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이용호] 권력자의 삼대(三大) 착각(錯覺)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호 영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논객들과의 만남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씀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극히 당연한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뉴스거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이 오히려 의아스럽다. 그동안 진영 논리에 갇혀 대한민국이 얼마나 쪼개져 있었던가를 반성하게 된다. 아무튼 국민 통합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대통령 스스로가 갖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한 듯하다. 오늘은 대통령이 취임한 지 42일째 되는 날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대통령의 최근 국정 지지율이 63~65%를 달린다고 한다. 이것은 지난 대선에서 얻은 득표율 49.42%를 훨씬 상회(上廻)하는 수치이고,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의 9명 대통령 가운데, '임기 첫 지지율 조사'를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한다. 코스피지수의 고공 행진, 무난한 대언론 관계, 시장 방문, 직원과의 회식, 무(無)여사 문제, 보수 논객과의 만남 등 친서민적이고 통합적 행보가 두루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

어찌 보면 대통령은 지금부터 더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성공한 치적(治績)의 칭송에 머물지 말고, 스스로 국민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찾아 메우기를 희망한다. 흔히들 권력자는 3가지 착각의 늪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먼저 자신의 권력이 무한하게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권력의 유한성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말이다. 다음으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국민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정보화 시대 대중의 요구는 다양하고, 급변하는데 말이다. 끝으로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둔한 국민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전지전능은 없는데 말이다. 결국 권력자는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하며, 주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착각에 대한 경계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에 불과하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 폭넓은 사랑과 신뢰를 얻어야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는 종국적으로 대한민국을 일등 국가로 만드는 일이며, 그 영광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유년 시절의 어려운 환경을 이겨냈다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서민의 애환(哀歡)을 진정으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민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반면 이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라는 나쁜 조건도 가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확실히 끝내는 길은 지금처럼 높은 지지율을 잘 유지해서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 달리 말해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는 것뿐이다.

야당의 끝 모를 무기력감과 그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조건이다. 유리한 조건이 불리한 조건이 되고, 또 그 반대가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결국 성공한 대통령이냐의 여부는 이 대통령 자신의 몫이다. 요즈음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몇몇 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인사가 만사의 시작이라고 했다. 권력자의 삼대 착각을 경계한 채 대통령의 깊은 고뇌가 필요한 때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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