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하는 술샘' 정원희 작가 "빨리 변하는 세상, 여행으로 배워가세요"…'길 위의 여행학교' 만드는게 꿈

소믈리에,대학교수로, 여행작가로
자신의 삶의 수식어를 변화시켜
50세 돼 보니 이전 삶은 예행연습
'잘 늙어가기', '은퇴하지 않는 삶'

'여행하는 술샘' 정원희 작가. 이화섭 기자.
'여행하는 술샘' 정원희 작가. 이화섭 기자.

여행작가 정원희(50) 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여행하는 술샘'으로 통한다. 평소에는 술과 음식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다가 여건이 맞으면 혼자 혹은 아들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기 때문. 대구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술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 작가를 만났다.

정 작가는 소위 말하는 '배낭여행' 초창기부터 해외로 여행을 다닌 '여행 베테랑'이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면서 23살 때 처음 떠난 배낭여행과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던 태국 푸켓의 한 리조트는 정 작가의 인생을 현재 위치까지 오게 만들었다.

"호텔경영학을 전공하다보니 서양 문화에 대한 궁금함도 같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여행지에서 일하는 꿈도 생겼죠. 그 때만 하더라도 해외 문화를 접하는 건 결국 영화나 책 처럼 간접적인 매개체로만 가능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부분을 실제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채우기엔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푸켓의 '클럽메드'라는 리조트에 취직하면서 그 바램들을 채우게 됐어요."

푸켓에서, 그리고 한국의 호텔 바 등에서 바텐더, 소믈리에 등으로 일하다가 2009년에는 마산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정 작가는 7년 뒤 다시 여행 짐을 싸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재미있었지만 점점 단조로워지는 일상과 일반인 강의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번 여행을 떠날 때는 동반자도 생겼다. 바로 아들 오정원(16) 군. 정 작가는 초등학생 때부터 오 군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블로그 등에 올리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를 여행에 데려가면 학업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하겠지만 정 작가는 오히려 "여행이 아이를 더 잘 크게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여행하면 모든 게 처음인 상황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리고 그 때문에 놀라는 게 당연해요. 이런 경험들을 어릴 때부터 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녔어요. 그래서 뭐가 늘었냐면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해결능력이나 상황 대처능력이 정말 늘어요. 세상이 빨리 변하는데 이런 능력은 정말 필수거든요. 그리고 외국인과 결국에는 부딪쳐야 하니 영어와 같은 외국어 실력도 금방금방 늘더라고요."

여행 말고도 요즘 정 작가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잘 늙어가기'다. 최근 '더 뉴 그레이'라는 시니어 콘텐츠 그룹에 참여, 사진과 영상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시니어 콘텐츠 그룹 안에서는 정 작가가 제일 젊지만 일찍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도 있다.

"시니어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안타까웠어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이나 이야기들은 지금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들이 많거든요. 다만, 이 좋은 콘텐츠를 지금 사람들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금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거예요. 어차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지금 시대에 맞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도 배워야죠."

바텐더로, 소믈리에로, 대학교수로, 여행작가로 자신의 삶의 수식어를 여러 번 고쳐 쓴 정 작가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저는 '은퇴하지 않는 삶'을 꿈꾸고 있어요. 50세가 돼 보니 그 전의 삶은 예행연습이었고 지금부터 삶이 정말 재미있어지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금처럼 사진과 영상으로 콘텐츠 만드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과 소통하며 '길 위의 여행학교'를 만드는 것도 꿈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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