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풀이〉 1. 신이 나서 팔다리와 어깨를 자꾸 흔들며 춤을 추는 모양. 3. 몹시 지친 몸을 이끌고 늘 찡그리며 걷는 모양. 7. 걷는 일. 일정한 규정에 따라 걷는 운동. 8. 특히 중점을 두어 살피는 점. 9. (주로 '나다'와 함께 쓰여) 재산이나 살림 따위가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 12. 포도과의 개머루,왕머루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13. 싸우고자 하는 굳센 의지. ○○가 만만하다. 17. 큰 물건이 떠서 움직이는 모양. '둥실둥실'의 준말. 18. 땅 밑에 지은 아래층. 19. 안구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막. 22. 큰 물건이 가볍게 떠 있는 모양. 물건이 떠서 움직이는 모양. 나가네. 23. 잇새에 낀 것을 우벼 내는 데 쓰는 작은 나뭇개비. 〈세로 풀이〉 1. 밭에 심은 덩굴진 식물을 걷어내는 일. 2. 뻗어 나가 다른 물건에 감기기도 하고 땅바닥에 퍼지기도 하는 식물의 줄기. =넝쿨. 4. 움직이다가 갑자기 멈추거나 세게 부딪칠 때 나는 소리. 달리던 버스가 ○○하고 급정거를 했다. 5. (기계나 연장이) 무엇에 걸리거나 고장으로 멈출 때 계속해서 나는 소리.울퉁불퉁한 시골 비포장도로를 마차가 달리다가 ○○○○ 소리를 내며 멈추었다. 6. 술과 안주를 차려 놓은 상. 10. 돈이나 필요한 물품을 넣기 위해 헝겊이나 가죽 따위로 만들어 끈을 꿰어 허리에 차거 나 들게 된 물건. 11. 발채(지게에 얹어서 짐을 담는 제구. 싸리나 대오리로 만듦)를 얹은 지게. 14. 미처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몹시 다급하게 서두르는 모양. 도둑놈이 경찰관을 보자 ○○○○ 달아났다. 15. 지하 철도 위를 달리는 전동차. 16. 참조갯과에 속하는 조개. '모시조개'. '재첩'의 동의어. 20. 건축물에서,주춧돌 위에 세워 보나 도리 등을 받치는 나무. 21. 흔히 또는 으레 그러는 일.요즘은 시험 때라 밤을 새우기가 ○○다. ◆2회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1-22 13:30:00
2026-01-22 13:3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8년 4회>특선1석 이규성 작 '동대문놀이'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일명 '동대문놀이'로 불리우는 아이들의 전통 민속놀이이다. 낮은 저녁 노을이 길게 드리워진 골목길, 누군가의 선창에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든다.한복 저고리 형태의 옷을 입은 아이와 두툼한 솜바지 등을 입은 아이 등 동네 형,누나,동생할 것없이 모여든다. 아이들은 뭐하고 놀까? 고민도 잠시, 아이들은 아무 놀이기구 하나없이 할 수있는 "동대문 놀이"를 하자고 의견일치를 본다. 그럼 누가 문지기를 하지! 키 큰 여자아이 둘이 솔선수범해 문지기를 하겠다며 서로 마주 보고 손을 높이 들어 올려 '성문'을 만든다.나머지 꼬마녀석들은 '행인'이 되어 앞사람의 때 묻은 옷자락을 잡고 길게 줄을 서서 기차 대형을 만들어 성문 통과를 준비한다. 다 함께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남남 남대문을 열어라.'를 부르며 놀이가 시작된다.노래의 마지막 구절인 "열두 시가 되면은 문을 닫는다!" 가사 뒤에 찾아올 그 짧은 긴장감. 노래가 끝나는 순간, 문지기들이 손을 내려 성문 아래를 지나던 코흘리게 아이를 가둔다.잡힌 아이는 문지기 뒤에 서거나, 새로운 문지기가 되어야 한다. 밤 12시가 통행금지였던 시절,학원 벨 소리 대신 엄마의 저녁 먹으라는 외침이 통행금지 신호였던 시절.아이들은 놀이를 멈추고 옷 먼지 풀풀 날리며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이규성 작 '동대문놀이'가 이제는 흑백 사진 속에 박제된 풍경이지만,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스라이 멀어졌던 그날의 웃음소리가 다시금 귓가를 울린다.작가의 카메라에 포착된 아이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단순히 놀이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통과해온 찬란한 시절의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수많은 문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오늘,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옛날 열려있던 동대문의 추억 안으로 걸어 들어가본다.
2026-01-22 13:3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4회>애지중지(愛之重之), 사랑하고 소중히 여긴다
"대통령실, '애지중지 현지' 논란 차단"/"'애지중지 현지 누나', 화려하게 국민 앞에 등장"/민주당에서 일제히 엄호에 나선 "애지중지 현지"?! 베일에…. 한 동안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가열되었다. 이런 와중에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김 실장을 애지중지한다는 뜻으로 '애지중지 현지'라는 말을 만들었다. 애지중지(愛之重之)의 애는 '사랑하다', 중은 '소중히 여기다'의 동사이다. 지는 앞의 애와 중이, '사랑'과 '소중'이라는 명사가 아니고, 동사임을 나타내는 어조사이다. 다만 문장에서 주어나 목적어가 분명하면,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대명사 '이, 그'로 볼 수도 있다. 애지중지만이 아니라 "사랑하고 공경하다"는 '애지경지'(愛之敬之)나 "왼쪽으로 하다가 오른쪽으로 한다"는 '좌지우지'(左之右之)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지' 자를 '가다'라는 동사로 보고 그냥 '갈 지'라고 읽는 데 익숙해져 있다. 갈지자 하면 "그 사람은 술에 취해 갈지자로 걷는다"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불안스레 지그재그로 걷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 자의 용례는 의외로 복잡하다. 그런데, '애지중지'는 어디에 왔을까. 먼저 『맹자』 「이루하(離婁下)」에는 '애지/경지(愛之/敬之)'라는 말이 보인다. 즉 "애인자(愛人者), 인항애지(人恒愛之), 경인자(敬人者), 인항경지(人恒敬之)"이다. "남을 사랑하는 이가 남의 사랑을 받게 되고, 남을 존경하는 이가 남의 존경을 받게 된다"라고 풀이된다. 이것을 축약하면 '애지경지' 네 자가 된다. 애지경지는 『소학(小學)』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편집한 『사자소학(四字小學)』에도 보인다. 참고로 '애지○지' 식의 표현으로는 "사랑하고 아깝게 여기다"는 '애지석지'(愛之惜之), "감사하고 은덕으로 여기다"는 '감지덕지'(感之德之)가 있다. 한편, 애지중지라는 사자성어는 고대 중국의 고전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후한의 마원(馬援)이 형의 아들들 마엄과 마돈에게 보내 훈계하는 편지 「계형자엄돈서」(誡兄子嚴敦書) 가운데 드물게 보인다: "용백고(龍伯高)는 돈후하고 신중하여…내가 그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니(愛之重之) 너희들도 그를 본받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맹자』나 『소학』을 사랑했다. 그런 탓에 '애지경지'란 말에 익숙하였다. 여기서 '경'을 '중'으로만 바꾸면 바로 애지중지가 된다. 실제로 조선시대의 고전에서는, 『다산시문집』을 비롯한 많은 곳에서 애지중지라는 말이 눈에 띈다. 문학 쪽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한 마디로 우리는 오래전부터 애지중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왔다고 할까. 더구나 우리 문화에서는 '정(情)'을 중시하지 않는가. "정에 울고, 정에 웃고∼" "어차피 가실 바엔 정마저 가져가야지∼" "정 때문에 나는 어떡해∼" "다정도 병인양 하여∼" "정한십년기(情恨十年期: 정과 한이 서린 10년 세월)∼"처럼, 정이 줄줄 흘러넘치는 나라다. 그런 나머지 정 때문에 병도 나고 한도 되긴 했으나, 요놈의 정 많은 문화에서 애지중지라는 말이 애용된 것은 당연하리라. 더구나 '○지○지'라는 사자성어는 우리 정서에 딱 맞는 표현이랄까. 그 유전자는 이미 시조에서, 초장・중장의 글자 수가 '3434'나 '3444'로 돼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처럼 네 자, 네 자로 돼 있으면 흥얼거리기도 쉽지 않은가.
