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신속 예타 유도하는 행정부, 계속 입법부와 등질 건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정부 지원 근거를 담고 있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 국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정부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국토위 전체회의에서도 예타 면제 반대를 주장하면서 신속 예타조사 절차를 거치면 오히려 더 빨리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유도했다.

신속 예타조사 절차 제도는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신설했다. 일반 사업 예타 기간은 9개월에서 6개월로, 철도 사업은 12개월에서 9개월로 단축했다. 예타를 면제받으면 기재부의 적정성·사회타당성 평가 등을 받아야 하고 이에 보통 1년이 소요되는 만큼 신속 예타 절차를 거치면 3개월 정도 단축된다(달빚철도의 경우)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신속 예타는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재정 규율 강화를 위해 탄생한 예타 문턱 높이기 정책이다. '긴급한 사안'으로 분류되지 않은 사업은 모두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예타 기간을 몇 개월 줄이는 대신 예타 통과율을 뚝 떨어뜨리려는 의도가 담겼다.

'눈 가리고 아웅' 식 행태에 대해서는 숨어 있는 꼼수를 간파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다. 다만 입법부에 등을 돌리려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법은 국회의원 261명이 사업의 목적과 타당성에 동의해서 탄생했다. 헌정사상 최다 의원이 참여했다. 국민이 원하는 사안을 끝까지 외면하거나 거부한다면 더 이상 입법부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기재부 차관을 역임한 김광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북 북부 지역의 교통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도로·철도를 놓지 않고, 교통량이 없으니 사람이 살지 않게 되는 악순환을 수십 년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경제성을 앞세운 단순 논리가 수도권 과밀화를 촉진했고 균형발전을 저해했다. 대구~광주의 연결은 단순한 기찻길 통행이 아니다. 동서를 화합하고 미래 수요를 창출해 국가 전체가 골고루 발전하는 초석이다.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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