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본없는 드라마]<1>韓美日 프로야구 “恨 맺힌 129년 세월”

美 텍사스 62년, 日 한신 38년, 韓 LG 29년 만에 우승
2024년 3국의 야구 판도가 더 기대, 3팀 중 디펜딩 챔프 나올까?
‘10년 무관’ 전통 야구명가 삼성은 ‘라팍의 저주’ 풀까?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 없는 드라다', 인기 종목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스포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로 그 누구도 감히 예측 불가한 '각본 없는 드라다', 인기 종목은 전 세계 팬들이 열광한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 트윈스 구단. 연합뉴스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LG 트윈스 구단. 연합뉴스

'야구사랑'이 극진한 3국(한국-미국-일본)의 올 시즌(2023) 프로야구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3국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지만, "한(恨)을 풀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놀랍게도 그 우승 갈증은 3국 합산 129년의 세월이다.

ML(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는 1961년 팀 창단 후 최초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한 갑자가 지난 62년의 세월을 기다렸다. NPB(내셔널-퍼시픽 양대리그) 한신 타이거즈는 1985년 이후 38년 만에 정상에 우뚝 섰다. KBO(한국야구협회) LG 트원스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마저 거머쥐며, 잠실야구장을 LG 팬들의 감격의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62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프로 돌아온 ML 텍사스 레인저스 팀. 연합뉴스
62년 만에 월드시리즈 챔프로 돌아온 ML 텍사스 레인저스 팀. 연합뉴스

◆'새 왕조 건설'을 선포한 3개국 우승팀

3국에는 전통의 야구왕조들이 건재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우승한 세 팀은 밀림 속을 뚫고, 새 왕조 개척의 선봉장에 섰다. 그리고 단발성 우승이 아님을 천명했다.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은 5차전 승리 후 우승 소감을 통해 "이런 팀을 이끈 나는 행운아! 축복 받았다. 지금 우리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내년도 디펜딩 챔피언의 자리에 오를 것을 시사했다.

일본 한신은 더 극적이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팀의 주장과 감독으로 우승을 일궈냈다. 그는 "제가 처음 우승했을 때 27세, 이후 긴 세월이 흘렀다"며 "한신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내년에도 보답할 것"을 다짐했다.

'염갈량'으로 불리는 LG 염경엽 감독은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팀이다. 우리는 명문구단이 될 수 있고, 항상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며 "LG 우승은 이제 시작"이라고 새 왕조 건설을 선포했다.

2023 한국시리즈 MVP, LG 트원스 주장 오지환 유격수. 연합뉴스
2023 한국시리즈 MVP, LG 트원스 주장 오지환 유격수. 연합뉴스

◆'텍사스-LG' 우연의 평행이론

한국시리즈는 미국의 월드시리즈와 우연찮은 공통점이 많았다. 양 팀 모두 5차전에서 끝났다. 1승1패 호각세를 이룬 후 3차전부터 승부의 추가 기울었으며, 4승1패로 시리즈의 끝을 알렸다. 우승에 목마른 두 팀은 팬들의 애타는 응원에 보답했으며, 팬들은 우승 세리머니를 함께 했다.

양 팀 유격수가 시리즈 MVP가 되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텍사스의 코리 시거(29)와 LG의 오지환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극적인 순간 홈런포를 쏘았고, 시리즈의 분위기를 가져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누가봐도 MVP(Most Valuable Person). 둘 다 시리즈 5게임 동안 홈런 3방씩 터뜨렸다.

3방의 홈런 중 가장 극적인 한 방도 비슷하다. 코리 시거는 1차전 3-5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9회말 1사1루에서 동점포를 작렬시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오지환은 3차전 9회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남겨운 상황에서 역전 3점포를 쏘아올렸다.

2023 월드시리즈 MVP 수상으로 두 번이나 주인공이 된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격수 코리 시거. 출처=게티이미지 코리아
2023 월드시리즈 MVP 수상으로 두 번이나 주인공이 된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격수 코리 시거. 출처=게티이미지 코리아

◆올해 3국 챔피언 3팀보다 우승에 더 목바른 구단

텍사스는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왕좌에 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MLB에는 이보다 더 우승 맛을 보지도 못한 팀이 있다. 바로 1901년 창단한 클리브랜드 가디언스(전신 인디언스). 1920년과 1948년에 우승한 이후 75년 동안 무관의 설움을 달래고 있다.

2016년 시카고 컵스는 108년 만에 '염소의 저주'(용어설명)를 풀었다. 밀워키 브루어스(1970년 창단), 샌디에이고 파드리스(1969년), 시애틀 매리너스(1977년), 콜로라도 로키스(1998년), 탬파베이 레이스(1998년) 5개 팀은 창단 이후 한 번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KBO에서는 프로야구 시작 원년 팀이면서 1992년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롯데자이언츠가 LG보다 더 긴 31년 우승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신생구단이지만 KT 위즈와 SSG 랜더스(전 SK 와이번스)는 각각 2021년과 2022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NC 다이노스 역시 2020년 우승의 짜릿한 맛을 봤다.

올 시즌도 8위로 마감한 전통의 야구명가 삼성 라이온즈는 내년 시즌 '라팍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도 8위로 마감한 전통의 야구명가 삼성 라이온즈는 내년 시즌 '라팍의 저주'를 풀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 삼성 라이온즈 제공

◆韓美日, 내년 시즌 더 기대되는 이유

2023년이 우승의 한을 푼 팀들의 해였다면, 내년 시즌에는 다시 전통의 야구왕조들의 부활 여부와 올 시즌 챔피언 3팀이 새 왕조를 열 지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된다. 아니면 클리블랜드나 롯데 자이언츠 같은 팀이 더 오랜 세월의 한을 풀지도 모른다.

ML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한 팀이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하지 못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시작으로 캔자스시티 로열스(2015), 시카코 컵스(2016), 휴스턴 애스트로스(2017), 보스턴 레드삭스(2018), 워싱턴 내셔널스(2019), LA 다저스(2020), 애틀란트 브레이브스(2021), 휴스턴 애스트로스(2022)가 우승 반지를 꼈다.

KBO는 2015년과 2016년 두산 베어스의 2년 연속 우승 이후 지난 8년 동안 우승팀이 계속 바뀌었다. 기아 타이거즈의 2017년 챔프를 시작으로 SK 와이번스(2018), 두산 베어스(2019), NC 다이노스(2020), KT 위즈(2021), SSG 랜더스(2022)로 매년 최정상에 오른 팀이 달랐다.

한편, 대구를 연고지로 갖고 있는 야구명가 삼성라이온즈는 2011~14년 4년 연속 통합 우승(페넌트 레이스+한국시리즈 제패) 이후 올해까지 10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보지 못하고,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일부 팬들은 '라팍의 저주'(용어설명)라는 말까지 언급하며, 삼성 야구명가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용어설명)

#1. '염소의 저주'=메이저리그의 시카고 컵스가 1945년 월드시리즈 경기에 염소를 데리고 관람하려던 빌리 시아니스(Billy Sianis)의 입장을 거부한 이후 108년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징크스. 빌리 시아니스는"다시는 컵스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했다.

#2. '라팍의 저주'=삼성 라이온즈 구단이 낡은 시민야구장에서도 매년 한국시리즈를 볼 만큼 전성기를 누렸는데, 새 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1천600억원 안팎이나 들여서 잘 지었음에도 팀 성적은 오히려 반비례해서 떨어지는 것을 비꼬아 만든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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