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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3화>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3화>

    2026-01-15 13:3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단기 4290년 1월 9일 수요일 흐림 날씨가 매우 산산하고 매우 흐리며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아 나무하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방학 숙제만 하다가 그만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눈 오거든 숙제를 하고 날이 좋으니 모든 일을 정리하고 나무를 하러 가야 하지 않겠니" 하시며 야단을 치는 바람에 지게를 메고 뒷동산 마루턱에 올랐다. 앞으로는 꾸중을 듣지 말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열심히 나무를 했더니 어느새 지개에 넉넉히 넘게 되었다. 오늘은 칭찬을 받으려고 제일 최고로 짊어지고 내려와서 집에 들어서니 정말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는 바람에 또 한 번 뺨을 붉혔다. ▶단기 4290년 1월 10일 목요일 맑음 뒤 흐림 아침에 일어나니 엊저녁에 눈비가 내린 뒤에 갑자기 추워서 모든 땅이 얼음으로 변했다. 일찍이 냇가에 나가 "스케이팅"하러 갔다. 동네 아이들도 "스케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와 정식이는 둘이서 똑같이 달렸다. 퍽 기뻤다. 나는 겨울이 제일 좋다. 더욱이 겨울방학(冬期放學)이 제일 좋다. 얼마쯤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돌아와 여러 가지 도표, 미술 등의 숙제물을 열심히 하였다. 오늘은 재미있는 하루생활을 보냈다.

    2026-01-15 12:30:00

  •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2>죽음과 퇴폐의 미학 '사의 찬미'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2>죽음과 퇴폐의 미학 '사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사의 찬미'는 죽음의 정서를 노래했다. 허무와 자기소멸의 충동이었다.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는 '악의 꽃'이다. 식민지 신여성이었던 윤심덕의 삶 자체가 '악의 꽃'이었다. 세기말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과 데카당스적 감수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죽음과 퇴폐를 미적 대상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근대적 인간의 절망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 '희망가'처럼 '사의 찬미'도 번안곡이다.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클래식 명곡 '다뉴브강의 잔물결' 일부에 가사를 붙인 것이다. 경쾌하게 흐르면서도 장엄한 선율을 머금은 왈츠곡이 사뭇 비장하게 들리는 것은 윤심덕이 '사의 찬미'에 차용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사의 찬미' 대유행 또한 희대의 정사(情死)사건과 맞물려있다. 식민지 최고의 엘리트인 일본 유학파 남녀의 동반 자살이었다.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인 윤심덕이 유부남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관부(關釜)연락선 밤바다 위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이었다. 사건은 신문의 대서특필과 함께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신파극을 초월하는 비극미는 그렇게 공전의 히트곡이 되었다. '사의 찬미'는 가수가 떠난 뒤 피어났다. 노랫말은 염세적이고 비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것이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집단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매혹적인 절망감은 조선판 '악의 꽃'이 되었다. 망국민의 감성이 대중가요의 정서로 표출된 것이다. '사의 찬미'가 1920년대의 실존적 허무라면, 고복수의 '사막의 한'은 1930,40년대 유랑과 상실의 누적된 신음이었다. '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 속에도 사막의 길, 사막은 영원의 길 고달픈 나그네 길, 낙타등에 꿈을 싣고 사막을 걸어가면, 황혼의 지평선에 석양도 애달퍼라'. '사막의 한'은 '사의 찬미'와 시대와 서사를 달리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배한 염세주의 정서를 공유하는 노래이다. 삶을 긍정할 수 없었던 어두운 시대가 낳은 우리 대중가요사의 순도 높은 데카당스적 발현이다. 윤심덕은 개인의 사상과 욕망 그리고 자유를 인식한 신여성이었다. '사의 찬미'는 근대적 자아의 각성이자 파국이다. 윤심덕이 낙화(落花)한 대한해협의 일본식 명칭 '현해탄'(玄海灘)도 '검푸른 바다의 여울'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지리적 공간을 넘어 삶과 죽음이란 실존적 경계의 바다가 된다. 윤심덕의 현해탄 투신은 초월을 지향한 비상이었을까, 현실에 좌절한 추락이었을까.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사의 찬미'는 김소월의 '초혼'을 떠올린다. 죽음을 부르며 사랑을 완성하려는 시적 의지가 노래의 서정과 동일선상에 있다. 나라 잃은 설움과 못 이룰 사랑이 파생시킨 염세주의의 극단이다.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예인들의 몸부림, 죽음을 초월과 해방으로 사유했던 그 처연한 성음을 '사의 찬미'에서 듣는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1-15 12: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대구시립교향악단 기획 '말러 교향곡 제1번-거인' 1월 23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입장료 1만원 / 문의 053-430-7765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말러의 '교향곡 제1번-거인'을 단일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약 60분간 연주가 이어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청춘의 기쁨과 고뇌, 삶의 허무와 극복 의지를 담아낸 말러 초기 교향곡의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말러 특유의 색채, 서정성, 대담한 관현악적 상상력을 새해의 시작과 함께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명연주 시리즈 -빈 소년 합창단 1월 21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입장료 3만원~5만원 / 문의 053-430-7700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 높은 합창단 중 하나인 빈 소년 합창단이 대구콘서트하우스 명연주 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왕실 궁정악단으로 창설됐으며, 브루크너,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까지 총 4개 팀으로 나눠 전 세계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상임지휘자 마누엘 후버가 이끄는 모차르트 팀의 무대로, 소년들의 순수하고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합창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展 ​~1월 18일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1 입장료 6천원(어린이·청소년 50% 할인) 문의 053-793-2022 ​대구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다. 산수화와 인물화, 서예 작품 등 22건 32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삼원·삼재의 작품들과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 등 조선시대 문인들의 서예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선 作) ◆대구미술관 기획 이강소 회고展 '曲水之遊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 ​~2월 22일 대구미술관 1전시실, 어미홀 입장료 1천원 / 문의 053-430-7500 ​대구 출신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동양적 사유를 대표해 온 이강소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화, 드로잉, 조각, 판화, 설치, 아카이브 등 130여 점을 통해 작가가 50여 년간 구축해 온 예술의 궤적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강소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 즉 자연의 흐름과 흔적, 존재의 유한성을 어떻게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2026-01-15 12:30:00

  • 사본_[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주야장천(晝夜長川), '낮과 밤 길게 이어져 흐르는 강'처럼 밤낮 쉬지 않고 계속

    사본_[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주야장천(晝夜長川), '낮과 밤 길게 이어져 흐르는 강'처럼 밤낮 쉬지 않고 계속

