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드라마와 사적 정의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편의점 알바를 하던 평범한 대학생이 어느 날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드라마는 시작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이 11개국에서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최우식과 손석구라는 2명의 톱스타가 살인자와 형사를 맡아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 것도 흥행에 일조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권선징악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나쁜 짓'을 저지른 '나쁜 놈'이 의도치 않게 '사적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과 살인자를 잡으려는 형사 간의 다크 히어로 범죄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죽이고 보니까 죽어 마땅한 인간들이었다." 경찰이 잡지 못한 범인이 살인의 희생자가 되면서, 밝혀지지 않던 피해자의 범죄가 드러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사적 정의가 실현된다.

드라마가 공개되자 시리즈 7화에 등장하는 건설사 회장 캐릭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백발의 그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나 교도소에서 초밥을 먹는 장면, 죄수 번호 4421 등이 대장동 의혹 등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부인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격처럼 이 대표 측에서 확대해석한 것일 수 있다.

드라마 제목처럼 어쩌다 살인자가 됐는데 피해자가 '죽어 마땅한 범죄자'여서 정의를 실현한 영웅이 됐다면 실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살인 범죄가 오히려 나쁜 놈을 처단한다는 이야기 구조는 수년 전 방영된 TV 드라마 '모범택시 1, 2'를 연상시킨다. '모범택시' 역시 공권력이 처벌하지 못한 범죄자들을 찾아내 사적으로 징벌하는 내용이다.

드라마들은 묻는다. '정의는 무엇이며 과연 구현되고 있는가?' 검찰과 경찰, 사법부가 단죄하지 못한 범죄를 사적으로 처벌해도 되는가? 드라마 속 살인자는 비리로 재력을 축적한 건설사 회장에게 묻는다. "뒷골목에서부터 저 윗대가리까지 친구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철거로 죽은 사람만 몇 톤이 된다며? 그 사람들이 내일 뉴스에 나오면 그럴 거야. '고놈 잘 죽었다. 잘 죽였다!'라고". 살인자에 의해 경동맥을 다쳐 목숨을 잃는 회장의 죽음을 누구 하나 슬퍼하지 않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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