2026-01-22 12:30:00
[하대성의 헬기 이야기]'AI가 기획한 정점제거작전'과 특수작전헬기
우리는 한때 미국을 천조국으로 칭했다. 2026년 미 국방부의 예산은 9,000억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OBBBA(원 빅 뷰티풀 법안, 2025년 발효) 추가 방위 재원 1,130억 달러를 더하면 미국의 총 국방예산은 1조 달러(1,478조 원)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 미국은 천조국에서 '천오백조국'이 되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작전(Absolute Resolve; 확고한 결의)은 천오백조국의 군사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특수작전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전쟁 방식을 정의하면 AI·데이터·민간 빅테크가 결합한 '알고리즘 전쟁'의 프로토타입(시범형)이다. 쉽게 풀이하면 'AI가 기획한 정점(마두로)제거작전'이다. 정보 수집-AI 분석-작전 계획-실시간 지휘-사후 평가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알고리즘 체계로 연결해 운영한 프로토타입 전쟁 방식이 실전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전적 성과를 거두었다. 각국의 반응이 뜨겁다. AI-데이터 전쟁을 위한 데이터 규모, 빅테크 생태계, 합동 작전 능력 면에서 넘사벽이다. 국방비의 우위와 군사혁신의 날카로움이 지속되는 이상 미국의 군사적 패권은 유지될 것이다. 팔란티어 등 민간 데이터·AI 업체가 최적의 침투 시점과 경로, 경로별 위험도를 판단하기 위해 '마두로'의 행동 패턴, 경호 루틴, 지리·도시 환경을 통합 분석하는 알고리즘의 두뇌 역할을 수행했다. 작전 중에는 드론·항공기·지상팀이 보내는 정보를 AI가 분석하여 공격수단(슈터)을 지정해 공격하는 '킬 웹(kill web)'이 작동되었다. 작전 당일 카라카스 영공에는 폭격기, 전투기, 전자전기, 조기경보기, 정찰기, 드론, 특수작전헬기 등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각기 다른 고도와 장소에 떠 있었다. 20여 곳의 기지와 함정에서 동시에 떠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가 전쟁의 전 과정을 데이터 흐름으로 통제하고, 자동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전쟁은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과 기술 없이는 완벽한 작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또 하나 주목하는 군사혁신은 160 특수작전 항공연대의 특수작전 수행능력이다. 일명 나이트 스토커스(Night Stalkers)가 말해주듯 저고도 야간 침투, 특수부대 침투, 근접항공지원에 특화된 부대다. 미국의 특수작전 역량이 독보적인 이유는 조종사의 탁월한 능력과 특수작전헬기의 탁월한 성능에 있다. 미국의 특수작전헬기는 1980년 이란 인질구조 실패를 계기로 성능개량을 거듭해 특수작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특수작전 조종사는 미군 내부에서 가장 뛰어난 헬기 조종사 집단으로 소개된다. 완전 암흑, 악천후에서 초저고도 비행이 가능하다. 특수작전헬기는 공중급유가 가능해 장거리, 고난도 침투가 가능하다. 센서·통신·전자전이 통합된 플랫폼으로 전술·전략 통신·상황 인식 장비가 과도할만큼 달려있어 고위험 지역 침투에 최적화 되어 있다. 블랙호크 기반 MH-60M DAP형은 자체 무장(30㎜ 기관포, 미니건, 70㎜ 레이져 유도 로켓, 미사일 등)으로 직접공격하고 적 방공·위협 지역을 뚫고 침투할 수 있다. 항공연대는 1980년 창설된 이래 거의 모든 특수작전에 참가하여 조직·훈련·실전 경험 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전장은 AI가 아군의 위치와 베네수엘라 방공·통신 상황, 지상 특수부대의 위치를 실시간 전장 상황판에 표시해 지휘관이 클릭 몇 번으로 타격하고 투입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다. 하지만 특수작전헬기는 카리브 해 상공에서 해수면 약 100피트(30m) 초저고도로 침투하여 베네수엘라의 레이더와 방공망을 회피 기동했다. 목표지점 도착 직후에는 집중사격을 가해 지상 방어 세력을 제압했고, 델타포스에 대한 공중 화력 지원과 생존성을 보장하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AI·데이터가 주도하는 미래 전장에서도 특수작전 조종사의 능력과 특수작전헬기의 성능은 변함없이 요구된다. 대한민국에도 특수전사령부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안전하게 침투시킬 특수작전헬기는 없다. 미군 자산에 의존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정치학 박사
2026-01-22 11:30:00
단기 4290년(1957년) 1월 21일 월요일 맑음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는 매우 따뜻하였다. 나는 오늘 아버지와 같이 산북(⼭北) 장을보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산북 면소(⾯所)와 지서(⽀署)를 방문하시지만 나는 장에 어머니 병환을 고치기 위하여 닭,생강 그리고 나의 학용품과 허리띠 등을 사러 갔다. 아버지와 같이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어느덧 장에 도달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면소에 들어가시고 나는 장볼일을 보게 되었다. 장 안에는 여러 가지 사고팔고 하는 여러 사람의 모습 그리고 군인 아저씨들 모습을 볼 때 퍽 신기했다. 나는 장 일을 다 보고 돌아 올 무렵 아버지와 부면장 그리고 여러 서기들이 점심을 잡수시러 가시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아버지 보다 먼저 집에 왔다. 저녁에는 영순(永順)에 있는 영욱(永煜)이가 윗마을 정흠(正欽)이네 집에 와서 나는 그곳에 놀러 갔었다.나는 거기서 "카드"놀이 그리고 노루고기도 구워 먹고 재미있게 놀았다. 집에 오니 모든 식구가 전부 꿈나라로 갔었다. 나도 곤하여 꿈나라로 갔다.