    어느 칼럼에서 '주야장천'을 말했다. "운 좋게도 무력한 야당이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국민의힘 최대의 문제는 상상력 빈곤이다. 사실상 정치 전략이란 게 없고, '닥치고 단결·투쟁'뿐이다. 윤어게인에 "우리가 황교안이다. 전쟁이다"라고 주야장천 외친다." '주야장천'(晝夜長川)은 '낮과 밤으로 길게 이어져 흐르는 시내(강)'로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하여'라는 뜻이다. 끝도 없이 지겹도록, 했던 말과 행동을 또 하고 또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친다. 이럴 때 주야장천이란 말을 쓴다. 주야장천 외에 유사한 말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야장천에서 와전된 사자성어이다. 한글 전용 정책 이후 한자를 병기 하지 않다 보니, 언어소통 과정에서 비슷한 음의 한자나 한글이 마구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려 생겨난 듯하다. 실제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의 '주구'나 '창창'은 무슨 한자인지를 맞추기 어렵다. 예컨대 주구를 '관청에서 백성의 재산을 강제로 요구하여 빼앗음'이란 뜻인 '주구(誅求)' 또는 '달음질하는 개'에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라는 뜻이 된 '주구(走狗)'를 억지로 들이대나 수긍하기 어렵다. 하긴 주야장천의 '장천' 또한 '높고 멀고 넓은 하늘'이란 뜻의 '장천(長天)'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주야'와 서로 맞지 않는다. 기어코 끌어 붙인다면 『노자』에 나오는 '천장지구(天長地久)'의 '천장'이겠다. 덧붙인다면 원래 천장지구는 '천-구, 지-장' 식으로 조합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하늘은 시간을 상징하기에 '오래다'(=지속되다)라는 뜻의 '구(久)'와 붙어야 하고, 땅은 공간을 상징하기에 '길다'(=넓고 멀다)라는 뜻의 '장(長)'과 붙어야 마땅하다. 한편 천은 양(陽), 지는 음(陰)이고, 장(→공간)은 음, 구(→시간)는 양이라서, 그 조합을 '양(천)-음(장)-음(지)-양(구)' 식으로 한 것은 운율의 묘를 얻으려는 것이리라. 주야장천의 '주야'는 낮과 밤이고, '장천'은 긴 시내(강)이다. 밤낮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 개념과 시내(강)의 긴 물줄기 흐름이라는 공간 이미지가 결합한 말이다. 그 연원을 따지자면,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자재천상왈(子在川上曰),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라는 구절이라 하겠다. 풀이하면, "공자께서 시냇물 가(上)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이다. 이 구절 속에 이미 '밤낮'이라는 '주야' 그리고 '긴 시내(강)의 흐름'이라는 '장천'이 다 들어있다. 장천은 원래 공간적인 것이지만 끊임없이 흐른다는 이미지 때문에 구태여 주야를 붙이지 않아도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시간과 연결돼왔다. 이처럼 주야장천의 기본 발상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말은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여 우리네 사자성어처럼 되었다. 실제로 중국, 일본에서는 일상에서 주야장천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우리 전통 고전에서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1915년 5월 13일 자 『매일신보』에 보면 "세월이 덧없도다! 작년 삼월 이별 시에 단단히 기약 맺고 주야장천 고대하다가…"처럼 불쑥 등장한다.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 이처럼 말이란 것도 누군가 자꾸 쓰게 되면 어엿한 말 길이 새로 열려 생명을 얻게 된다.

    2026-01-15 11:3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3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3회>

    〈가로 풀이〉 1. 개똥참외도 ○○ ○○○: 평범한 사람도 잘 가르치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음. 3. ○○○ 고기를 먹었나: 잊어버리기를 잘 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나무라는 말. 5. ○○가 발바닥이라: 눈치가 몹시 무디거나 없는 경우. 6. 가만히 먹으라니까 ○○○ 한다: 어긋나는 짓을 함. 7. ○○ 십 년이면 호랑이도 안 먹는다: 하는 일이 너무 모짊. 9. ○○은 흘러야 썩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항상 활동하거나 노력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 10. 개천에서 ○ 난다: 시원찮은 환경이나 변변찮은 부모에게서 빼어난 인물이 나는 경우. 11. 김칫국 채어 먹은 거지 ○○: 남들은 그다지 추워하지 않는데, 혼자 추워서 덜덜 떨고 있다는 말. 12. ○○에 불이 붙는다: 뜻밖에 큰 걱정거리가 닥쳐 매우 위급하게 된 것. 13. 눈 뜨고 ○ ○○ 갈 세상: 눈을 멀쩡히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갈 만큼 세상인심이 고약하다는 말. 15. 누이 찌꺼기 뒤처리는 ○○가 한다. 16. 게으른 놈 짐 많이 ○○: 게으른 주제에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음. 17. 눈에는 ○○○○ 입에는 흉년이라:보이는 것은 풍성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8. 도끼는 무디면 갈기나 하지, 사람은 죽으면 ○○ 오지 못한다. 20. 남의 자식 ○○ ○ ○○ 내 자식 미운 데 없다. 21. ○○밭을 매도 참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사람을 부리면 보수를 주어야 한다. 〈세로 풀이〉 1. ○○가 많으면 모든 것이 헤프다: 일이나 살림을 여기저기 벌여 놓으면 결국 낭비가 많아진다는 말. 2. 구두장이 셋이면 제갈량의 꾀를 ○○○: 여러 사람의 지혜가 어떤 뛰어난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나음. 3. ○○○에 비둘기 들어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주인 행세를 함. 4. 돈만 있으면 ○○도 사귄다: 돈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말. 6. ○○ 먹고 주정한다: 공연히 취한 체하며 주정함을 이르는 말. 8. 나그네 국 맛 떨어지자 주인집에 ○ ○○○○. 12. 기름 도적해 먹은 개 ○○○ 헤번덕거린다. 13. 다 먹은 죽에 ○ ○○○ 한다: 맛있게 먹었으나 알고 본즉 불결하여 속이 꺼림칙함. 14. 대사 뒤에 ○○ ○○ 나간다:남의 집 잔치에 왔다가 병풍을 지고 간다는 뜻으로, 너무도 염치없는 짓을 함을 이르는 말. 19. 군자 말년에 ○○ 씨 장사: 평생을 두고 남을 위하여 어질게 살아온 사람이 말년에 가서는 매우 어렵게 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회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1-15 11:30:00

