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면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시 주석의 판정패로 보인다. 먼저 회담 장소가 미국이었다는 점이 중국으로선 내키지 않았을 법하다. 실제로 시 주석이 미국에 도착하자 경찰의 대대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자들이 시 주석을 향해 욕을 해 댔다. 위구르족과 중국 내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한 시위자는 경비행기를 활용해 시 주석 비판용 대형 플래카드를 나부끼며 회담장 상공을 순회하기도 했다. 언론 통제와 '국뽕'이 만연한 중국 본토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펜타닐 원료 수출입과 관련해 양국이 제재하기로 합의한 점도 중국으로선 꺼림직하다. 이를 통해 세계는 중국을 잠재적 마약 수출국으로 인식하게 된 반면 미국은 심각한 자국의 마약 문제를 중국에 은근슬쩍 떠넘기는 효과를 얻었다. '바이든 지지율 상승'이란 호재도 덤으로 챙겼다. 완제품(마약)이 되기 전 화학약품에 불과한 물품이 수출 제재 대상인지는 별도로 따져 볼 일이다.
압권은 중국 경제를 겨냥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다. 그는 "중국 경제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 경제 악화는 세계 경제에도 실익이 없다"고 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하자 각종 규제로 중국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 장본인이 미국이라는 점에서 보면 소가 웃을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과 3개월 전 중국 경제를 '시한폭탄'에 비유하면서 투자 금지령까지 내린 바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입장을 입맛대로 바꿔 가며 손바닥에 올려 두고 쥐락펴락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일-북중러'라는 전통적 동북아 정세를 뒤틀어 보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우방국인 미국과 일본을 등지고 북한과 중국 쪽으로만 뱃머리를 돌려 댔다. 그런 시도가 윤석열 정부 들어 바뀌었기에 다행이다. 하마터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세계 패권을 다시 한번 확인한 초강대국, 미국을 적(敵)으로 둘 뻔했다.
ps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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