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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뺨맞고 TK에 눈흘기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패하자 텃밭인 대구경북(TK) 정치권을 향해 2선 후퇴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김없이 나온다. 하지만 총선 때마다 공천 학살을 겪은 TK는 현재 전국에서 3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 비중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TK 물갈이가 능사는 아니다'라는 반발이 터져 나온다.

21대 국회 TK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소속 3선 이상은 25명 중 3명으로 비율로 12.0%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영남권인 부산울산경남(PK)은 13명(39.3%)에 달한다. 이밖에 수도권 6명(35.2%), 충청 6명(66.6%), 강원 2명(33.3%) 등도 3선 이상 비율이 최소 30%선을 넘었다.

TK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면서도 힘 있는 중진이 부족하게 된 건 당에 위기가 닥쳤을 때 항상 TK를 인적 쇄신의 희생양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특히 19~21대 총선에서 연달아 TK 물갈이 공천 탓에 18대 국회에서 10명에 달했던 3선 이상이 21대 국회에선 3분의 1에 못 미치는 3명이 됐다.

내년 총선 전초전으로 불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당 안팎에선 또다시 "TK는 2선으로 물러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기국회 이후 본격화될 공천 국면에서 TK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론으로 불거질 공산이 없지 않다. 부산지역 3선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쏘아 올린 수도권 험지출마론도 중진 씨가 마른 TK 정치권에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TK 정치권은 정권교체와 함께 찾아온 윤핵관 논란에서 극히 일부 인사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권성동·장제원·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원조 윤핵관 4인방은 PK와 강원 출신이고, 김기현 체제에서 당내 주요 의제를 결정한다고 논란이 된 이른바 5인회 모임에도 TK 정치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당 위기의 책임을 TK에 물으며 물갈이론의 군불을 때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력이 위축되면서 지난 2021년 TK 신공항 특별법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동시 통과 불발에서 확인했듯이 지역 간 핵심 이익을 두고 당내 충돌이 벌어질 때 TK가 밀리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는 것이다.

TK의 한 의원은 "내년에도 TK 물갈이 공천이 이뤄지면 지역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인적 쇄신을 통한 지역 발전을 위한 물갈이가 아니라 공천권자가 자기 사람을 내리꽂기 위한 목적으로 공천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역 의원 교체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옥석을 가려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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