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갤러리, 청도에 있지 않나?" 갤러리 팔조라는 이름을 듣는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갤러리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은 대구에서 청도로 넘어가는 고개 '팔조령'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작곡가 출신의 김중희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 팔조는 청도에서 10년 가까이 자리해오다 2022년 초 대구에 추가로 신관을 오픈했다.
10년 전, 김 대표가 처음부터 갤러리를 열기로 한 것은 아니다. 작곡 활동과 대학 강의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어느날 회의감이 들었고, 청도에 작은 집을 지어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거 용도로 지은 집은 많은 사람이 찾아오면서 점차 북적였다. 2010년부터 한켠에 그림 전시공간을 내어주고 다도나 동양철학, 음식 등을 주제로 한 워크숍과 세미나를 함께 진행해왔다.
2014년 본격적으로 '갤러리 팔조'라는 이름을 달고 전시에 나선다. 2015년 서울오픈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뒤,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인 키아프를 비롯한 다양한 해외 페어에도 진출했다. 2017년에는 소속 작가인 심향, 김완, 손파 작가가 ECC가 주최한 베니스비엔날레의 퍼스널 스트럭처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도는 접근성과 공간의 한계가 적잖았다. 청도는 작품 수장과 소장품 전시공간으로 일단 두고 2022년 초, 수성못 인근의 한 상가(수성구 두산동 745-4) 2층에 신관을 오픈했다.
김 대표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찾아오기 쉬워지고, 공간이 넓어져 설치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주변에 유동인구가 많고 아티스트 작업실도 많다. 무엇보다 동네가 따뜻하고 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개관전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을 연 이후 그동안 미뤄왔던 전시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다. 대표 작가는 르네 리트마이어, 심향, 정병현, 최정윤 등. 이들 모두 자신만의 독특하고 주관적인 표현을 해온 국내외 작가들이다.
사실 고민도 많았다. 페어 때는 이른바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걸어놓는 도전을 해야 할 지, 팔조만의 색을 유지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갤러리 이름을 알리고 수익을 창출하는 데는 앞선 경우가 맞지만, 많은 사람이 팔조만의 색을 유지하길 원했다.
"그 팔조만의 색이 뭐냐고 묻는다면, 작가의 태도를 중요시하는 것이죠. 주관이 분명하고 정체성을 분명히 하려는, 즉 자기의 것을 찾으려하는 작가의 태도를 말합니다. 그러한 태도는 작업에 드러나게 돼 있고, 태도가 된 작가는 성장하게 돼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한 작가를 10년 이상 지켜본다고 한다. 허세나 욕심이 생기면 작품에 드러나게 돼있다는 것. 소위 유명세를 타도 늘 자신에게 엄격하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이들의 작품은 때가 없고 맑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이 작가의 약력보다 작품을 봐주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루칩 작품이 없어도 찾아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공감하며 '작품이 괜찮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관람객들이 작품을 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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