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유선 시 행위예술가·시인 "'시(詩)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게 나의 역할"

"시 낭송, 시어에 음보, 운율 살려 음악성, 회화성을 선보이는 작업"
"문인수·송재학·류인서 시인… 지역 활동 시인 작품들 진한 울림"

송재학 시인의 시
'시(詩) 행위예술가' 이유선 시인. 이화섭 기자.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어수선하고 탁해서 살기 힘들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아보인다. 대구에서 '시 낭송계의 대모'라 불리는 '시(詩) 행위예술가' 이유선 시인은 "지금처럼 영혼의 본령이 탁해진 세상에 시를 통해 세상을 정화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한다.

이 시인은 대구 지역에 시 낭송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 시인에게 시 낭송은 시를 음성과 퍼포먼스 등으로 책 속에서 깨워내 사람들에게 울림을 전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시집 속에 활자로 누워 있는 시에다가 리듬, 운율, 감성을 입혀 무대로 일으켜세우는 게 바로 '시 낭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를 쓰여진 활자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시어에다가 리듬감, 음보, 운율 등을 살려서 음악성, 회화성을 입히고 의미를 살려서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작업이죠. 그래서 시 낭송은 시에 좋은 옷을 입혀서 일으켜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인이 시 낭송가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00년을 전후해서다. 당시 지역에서 시를 공부하던 이 시인이 시 낭송 쪽으로 방향을 잡은 데에는 이 시인에게 시를 가르친 스승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대구작가콜로퀴엄에서 시를 공부할 때였던 걸로 기억해요. 시 창작 과정을 수료하는 마지막 과정으로 자작 시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제 시를 듣고 당시 저를 지도하시던 박재열 경북대 영어교육과 교수님이 '이유선 씨는 시를 참 잘 낭송한다'고 칭찬해 주셨었어요. 그래서 시 낭송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고 본격적으로 파고들었죠."

'시에게 옷을 입혀 일으킨다'는 이 시인의 표현처럼 이 시인의 시 낭송은 마치 하나의 행위예술을 보는 듯하다. 낭송을 위해 시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노력은 기본이고 시를 위해 다양한 무대장치를 마련한다. 가만히 서서 읽지 않고 무대 위를 돌아다니거나 소품을 이용해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시인은 자신을 '시 행위예술가'로 불리는 걸 더 좋아한다.

송재학 시인의 시 '저수지를 싣고가는 밤의 트럭'의 시 낭송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유선 시인. 유튜브 '유선희' 채널 동영상 캡쳐

시 낭송을 위해 시를 선택하는 가장 첫 번째 기준은 대구지역 시인의 시가 먼저라는 점이다.

"김수영 시인이나 기형도 시인처럼 시어가 정말 아름다운 유명시인들도 좋지만 너무 많은 곳에서 다루다보니 식상한 감이 없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대구에서 활동하는 지역 시인들의 시로 무대를 준비하는데, 찾아보면 굉장히 아름답고 울림을 주는 작품이 많아요. 얼마 전에 작고하신 문인수 시인의 시 '홰 치는 산', '쉬'와 같은 시는 제게 많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어요. '저수지를 싣고 가는 밤의 트럭'이나 '검은 창고'와 같은 시를 쓰신 송재학 시인의 시는 현학적이면서도 기존의 틀을 깨려는 시도가 느껴지고요, 류인서 시인 또한 진한 울림을 주죠."

시 낭송가를 기르고 시 낭송 무대를 자유롭게 열고 싶어서 몇 년 전 이 시인은 대구 달서구 월광수변공원 인근에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앞으로 '시 낭송 문학관'까지 만드는 게 목표라고. 문학이 주춤거린지 오래 된 지금, 이 시인은 시가 세상을 정화하리라는 믿음으로 시 행위예술가로써, 시인으로써 계속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4차산업시대니, 자본주의니 하는 말들에 삶이 힘들고 감성과 영혼이 탁해지는 시대잖아요. 이것들로부터 우리가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결국 문학이고 시(詩)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대구지역에서 시 낭송가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늘어나서 '시 낭송의 르네상스'라고 할 만한 상황이에요. 앞으로도 '시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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