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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희성전자 성서산단 부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 들어서나

2년 주인 못 찾다 매각 협상 중…대구시, 규제 해소하며 적극적
대기업 유치 사실상 포기?…“‘쪼개기 분양’과 다를 바 없다” 비판도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희성전자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 위치한 희성전자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달서구 성서3차산업단지 내 희성전자 부지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달서구 성서3차산업단지 내 희성전자 부지 전경. 매일신문 DB

2년 넘게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구 도심산단의 핵심부지 희성전자 제1공장 부지에 대규모 지식산업센터(이하 지산)를 건립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23일 매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희성전자는 경기도 소재 부동산 개발업체 A사와 1공장 부지매매 계약 막바지 협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희성전자는 달서구 호산동 성서3차산단 1공장 부지 4만2천885㎡(1만2천973평)를 A사에 통매각하고, 인근 2공장 부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대구경실련에 따르면 470억원에 매물로 나왔던 1공장 부지 가격은 지산 건립이 추진되면서 56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 2000년 희성전자가 이 부지를 3.3㎡당 48만8천원, 총액 63억원에 취득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A사는 매입한 부지에 5천~6천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8만5천평, 4개동, 지하 2층~지상 27층 규모의 지산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산은 아파트형 공장 약 1천200호를 비롯해 오피스텔, 근생시설, 업무시설, 공용시설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1공장 부지는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공장 외에 오피스텔과 근생시설 등 지원시설은 들어설 수 없으나, 대구시는 올 상반기 중앙부처에 관리기본계획 개정을 건의해 규제를 해소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시는 제안내용대로 지산이 들어설 경우 500~700개가량의 기업이 입주해 약 5천명의 신규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매각을 두고 대구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산이 들어서면 애초 시가 계획했던 대기업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시는 그간 1공장 부지에 대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그간 1공장 절반 정도를 매입하겠다는 제안 등이 있었으나 시는 모두 '쪼개기 분양'이라는 이유로 퇴짜를 놨다. 산단 영세화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필지를 분할해 매각하면 앵커기업 유치가 불가능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성서산단 한 기업인은 "이번 제안이 필지분할은 아니지만 작은 기업들에 분양하는 아파트형 공장은 본질적으로 쪼개기 분양과 다를 바 없다"며 "특히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지산 분양에 성공할 지도 의문이고, 분양이 되더라도 외지업체에 이익이 돌아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구경실련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민간 사업자의 지산 건립에 대한 대구시 태도는 이 부지에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정책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유치 정책 폐기는 설명과 해명이 필요한 일인데 시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산 건립을 승인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구시는 해당 거래가 사인(私人) 간 거래라며 선을 그었다.

조경동 대구시 산단진흥과장은 "1공장 부지는 희성전자가 당시 시세대로 매입한 곳이다. 시장원리에 따른 사인 간 거래에 대해 시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이번 거래가 그간 시가 반대했던 필지분할도 아니다. 단순히 공장만 짓는 제안이 아니라 성서산단 일대를 랜드마크화할 수 있는 내용이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희성전자 측은 1공장 사업 개시가 20년을 넘었고 사업 효율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후 2공장 야구장 부지로 이전한다는 입장이다. 희성전자 관계자는 "인근 다른 공장의 주인이 서너 번씩 바뀌고, 필지분할이 이뤄져도 우리는 쪼개 팔면 다른 좋은 시설이 못 들어온다는 의견에 협조했다"며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 제기하는 '땅장사'는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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