2026-01-22 11:30:00
'비너스의 젖꼭지(Téton de Vénus)'는 영화 '아마데우스' 장면에 나오는 디저트이다. 하얀 설탕을 뿌린 과자 위에 요염한 자태로 앉아있는 딸기, '빨강'의 도발적 느낌과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관능적이다. 이 디저트는 단순한 소품 이상의 의미를 준다. 품위 있는 겉모습과 달리 쾌락에 젖은 귀족 사회 면면을 담아놓았다. 한때 국내에서도 '산딸기'라는 영화가 유행했다. 딸기와 性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게 분명하다. 고문헌 속의 딸기는 몸을 보하는 약용 식재료였다. 산딸기와 복분자는 식물 종류 자체가 다른 '별개의 종'으로 산딸기는 익었을 때 붉은색이지만 복분자는 검은빛에 가깝다. 한방 약재로 쓰이는 복분자는 미성숙과 열매를 말려서 사용한다. 이때가 약효가 가장 응축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산딸기는 '기운을 보충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머리가 백발이 되지 않게 한다'고 하였다. 산딸기즙에 꿀을 섞어 달여 먹으면 폐가 허하거나 폐가 차가워 생기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전한다. 반면 복분자는 '남자의 신정(腎精)이 고갈된 것과 발기불능을 다스리며, 성기를 단단하게 하고 발기 시간을 늘려준다'고 하였다. '열매를 먹으면 오줌 줄기가 세어져 요강(盆)을 뒤엎는다(覆)'는 뜻에서 복분자(覆盆子)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의외로 고조리서에 딸기 기록은 드물다. 재배 식물이 아니라 산에서 채취하는 '산과(山果)'였기 때문에 반가(班家)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추측하건대 딸기는 제철에 잠깐 먹는 별미나 구황식물로 과육이 연하고 쉽게 물러서 저장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리서를 살피다 1800년대 말엽의 '시의전서(是議全書)'에서 '복분자 화채'를 찾았다. '복분자는 깨끗이 골라 씻어 꿀에 재우고, 꿀물을 진하게 타 넣어 잣을 뿌린다' 당시에 꿀과 잣을 넣었다는 것은 고급에 속하며 특별 음료로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의 기록을 살펴본즉 복분자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항산화·항암·항염 효과와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하다고 보고된다. 반면, 산딸기는 비타민 C 함량이 높고 유기산이 풍부하여 면역세포 활성, 항바이러스 및 항균 작용에서 더 뚜렷한 활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죽림에는 호랑이가 있고 산딸기나무 밑에는 뱀이 있다'는 말이 있다. 빨간 열매를 보고도 선뜻 다가가지 못한 이유였다. 줄밤다리 화전(火田) 가장자리 비탈에는 산딸기 넝쿨이 우거져 있었다. 제멋대로 가지를 뻗친 넝쿨에는 억센 가시가 있어 근접을 막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낫으로 가시나무를 가차 없이 당겨 열매를 딴 후 칡 이파리에 담아서 안겨주었다. 그 검은빛의 달곰한 열매를 '고무딸기'라고 알려주었다. 현재 시중의 딸기는 20세기 초반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들여왔다. 해서 '양딸기'로 불렸다. 1980년대 비닐하우스 보급의 확대로 한겨울에 딸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이를 '백색혁명'이라 하였다. 딸기는 나무가 아닌 풀에서 자라기 때문에 분류상으로 '채소'에 속한다. 또 하나 딸기의 빨간 부분은 열매가 아니라 꽃받침이 변형된 '헛열매'이다. 진짜 열매는 겉면에 깨처럼 박혀 있는 작은 씨앗이다. 씨앗 하나하나가 각각 열매인 셈이다. 딸기의 비타민 C는 레몬이나 오렌지보다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연히 면역력을 높여준다. 디저트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로 빵, 과자, 음료, 샐러드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딸기의 신맛은 유제품과 잘 어울린다. 유제품이 신맛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칼슘과 기타 영양소를 보충해 준다. 하양과 빨강의 섹시한 조합, 꿀을 섞으면 황홀한 맛을 누릴 수 있다.
