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자자 손실 눈덩이…"펀드 수수료 내려라"

"투자자 피눈물을 외면한 것은 상도의에 벗어난다."

주가 폭락으로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는데도 은행 등 펀드 판매사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챙겨가는 것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수수료 조기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근 "증시 급락으로 고통받는 펀드 투자자들이 느는 상황에서 은행 등 판매사들이 여전히 높은 판매 보수를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간 높은 판매 수익을 거둔 판매사들은 상도의 차원에서라도 수수료 인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금융기관 중심으로 펀드 보수·수수료를 내리도록 유도하겠다. 현재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당장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직접적인 어투로 펀드 수수료 조기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원금이 반 토막 난 펀드들이 속출하는데도 판매사와 운용사가 꼬박꼬박 높은 수수료를 떼가는 데 대한 비난여론이 증폭되는 현실을 고려한 대응이다.

그동안 서비스 차등화와 판매 채널 다양화 등의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수수료를 점차 내리도록 하겠다던 그동안의 입장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강경자세로 돌아선 셈이다.

자산 운용 대가로 운용사나 판매사 등에 내는 펀드수수료(보수)는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일반사무관리보수로 구성되며,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은 순자산액 기준으로 연 1.99%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특별한 사후 서비스도 없이 매년 순자산액의 1.35%를 판매보수 등으로 매년 챙겨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6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업계에서도 이 같은 펀드수수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 일부 자발적인 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있다.

기업은행은 알리안츠자산운용과 손잡고 총 보수(수수료)가 연 1.5%로 평균수준에 비해 25%가량 저렴한 국내주식형펀드(기업가치나눔주식투자신탁)를 출시한다. 그러나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펀드 수수료 조기 인하 요구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증시 하락의 여파로 펀드 순자산이 거의 반으로 줄면서 판매사나 운용사의 수수료 수입도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를 낮추라고 한다면 반발하는 금융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수수료 인하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에 5%로 규정된 펀드 수수료 상한선을 대폭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압박의 강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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