  • [시대의 창]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 그리고 좋은 일자리의 조건

    [시대의 창]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 그리고 좋은 일자리의 조건

    새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시작해야 할 새해 아침이지만, 일자리 문제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새해 덕담이 꼰대의 언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 일자리, 결혼'이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정부가 바뀌고, 일자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이 바뀐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자책과 고뇌에 빠지는 현실에서, 다시 헌법과 국가의 책무를 말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청년들은 노력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공부했고, 더 치열한 경쟁을 견뎌냈다. 그러나 출발선은 오히려 더 뒤로 밀려 있다. 그럼에도 불안과 좌절이 일상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2025년 기준 청년 실업률은 8.2%, 비정규직 비율은 37%에 이른다. 문제는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역할을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제시한다. 이 구조를 따라가면 청년 문제는 결국 국가 책무의 이행 여부로 귀결된다. ◆청년 실업률 8.2% 헌법 제10조는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청년의 불안정한 삶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행복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헌법적 질문이다. 행복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다. 안정적인 삶의 토대, 예측 가능한 미래,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인간 존엄 조항은 교육과 노동, 복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며, 국가에 교육 기회의 균등과 평생교육 진흥의 책무를 부여한다. 교육은 개인 선택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은 청년에게 더 준비하라고 요구할 뿐, 그 준비가 어떤 일자리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한다. 교육과 노동이 단절된 사회에서 청년은 끝없는 대기 상태에 머문다. 스펙은 쌓이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실패다. 교육개혁은 입시의 미세 조정이 아니다. 독일식 듀얼 시스템처럼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 근로는 개인의 의무이기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다. 또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일자리는 단순한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좋은 일자리는 최대의 복지이며, 헌법적 명제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착화되었고, 그 부담은 청년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개인의 분투만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행복추구권은 일자리에서 시작 헌법 제33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한다. 이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노동3권이 제대로 작동할 때 노사는 대립의 당사자가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가 된다.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대화와 협력의 노사관계에서 나온다. 2026년, 노란봉투법의 보완과 안착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이 실패할 때 헌법 제34조가 작동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업안전, 고용안전망은 이 조항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인간 존엄을 조화시키는 국가의 역할이다. 헌법 제10조에서 제34조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하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출발해 교육, 근로권, 노동3권, 사회보장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좋은 일자리'가 있다.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이며,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청년에게 훈계하기에 앞서 헌법 이행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2026년 대한민국은 청년을 훈계하는 사회가 아니라, 헌법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국가여야 한다. 교육과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좋은 일자리는 행복의 인프라다. 청년의 노력은 공정한 제도 위에서만 국가의 미래가 된다. 새해의 출발점에서 우리는 "더 노력하라"가 아니라 "이 사회는 헌법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이 공정을 되살린다.

    2026-01-15 11:3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7년 3회> 권정호 작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7년 3회> 권정호 작 "첫 눈"-설탕 한 스푼의 마법, '천연 눈 빙수'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세상이 온통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고요해지면 우리 마음속엔 설레는 장난기가 발동하곤 한다. 그 시절, 마당 한구석이나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이 준 '겨울철 특별 간식'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어머니께서는 "첫눈은 지저분하니 좀 더 기다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한참을 기다려 세상이 하얘지면, 깨끗한 눈을 찾아 장독대 위나 지붕 아래 인적 없는 곳을 찾는다. 커다란 양은 그릇이나 사발을 들고 나가 조심스레 눈을 긁어모을 때의 그 서늘한 감촉, 기억하시나요? 손 끝은 시리지만 마음은 벌써 달콤한 간식을 기대하며 부풀어 오른다. 그릇 가득 담아온 눈은 그 자체로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차가운 결정체에 불과하지만, 부엌에서 가져온 설탕과 사카린을 고운 눈 위에 솔솔 뿌려 비벼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천연 눈 빙수'가 된다.고운 눈 위에 하얀 설탕을 솔솔 뿌려 비벼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이 일품이었다.고소한 미숫가루를 섞어 먹으면 그 어떤 고급 디저트 부럽지 않은 별미이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그때의 눈은 단순히 얼어붙은 물방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평화였고 아이들의 순수한 허기를 채워주던 하늘의 선물이었다. 사진 속 세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당시 아이들에게 눈은 단순히 구경하는 풍경이 아니었다. 혀끝에 닿는 차가운 감각은 배고픔조차 잠시 잊게 만들었다. 누가 더 큰 조각을 먹나 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온몸으로 눈을 맞이하던 그 역동적인 모습은 지금의 세련된 놀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동감이 넘친다.1950~60년대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임에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구김살 하나 없는 동심의 세계인 듯 하다.

    2026-01-15 11:30:00

  •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우산 속의 고독, 혹은 차가운 자유의 초상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우산 속의 고독, 혹은 차가운 자유의 초상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걸작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는 파리 더블린 광장 인근의 교차로를 무대로, 근대 도시 파리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젖은 보도블록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빛 공기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무심한 행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근대 파리라는 도시가 어떤 질서와 메커니즘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화면에서 발견되는 첫 번째 단서는 인물들의 손에 들린 검은 우산이다. 우산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물건이지만,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금속 골조와 방수 직물, 그리고 대량 생산 기술이 결합되면서 도시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 속 거의 모든 인물이 비슷한 형태와 색깔의 우산을 들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표준화된 공산품이 도시인의 일상을 어떻게 규격화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우산은 비를 피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산업화된 도시가 개인의 신체와 동작을 일정한 틀 안으로 조직하는 방식을 암시한다. 우산이라는 '작은 지붕' 아래에서 개인은 비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그 대가로 타인으로부터 미묘하게 분리된다. 우산은 군중 속에서 타인과의 우연한 접촉을 차단하고 최소한의 사적 영역을 확보해 주는 이동식 경계이다. 우산과 우산 사이에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간격은, 근대 도시인들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 익힌 하나의 태도, 혹은 '차가운 예의'의 형식처럼 보인다. 도시의 암묵적 질서 위에서 인간관계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재편된다. 인물들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서로 얽히지 않은 채 허공을 스치거나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흘러갈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보들레르가 포착했던 '플라뇌르'(Flâneur), 도시를 거닐되 그 속에 완전히 섞이지는 않는 근대적 '관찰자'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 전면에 등장하는 커플에게서조차 정서적 친밀감보다는 세련된 복장을 드러내는 사회적 제스처가 먼저 읽힌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거리를 오가는 군중은 늘어났지만, 공동체는 오히려 옅어진 곳, 이것이 카유보트가 그려낸 도시의 한 단면이다. 이 차분하고 냉정한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배경이 된 거리 그 자체다. 시야를 깊숙이 관통하는 대로와 뚜렷한 소실점, 자로 잰 듯 정렬된 건물의 입면은 오스만 남작의 파리 대개조가 낳은 결과물이다. 카유보트는 이 공간을 인상주의 특유의 흐릿한 붓질 대신, 건축 도면을 그리듯 치밀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굽이진 중세의 골목길을 밀어내고 들어선 직선의 거리들은, 도시가 점점 감성보다는 이동과 가시성, 효율과 질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카유보트의 화면 위에는 서로 다른 세 차원의 근대성이 중첩되어 있다. 우산으로 대표되는 기술적·물질적 근대성, 스쳐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근대성, 그리고 오스만식 대로로 상징되는 공간적 근대성이 그것이다. 카유보트는 비 오는 파리의 낭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근대라는 새로운 질서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19세기의 도시 풍경을 오늘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유비를 떠올리게 된다. 우산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본 채 서로를 외면하는 지하철의 풍경은, 카유보트의 그림과 그리 멀지 않다. 이는 해석의 확장일지 모르지만, 도시가 자유를 약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독과 거리감을 생산해 왔다는 사실만은 19세기와 21세기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함께 있지만, 각자의 우산 아래 고립된 존재들이다.