2026-01-22 11:30:00
중일 전쟁 당시, 친일 정부의 특무부장을 유인하기 위한 미인계에 스스로 미끼가 된 '정핑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짧은 소설이 있다. 암살 미수에 그쳤지만, 작가는 사건의 추이보다는 그 안에서 피어나는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을 자신의 상상력으로 세공하였다. 항일운동의 첩보원으로 발탁된 대학생 '왕지아즈'는 친일파 고위 관리인 '이 선생'을 처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빈틈없는 그를 마침내 유혹했다고 여겼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녀가 그에게 마음을 사로잡히면서 뒤틀린 사랑은 끔찍한 참사로 귀결된다. '사랑해 본 적이 없어 사랑에 빠지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던 그녀가 어떻게 조국을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독자의 해석을 요구하는 소설의 열린 결말이 답답했던 탓일까. 소품 같던 단편 소설이 세월이 흘러 장편 영화로 거듭난 뒤, 그녀의 행동을 처연히 옹호하기에 이른다. "그를 대체 뭘로 사로잡아요? 몸으로? 당신은 그를 잘 몰라요. 연기를 하는 것이라면 그가 몇 수 위에요. 나를 안을 때마다 그는 마치 뱀처럼 내 안으로 파고들어요. 내 심장까지..." 흰자위 하나 없는 밤의 눈동자가 그들의 은밀한 순간을 사방에서 지켜보고 있다. 남자가 토해내는 날숨에선 열대우림의 냄새가 난다. 그의 혀끝은 붓이 되어, 경직된 여인의 흰 피부 위에 색정의 주문(呪文)을 쓰기 시작한다. 육체에서 발원한 몽롱한 현기증이 그녀의 정신 속으로 아찔하게 침투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심장은 쇳소리를 내는 엔진이 되어, 육중하고 시커먼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움직인다. 신음이 기적 소리처럼 울리고 질주가 시작된다. 어느 순간 둘은, 이미 불을 먹고 불을 뿜는 화실(火室)이 된다. 짐승의 본능으로 돌아가 서로를 미친듯이 탐닉하며, 온 세상을 자기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듯, 진득한 인력이 지구의 중력조차 넘어서려 한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하얀 시트 속으로 그녀를 상냥히 매장하는 그는 지옥을 가출한 하데스다. 난폭함과 부드러움이 혼미하게 교차하며 둘은 섬뜩한 기적을 연출한다. "난 노예처럼 그를 받아들이고 충실히 내 역할을 다해 그의 마음을 얻어내죠. 그는 매번 내가 피를 흘리고 고통의 비명을 질러야만 만족해요.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거죠. 그는 내 반응이 가짜가 아니란 걸 알아채요. 이러다가 사로잡히는 건 내가 되고 말 거예요. 점점 두려워져요. 마침내 그가 내 심장에 들어오는 순간, 내내 구경만 하던 당신들이 뛰어들어와서 그의 머리를 쏴 버릴까봐!" 작은 죽음. 시간의 불가역성을 살해하고 남은 일순간의 영원함, 그렇게 격렬한 정사는 시간의 주검까지 끌어안는다. 불멸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환상, 단말마의 경련, 그건 단 두 사람이 만들어낸 절체절명의 절정이다. 바깥 세계에서 확고하던 일상의 버팀목은 무너지고, 둘은 광기와 파멸 그리고 착란의 세계 안으로 가라앉는다. 사랑을 나눌 때, 우리가 원하는 건 결합 그 자체의 합일된 기분일까. 혹은 궁극의 쾌락을 함께 공유하는 위안의 기쁨일까. 아니면 서로를 투영하면서 현실 속에서 희미해진 자신을 되찾고 싶은 것일까. 돌아누워 곤히 잠든 영화 속 연인들의 나신을 보며, 문득 사랑이라는 미명 속에서 몸과 몸 사이에 일어나는 그 수많은 교차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이 다시 증폭된다.
2026-01-22 11:30:00
◆베스트셀러 가족 뮤지컬 〈커다란 방귀〉 1월 31일~2월 1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대백프라자 10층 프라임홀 입장료 1만3천원~3만원 / 문의 053-420-8088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 작가 강경수의 동명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가족 뮤지컬이다. 동물 친구들이 펼치는 에피소드 속에서 관객이 직접 소리와 몸짓으로 공연에 참여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유쾌한 '방귀' 소재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참여를 이끌어낸다. ◆서구문화회관 기획 윈터 씨어터 시리즈Ⅰ -연극 〈쉬어매드니스〉 1월 31일 오후 3시, 7시 서구문화회관 공연장 입장료 무료 / 문의 663-3081 서울 대학로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연극이다. 미용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추리형 스릴러다. 관객이 직접 증언과 추리를 통해 사건 해결에 참여하는 구조로, 매 회차 다른 결말이 만들어지는 관객 참여형 연극이다. ◆수창청춘맨숀 Re:Art 프로젝트 3부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 ~2월 27일 수창청춘맨숀 2층 전시실 문의 053-430-5681 대구 지역에서 활동한 근대 예술가 故 김상규 무용인과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원로 성악가 김귀자의 예술 생애를 청년예술가의 시선으로 재조명하는 전시다. 김민성, 박경문, 박지훈, 배지오, 백나원, 신명준, 우미란, 윤예제, 이지현, 임파랑, 전도예, 전영현, 정이수, 최윤경, 최준수 총 15명의 청년예술인이 참여했다. 이들의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두 예술인의 예술관과 생애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신명준 作) ◆청문당 기술융합 기획展 '내가 너에게 스며들 때,' 1월 27일~3월 14일 청문당 전관 문의 053-320-5135 행복북구문화재단 청문당의 2026년 첫 전시다. 인간이 오래전부터 도구와 함께 성장해 온 흐름 속에서, 오늘의 예술가들이 미래 기술과 만나 새롭게 확장되는 감각을 바라보는 전시다. 배문경, 박미라, 황주승, 이숙현 작가가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이들은 관람자의 움직임이나 시선 그리고 소리에 화답하며 반응하는 작품,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 재료가 한 화면 위에 머물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품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배문경 作)
2026-01-22 11:30:00
