁쓸한 시대다.

    2026-03-30 12:0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7년 13회>특별상 신철균 '칙칙폭폭'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67년 13회>특별상 신철균 '칙칙폭폭'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칙칙폭폭 칙칙 폭 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윤석중 작사 동요 '기찻길옆'중에서〉 1960년 중반 대구 칠성동 초겨울,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기차를 가졌다. 그것은 칠성동 할아버지가 버린 고물 삼륜차와, 어머니들이 빨랫줄로 쓰던 낡은 새끼줄을 이어 만든, 우리들만의 '특급 열차'였다.당시 칠성동 기찻길 옆 오막살이 동네는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삶의 터전이었다.텔레비전도 흔치 않던 시절,어릴 적 동네 아이들에게 기차는 신기한 존재였다. 골목 한가운데에서 한 아이가 새끼줄을 가져와 "칙칙폭폭!" 하고 소리치면 동네 아이들은 하나둘 자연스레 줄을 서기 시작한다.새끼줄로 타원형을 만들고, 가위바위보로 기관사를 정한다. 우리의 기관사는 철수 형이였다. 형은 늘 가장 앞장서서, 낡은 새끼줄을 배꼽 부분에 걸치고 아이들의 방향을 잡았다. 철수 형 뒤에는 영수(두 번째)가 보조 기관차가 되었다. 그들의 뒤에는 가장 작고 약했지만, 털모자를 꾹 눌러쓰고 새끼줄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던 민수가 있었다. 민수는 '화물칸'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진짜 승객'은 삼륜차에 앉은 한수 동생이었다. 마지막으로, 삼륜차를 뒤에서 밀어주는 용수가 있었다. 아이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칙칙… 폭폭!" 리듬에 맞춰 골목을 신나게 달릴 준비를 마쳤다. "자~출발합니다!"누군가 외치면 기차는 덜컹거리듯 출발한다. 아이들에게 좁은 골목길은 철로가 되었고, 담벼락은 터널이 되었으며, 우물가는 정거장이었다. 아이들은 그때마다 속도를 줄이며 "끼익—" 하고 소리를 냈다. 정거장에 서서 기관사는 '~역입니다. 내리실 분 내리세요'외친다.내릴 사람도 없고 탈 사람도 없었지만, 정차하는 흉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가끔은 사고도 났다. 앞에 서 있던 기관사인 철수 형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 뒤따르던 객차들도 줄줄이 넘어졌다. 그 순간,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온다. 바짓가랑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며 다시 줄을 서고, 더 큰 목소리로 "칙칙폭폭!"을 외친다.마침내 아이들은 험난한 언덕을 넘어 마을을 한 바퀴 다 돌았다. 비록 고물 삼륜차와 낡은 새끼줄일 뿐이었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위대한 열차였다. 해 질 녘 어머니가 "저녁 먹자.이제 그만 들어와라!"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면 그제야 아이들은 기차를 멈췄다.손을 놓고 각자의 집으로 흩어지면서도,아이들의 입에서는 여전히 작은 기적 소리가 흘러나왔다. 특별상인 신철균 작가 '칙칙폭폭'의 빛바랜 흑백 사진 속 아이들은 모두 어른이 되었지만, 그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팽팽한 새끼줄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2026-03-27 13:30:00

  •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2026년 3월 세계가 트럼프에게 배운 것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2026년 3월 세계가 트럼프에게 배운 것

    2025년까지 트럼프에게는 역린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성범죄자 엡스타인 연루설. 그는 엡스타인의 범죄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 파티나 행사에 공공연히 어울려 다녔다. 2002년 뉴욕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는 함께 있으면 정말 즐거운 사람이고 자기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혀가 좀 길었다. "그 중 상당수가 어린 편"이라는 불필요한 설명을 달았고 이 발언은 현재 박제되어 끊임없이 트럼프를 괴롭히고 있다. 당연히 기자들이 이 질문하면 곤두선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2022년 무렵 자기가 대통령이었으면 전쟁 안 났다고 했다. 2023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는 자기가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끝낸다고 했다. 취임 직후 말이 바뀐다. 노력해보겠다 혹은 협상을 시작하겠다로 온화해졌고 24시간은 100일로 늘어났다. 최근엔 '쉽지 않다'에서 '진전 없으면 협상 포기 가능'까지 다양하게 후퇴했다. 기자들이 따져 물으면 역시 예민해지는데 그의 손을 떠난 문제라서 그렇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먹었다. 남한 크기 땅이 걸렸는데 이 상태로 휴전이든 종전이든 가능할 리 없다. 더해서 2026년 2월 28일부터는 하나가 더 늘었다. "이란 폭격 왜 했어요?" ◆측근인 미(美)국가대테러센터 국장도 동의하지 못하는 트럼프의 이란 폭격 이 질문과 관련해서 트럼프가 짜증을 내는 이유는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네타냐후에게 '말려서'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지도 못하는데 자존심은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역시 생각). 그러다보니 최종 결정은 내가 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사정이 그런데도 빤히 알면서 기자들이 그 이유를 캐물으니까 싫은 거다. 궁여지책으로 짜낸 논리는 이렇다. 이스라엘이 미사일 능력 제거를 위해 이란을 공격하면 이란은 즉각 주변국 주둔 미군을 겨냥한 보복공격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그 전에 이란을 선제공격 한다는 설명이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뫼비우스의 띠를 보는 거 같다. 좀 더 트럼프를 긁고 싶은 기자라면 이렇게 질문 했을 것이다. "이란 폭격은 공격입니까 아니면 방어입니까?" ◆무논리의 패턴화를 달성한 트럼프의 신박한 외교술 사람들이 생각하는 트럼프는 아침에 일어나서 문득 떠오른 대로 말하는 사람이다.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훌륭한 일이라며 전적으로 찬성한다더니 이틀 만에 뒤집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 보내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더니 하루 만에 철회했다. 변덕쟁이인가. 아니다. 트럼프 편을 들자면 그의 말은 결정된 외교 언사가 아니다. 그는 이른바 '움직이는 협상'을 한다. 확정안을 던져놓고 답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추가 낚싯대를 던지고 수시로 당겨본다. 협상안을 받은 상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건가? 하면 저거란다. 저거인가 싶으면 이거인데? 라며 말을 돌린다. 떠오른 대로라는 느낀 것은 이 낚싯대 때문이다. 이 독특한 트럼프 스타일, 본인은 편하다. 그러나 아랫것들은 피곤하다. 백악관의 '딸랑이'들은 매번 대통령 말을 수습하고 논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미 내각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 시사평론가들이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추리를 짜내느라 바쁘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트럼프 특유 '현란한 말의 외교'는 기존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억지력과 협상력을 강화하고 의제 설정이라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강점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상대의 오판, 동맹의 신뢰 붕괴, 시장 불안정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말은 총알보다 빠르고 때로는 더 멀리 나간다. 그러니 신중함과 책임을 부탁해야 하겠지만 트럼프에게는 씨도 안 먹히는 소리다. 마음에 안 들면 너 님이 한 번 나서 보시던가. 이게 현재 상황에 대한 트럼프의 대꾸일 것이다. 각자도생 열심히 하시고 시간 나면 죽어라 힘을 키우세요. 이게 트럼프가 전 세계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21세기의 진정한 구루(guru)다. 무지(gu)를 제거(ru)하고 깨달음과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다. 해서 트럼프의 노벨상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아, 평화상은 아니고 경제학상이나 문학상. 그냥 내 생각이다.

    2026-03-2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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