    2026-01-15 11:30:00

  •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체면이거나 재산이거나'

    [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체면이거나 재산이거나'

    '아, 그이의 귀는 얼마나 잘생겼는지!' 그녀는 듬직하고 당당한 그의 모습, 특히 둥근 모자 가장자리를 떠받친 모양이 강렬하게 인상적이었던 귀의 연골을 보며 생각에 빠졌다. 페테르부르크 기차역에서 자신을 마중 나온 남편 알렉세이를 본 안나의 독백이다. 그러나 브론스키에게로 마음이 움직이면서 이러한 찬탄은 '그의 귀는 왜 저렇게 볼록 튀어나왔을까?'로 바뀐다. 그리고 이혼을 요구하는 그녀에게 남편 알렉세이는 당분간은 체면이라는 외적 조건을 지켜줄 것을, 그동안 자신은 제 명예를 지킬 방법을 생각해보겠노라고 답한다. 그 방법은 쉬이 찾아지지 아니하고 알렉세이는 공공연한 '쇼윈도 부부' 역할극을 안나에게 요구한다. 상고이유서에서 최태원 회장 측은 소설 속 안나 부부처럼 자신들도 '쇼윈도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고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생활을 강조했다. 〈사랑과 전쟁〉이 실화에 바탕을 둔 드라마이며 현장에서 마주하는 진실은 훨씬 더 지독한 드라마라는 것과 '쇼윈도 부부'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사회적 관례로 다수 존재한다는 것이 길지 않은 변호사 생활에서 체득한 냉혹한 현실이다. 체면이거나 재산이거나 또는 양자 모두가 '쇼윈도 부부'를 발생시키고 존속시킨다. 안나의 경우처럼 유책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때 상대방은 이혼하고 위자료를 청구하거나 이혼에 불응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소설 속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는 '체면'을 지키기 위해 이혼에 불응하며 '쇼윈도 부부'를 택했지만, 소설 밖 현실에서는 '재산'을 지키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은 곧 재산분할을 의미하므로 '쇼윈도 부부'는 결국 재산분할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위해 이혼을 쟁취(?)해야 하는 유책배우자로서는 상대방으로부터 원만한 이혼 동의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쇼윈도 부부' 요구를 전략적으로 수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나,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불응하고 있는 경우라면 상대방도 혼인생활을 계속할 의사는 없다 할 것이어서 결국 이혼청구는 인용된다. 한편 이혼청구를 당하는 쪽이 유책배우자일 때 '재산'을 지키고자 하는 '쇼윈도 부부' 전략은 더 처절하고 치밀할 수밖에 없다. 그/그녀는 '쇼윈도 부부'에 동의만 해준다면 상대방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겠노라고 제안한다. 부동산 명의 이전은 물론이고, 보기 싫다면 따로 나가 살겠다고도 한다. 이혼하는 경우와 실제로 다른 것은 그저 서류 한 장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그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라진다. 그는 혼인신고를 해야 할 상대방이 있지 않은 한 '쇼윈도 부부'를 선택한다. 반면 그녀는 그 서류 한 장이 여전히 자신을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등으로 옭아매고 있으므로, 그 서류 한 장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고, 온전히 자신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명절이니 집안 행사니 아무것도 챙길 필요가 없다고 해도 그녀는 그 서류 한 장으로 인해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서, 그 수많은 관계에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에게 부여되는 관습적·사회적 의무가 누군가의 남편, 사위에게 부여되는 의무와 아직은 같지 않다. 아니 적어도 정서적으로 같다고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쇼윈도 부부'이기 위해 그녀가 담당하는 배역의 분량이 그보다 많다는 것이 아직은 엄연한 현실이다. 소설 속 안나는 죽었고, 세기의 이혼은 재산분할만 남았다. '쇼윈도 부부'의 체면은 지켜졌는지, 또 재산은 지켜질 수 있을지, 그 해답은 비슷비슷하다는 행복만큼이나 모호하다. 청혼은 사랑합니다는 고백으로 시작하지만, 결혼은 사랑하겠습니다는 약속과 다짐으로 마무리된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사랑하겠습니다!'라는 의지. 안나도 한때는 그런 의지를 발휘하였다. '그는 좋은 사람이야. 아주 정직하고 성실하고 선량해. 자신의 분야에서도 탁월하지.'라고 혼잣말을 한다. 마치 남편을 비난하면서 그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하는 사람들에게 남편을 옹호하듯이.

    2026-01-15 11:30:00

  •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2화>

    [매일청춘웹툰] 검의 길 <2화>

    2026-01-08 13:30:00

  •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소인 무리, 대인 행렬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소인 무리, 대인 행렬