평생을 아동문학과 후진 양성에 헌신한 혜암(兮巖) 최춘해 선생의 시비 제막식이 지난 17일, 경북 상주의 한 선영에서 엄수됐다. 이번 제막식은 최춘해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주관한 행사로, 고인이 생전에 보여준 무한한 사랑과 문학적 열정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최춘해 아동문학가는 생전 2003년부터 '최춘해아동문학교실'을 무료로 시작하여 아동문학가를 꿈꾸는 수많은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조건 없는 나눔을 실천했던 선생의 뜻을 잇고자, 제자들이 그 뒤를 이어 최춘해아동문학교실을 현재도 운영하며 이번 시비 건립의 모든 과정을 준비하며 참스승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이날 제막된 시비에는 선생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흙 2'가 새겨졌다.최춘해 작가는 동시 작가들 사이에서 '흙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1969년부터 '흙'이란 소재로 쓴 100편에 가까운 연작시 때문이다.그의 동시 '흙' 연작 여덟 편은 1979년 세계 아동의 해를 맞아 문교부가 개최한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제자는 "선생님은 단순히 글 쓰는 법을 가르치신 게 아니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가르쳐 주셨다"며, 선생님을 그리는 마음을 전했다. 한겨울의 추위도 녹인 제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세워진 최춘해 선생의 시비는, 상주의 맑은 기운을 머금고 선생님의 문학 향기를 영원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2026-01-20 14:45:42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이혜훈 청문회, 때려봐야 야당만 손해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인턴 직원을 향해 포효하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백두산 호랑이의 그것처럼 웅혼하게 들리기까지 하니 충격으로 내 머리까지 어떻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좀 안쓰럽다. 중순쯤 후보자 청문회를 한다는데 그 혈기방강(血氣方剛)한 분이 쪼그라져서 고양이 앞 쥐처럼 빌빌댈 걸 생각하면 대체 장관 자리가 뭐길래 싶어진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 아마 장관일 것이다. 국민의 힘은 잔뜩 벼르고 있는 모양인데 정말 모르는 걸까. 그게 누워서 침 뱉는 자리라는 거, 파면 팔수록 자기들만 한심해질 거라는 거. 이혜훈 후보자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에서 3선을 했다. 계속 공천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그동안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석고대죄할 죄라도 뚝 떨어진 듯 몰아세우는 건 피차 민망한 일이다. 공천 검증과 인사청문회 검증의 기준은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댁들 좋아하고 툭하면 입에 올리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그게 그거다. 대통령이 던져준 이전투구용 먹잇감에 지나치게 열 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16년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강남권까지 위협하던 때다. 보수 후보들이 신승을 하거나 심지어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 이혜훈 후보자만이 민주당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서면서 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역구 관리를 잘했다는 얘기다. 들은 소문으로도 그는 좋은 지역 정치인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초선 시절 아들 학교에 운동회가 있어 아침에 김밥을 싸줬단다. 손에 참기름 냄새가 뱄는데 마침 국회에서 마주친 심상정 의원한테도 같은 냄새가 나길래 오늘 아들 학교에 운동회 있냐고 물어 심상정 의원이 기절했다는 일화다. 김밥 한 줄로 단정하기는 좀 그렇지만 자상한 엄마였던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미덕들이 때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배우 조진웅 사태 때도 사람들이 느꼈던 '배신감'이다. 보냈던 지지와 성원에 난 '기스'를 보상받기 위해서 사람들은 한 번 미워할 거 두 번 미워하고 그냥 넘어갈 것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 공직자에 대해 정말 관대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 입시 특혜 의혹 같은 건 이제 있는 게 정상이고 없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그러려니 혹은 오! 기록 갱신했네, 하며 넘어간다(짜증나지만 말은 그렇게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갑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민하다. 아, 갑질이라는 말은 이번 "제발 나로 하여금 살인자가 되지 않게 해줄래?" 발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건 '학대'라고 한다. 사람은 죽이겠다는 협박을 평생 한 번 듣기도 어렵다. 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진짜 죽일 놈도 그런 소리는 안 듣고 산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쉽다. 국회의원은 보좌관에게 제 돈으로 월급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 돈이 안 들어갔으니까 사람을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으로 인식한다. 그저 국가가 내게 붙여준 사람, 내 권한으로 여기고 이때부터 업무 경계가 사라지면서 사적 영역이 침투한다. 게다가 인사권도 독점이고 외부 통제 기능은 부재다. 사람을 막 대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것이다. 피 같은 자기 돈으로 월급 준 사람은 그런 짓 안 한다. 고용주에게 직원은 악착같이 능력을 뽑아 먹어야 하는 대상이다. 투자한 돈이 얼만데 쓰레기 대신 버리는 업무 따위를 시키겠나.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해도 말린다, 내가 이런 거 하라고 당신 채용한 줄 알아? 화를 낸다. 인격이 아니라 고용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국민의 힘은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갑질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라. 그보다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질의와 답변으로 도출하는 게 더 윗길이다. 방법 있고 의원들 다 안다. 권한만 조금 내려놓으면 된다. 국민의 힘도 가끔은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이혜훈 이야기를 쓰다 보니 또 포효가 들리는 듯 하다. 무섭다. 술 마시고 빨리 자야겠다.
2026-01-19 15:39:59
2026-01-15 13:30:00
▶단기 4290년 1월 9일 수요일 흐림 날씨가 매우 산산하고 매우 흐리며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만 같아 나무하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방학 숙제만 하다가 그만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눈 오거든 숙제를 하고 날이 좋으니 모든 일을 정리하고 나무를 하러 가야 하지 않겠니" 하시며 야단을 치는 바람에 지게를 메고 뒷동산 마루턱에 올랐다. 앞으로는 꾸중을 듣지 말겠다고 굳게 결심하고 열심히 나무를 했더니 어느새 지개에 넉넉히 넘게 되었다. 오늘은 칭찬을 받으려고 제일 최고로 짊어지고 내려와서 집에 들어서니 정말 아니나 다를까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는 바람에 또 한 번 뺨을 붉혔다. ▶단기 4290년 1월 10일 목요일 맑음 뒤 흐림 아침에 일어나니 엊저녁에 눈비가 내린 뒤에 갑자기 추워서 모든 땅이 얼음으로 변했다. 일찍이 냇가에 나가 "스케이팅"하러 갔다. 동네 아이들도 "스케이트"를 하고 있었다. 나와 정식이는 둘이서 똑같이 달렸다. 퍽 기뻤다. 나는 겨울이 제일 좋다. 더욱이 겨울방학(冬期放學)이 제일 좋다. 얼마쯤 재미있게 놀다가 집에 돌아와 여러 가지 도표, 미술 등의 숙제물을 열심히 하였다. 오늘은 재미있는 하루생활을 보냈다.
