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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불안하다'…아픈 자녀 휴일·야간 진료할 수 있는 병원 경북에선 김서방 찾기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소아과 전문의 20.9명 제주 다음으로 가장 적어
휴일·야간 소아과 진료토록 지정한 달빛어린이집 경북은 無

대구 남구의 한 달빛어린이병원. 밤 11시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지만 소아과 인프라는 약해지고 환아 수는 폭증한 탓에 예약이 꽉 차 긴급한 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매일신문 DB
대구 남구의 한 달빛어린이병원. 밤 11시까지 연장 운영되고 있지만 소아과 인프라는 약해지고 환아 수는 폭증한 탓에 예약이 꽉 차 긴급한 환자는 진료를 받을 수 없다. 매일신문 DB

경북 청송에서 3살 딸을 키우고 있는 A(33) 씨는 밤늦게 딸이 아플까봐 불안하기만 하다. 딸이 아플때 야간 진료를 볼 수 있는 병원이나 소아응급실이 없어서다. 그나마 가까운 안동에 종합병원 응급실도 차로 40분 정도를 달려야 갈 수 있다. 때문에 밤늦게 딸이 아프면 구비한 각종 해열제와 약들로 밤을 버티기 일쑤다.

A씨는 "청송이나 근처에는 야간에 진료를 볼 수 있는 응급실이 없어 안동까지 가야 된다"며 " 병원에 갈 준비를 해서 차로 이동까지 하면 1시간은 넘게 걸리기 때문에 딸이 조금 아프고 열이 나기 시작하면 해열제를 먹이고 병원 갈 짐부터 싼다"고 하소연했다.

경북에 휴일이나 야간에 소아과를 볼 수 있는 병의원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각종 정책과 대책도 내놓고 있지만, 경북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보건복지부와 병의원, 지자체가 야간·휴일에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경북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소아과 전문의 등 관련 의료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신청을 하는 병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 달빛어린이병원은 매년 늘어 경북과 강원을 제외한 전국 70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신청은 일반 병의원이 주소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휴일에 18세 이하의 소아 또는 청소년 경증환자에게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평일에는 오후 6시부터 최소 오후 11시까지, 토요일·공휴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경북의 소도시 경우 야간·휴일에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간호사·행정직원 등의 인력이 절대 부족해 달빛어린이병원 신청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도내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병의원은 101곳이다. 소아과 전문의는 153명이다. 2021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전문의 수는 20.9명으로 9개 도(道) 중 제주도(18.9명) 다음으로 가장 적은 수를 기록했다. 5만명 도시일 경우 겨우 10명의 소아과 전문의가 진료를 봐야되는 셈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병의원이 달빛어린이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요건들을 갖추고 신청을 해야 최종 선정이 되는데, 요건을 갖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야간·휴일 진료를 위해서는 의사·간호사·원무직원 등이 교대로 근무할 인력이 필요한 데 소도시에서는 이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북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별 소아응급실 운영 대책도 내놨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을 비롯해 권역별 종합병원인 포항성모병원, 동국대 경주병원, 안동병원, 순천향대 구미병원 등 5곳에서 소아응급실이 운영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대도시에 집중돼 있다.

정부는 올해 총 90억원을 투입해 야간·휴일 진료수가를 기존 보다 1.2∼2배 가산하고, 별도 운영비도 지원할 예정이. 또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이라도 야간·휴일 진료 시 운영비를 지원키로 했다.

특히 소아환자 3만명 미만 지역은 진료수가와 운영비 20%를 더 가산해 소도시 의료기관에 대하 추가 혜택도 내놨다.

지자체와 정부 등의 이 같은 노력에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보건정책 전문가들은 "근복적인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의사를 늘려 지방에 낙수효과로 의사가 늘어나게 하던가 지방에 의사들이 올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놔야 소아과 전문의도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인력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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