    지난해 대통령이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말 제일 듣기 싫은 게 '저희 나라'라는 말"이라고 한 뒤, "'대인배'라는 말도 하는데 '소인배, 시정잡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배'는 저잣거리의 건달이나 '쌍놈'을 뜻하는데, 결국 '대인배'라는 단어는 '훌륭한 나쁜 놈'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맞느니 틀리느니 논란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소인(小人)은 '나이가 어린 사람', '키나 몸집 따위가 작은 사람',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말한다. 대인(大人)은 '어른(성인)이 된 사람', '보통 사람보다 몸이 아주 큰 사람',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대인은 도량이 크고 덕 있는 자라는 점에서 군자와 함께 쓰여 '대인군자'로도 언급된다. '소인'이란 말은 『논어』 등에 자주 나온다. 『논어』에는 소인의 의미를 군자와 대비하여 정리하고 있다. '소인'은 자신의 이익[利]과 혜택[惠]에 관심이 있는, 한 영역에만 신경 쓰며 살아가는 국한된 그릇[器]의 인간을 말한다. 요즘 말로 전문가/스페셜리스트로, 자신의 직무에만 관심을 쏟으며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반면 '군자'는 사회적 의리[義]와 사람 간의 도덕[德]에 관심 있는, 여러 영역에 두루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은 기량[不器]의 인간을 말한다. 요즘 말로 CEO/제너럴리스트로, 공동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소인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군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한다. 언어는 시대적, 지역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어떤 말이 유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소인배'(小人輩)라는 말은 중국이나 일본의 고전이나 현대어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 책들 예컨대 『양촌집』, 『조선왕조실록』 , 『소재집』, 『송자대전』 등 여러 문집에 숱하게 보인다. 따라서 소인배는 당쟁이 많던 조선에서 만들어낸 신조어라 해도 될 것 같다. 이어서, '대인배'(大人輩)는 중국이나 일본의 고전이나 현대어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전에서도 사실 『담헌서』 등을 제외하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인배는 한국의 신조어로 보는 게 옳다. 실제로 만화 『럭키짱』에서 언급된 이래 노래나 방송 등에서 두루 쓰이게 됐단다. 문제는 '배(輩)'의 해석이다. 배에는 여러 뜻이 있는데, 소인배/대인배와 관련짓는다면, '무리, 줄(행렬)'의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소인+배는 소인 '무리'(=패거리)로 비하하는 것이고, 대인+배는 대인의 '행렬(줄)'로 존중하는 뜻이다. 다만 '무리'의 경우, 유독 한국에서만 그 떨림이 심하다. 다시 말해서 ① '님/분'처럼 '존중'의 의미(→대인배, 선배), ② '패거리/놈'처럼 '비하'의 의미(→소인배, 시정잡배, 폭력배), ③ '비교'하는 '중립적' 의미(→동배, 동년배)의 셋으로 갈린다. '대인배'를 '훌륭한 나쁜 놈'으로만 본 것은 '배'를 ②의 의미로만 읽은 탓이다. 정리하자면 소인배는 '소인 패거리에 끼는 자들', 대인배는 '대인 행렬에 드는 사람들'이 된다. 게다가 대인배는, 신조어이건 아니건, 잘못된 조합이 아닌 정상적인 말이라 하겠다.

    2026-01-08 12:30:00

  •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회>

    [임무출의 낱말 맞히기]<제2회>

    〈가로 풀이〉 1. ○○○소: 소리를 내어 크게 웃음. 3. ○○○훼: 목이 길고 입이 뾰족한 상. 5. ○○대우: 목마른 백성이 비를 기다린다. 7. ○○지미: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 8. ○○어검: 혀가 칼보다 날카롭다는 뜻으로, 말로 남을 해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 10. ○○○조: 한 번 화살을 맞아 다친 새.어떤 일에 봉변을 당한 뒤,뒷일을 경계함을 비유 12. ○○사몽: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어렴풋한 상태. 13. ○○지수: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 14. ○○와해: 얼음이 녹고 기와가 산산조각이 난다는 뜻으로,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는 말. 15. ○○멸괵: 길을 빌려 괵나라를 없앤다. 즉, 다른 나라의 길을 임시로 빌려 쓰다가 나중에 그 나라를 쳐서 없앰. 16. ○○○엽: 금으로 된 가지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뜻으로, 임금의 가족을 높여 이르는 말. 18. ○○가봉: 집집마다 덕행이 있어 모두 표창할 만하다. 20. ○○지환: 죽음의 재앙. 21. ○○가옥: 지붕 위에 또 지붕을 만든다는 뜻 23. ○○○토: 서쪽으로 십만 억의 국토를 지나면 있는 아미타불의 세계. 24. 사○○○: 누구에게나 좋게 대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 〈세로 풀이〉 1. ○○○○: 거리나 항간에 떠도는 소문. 2. ○○일성: 크게 외쳐 꾸짖는 한마디의 소리. 3. ○○상련: 창자와 밥통이 서로 잇닿았다. 어떤 사람들끼리 서로 뜻이 맞거나 협력하여, 일을 해 나감. 4. ○○○○: 무력은 있으나 학식이 없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6. ○○○잔: 같은 민족끼리 서로 다투고 싸움. 7. ○○○관: 백성을 돌보아 다스리는 관직이라는 뜻으로, 수령을 달리 이르는 말. 9. ○○○생: 망명하여 삶을 꾀함. 11. ○○○책: 궁한 나머지 생각다 못하여 짜낸 계책. 12. ○○○물: 한 번 사용하여도 없어지지 아니하고 두 번 이상 같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 15. ○○○○: 이렇게도 할만도 하고, 저렇게도 할만도 함.동으로도 가하고 서로도 가함 16. ○○○동: 경솔하여 생각 없이 망령되게 행동함. 17. ○○○식: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음. 19. ○○○○: 옥같이 아름다운 모습과 신선 같은 풍채를 갖춘 사람. 20. ○○사정: 남에게 자신의 딱한 일의 형편이나 까닭을 간곡히 하소연하는 모양. 22. ○○지계: 남의 뜻을 시험하여 보는 꾀.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2026-01-08 12:00:00

  •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6년 2회>최홍석 작 '힘 다툼', 특선,끌려나가면 깨끔발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6년 2회>최홍석 작 '힘 다툼', 특선,끌려나가면 깨끔발

    1956년 제2회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최고상인 특선 작인 최홍석 작가의 '힘 다툼'에서 과거 1950~60년대 한국의 정겨운 골목 풍경과 아이들의 역동적인 놀이 문화를 옅볼수 있다. '애들은 밖에 나가 놀아~'.그만큼 밖에서 노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처럼 밖에 나가서도 PC방, 학원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는 골목이나 산과 들이 있는 그곳에서 자연스레 어울려 놀았던 것이다. 그렇게 동네 아이들은 골목이나 마을어귀에 삼삼오오 모인다."철수야 우리 뭐하고 놀까","상철아, 우리 구슬치기 할까? 아님 비석치기 하고 놀까". 옆에 있던 영호가 긴 막대기를 가져와 땅바닥에 8자를 그리며 '8자놀이'를 하자고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전통놀이인 8자놀이는 지역에 따라 놀이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10여명의 아이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천따지를 하며 두 패로 나뉜다.같은 팀원들은 원의 한쪽에 모여 두 팔로 허리춤을 잡고 힘을 모은다. 상대팀도 마찬가지로 화이팅을 외친다. 상대팀의 맨 앞선 아이와 손을 맞잡고 당기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넘친다.원 밖으로 끌려나가지 않기위해 온 힘을 다한다.여기서 끌려나간 아이는 원 밖에서 깨금발을 하고 있어야한다.마지막 아이가 끌려나간 팀은 진 것으로 승부는 끝난다. 이 작품에서 50년대 어린이들의 생활 모습, 놀이 문화, 사회상을 마주한다.초가집의 볏짚 가리(이엉)와 돌담, 흙바닥 등은 당시의 소박했던 삶의 터전이다.검정색 교복을 입은 학생, 짧게 깎은 까까머리 아이들, 고무신을 신은 동네 꼬마들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골목길에서 즐겁게 놀고 있다. 놀이에 참여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주변 아이들의 표정과 자세가 매우 사실적이다. 응원하는 아이,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아이, 뒤에서 미소 짓는 형아들 모습 등이 어우러져 공동체적인 활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제목은 '힘 다툼'이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악의가 없고 놀이 자체를 즐기는 순수함이 가득하다. 한국적인 해학과 정을 느끼게 한다.