2026-01-15 12:30:00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2>죽음과 퇴폐의 미학 '사의 찬미'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허무' '사의 찬미'는 죽음의 정서를 노래했다. 허무와 자기소멸의 충동이었다.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는 '악의 꽃'이다. 식민지 신여성이었던 윤심덕의 삶 자체가 '악의 꽃'이었다. 세기말 프랑스의 상징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과 데카당스적 감수성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죽음과 퇴폐를 미적 대상으로 승화시키려 했던 근대적 인간의 절망적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최초의 대중가요로 꼽는 '희망가'처럼 '사의 찬미'도 번안곡이다. 루마니아 작곡가 이바노비치의 클래식 명곡 '다뉴브강의 잔물결' 일부에 가사를 붙인 것이다. 경쾌하게 흐르면서도 장엄한 선율을 머금은 왈츠곡이 사뭇 비장하게 들리는 것은 윤심덕이 '사의 찬미'에 차용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사의 찬미' 대유행 또한 희대의 정사(情死)사건과 맞물려있다. 식민지 최고의 엘리트인 일본 유학파 남녀의 동반 자살이었다. 최초의 소프라노 성악가인 윤심덕이 유부남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관부(關釜)연락선 밤바다 위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사랑의 완성을 위한 죽음이었다. 사건은 신문의 대서특필과 함께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신파극을 초월하는 비극미는 그렇게 공전의 히트곡이 되었다. '사의 찬미'는 가수가 떠난 뒤 피어났다. 노랫말은 염세적이고 비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그것이 식민지 시대의 암울한 집단 정서를 건드린 것이다. 매혹적인 절망감은 조선판 '악의 꽃'이 되었다. 망국민의 감성이 대중가요의 정서로 표출된 것이다. '사의 찬미'가 1920년대의 실존적 허무라면, 고복수의 '사막의 한'은 1930,40년대 유랑과 상실의 누적된 신음이었다. '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 속에도 사막의 길, 사막은 영원의 길 고달픈 나그네 길, 낙타등에 꿈을 싣고 사막을 걸어가면, 황혼의 지평선에 석양도 애달퍼라'. '사막의 한'은 '사의 찬미'와 시대와 서사를 달리하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배한 염세주의 정서를 공유하는 노래이다. 삶을 긍정할 수 없었던 어두운 시대가 낳은 우리 대중가요사의 순도 높은 데카당스적 발현이다. 윤심덕은 개인의 사상과 욕망 그리고 자유를 인식한 신여성이었다. '사의 찬미'는 근대적 자아의 각성이자 파국이다. 윤심덕이 낙화(落花)한 대한해협의 일본식 명칭 '현해탄'(玄海灘)도 '검푸른 바다의 여울'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지리적 공간을 넘어 삶과 죽음이란 실존적 경계의 바다가 된다. 윤심덕의 현해탄 투신은 초월을 지향한 비상이었을까, 현실에 좌절한 추락이었을까.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사의 찬미'는 김소월의 '초혼'을 떠올린다. 죽음을 부르며 사랑을 완성하려는 시적 의지가 노래의 서정과 동일선상에 있다. 나라 잃은 설움과 못 이룰 사랑이 파생시킨 염세주의의 극단이다. 불운한 시대를 살았던 근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예인들의 몸부림, 죽음을 초월과 해방으로 사유했던 그 처연한 성음을 '사의 찬미'에서 듣는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1-15 12:30:00
◆대구시립교향악단 기획 '말러 교향곡 제1번-거인' 1월 23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입장료 1만원 / 문의 053-430-7765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말러의 '교향곡 제1번-거인'을 단일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백진현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약 60분간 연주가 이어진다. 이번 무대에서는 청춘의 기쁨과 고뇌, 삶의 허무와 극복 의지를 담아낸 말러 초기 교향곡의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말러 특유의 색채, 서정성, 대담한 관현악적 상상력을 새해의 시작과 함께 깊이 있게 만날 수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명연주 시리즈 -빈 소년 합창단 1월 21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입장료 3만원~5만원 / 문의 053-430-7700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 높은 합창단 중 하나인 빈 소년 합창단이 대구콘서트하우스 명연주 시리즈 무대에 오른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왕실 궁정악단으로 창설됐으며, 브루크너, 모차르트, 하이든, 슈베르트까지 총 4개 팀으로 나눠 전 세계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상임지휘자 마누엘 후버가 이끄는 모차르트 팀의 무대로, 소년들의 순수하고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합창 무대를 만날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상설展 ~1월 18일 대구간송미술관 전시실 1 입장료 6천원(어린이·청소년 50% 할인) 문의 053-793-2022 대구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 전시다. 산수화와 인물화, 서예 작품 등 22건 32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삼원·삼재의 작품들과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 등 조선시대 문인들의 서예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정선 作) ◆대구미술관 기획 이강소 회고展 '曲水之遊 곡수지유: 실험은 계속된다' ~2월 22일 대구미술관 1전시실, 어미홀 입장료 1천원 / 문의 053-430-7500 대구 출신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동양적 사유를 대표해 온 이강소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화, 드로잉, 조각, 판화, 설치, 아카이브 등 130여 점을 통해 작가가 50여 년간 구축해 온 예술의 궤적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강소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 즉 자연의 흐름과 흔적, 존재의 유한성을 어떻게 실험적 방식으로 구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2026-01-15 12:30:00
사본_[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주야장천(晝夜長川), '낮과 밤 길게 이어져 흐르는 강'처럼 밤낮 쉬지 않고 계속
어느 칼럼에서 '주야장천'을 말했다. "운 좋게도 무력한 야당이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국민의힘 최대의 문제는 상상력 빈곤이다. 사실상 정치 전략이란 게 없고, '닥치고 단결·투쟁'뿐이다. 윤어게인에 "우리가 황교안이다. 전쟁이다"라고 주야장천 외친다." '주야장천'(晝夜長川)은 '낮과 밤으로 길게 이어져 흐르는 시내(강)'로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하여'라는 뜻이다. 끝도 없이 지겹도록, 했던 말과 행동을 또 하고 또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친다. 이럴 때 주야장천이란 말을 쓴다. 주야장천 외에 유사한 말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야장천에서 와전된 사자성어이다. 한글 전용 정책 이후 한자를 병기 하지 않다 보니, 언어소통 과정에서 비슷한 음의 한자나 한글이 마구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려 생겨난 듯하다. 실제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의 '주구'나 '창창'은 무슨 한자인지를 맞추기 어렵다. 예컨대 주구를 '관청에서 백성의 재산을 강제로 요구하여 빼앗음'이란 뜻인 '주구(誅求)' 또는 '달음질하는 개'에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라는 뜻이 된 '주구(走狗)'를 억지로 들이대나 수긍하기 어렵다. 하긴 주야장천의 '장천' 또한 '높고 멀고 넓은 하늘'이란 뜻의 '장천(長天)'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주야'와 서로 맞지 않는다. 기어코 끌어 붙인다면 『노자』에 나오는 '천장지구(天長地久)'의 '천장'이겠다. 덧붙인다면 원래 천장지구는 '천-구, 지-장' 식으로 조합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하늘은 시간을 상징하기에 '오래다'(=지속되다)라는 뜻의 '구(久)'와 붙어야 하고, 땅은 공간을 상징하기에 '길다'(=넓고 멀다)라는 뜻의 '장(長)'과 붙어야 마땅하다. 한편 천은 양(陽), 지는 음(陰)이고, 장(→공간)은 음, 구(→시간)는 양이라서, 그 조합을 '양(천)-음(장)-음(지)-양(구)' 식으로 한 것은 운율의 묘를 얻으려는 것이리라. 주야장천의 '주야'는 낮과 밤이고, '장천'은 긴 시내(강)이다. 밤낮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 개념과 시내(강)의 긴 물줄기 흐름이라는 공간 이미지가 결합한 말이다. 그 연원을 따지자면,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자재천상왈(子在川上曰),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라는 구절이라 하겠다. 풀이하면, "공자께서 시냇물 가(上)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이다. 이 구절 속에 이미 '밤낮'이라는 '주야' 그리고 '긴 시내(강)의 흐름'이라는 '장천'이 다 들어있다. 장천은 원래 공간적인 것이지만 끊임없이 흐른다는 이미지 때문에 구태여 주야를 붙이지 않아도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시간과 연결돼왔다. 이처럼 주야장천의 기본 발상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말은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여 우리네 사자성어처럼 되었다. 실제로 중국, 일본에서는 일상에서 주야장천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우리 전통 고전에서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1915년 5월 13일 자 『매일신보』에 보면 "세월이 덧없도다! 작년 삼월 이별 시에 단단히 기약 맺고 주야장천 고대하다가…"처럼 불쑥 등장한다.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 이처럼 말이란 것도 누군가 자꾸 쓰게 되면 어엿한 말 길이 새로 열려 생명을 얻게 된다.
