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매니페스토 선거를 꿈꾸며

최금숙(대구중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최금숙 대구중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5월 31일부터 갑자기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여기저기서 익숙한 멜로디에 개사를 한 후보자들의 로고송이 들려오고 연설대담 차량에는 각 당을 상징하는 색깔의 홍보용 의상을 입은 선거사무원들이 흥겨운 율동과 함께 선거운동에 여념이 없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나 상권이 밀집된 곳, 전통시장 등에는 후보자들의 거리 현수막이 빼곡히 걸리고 후보자들은 저마다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행인들에게 명함을 건네며 자신 알리기에 진땀을 흘린다.

하지만 정작 거리를 지나는 유권자들은 무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늘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50%대였다니 시민의 절반은 선거에 관심도 없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투표를 한 사람들조차 기초의원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그냥 찍었다는 사람이 많다니 후보들이 정책이나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명함 뿌리기에 더 급급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사는 지역을 이끌어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민의를 대변할 광역의원과 기초의원들을 뽑는 지방선거는 실질적으로는 내 삶에 더 밀접하고 중요한 선거이다.

그런데도 대선이나 총선보다 무게감이 적고 후보들의 인지도가 낮아서인지, 아니면 기대조차도 없어서인지 유권자들의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작은 사업장에 단기 임시직원을 채용할 때도 사장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 경력을 살피고 건강상태를 검토해서 뽑는다. 하물며 4년 동안 지역을 총괄하고 살림살이를 맡을 지자체장과 의원을 뽑는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세심한 검증과 관심으로 후보자들과 그들의 정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회기 중에 단 한 차례의 의정질문도 하지 않는 의원님들이 없어질 것이고 우리가 낸 소중한 세금으로 외유나 즐기는 간 큰 지자체장이나 의원님들이 사라질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매니페스토란 말을 자주 듣는다. 매니페스토란 선거와 관련하여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써의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니페스토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5월 31일의 지방선거를 계기로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부터였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선거 때마다 매니페스토를 외치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유권자로서 후보자가 제시한 공약들을 살피고 그 공약이 얼마나 타당하고 구체적이며 달성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 한 표를 행사한다면 후보자들은 섣불리 연고나 정에 기대거나 눈길만을 끌어 표를 얻으려 하지도 않을 것이고 더 큰 책임감으로 선거에 임할 것이다.

매니페스토 선거는 정책 제시와 실천을 지표로 삼아 누구를 뽑아야 할지 혹은 누구를 뽑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현명한 유권자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일이 선거날이다. 집으로 배송된 선거공보라도 알뜰히 챙겨보기를 바란다. 후보자들의 면면도 살피고 상세한 신상정보도 읽어보고 그들의 정책 제안을 훑어보고 투표장으로 향한다면 투표에 임하는 마음가짐 또한 달라질 것이다.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새로운 시대는 아침처럼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여는 것이다.

대구중구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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