    2026-01-08 12:00:00

  •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우리 영공에 얼마나 많은 헬리콥터가 떠다닐까?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우리 영공에 얼마나 많은 헬리콥터가 떠다닐까?

    오래 군 생활을 한 필자의 2026년 새해 소망은 전 세계가 전쟁과 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모두가 따뜻한 봄날을 맞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저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화자찬(自畵自讚)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류 역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자 전쟁을 통해 과학기술이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과학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무기체계가 탄생하고, 무기체계의 발전이 전쟁의 동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헬리콥터(이하 헬기) 역시 전쟁과 과학기술 발전의 산물이다. 한국군에서 가장 많은 헬기 전력을 보유한 곳은 육군이다. 육군은 1965부터 헬기를 도입·운용하고 있으며 2020년대 초부터 한국의 헬기 전력은 세계 5위로 평가되어 왔다. 필자는 육군의 헬기 조종사로, 항공부대장 및 참모로 30여 년간 근무했다. 조종사 양성과 육군의 헬기 전력을 운용하는 다양한 부대에서 군사작전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등의 대민지원 업무를 계획하고 수행했다. 일반적으로 민간인들에게 아직은 비행기라 부르는 고정익 항공기는 타봤지만, 헬기라고 부르는 회전익 항공기는 타볼 기회가 제한된다. 우리나라 헬기 대부분이 군·관에서 운용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헬기 운용에 대한 필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헬기 전쟁사, 한국군의 헬기 운용, 헬기 사고 사례, 조종사 훈련 등 다양한 이야기로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구해보려 한다. 우리나라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떠다닐까? 2023년 기준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영공을 비행한 항공기는 총 78만 여대로 하루 평균 2천100 여대 꼴이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인천공항의 일일 항공기 운항 횟수는 대략 1천여 회 정도로 1.4분에 한 대꼴로 이착륙이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수많은 항공기가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다. 대한민국 영공을 떠다니는 헬기의 숫자는 얼마일까? 이를 통계치로 분석한 자료는 없지만 헬기 보유 대수와 운용 패턴을 기반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하루 평균 200~300 여대의 헬기가 산불진화, 의무후송, 인원 공수, 물자 공수, 산불감시, 조종사 양성, 야간비행, 시험비행, 항공작전 등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며 영공을 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헬기는 육·해·공군 헬기 750 여대를 포함하여 경찰·소방·산림청·119·민간·상업·기업 헬기를 더해 전체 대수는 약 1천여 대로 추정된다. 헬기의 운용 패턴을 보면 크게 정비 헬기와 임무 가능 헬기로 구분하여 운용한다. 임무 가능 헬기는 정비 입고 헬기를 제외하고 교육훈련, 비상대기를 포함한 모든 임무가 가능한 헬기를 뜻한다. 군·관에서 운용하는 헬기는 가동률 75%를 목표로 정비 헬기는 25% 내에서 유지한다. 따라서 모든 헬기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일일 가용 헬기가 750대이며 이 중 30%만 임무를 수행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하면 최소 일일 220대가 산출된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공 회피로 항공사가 입는 손실은 연간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분석된다. 유럽-아시아 노선의 경우 항공기의 연료 사용은 평균 15% 늘고 운임은 평균 40~90달러까지 인상되었다. 전쟁으로 하늘길이 막히면 하루 평균 2천100 여대의 항공기는 사라지고 텅 빈 하늘만 남는다.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들이 우리 경제력을 보여주듯이, 우리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항공기 수가 대한민국의 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산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고, 환자를 후송하고, 고립된 지역에 물자를 실어 나르는 헬기가 떠다닌다. 보이진 않지만 그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힘이다.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정치학 박사)

    2026-01-08 11:30:00

  • [조한규 칼럼]도산서원 악취 쉬쉬할 일이 아니다

    [조한규 칼럼]도산서원 악취 쉬쉬할 일이 아니다

    2026년 새해 벽두에 '도산서원 악취'를 다루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그 악취의 근본 원인 제거에 나서야 안동이 살고 영남이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덕담보다 직언(直言)하기로 한다. 6.3지방선거로 인해 올해도 이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있다. 특히 인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만큼 중요한 현안은 없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한국정신문화의 성지' 도산서원 앞 안동댐 오염은 퇴계학, 즉 한국 '심학(心學)'의 오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다 말하게 하라'에서 "퇴계에게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마음은 오염되지 않은 진리와 하나가 되려는 마음과 통한다"고 갈파했다. 그런데 그 자연이 오염됐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더욱이 지난해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후 세계의 인문학적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지 않는가. 머지않아 전 세계 인문학자들과 관광객들은 한국 '심학'에 관심을 가질 터. 그리고 가장 먼저 도산서원을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안동댐 녹조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거창한 슬로건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안동댐 녹조현상 등으로 인해 봄-여름-가을이면 도산서원이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네이버나 구글에 '2025년 안동댐 녹조현상'을 검색하면, 'AI브리핑'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2025년 안동댐에서는 전 구역에서 녹조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해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발령되었습니다. 이는 남조류의 대량 증식으로 인한 것으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AI마저 안동댐 녹조현상을 일반적인 자연현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기후행동'은 2025년 8월 말 '안동선성수상길'을 답사한 뒤 안동댐 녹조현상에 대해 "안동댐으로 향하는 다리 초입부터 땅과 맞닿아 있는 경계면에 녹조들이 잔뜩 고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매일신문이 2024년 8월 6일 "안동호 상류 도산서원 앞 시사단 일대가 짙은 녹색의 녹조로 뒤덮혀 있다"고 보도하자 K-water 안동권 지사는 녹조 제거선을 투입하는 등 녹조 제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녹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그해 9월 중순 도산서원을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심한 악취가 나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주말이어서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한 신문이 2023년 8월 23일 "도산서원 시사단(試士壇) 일대, 호수 주변은 온통 물감을 푼 것처럼 진녹색으로 변한 녹조와 부유물이 뒤엉켜 오폐수처리장을 방불케 했다"고 보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안동댐 녹조현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도산서원이 어떤 곳인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천원 지폐 뒷면에 도산서원의 모체인 도산서당의 진경이 담긴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를 실었겠는가. 이 그림은 겸재 정선이 71세 되던 1746년에 퇴계 이황의 대표 저술 '주자서절요'의 친필 서문을 입수한 것을 기념해 그린 작품. 1973년 7월 10일 보물 제585호로 지정된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에 실려있다. 퇴계가 고요한 도산서당 안에서 '주자서절요'를 짓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건너 맞은편 상류 월란정사 쪽으로 올라가서 바라보면 그림 속 전경과 일치한다. 계상서당을 그린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영남퇴계학연구원이 2024년 '퇴계학논집 35'에서 규명한 '도산서당을 그린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퇴계가 18세 때 지은 '야지(野池)'라는 시를 보아도 도산서원 앞 개울물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알 수 있다. "이슬 젖은 고운 풀이 물가를 둘렀는데/조그마한 연못 맑고 깨끗해 모래도 없네/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이야 제 맘대로이나/단지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두려워라(露草夭夭繞水涯(노초요요요수애)/小塘淸活淨無沙(소당청활정무사)/雲飛鳥過元相管(운비조과원상관)/只怕時時燕蹴波(지파시시연축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유교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추로지향(鄒魯之鄕)의 도시'인 안동을 살리기 위해선 우선 안동댐을 청정호수로 만들어야 한다. 경북도청을 유치하면서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안동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안동의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조그마한 연못 맑고 깨끗해 모래도 없네'라는 퇴계의 절창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답이 있다.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것이 물의 본성입니다"라는 퇴계의 '자성록(自省錄)' 한 구절이 가슴을 때린다.