2026-01-15 11:30:00
〈가로 풀이〉 1. 개똥참외도 ○○ ○○○: 평범한 사람도 잘 가르치면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음. 3. ○○○ 고기를 먹었나: 잊어버리기를 잘 하는 사람을 놀리거나 나무라는 말. 5. ○○가 발바닥이라: 눈치가 몹시 무디거나 없는 경우. 6. 가만히 먹으라니까 ○○○ 한다: 어긋나는 짓을 함. 7. ○○ 십 년이면 호랑이도 안 먹는다: 하는 일이 너무 모짊. 9. ○○은 흘러야 썩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항상 활동하거나 노력을 해야 발전할 수 있다. 10. 개천에서 ○ 난다: 시원찮은 환경이나 변변찮은 부모에게서 빼어난 인물이 나는 경우. 11. 김칫국 채어 먹은 거지 ○○: 남들은 그다지 추워하지 않는데, 혼자 추워서 덜덜 떨고 있다는 말. 12. ○○에 불이 붙는다: 뜻밖에 큰 걱정거리가 닥쳐 매우 위급하게 된 것. 13. 눈 뜨고 ○ ○○ 갈 세상: 눈을 멀쩡히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갈 만큼 세상인심이 고약하다는 말. 15. 누이 찌꺼기 뒤처리는 ○○가 한다. 16. 게으른 놈 짐 많이 ○○: 게으른 주제에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음. 17. 눈에는 ○○○○ 입에는 흉년이라:보이는 것은 풍성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8. 도끼는 무디면 갈기나 하지, 사람은 죽으면 ○○ 오지 못한다. 20. 남의 자식 ○○ ○ ○○ 내 자식 미운 데 없다. 21. ○○밭을 매도 참이 있다: 작은 일이라도 사람을 부리면 보수를 주어야 한다. 〈세로 풀이〉 1. ○○가 많으면 모든 것이 헤프다: 일이나 살림을 여기저기 벌여 놓으면 결국 낭비가 많아진다는 말. 2. 구두장이 셋이면 제갈량의 꾀를 ○○○: 여러 사람의 지혜가 어떤 뛰어난 한 사람의 지혜보다 나음. 3. ○○○에 비둘기 들어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주인 행세를 함. 4. 돈만 있으면 ○○도 사귄다: 돈만 있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말. 6. ○○ 먹고 주정한다: 공연히 취한 체하며 주정함을 이르는 말. 8. 나그네 국 맛 떨어지자 주인집에 ○ ○○○○. 12. 기름 도적해 먹은 개 ○○○ 헤번덕거린다. 13. 다 먹은 죽에 ○ ○○○ 한다: 맛있게 먹었으나 알고 본즉 불결하여 속이 꺼림칙함. 14. 대사 뒤에 ○○ ○○ 나간다:남의 집 잔치에 왔다가 병풍을 지고 간다는 뜻으로, 너무도 염치없는 짓을 함을 이르는 말. 19. 군자 말년에 ○○ 씨 장사: 평생을 두고 남을 위하여 어질게 살아온 사람이 말년에 가서는 매우 어렵게 사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회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1-15 11:30:00
[시대의 창]헌법이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 그리고 좋은 일자리의 조건
새해가 밝았다. 희망으로 시작해야 할 새해 아침이지만, 일자리 문제를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새해 덕담이 꼰대의 언어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 일자리, 결혼'이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정부가 바뀌고, 일자리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이 바뀐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춘 청년들이 자책과 고뇌에 빠지는 현실에서, 다시 헌법과 국가의 책무를 말해야 하는 이유다. 오늘의 청년들은 노력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다.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공부했고, 더 치열한 경쟁을 견뎌냈다. 그러나 출발선은 오히려 더 뒤로 밀려 있다. 그럼에도 불안과 좌절이 일상이 된 이유는 분명하다. 2025년 기준 청년 실업률은 8.2%, 비정규직 비율은 37%에 이른다. 문제는 개인의 태도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에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가의 역할을 선언이 아니라 구조로 제시한다. 이 구조를 따라가면 청년 문제는 결국 국가 책무의 이행 여부로 귀결된다. ◆청년 실업률 8.2% 헌법 제10조는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의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청년의 불안정한 삶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다. 행복추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있는가라는 헌법적 질문이다. 행복은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다. 안정적인 삶의 토대, 예측 가능한 미래,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인간 존엄 조항은 교육과 노동, 복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하며, 국가에 교육 기회의 균등과 평생교육 진흥의 책무를 부여한다. 교육은 개인 선택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오늘의 교육은 청년에게 더 준비하라고 요구할 뿐, 그 준비가 어떤 일자리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한다. 교육과 노동이 단절된 사회에서 청년은 끝없는 대기 상태에 머문다. 스펙은 쌓이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설계의 실패다. 교육개혁은 입시의 미세 조정이 아니다. 독일식 듀얼 시스템처럼 역량을 키우고 일자리로 연결하는 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해야 한다. 근로는 개인의 의무이기 이전에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다. 또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한다. 일자리는 단순한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질'의 문제다. 좋은 일자리는 최대의 복지이며, 헌법적 명제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고착화되었고, 그 부담은 청년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개인의 분투만을 요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행복추구권은 일자리에서 시작 헌법 제33조는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이른바 노동3권을 보장한다. 이는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권리가 아니다.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다. 노동3권이 제대로 작동할 때 노사는 대립의 당사자가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가 된다.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는 대화와 협력의 노사관계에서 나온다. 2026년, 노란봉투법의 보완과 안착이 중요한 이유다. 시장이 실패할 때 헌법 제34조가 작동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업안전, 고용안전망은 이 조항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인간 존엄을 조화시키는 국가의 역할이다. 헌법 제10조에서 제34조로 이어지는 흐름은 분명하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출발해 교육, 근로권, 노동3권, 사회보장으로 이어진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좋은 일자리'가 있다.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이며,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청년에게 훈계하기에 앞서 헌법 이행에 대한 성찰이 먼저다. 2026년 대한민국은 청년을 훈계하는 사회가 아니라, 헌법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국가여야 한다. 교육과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며, 좋은 일자리는 행복의 인프라다. 청년의 노력은 공정한 제도 위에서만 국가의 미래가 된다. 새해의 출발점에서 우리는 "더 노력하라"가 아니라 "이 사회는 헌법에 맞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이 공정을 되살린다.
