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의정 갈등을 풀어선 안 된다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增員) 방침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전공의들도 오는 9월 병원으로 돌아가기로 가닥을 잡았다. 의정(醫政) 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정부·정치권·의료계는 이번 사태로 빚어진 문제들을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의대생·전공의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갈등이 재발될 수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4일 "1년 5개월간 의료와 교육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한다. 이제 더는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空白) 사태를 겪고 싶지 않다"며 '필수 의료 공백 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복귀 조건으로 의료계가 학사 일정 유연화(柔軟化)나 전공의 수련 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한다면, 국민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한 의료계의 부적절한 집단행동을 정당화해 주고 '버티면 이긴다'는 의료계의 그릇된 믿음을 더욱 공고히 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자·시민단체의 주장은 옳다. 정부가 갈등 해소에 급급해 의료 개혁을 윤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돌려, 의료계에 면죄부를 주면 안 된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벌어질 때마다 국민들은 큰 피해를 봤다. 전공의·의대생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공공의대 설립 정책을 집단 휴진과 동맹 휴학으로 좌초(坐礁)시켰다. 집단행동으로 필수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도 무산됐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정책 갈등의 희생자가 돼야 하나.

김민석 국무총리는 "주술 같은 '2천 명 밀어붙이기'의 고통이 모두에게 너무 크고 깊었다"며 은근슬쩍 윤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의정 갈등이 지난 정부만의 잘못인가. 집단 반발한 의료계, 이를 방관한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의대 증원에 동의했다. 정부·여당이 정치적 이해(利害)에 따라 입장을 바꾸면 신뢰를 잃는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이재명 대통령 공약)은 어떻게 추진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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