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무인점포 시대

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휴일날,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두리번거리다 간 곳은 무인(無人)카페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천500원. 휴대폰으로 뉴스를 훑어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의자도 있다. 매장에는 '나 홀로 손님' 두 명뿐이다. 고요를 흔드는 말소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무인점포 이용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날만 해도 무인점포에서 가족이 먹을 아이스크림을 샀고, 빨래를 해결했다. 껌을 사려고 갔던 편의점도 '무인'이었다. '벽다방'(길거리 커피 자판기)이 유일한 무인점포였던 시절은 아득하다.

무인점포가 무한 증식하고 있다. 빨래방, 아이스크림·과자 할인점, 카페, 반찬 가게, 프린트점, 사진관, 독서실, 헬스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무인점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일상에 스며든 비대면 문화가 무인점포의 사업성을 높여 줬다. 폐쇄회로(CC)TV와 키오스크(무인 결제기) 등 정보기술의 발달은 무인점포 운영 시스템을 지원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무인점포의 '1등 공신'은 인건비 상승이다.

전국의 무인점포 수는 10만 곳이 넘는다. 무인점포는 편의점 업계에도 침투하고 있다. 형태는 두 가지. 완전한 무인점포와 하이브리드형(특정 시간대 무인 운영)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대형 4사의 매장 5만5천여 곳 중 무인점포는 120여 개, 하이브리드형은 3천600여 개다.

무인점포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CCTV로 고객 동선을 살필 수 있지만, 도난을 방지하기에는 미흡하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무인점포 절도 신고 건수는 269건. 경찰은 피해 신고와 순찰 요청이 잇따르면서 업무가 늘어났다고 한다. 일부 무인점포들은 쓰레기 투기, 주취자 난동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무인점포에는 대화가 없다. CCTV가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뿐이다. 얼마 전 종영한 TV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이 인기를 끌었다. 배우 차태현, 조인성 등이 슈퍼마켓을 일정 기간 운영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들이 손님들과 주고받는 '스몰토크'(일상적이고 소소한 대화)는 웃음과 감동을 줬다. '현실'이 삭막하니, '설정'인데도 다정하다. 무인점포가 늘고 있는 세상, 사람은 얼마나 외로워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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