2026-01-15 11:3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57년 3회> 권정호 작 "첫 눈"-설탕 한 스푼의 마법, '천연 눈 빙수'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세상이 온통 하얀 솜이불을 덮은 듯 고요해지면 우리 마음속엔 설레는 장난기가 발동하곤 한다. 그 시절, 마당 한구석이나 장독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자연이 준 '겨울철 특별 간식'이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어머니께서는 "첫눈은 지저분하니 좀 더 기다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한참을 기다려 세상이 하얘지면, 깨끗한 눈을 찾아 장독대 위나 지붕 아래 인적 없는 곳을 찾는다. 커다란 양은 그릇이나 사발을 들고 나가 조심스레 눈을 긁어모을 때의 그 서늘한 감촉, 기억하시나요? 손 끝은 시리지만 마음은 벌써 달콤한 간식을 기대하며 부풀어 오른다. 그릇 가득 담아온 눈은 그 자체로는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차가운 결정체에 불과하지만, 부엌에서 가져온 설탕과 사카린을 고운 눈 위에 솔솔 뿌려 비벼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천연 눈 빙수'가 된다.고운 눈 위에 하얀 설탕을 솔솔 뿌려 비벼 먹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이 일품이었다.고소한 미숫가루를 섞어 먹으면 그 어떤 고급 디저트 부럽지 않은 별미이다.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으면 머리가 띵할 정도로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그때의 눈은 단순히 얼어붙은 물방울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잠재우는 평화였고 아이들의 순수한 허기를 채워주던 하늘의 선물이었다. 사진 속 세 아이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당시 아이들에게 눈은 단순히 구경하는 풍경이 아니었다. 혀끝에 닿는 차가운 감각은 배고픔조차 잠시 잊게 만들었다. 누가 더 큰 조각을 먹나 내기라도 하듯,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온몸으로 눈을 맞이하던 그 역동적인 모습은 지금의 세련된 놀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동감이 넘친다.1950~60년대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았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임에도 아이들의 얼굴에는 구김살 하나 없는 동심의 세계인 듯 하다.
2026-01-15 11:30:00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 우산 속의 고독, 혹은 차가운 자유의 초상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걸작 〈비 오는 날, 파리의 거리〉는 파리 더블린 광장 인근의 교차로를 무대로, 근대 도시 파리의 한 순간을 포착한다. 젖은 보도블록 위로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빛 공기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무심한 행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근대 파리라는 도시가 어떤 질서와 메커니즘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화면에서 발견되는 첫 번째 단서는 인물들의 손에 들린 검은 우산이다. 우산은 오랜 역사를 지닌 물건이지만,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금속 골조와 방수 직물, 그리고 대량 생산 기술이 결합되면서 도시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림 속 거의 모든 인물이 비슷한 형태와 색깔의 우산을 들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표준화된 공산품이 도시인의 일상을 어떻게 규격화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우산은 비를 피하기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산업화된 도시가 개인의 신체와 동작을 일정한 틀 안으로 조직하는 방식을 암시한다. 우산이라는 '작은 지붕' 아래에서 개인은 비로부터 보호를 받지만, 그 대가로 타인으로부터 미묘하게 분리된다. 우산은 군중 속에서 타인과의 우연한 접촉을 차단하고 최소한의 사적 영역을 확보해 주는 이동식 경계이다. 우산과 우산 사이에 유지되는 아슬아슬한 간격은, 근대 도시인들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 위해 익힌 하나의 태도, 혹은 '차가운 예의'의 형식처럼 보인다. 도시의 암묵적 질서 위에서 인간관계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재편된다. 인물들은 물리적으로는 같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서로 얽히지 않은 채 허공을 스치거나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흘러갈 뿐이다. 이러한 모습은 보들레르가 포착했던 '플라뇌르'(Flâneur), 도시를 거닐되 그 속에 완전히 섞이지는 않는 근대적 '관찰자'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 전면에 등장하는 커플에게서조차 정서적 친밀감보다는 세련된 복장을 드러내는 사회적 제스처가 먼저 읽힌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거리를 오가는 군중은 늘어났지만, 공동체는 오히려 옅어진 곳, 이것이 카유보트가 그려낸 도시의 한 단면이다. 이 차분하고 냉정한 무대를 완성하는 것은 배경이 된 거리 그 자체다. 시야를 깊숙이 관통하는 대로와 뚜렷한 소실점, 자로 잰 듯 정렬된 건물의 입면은 오스만 남작의 파리 대개조가 낳은 결과물이다. 카유보트는 이 공간을 인상주의 특유의 흐릿한 붓질 대신, 건축 도면을 그리듯 치밀하고 정확한 방식으로 묘사한다. 굽이진 중세의 골목길을 밀어내고 들어선 직선의 거리들은, 도시가 점점 감성보다는 이동과 가시성, 효율과 질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카유보트의 화면 위에는 서로 다른 세 차원의 근대성이 중첩되어 있다. 우산으로 대표되는 기술적·물질적 근대성, 스쳐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사회적 근대성, 그리고 오스만식 대로로 상징되는 공간적 근대성이 그것이다. 카유보트는 비 오는 파리의 낭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근대라는 새로운 질서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한 순간을 포착한 셈이다. 19세기의 도시 풍경을 오늘의 시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유비를 떠올리게 된다. 우산 대신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본 채 서로를 외면하는 지하철의 풍경은, 카유보트의 그림과 그리 멀지 않다. 이는 해석의 확장일지 모르지만, 도시가 자유를 약속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독과 거리감을 생산해 왔다는 사실만은 19세기와 21세기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함께 있지만, 각자의 우산 아래 고립된 존재들이다.
2026-01-15 11:30:00
댓글 많은 뉴스
박근혜, '단식' 장동혁 만나 "목숨 건 투쟁, 국민들 알아주실 것"
한덕수 내란 재판 징역 23년 선고, 법정구속…"12·3계엄=내란"[영상]
코스피, '꿈의 오천피' 달성…삼성전자·SK하이닉스 동반 강세
현대차 노조 "합의 없이는 로봇 1대도 생산 현장 투입 안돼" [영상]
보수-진보 '地選 빅텐트' 맞대결…張 단식에 범보수 결집 고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