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인 11일 이재명 대통령,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와 함께 오찬을 가졌던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페이스북을 통해 후기를 전했다.
평소 올리던 글들과 비교해 꽤 장문의 글이다.
이 오찬에 배석했던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단답식으로 답하며 공개한 내용과 비교해 풍성하다.
▶정규재 전 주필은 12일 오전 10시 46분쯤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과의 즐거운 대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면 즐겁다"고 시작한 글에서 정규재 전 주필은 "신경림 시인은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고 했지만 대통령을 못난 놈들이라고 할 수는 없고,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어제 용산 집무실에서도 두 손을 잡고 한참을 웃었다. 조갑제 선배도 그렇다. 만나면 마치 친형님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 언제나 참 배울 것이 많은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댈 분이 있다는 것이 이 척박한 시대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라고 함께 점심을 먹은 구성원들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이어 "나는 이재명 대통령은 좌파에서 중도로, 단순한 생각에서 복잡한 사고로 점차 이행하는 중이어서 좋은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짚으며 "대통령직을 내려놓을 때 쯤이면 매우 깊은 사고 수준에 도달해 그야말로 한국 정치권에서 지도적 인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부디 그러기를"이라고 바람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전이었던 지난 2월 일명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 발언으로 '중도' 키워드를 띄운 바 있는데, 이게 대통령이 된 후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정규재 전 주필은 당시 오찬에서 징병제 등 국방, 규제완화 등 경제, 지폐 도안 얘기를 바탕으로 한 역사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고 전했다.
그 사이사이에는 국정농단 사태 주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면·석방, 이승만 전 대통령 60주기 추도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주 APEC 참석,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 이슈 등의 얘기가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조갑제 선배와는 작은 몇 가지(예를 들어 한자병용) 부문에서 견해 차이가 있지만, 그것이 대화의 흥미를 조금도 삭감하지 않았다. 어제도 징병제에 대한 견해차가 드러났지만 그것이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조갑제 선배는 어제의 작은 만남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생각의 준비를 해오셨다. 최순실 사면과 석방에 대해 말씀을 먼저 꺼낸 것도 조갑제 선배셨다. 나는 맞장구를 쳤고 설명을 보탰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생각하는 방법이 잘 정돈돼 있고 그것이 몸에 벤 일종의 성격같다는 느낌을 줬다. 징병제를 논하면서 초현대식 탱크에 굳이 운전병이 탑승해야 하는지, 병사 급여 월 500~600만원에 20만명이면 국방은 충분하지 않는지를 물어올 때는 나와 생각이 같아서 모처럼 작은 숨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방 관련 견해를 호평했다.
또 정규재 전 주필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 과제라는 의견일치에는 방법론적 탐색에 대한 궁금증들이 중구난방식으로 편하게 이어졌다"며 "나는 철저한 규제완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상속세 투자세액공제를 한번 해보면 어떤가 하고 말했다. 대통령은 곧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 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해서 누구도 모양을 꾸미거나 격식을 갖추지 않았다. 대통령도 친구와 대화하듯이 편안해 했다"고 전했다.
▶지폐 도안 얘기는 오찬에서 역사를 대화 주제로 띄운 좋은 촉매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규재 전 주필은 "우리 지폐의 주인공이 모두 조선시대 사람이라는 문제도 조갑제 선배가 말했다. '지폐만 봐서는 한국은 왕조 국가같다'고 말했다. 내가 '모두 이씨 아니면 이씨의 모친(신사임당)'이라고 거들었고 대통령은 율곡이 유달리 조선에서 존중받았던 이유를 궁금해 했다. 율곡은 고시 9관왕이었기 때문이라고 내가 말했던 것 같다"면서 "대통령은 특정한 인물 예를 들어 시중에 나돌 듯이 '김구!' 등의 인물을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어떤 대안이 있겠는지를 물었고 내가 '풀이나 새면 어떠냐'고 말했다. 내심으로는 이승만이면 좋지 않겠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말은 삼갔다. 나는 대신 이승만 대통령 돌아가신 60주기가 곧 다가온다고 말했다. 7월 19일 추도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달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신라와 경주 APEC이 연결고리가 걸린 부분도 흥미롭다. 그는 "조갑제 선배는 신라가 전성기 제국 당과 7년 전쟁을 벌여 통일국가를 완성했던 이야기를 말했다. 조갑제 선배는 그때의 이야기를 종종 말씀하신다. 그것이 지금의 한반도에서 재연될 수 있고 그것이 우리의 민족 비전이어야 한다는 가슴 벅찬 말씀이었다"면서 "가을 경주 APEC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대화는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주제들을 넘어 다녔다. 대화가 끊어지거나 지루할 틈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갑제 선배의 신라 문무왕과 태종무열왕에 대한 말씀들은 전작권 문제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한 논의들에 뒤이어 나온 것이었다. 유럽도 국방비를 5%까지 올려야 하는 주제도 토론에 올랐다. 한미 간에 군수산업 수출의 큰 협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왔다"고 요즘 가장 '핫'한 대한민국 외교안보 이슈인 전작권 전환·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오찬에서 다뤘다고 설명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견해를 표명했는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특히 정규재 전 주필은 "가을 APEC에는 시진핑이 참석할 지, 트럼프가 오게 될지 하는 질문들이 오갔다"면서 "대통령은 오프더레코드라며 무언가를 말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이런!)"라고 말을 아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전승절 참가 문제에 대한 짧은 토론이 있었는데 대통령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 같았다"고 해석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전승절 참가에 대해서는 당시 내가 반대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천안문 문루에 올랐던 시진핑과 (블라디미르)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그들의 국제수배범인 부하들에 대해 말했다. 다들 당시의 결정을 아쉬워했다"고 덧붙였다.
정규재 전 주필은 전날 오찬에 대해 "2시간여의 만남이었고 대화였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 방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낮술 마시던 방이라고 다들 크게 웃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화에 집중했다. 조갑제 선배는 동양고전의 한 구절을 출력해 와 대통령에게 보여주었다. 많은 생각을 하셨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용산 대통령실을 나왔다. 내내 배석했던 이규연 홍보수석이 주차장까지 따라 나왔다. 이규연 수석은 좋은 기자였다고 조갑제 선배가 귀뜸을 해줬다"고 추가 설명을 하며 글을 마쳤다.

▶정규재 전 주필은 전날(11일) 정규재TV 유튜브를 통해서도 후기를 전했다.
방송에서 이재명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 인사로 부각된 '이진숙(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과 저 진숙(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도 다뤘다고 밝혔다.
정규재 전 주필은 "이재명 대통령은 제자 논문 표절 의혹과 차녀 불법 조기 유학 논란이 불거진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내가 알아서 (그분을) 추천한 것은 아니고 추천 받은 것이다.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저 진숙(이진숙 위원장)은 어떠냐'고 하니 이재명 대통령은 '아마도 곧 정치적 선택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도 전했다.
이어 그는 '박찬대 VS 정청래' 구도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거 전망에 대해서도 물어봤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웃으며 '이기는 편이 내 편이죠'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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