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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42> 음악의 건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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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교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교회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점과 점을 연결하면 선이 만들어지고, 선과 선을 연결해 나가면 도형이 만들어진다. 이 도형들이 모이면 입면체의 공간이 성립된다. 음악은 청각적이고 시간적이며 건축은 시각적이고 공간적이다. 음악은 역동적인 예술이지만 건축은 정적인 예술이다. 이 두 장르는 전혀 다른 듯하지만 유사점이 많다.

서양음악은 종교 음악에 기원을 둔다. 서양음악은 교회 건축양식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음악이 공간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음악의 실천 장소로서 교회는 높은 천장과 장방형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음향 효과로 음악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담당한다. 청각에 3차원의 공간감과 깊이감을 부여하는 것은 건축물이다. 대부분의 종교 음악은 이러한 울림의 공간 효과를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음악 체험은 공간 체험이 되기도 한다.

교회는 연주 장소로 최적의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많은 연주자들이 최상의 연주 장소로 교회를 꼽기도 한다. 음악이 울리는 공간은 빈 공간이 아니라 숨 쉬고 움직이는 공간이 된다. 음악은 공간을 물들인다. 그러기에 오랫동안 음악이 울려왔던 공간은 길들여진 악기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부에 저장하게 된다. 음악은 물리적인 공간을 울리지만 청중의 마음속에 보다 크고 깊은 영혼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음악이 자체로 건축성을 가지게 되는 근거는 음악의 구조와 형식에 있다. 음악이 단선율에서 다성음악(polyphony)으로 바뀌면서 음악은 입체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다성음악은 고딕과 르네상스 시대에 나타난 음악으로 2개 이상의 독립적인 성부로 구성되는 음악이다. 저음의 바탕 위에서 여러 선율들이 노래하며 화음을 이룬다. 기악의 시대가 열리면서 음악은 가사 의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형식미를 구축하게 되었다. 3부 형식, 소나타, 론도, 바리에이션, 푸가 등이 튼실한 형태를 갖춘 음악의 기본적인 구조물들이다.

한 성부가 주선율이 되고 나머지 성부는 화성적 반주 역할을 하는 호모포니(Homophony)는 더 말할 것 없는 음들의 구조물이다. 화성은 음악에 의미를 생성한다. 다성음악과 화성은 소리의 상호관계를 형성하고 공간적 볼륨으로 내부를 채우며 공간 질서를 만들어낸다. 주제를 논리적으로 전개하고, 형식이 견고하고, 대비와 조화,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갖춘 곡을 건축적 구조를 갖춘 음악이라고 부른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과 무의식을 사로잡는다. 기쁘게도 울게도 하고 숭고한 감정으로 이끌기도 한다. 음악은 명확하면서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면서도 정밀하고 견고하며 의미심장하다. 사람의 감정은 다른 사람의 감정과 거의 닮아있다. 그러기에 음악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함께 하는 삶에 의미를 더한다.

셰익스피어는 음악의 구조와 형식, 음 효과, 음색의 회화성, 연주 형태 등의 음악 물리적인 효과뿐 아니라 음악의 표정과 음악 해석, 음악의 전달 작용, 감정적 공감 등 심리적인 효과를 철저히 응용해서 시대를 초월하는 감각적이고 입체적인 작품을 구성했다. 그의 작품이 만들어내는 청각적 풍경을 후대의 독자들이 읽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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