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통령실, 러 "한국이 분쟁 개입" 입장에 "가정적 상황 얘기, 노 코멘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분쟁 개입이라는 러시아 크렘린궁 입장이 나온 것에 대해 대통령실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9일 저녁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한러 관계를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과 함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등의 사안이 발생한다면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지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학살, 심각한 전쟁법 위반과 같이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에 대해 그것을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전쟁 당사국과 우리나라와의 다양한 관계들을 고려해, 그리고 전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뿐"이라면서 특히 한국이 6·25전쟁 기간 국제 원조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보스토크 방위군 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주민투표로 헤르손주,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주의 귀속을 결정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비디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동부 루한스크 지역의 보스토크 방위군 본부를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주민투표로 헤르손주, 루한스크주,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주의 귀속을 결정했으나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비디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이 인터뷰와 관련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 인터뷰 관련 질의에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비우호적 입장을 취했다"고 평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할 경우 이는 분쟁에 대한 특정 단계의 개입(연루)을 뜻한다"고 밝혔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기도 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우크라이나)을 기꺼이 도와줄 새로운 자들이 있다"고 했고, 이어 북한을 지칭, "나는 이 나라(한국) 주민들이 가까운 북한에서 최신 디자인의 러시아 무기를 보고 뭐라고 할 지 궁금하다"면서 '대가를 치른다'는 의미의 정치외교 용어인 'Quid Pro Quo(퀴드 프로 쿠오)'라는 단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는 한국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시, 맞대응 성격으로 러시아 무기의 북한 지원을 시사한 것이라는 풀이가 제기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입장 표명 직후에는 대통령실의 이번 '노 코멘트' 골자 입장 표명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수석대변인 명의 입장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발언을 재고하고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 및 러시아의 즉각적인 입장 표명은 오는 4월 26일 한미정상회담을 골자로 하는 다음 주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강하게 의식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우리 정부가 대외적으로 유지해온 '군사 지원 불가능' 입장을 처음으로 바꾼 것이라는 해석인데, 이게 미국이 중심에 있는 서방과의 연대 강화를 꾀하는 목적이라는 것, 그러면서 이같은 움직임을 우려한 러시아의 반발이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