    2026-01-08 11:30:00

  •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도라지정과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도라지정과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처얼처얼처얼 다 넘는다~' 우리 민족의 정서가 담긴 꽃 중에 도라지꽃을 빼놓을 수 없다. 야산이나 들판, 울타리 밖이나 텃밭에 흰빛이나 보랏빛으로 핀 도라지꽃을 보노라면 반가움과 함께 애틋함이 번진다. 어린 날에 풍선 모양으로 부푼 꽃망울을 보면 손바닥을 마주쳐 "퐁!" 터트렸다. 때론 공기를 가득 담은 도라지 풍선을 하늘로 띄워보려고 발뒤꿈치를 들곤 했다. 시골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밭 한편에 자리한 도라지가 먼저 반긴다. 대개가 보랏빛 꽃인데 그중에 다문다문 백도라지 꽃이 섞여 피었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나의 큰 꽃묶음 같다'는 황순원의 '소나기'가 스쳐 가는 것은 그 꽃묶음에 도라지가 자리하고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서이다. 왠지 도라지는 슬픔을 예지하는 꽃이기도 하다. 얼굴에 참깨 들깨 쏟아져 / 주근깨 자욱했는데 / 그래도 눈썹 좋고 눈동자 좋아 / 산들바람 일었는데 / 물에 떨어진 그림자 하구선 / 천하절색이었는데 / 일제 말기 아주까리 열매 따다 바치다가 / 머리에 히노마루 띠 매고 / 정신대 되어 떠났다 / 비행기 꼬랑지 만드는 공장에 돈 벌러 간다고 / 미제부락 애국부인단 여편네가 데려갔다 / 일장기 날리며 갔다 / 만순이네 집에는 / 허허 면장이 보낸 청주 한 병과 / 쌀 배급표 한 장이 왔다 / 허허 이 무슨 팔자 고치는 판인가 / 그러나 해방되어 다 돌아와도 / 만순이 하나 소식 없다 / 백도라지 꽃 피는데 / 쓰르라미 우는데- 고은 '만순이' 끝내 돌아오지 않는 위안부의 아픈 역사를 백도라지 꽃은 말해준다. 우리 민족은 순수한 백도라지 꽃으로, 한이 많아 멍이 든 보랏빛 꽃으로도 물들었다. 대구한의대 푸드케어약선학과 외래교수 도라지는 순우리말에서 유래했다. 꽃이 옆으로 '돌려' 피어난다고 '돌아지 / 도라지'로 변화했을 거라는 음운상 추정을 한다. 한자어로 '길경(桔梗)'이라고 불리는데, 桔은 나무 목(木)과 길할 길(吉)이 합쳐진 글자이고, ​梗은 곧게 뻗은 줄기와 뿌리를 가리킨다. 주변에 도라지가 많다는 것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거다. 도라지는 예로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 사용되었다. 식용으로는 새순을 데쳐 나물로 먹고, 뿌리를 캐어 귀한 반찬으로 상에 올렸다. 도라지는 명절이나 제사, 또는 생일상에 꼭 필요한 나물 반찬이었다. 약용으로는 특히 감기에 효능을 보인다.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호흡기 염증을 줄여 인후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도라지는 가래와 기침을 아래로 내려주고 그치게 하는 '강기거담지해(降氣去痰止咳)' 효능을 보이며 폐(肺)로 귀경한다. 병증을 미리 예방하여 몸을 이롭게 하는 음식을 약선(藥膳)이라고 하는데, 도라지는 겨울철 약선으로 손꼽을 만하다. 도라지와 대추와 감초를 달여서 따뜻한 차로 마시면 감기 예방에 도움을 준다.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도라지정과를 만들어 두면 어르신 간식이나 후식으로 그만이다. 도라지의 쓴맛을 빼기 위해 이틀 정도 물에 담가서 우리고, 연한 소금을 푼 물에 데쳐서 물을 따라낸 후에 정과를 만든다. 설탕으로 졸이면 건정과가 되고, 엿이나 꿀로 졸이면 진정과가 되는데, 도라지는 꿀과 궁합이 잘 맞는다. 꿀이 도라지의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해 주고 쓴맛을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우리 정서와 함께한 도라지로 건강한 겨울나기를 추천한다.

