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쁘니 나도 바쁘다. 과거엔 내가 직접 했던 것도 이젠 귀찮은 일이 됐다. 이 틈새를 파고 들었다. 대행업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주 창업면은 대행업을 통해 성공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들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보다 앞길이 더 밝다고 했다.
◆좀 더 수월하게 조상님 모십시다!
대구 중구 동문동에서 2000년 식당을 열었던 이창섭(55)씨. 그는 2003년 가을, 간판을 바꿨다. 식당 운영 경험을 살려 제사음식 대행업체인 '제삿날'을 시작한 것.
제사음식 대행을 통해 올리는 월평균 매출은 2천만 원. 설이나 추석 등 한창 시즌 때는 매출이 배로 뛴다. 지난 설에는 설 연휴를 전후해서만 4천만 원어치의 납품고를 기록했다. 회원으로 등록된 고객만 1천500여 명. 이들이 집안 제사 또는 명절 차례 때 이씨의 가게를 이용한다.
"제가 8대 종손입니다. 기제사만 연간 13번을 올려야 합니다. 저희 집안에 시집온 아내가 이만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보니 보통 수고가 아니에요. '그렇구나, 바쁜 여성들을 제사와 명절 음식 차리기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사업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제사음식에 관한 한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는 아내가 주방을, 이씨는 영업을 맡았다. 신문 TV면 밑에 조그맣게 광고를 내는 등 알리기에 나섰다.
광고 덕분에 초반부터 주문이 적지 않았다. 다음은 '정성 마케팅'. 제사음식의 특성상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 '옛날식 조리'를 고집했다. 그리고 손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즉각 음식을 바꿔주고, 음식에 조금이라도 하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환불까지 해줬다. 초기엔 전체 매출의 5% 수준까지 환불이 이뤄졌다.
그는 더 나은 제품을 위해서는 원가관리가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 외에 주방에서 고정적으로 쓰는 일손은 1명뿐이다. 명절 등 일이 늘어나는 양에 비례해서 일손을 늘린다. 또 식재료는 좋은 물건을 제때, 싼 값에 획득해야 하는 만큼 '선물 거래' 형식으로 구입한다. 보름 뒤 가격을 예상, 값을 쳐주고 좋은 물건을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미리 해놓는 것. 배달도 직접 하지 않고 퀵서비스 업체에 맡겨 차량·인력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용을 줄였다.
"시행착오도 많았죠. 배달이 늦어 일부 음식이 상하기도 했어요. 또 하나의 원칙을 세웠죠. 2시간 이내 배달이 이뤄지도록 배송업체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제 불량률이 거의 없습니다." 그는 앞으로가 더 바빠질 것 같다고 했다. 053)424-7414.
◆모든 행사, 책임집니다
임주식(29)씨는 좋은 날, 즐거운 날, 노는 날 바쁜 사람이다. 2003년 5월 '준 이벤트기획'이라는 회사를 차린 그는 가게 개업행사, 기업체 단합대회 등을 대신해준다. 월평균 매출은 2천여만 원. 마진율도 꽤 높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돌잔치에 이벤트가 없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죠. 즐거운 날엔 화끈하게,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오늘날처럼 바쁜 세상에, 직접 놀이를 기획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결국 전문 이벤트업이 대신해줄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옷장사를 하면서 영업을 배웠고, 이벤트 전문 회사에 취직해 이벤트에 관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임씨는 투자 없는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구 중구 태평상가에 20평짜리 사무실을 내고 일을 시작했는데 일감 따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무작정 거리로 나섰죠. 인테리어 공사 중인 가게에 막무가내로 들어가 명함을 내밀고 '개업행사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상대방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생각했겠죠. 그런데 광고할 돈이 부족한 저로서는 막무가내 영업밖에 다른 수단이 없었습니다."
돈키호테식이었지만 효험이 있었다. 만났던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발품을 파는 방법으로 사업 초기 월 평균 1천만 원의 매출까지 끌어올렸어요. 식당 개업행사는 영업주들이 가장 마지막에 하는 투자거든요. 많은 돈을 쓰려 하지 않습니다. 결국 거품을 얼마나 빼고 수주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다음은 얼마나 열심히 해주느냐죠."
초반엔 개업행사 대행이 사실상 수익의 전부였다. 문제는 개업행사의 경우 형편이 넉넉하다고 볼 수 없는 가게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보니 마진율이 높지 않다는 것.
지난해 여름, 그는 시간만 나면 바닷가를 다니며 급료도 받지 않고 다른 이벤트 업체 행사를 도왔다. 이런 과정에서 조명·음향 다루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기업체 행사 대행에 뛰어들었다.
"기업체는 물론 유치원, 친목회 등 10여 개 단체와 연간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 당사자 행사를 저희가 전담하는 것이죠. 이런 종류의 이벤트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큽니다." 임씨는 앞으로 사람들이 '더 잘 노는 방법'에 주목할 것이라고 했다. 053)253-7575.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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