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이재명 대표 겨우 허들 하나 넘었을 뿐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이번 추석 연휴를 '만족'하면서 보낸 대표적 인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지 싶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으로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서 연휴를 보냈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흔들리던 대표 자리는 영장 기각으로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박광온 원내대표 등 비명계 인사들이 정리되고 그 자리를 친명계 인사들이 차지했다. 영장 기각 덕분에 이 대표가 얻은 결과물이 하나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년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이 대표 구상에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이 영장 기각의 가장 큰 소득이다. 이 대표가 연휴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 회담을 제안한 것은 회담 실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 대척점에 이재명이 있다는 것, 내년 총선은 '이재명 체제'로 치러진다는 것, 민주당 대선 주자는 이재명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내심 쾌재(快哉)를 부르는 이 대표와 환호작약(歡呼雀躍)하는 민주당에 재를 뿌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총선 승리→대권 도전'이란 이 대표의 복안(腹案)이 실현되기까지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는 사실이다. 영장 기각은 이 대표가 겨우 허들(hurdle)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 대표가 구속 수사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을 뿐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거나 무죄를 받은 것은 아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해서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난센스(nonsense)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구속영장 기각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경우가 허다하다. 죄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본안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 진짜 무죄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혐의가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으로 구속 기소된 인사가 24명에 달한다. 10여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재판에서 하나로도 유죄를 받으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몇 번이나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해놓고 막판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단식이 방탄용이란 사실을 자인한 꼴이었다. 입으로는 사즉생(死卽生)을 외치면서 정작 이 대표는 생즉사(生卽死)의 언행을 자주 보여줬다. 신뢰라는 정치적 자산을 스스로 무너뜨린 이 대표 앞에 신뢰 회복이란 무거운 숙제가 놓여 있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복안이 실현되기 어렵다.

친명계 의원들의 결사 옹위(擁衛)와 이른바 개딸들의 광적인 응원은 이 대표에게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 대선은 물론 총선 역시 중도층 표심을 누가 많이 차지하느냐 싸움이다. 이재명 1인 지배권을 지키기 위해 반민주·전체주의 정당의 모습으로 폭주하는 민주당에 중도층이 마음을 열 개연성은 많지 않다. 이 또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허들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1년 5개월 동안 여야가 극단으로 갈려 대립하면서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났다. 대통령과 정부·여당 책임도 크지만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탄핵, 해임 건의, 특검 등으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놓으며 비리 방탄에 급급한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로 인한 국력 소모와 혼란이 크다. 국가에 막대한 누를 끼치고 있다. 이것 역시 이 대표가 넘어야 할 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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