    2026-01-08 11:30:00

  • [문학을 품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문학을 품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새해가 되면 다시 찾아보는 영화들이 있다. 그중 감정과 사고의 폭을 가장 넓히는 작품을 고르라면, 코엔 형제가 코맥 매카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을 뽑는다. 표면적으로는 피와 총성이 난무하는 서부극이자 마약과 돈이 얽힌 타락한 범죄극처럼 보이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폭력적인 세상에서 죄와 윤리, 그리고 죽음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부조리극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이자 사냥꾼인 모스(조쉬 브롤린)는 마약 거래가 잘못된 현장을 목격한다. 그곳 사람들은 모두 죽었고, 돈이 가득 든 서류 가방 하나만 남아 있다. 그는 돈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냉혹한 킬러인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와 숨바꼭질 같은 추격전을 벌인다. 그리고 결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많은 영화가 극적 효과나 주제 의식을 위해 폭력을 활용했지만, 이 영화처럼 오랜 여운을 남긴 작품은 드물다. 그리고 그 폭력의 아우라는 영화를 볼 때마다 숙연한 공포를 선사한다. 공포의 근원은 인식의 불가능성에 있다. 우연히 마주친 위험이 우리의 모든 걸 파괴하고자 엄습할 때, 그 까닭을 도저히 찾을 수 없고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면 그 공포는 극에 달한다. 앎의 의지마저 앗아가는 잔혹한 운명의 매정함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디 하소연을 할 것인가. 이에 작품 속 실질적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안톤 쉬거는 답한다. "내가 당신 인생에 끼어들었을 때 이미 당신 인생은 끝난 셈이지.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어. 지금은 끝이야. 당신은 꼭 이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고 싶겠지. 그래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었어.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른 길은 없어. 이 길뿐이야." 준비할 겨를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죽음이라는 섬뜩한 폭력 앞에서 우리는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불시에 나타난 악마가 '동전 던지기'의 결과로 죽음의 여부를 판단한다면, 과연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마침내 숨통이 끊기는 순간이라도 온다면? 아마 겨우 남길 수 있는 건, 안간힘을 다해 허우적거리는 발버둥의 흔적이 전부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답답한 의문들이 남겠지만, 원작 소설을 읽으면 어느 정도 해갈이 된다. 소설 속에만 서술된 모스의 대사를 눈여겨보자. "네가 그곳에 가면서 아무것도 짊어지고 가지 않겠다고 하는 생각이 요점이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너의 생각. 아니 누구의 생각이든.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없어. 내가 말하려는 게 이거야. 너의 발자국은 영원히 남아. 그걸 없앨 수는 없지. 단 하나도." 우리는 보통 일이 꼬일 때면, 새로운 다짐으로 스스로를 리셋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림을 잘못 그려 넣은 스케치북의 페이지를 찢어 버리고, 새로운 캔버스에 제대로 그림을 다시 그려보자는 마음처럼. 그런 우리에게 이 작품은 차갑고 혹독한 말을 던진다. 지난 시간 속에 남겨둔 너의 오물들을, 너는 소각해 버린 게 아니라 그냥 망각한 것뿐이라고. 그것도 잠시만. 나이가 든다는 건 어쩌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애써 받아들이는 체념의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관능의 음악에도 사로잡히지 못하고 욕망에 병들지도 못한 채, 그렇게 늙어가는 지질한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사라져 갈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어가고 있다. 피할 수 없이.

    2026-01-08 11:30:00

  • [금주의 공연,전시]

    [금주의 공연,전시]

    ◆뮤지컬〈레드북〉 1월16일 오후 7시30분,17일 오후2시·6시30분,18일 오후2시 대구오페라하우스 입장료 8만원~16만원/문의 02-512-9496 창작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서〉,〈쇼맨-어느독재자의 네번째 대역배우〉등을 탄생시킨 한정석 작가와 이선영 작곡가 콤비의 대표작이다.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19세기 런던을 배경으로,주인공 안나가 외설적인 내용을 담은 레드북을 출간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뮤지컬 무대로 펼친다.시대의 편견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한다.안나 역에 옥주현,아이비,민경아,브라운 역에 송원근,지현우,김성식 등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극〈라이어 3탄.튀어!〉 2025년 12월 17일~2026년 1월 18일.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토요일 오후 4시·7시,일요일 오후 3시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입장료 5만원/문의 1566-7897 창작 28주년을 맞은 인기 연극의 대구 공연이다.영국의 극작가 레이 쿠니의 코미디〈Run for Your Wife〉를 원작으로 한 소동극으로,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 주인공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빠른 전개와 재치 넘치는 대사로 웃으며 즐길수 있는 공연이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대구청년작가展 예예프로젝트 '연(緣)' 1월13일~18일 SPACE129 문의 053-422-1293 대구현대미술가협회의 '예예프로젝트 :신진작가 릴레이 개인전'에 선정된 6명의 작가(강은영,김재훈,노민지,류채은,박시형,박정민)가 함께 참여하는 기획전이다.각기 다른 시선과 조형언어를 지닌 작가들이 '연'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모여 새로운 관계성과 흐름을 만들어 낸다.개별적인 예술 세계가 서로 맞닿고 교차하며,개인전과 또 다른 밀도의 공감과 확장된 서사를 보여준다. ◆병오년 구정맞이 '福마수걸이'展 1월14일~1월31일 대덕문화전당 제1~3전시실 문의 053-664-3118 대덕문화전당의 신년 기획전시다. 붉은 말의 해,병오년(丙午年)을 맞아 대구 작가 120여 명이 말을 주제로 한 작품을 전시한다.붉은 말인 적토마의 기운처럼 에너지 넘치고 열정 가득한 기운이 담긴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2026-01-08 11:30:00

  •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

    ▶단기4290년 1월 4일 금요일 흐림 오늘은 뒷동산에 올라 나무를 열심히 하였는데 조금씩 하더라도 한 서너 짐 하였다. 눈이 펄펄 내리니 혹시 산 토끼가 없나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에 떠오른다. 그래서 산을 두리번두리번 살펴보기도 하며 산을 내려와서 또 눈이 올까 봐 집안의 모든 일을 잘 정돈하고 방안에 들어와서 방학 숙제장을 하였다. 오늘은 마음이 유쾌하다. ▶단기4290년 1월 5일 토요일 맑음 뒤 흐림 오늘은 뜻대로 하지 못하였으나 마음은 거의 다 하였다고 생각된다. 오전엔 나무를 하고 오후엔 공부하였는데 오전엔 열심히 나무했지만, 오후엔 웬일인지 마음이 유쾌치 못하여 공부도 머리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어머니 병이 걱정되어서 그런가 싶다. ▶단기4290년 1월 7일 월요일 맑음&바람 오늘 일기도 어제와 같이 하늘은 맑으나 바람이 불었다. 아침을 먹고 닭 모이와 젖은 나무를 파 헤쳐놓고, 돼지 밥 그리고 마당 쓸고, 어머니를 열심히 간호하는 등 집안일을 열심히 거들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많이 칭찬해 주셨다. 저녁에는 방학 숙제를 했다. 오늘은 오늘 할 일을 다 완수하였으며 다음부터도 오늘 같이 잘 책임지고 완수하기로 마음 먹었다.

    2026-01-0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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