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증상 없는 당뇨콩팥병…당뇨 있다면 조기 진단 중요

1형 당뇨병은 진단 5년 후부터, 2형 당뇨병은 진단 시점부터 매년 검사 받아야
말기 신부전 진행 늦추는 게 중요…혈당·혈압 조절해야
저나트륨, 저단백, 금연 등 생활 습관 관리로 신기능 유지해야

우리 몸에서 신장은 거름망,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신체 내 노폐물을 배설시키고 단백질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런데 고혈당이 지속돼 신장의 세포들이 망가지면 거름망이 느슨해지고 신장이 걸러내는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신장 기능이 나빠지면 몸 안에 있어야 할 단백질과 같은 물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되고, 단백뇨가 생긴다. 반대로 노폐물은 밖으로 잘 배출하지 못하고 몸에 축적된다.

당뇨콩팥병은 당뇨병 환자 중 20~40%에서 발생하며, 만성신부전과 말기 신부전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기 검사가 중요한 당뇨콩팥병

​당뇨콩팥병은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당뇨콩팥병을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변에서 일정 수치 이상의 단백질이 검출되는 것을 '단백뇨'라고 하며, 그중에서도 아주 적은 범위의 알부민이 검출되는 단계를 '미세알부민뇨'라 한다.

당뇨콩팥병이 있는 경우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미세 알부민뇨가 발생할 수 있고, 육안으로는 거품뇨가 보일 수 있다. 이후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진다면 빈혈, 부종, 전해질 이상이 나타나거나 피로나 매스꺼움 등 요독(신장에서 걸러지지 못해 몸에 남게 된 체내 독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는 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 진단 5년 후부터, 2형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진단된 시점부터 매년 알부민뇨와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가 권유된다.

임정훈 칠곡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감염이나 운동, 임신, 고혈압, 월경 등에 의해 알부민뇨의 배설이 증가될 수 있어서 검사 시에는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장.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신장.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당뇨콩팥병은 꼭 투석해야 하나?

신장 기능이 거의 소실되는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투석이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대체 요법이 필요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콩팥병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하는 것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엄격한 혈당 및 고혈압의 조절이 필요하며,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혈관 합병증 위험 인자를 예방, 치료하는 다각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엄격한 혈당 조절을 위해 목표 당화 혈색소 값은 저혈당의 위험이 적고 치료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다면 일반적으로 6.5~7.0 정도가 권고된다.

두 번째로는 고혈압은 단독 요인으로도 신장 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당뇨콩팥병의 진행을 가속화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고혈압의 목표 혈압은 140/80mmHg 미만이지만 알부민뇨, 단백뇨 및 신기능 저하를 동반할 때에는 130/80mmHg 미만으로 더욱 엄격한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는 단백뇨 양을 줄여주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혈압과 체액의 균형을 조절하는 신체 내 기전) 억제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단백뇨를 줄여 신부전의 진행을 억제시킬 수 있다.

임 교수는 "최근에는 각광받고 있는 당뇨 약제 중 하나로 'SGLT 2 억제제'라는 약제가 여러 연구 결과에서 신장 보호 역할이 증명됐고, 앞으로 당뇨콩팥병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활 습관이나 관리법은?

혈당과 혈압 조절 외에도 생활 습관 관리는 신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먼저 고단백 식이는 신장의 혈류량과 사구체 여과율을 증가시켜 사구체 내 고혈압을 유발해 신기능 악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단백 식이를 하는 것이 좋다.

몸무게 1kg당 0.8g 정도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권장되는데, 지나친 저단백식이는 영양불량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저나트륨 식이도 중요하다. 짜게 먹어 혈압이 높아지면 신기능의 악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염분 섭취량은 소금 5~10g로 보면 되며, 평소에 국과 찌개의 국물 섭취는 삼가고 김치나 젓갈, 장아찌 등 염장 식품은 피하는 게 좋다.

두 번째는 금연이다. 흡연은 당뇨병 환자에게서 심혈관계 위험의 증가, 조기 사망, 미세혈관 합병증의 발생과 연관이 있고 다양한 기전을 통해 신손상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금연을 하면 알부민뇨를 개선할 수 있고, 신장 기능 보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외 규칙적인 생활, 적절한 운동 그리고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

임정훈 칠곡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임정훈 칠곡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당뇨병 환자는 꼭 신장내과를 다녀야 하나?

당뇨가 있다고 처음부터 무조건 신장내과를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로 조기진단을 위해 1형 당뇨가 있는 경우 진단 후 5년 이후, 2형 당뇨로 진단받으면 진단받은 해부터 1년에 한 번씩은 신장 기능과 알부민뇨 또는 단백뇨를 측정해 봐야 한다.

신장 기능을 추적 관찰하면서 사구체 여과율이 60 미만이 돼, 만성 신부전 3기에 이르면 여러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신장내과를 방문해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당뇨콩팥병의 유병률도 높아지고 있다"며 "당뇨를 가지고 있다면 증상이 없는 시기에도 단백뇨와 신장 기능 검사를 통해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당과 혈압 관리를 포함한 적절한 치료와 생활 습관의 교정으로 신장을 보호해서 말기 신부전으로의 진행을 늦추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도움말 임정훈 칠곡경북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