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종말
디르크 슈테펜스·프리츠 하베쿠스 지음/전대호 옮김/해리 펴냄
탄소 연대측정법으로 추정되는 지구의 나이는 약 46억년. 이 기간 동안 지구상에는 5번의 생물 대멸종 사건이 일어났다. 그 중 가장 최근의 일이 공룡의 대멸종 사건이었다. 따라서 공룡이 사라진 이후 최대의 대멸종은 우리 시대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한 난제다.
지금 신문을 펼쳐 든 당신이 지구상에서 할 수 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생명의 다양성과 관련이 있다. 당신이 이 신문과 함께 보는 종이나, 오늘 아침에 먹은 음식, 지금 당신의 폐로 흘러드는 공기, 마시는 물 가운데 어느 것도 생명의 다양성이 없다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모든 소비 혹은 소모의 주체가 인류라는 점이다. 지구적 지질, 환경적 변화를 일컫는 말 중 현재를 '인류세'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80억에 육박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지구가 감내해야 하는 에너지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멸종은 진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지만 심각성은 그 속도에 있다. 현재 종의 멸종은 정상적인 진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100배, 어쩌면 1000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 세계생물다양성위원회의 추정에 따르면 하루에 150종이 멸종하고, 금세기 말까지 100만종이 절멸할 위험에 처해 있다.
소위 '인류세'가 시작된 20세기 중반 이래 단 하나의 종(인간)이 이토록 지구를 지배했던 적은 없었고 그 지배의 추세를 '대가속'(Great Accelation)이라고 한다. 기상학자 빌 슈테팬은 이 대가속의 과정을 12개의 사회경제적 경향과 12개의 지구 시스템의 경향을 보여주었는데 이들 그래프의 모든 곡선은 아주 오랫동안 완만하게 상승하다가 20세기 중반부터 급상승하는 동일한 양상을 드러냈다. 다시 말하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이 곧 자연 파괴의 과정이었음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인간이 대멸종을 일으켰고 오직 인간만이 이 대멸종을 멈출 수 있다. 저자들은 그 해결점으로 과학과 권력이 손을 잡을 것을 권한다. 또 우리 행동과 가치들도 바꿔야 한다. 책은 심각한 내용이지만 의외로 술술 읽히며 자연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모든 것과 연관돼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생물 다양성의 상실은 우리의 종말이다." 31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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