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진골목은 '긴 골목'의 경상도 사투리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진골목의 상징인 '정소아과 의원' 앞에 '한국의 집'이란 이름의 커다란 한옥 카페가 있었는데, 최근 '스타벅스 대구종로고택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기존 한옥 건축물에 스타벅스가 들어선 것은 국내 첫 사례로 화제가 됐다.
신홍식 (사)대구아트빌리지 대표는 지난 2019년 10월 한국의 집을 준공했다. 1919년 9월 상량한 대형 한옥과 인근 한옥을 추가로 사들여 개축을 했다. 신 대표는 건설사로부터 13층짜리 빌딩을 짓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대구근대골목투어 핵심 지역인 이곳에 빌딩을 짓게 되면 대구근대골목투어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이득보다 대구 문화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 대구'라는 의미에서 한국의 집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한국의 집 담벽에 설치된 '정조대왕 화성 반차도'가 이색적인데, 계명대 미대 학생들과 협력해 67개 그림으로 재현했다.
한국의 집은 문인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도광의 시인 등 지역 문인들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단골 장소였다. 대구 문인들에겐 맥주와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했다. 한국의 집의 '변신'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신 대표는 한국의 집을 스타벅스에 임대했고, 스타벅스는 기존 형태를 보존하기로 했다. 건물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유명한 스타벅스가 진골목에 들어서면서 MZ세대(20, 30대)가 몰리고 주변 건물 공실이 없어지는 등 '스세권'(스타벅스와 역세권의 합성어) 효과를 누린다고 한다. 신 대표는 스타벅스와 임대차 기간이 끝나더라도 한옥을 보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진골목에는 한옥 10여 채가 남아 있다. 스타벅스로 인해 진골목이 전국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 유출 현상)으로 한옥이 다른 건물로 바뀌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한옥은 관리가 힘든 탓이다. 더 늦기 전에 진골목의 한옥을 보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한옥을 매입해 보존하는 건 어떨까. 한옥이 없어지면 진골목의 정체성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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